◈ 언 제 : 2016. 11. 27 (당일)
◈ 어 디 를 : 지리산 천왕봉
◈ 누 가 : 안나푸르나 Member(두철, 병수 그리고 고집통)
◈ 날 씨 : 맑음
◈ 산행 여정 : 중산리탐방안내소→칼바위→로타리→천왕봉→장터목→중산리탐방안내소
◈ 산행 시간 : 8시간 30분
중산리탐방안내소(7:30)→천왕봉(10:50)→장터목대피소(11:45)→중산리탐방안내소(16:00)
◈ 산행 거리 : 약 13.8Km
올해 들어 처음으로 눈을 밟았습니다. 거제에 많은 비가 내렸기에 천왕봉은 은근히 눈일 것이리라 기대를 하긴 했으나 이정도로 잔치판을 벌여 놓고 기다릴 줄이야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트래킹 코스라지만 그래도 안나푸르난데 멤버들 간에 발 한번 맞춰보지 않고 나선다는 것은 안나푸르나에 대한 예의라 할 수 없어 지리산 천왕봉을 당일 산행으로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백무동의 한신계곡을 통해 세석을 지나 연하선경 그리고 천왕봉을 계획했었으나 국립공원 산방기간이라 부득이 중산리를 선택했습니다.
두철대장, 병수대장은 역시 산악인다운 체력과 면모를 두루두루 겸비했습니다. 단방에 칼바위, 망바위에 올라서고 로타리대피소 헬기장으로 올라섭니다. 여기서부터 깨끗한 눈이 세상을 밝혀 놓았습니다. 겨울 지리산 산행이니 기본적으로 아이젠을 챙겨 오긴 했었어도 설마 했던 눈이었기에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청 반갑습니다. 더욱이 밟아보는 행운까지 얻어서니 한마디로 따봉입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법계사의 은은한 범종 소리를 거제의 해향에게 보냈습니다. 내겐 여러 가지 염원하는 바가 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새로운 가족이 한 명 더 불어나는 기쁨까지 법계사에 올렸습니다. 만사 마음이겠지만 내 만족입니다.
양복 호주머니에 작은 물통 한 개를 꽂은 채 구두를 신고 나무 작대기를 짚으신 어르신 한 분이 천왕봉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눈이 내려 미끄러우니 내려가심을 권했지만 쉬 포기하실 것 같지 않아 걱정입니다. 최근 준비 안 된 산행으로 등산객의 사고소식을 많이 접하고 있는데 강력하게 말리지 못해 산 꾼으로써 할 도리를 다 하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아무쪼록 아무 탈이 없었기를 기원합니다.
천왕봉에 바람이 많이 불고 있습니다. 북쪽 덕유산 방면에는 파란하늘과 하얀 구름이 선명하게 선을 그어놓아 너무 아름답고 멋집니다. 지리 주능선에 하얗게 덮인 눈이 좋고 제석봉의 경치는 사람의 눈과 발길을 붙잡아 놓을 만큼 한마디로 압권입니다. 장터목 대피소 취사실 들어가는 재미도 장난 아닙니다. 지리산 오르는 행복의 절점이 그 속에 있어 두 시간 정도는 후딱 지나가 버립니다.
사계절을 마다 않고 주야장창 찾는 지리산인데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 산행도 어김없이 지리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어 많은 것을 얻어 돌아갑니다. 그리고 물론 행복도 했었습니다.
사전연습 격인 이번 지리산 산행을 성공적으로 완성했으니 우리 세 사람의 아주 멋진 안나푸르나 산행을 예감합니다.
병수대장님, 두철대장님 홧팅입니다. 쪼깨 힘드시겠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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