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6. 1. 01 (당일)
◈ 어 디 를 : 지리산 천왕봉
◈ 누 가 : 덕규, 경만 그리고 고집통
◈ 날 씨 : 새해 첫날 맑음
◈ 산행 여정 : 중산주차장→중산탐방안내소→순두류→로타리→천왕봉→장터목→중산탐방안내소
◈ 산행 시간 : 9시간 45분
중산리주차장(3:40)→중산리탐방안내소(4:00)→천왕봉(7:00)→장터목대피소(8:42)→중산리탐방안내소(14:25)
◈ 산행 거리 : 약 12.4 Km
2016년 병신년이 온답니다. 2015년에는 나름 최선을 다해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항상 뭔가가 부족했었습니다. 쉬 잊혀질 일들이 아니기에 반면교사로 삼아야겠습니다.
새해 천왕봉 일출을 보며 좋은 기를 받고 생활에 변화를 줘 보기로 했습니다. 계획했던 1월 2일은 구름 예보가 있어 일출이 여의치 않아 사실 새해 첫날부터 집을 나서기가 해향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래도 첫날의 지리산 천왕봉 일출이 더 가슴에 와 닿을 것 같아 결행하기로 했습니다.
새벽 2시에 경만이 덕규형님과 함께 집 앞에 도착합니다. 새해 첫날 눈 비비고 일어나 가장 먼저 한 일은 공룡휴게소에서 카드 긁는 일입니다. 아무래도 올해 돈 많이 쓸 모양입니다. 새벽 3시 반인데 중산리탐방안내소 주차장이 이미 꽉 차 버렸다며 국공직원들이 중산마을 입구에서부터 차량을 통제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이동거리가 생겨 행여나 일출시간에 늦을 새라 정말 부지런이 걸어 탐방안내소 앞에 도착하니 법계사 미니버스가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아직 한번도 타 보지 않은 버스지만 오늘은 이용해야 될 것 같습니다.
경남자연학습원에서 산행은 시작되고 로타리대피까지 한방에 도착합니다. 아이구~ 사람, 엄청난 인파가 끊임없이 대피소로 밀려들어 옵니다. 나랑 같은 생각을 한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렇게 많을 줄 미처 몰랐습니다. 여유 부리며 꾸물거렸다가는 오늘 생각한 목표달성에 어려움이 예상되어 서둘러 대피소를 출발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천왕봉 오르는 길은 사람에 막혀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앞사람이 발을 옮겨주지 않으면 한걸음도 진행할 수 없어 줄을 서고 있는데 저 혼자 조금 빨리 가겠다고 추월하던 아저씨 한 분이 덕규형님에게 혼이 납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덕규형님 때문에 내 마음은 항상 불안 불안합니다. 어쩌면 줄을 서서 차근차근 가는 것이 함께 빨리 올라가는 지름길일 것 같기도 합니다. 개선문 다다를 즈음 동녘하늘에 여명이 밝아옵니다. 구름과 하늘이 맞닿는 구름선을 따라 붉게 타오르는 하늘은 새해 새 태양을 맞을 준비로 흥겨운 잔치판을 벌여 놓은 것 같이 아름답습니다. 가야 할 별과 달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함께 이 잔치판에 어우러졌습니다.
천왕봉이 사람으로 인해 완전히 덮였습니다. 수태 천왕봉을 왔지만 이렇게 많은 인파는 처음 봅니다. 저마다의 사연들을 품고 있겠지만 오늘 천왕봉에 오른 사람들의 마음은 아마도 한결 같을 것입니다. 새해 천왕봉 일출을 보며 가정의 안녕과 평화, 건강 그리고 로또 담청등을 기원하러 힘든 산행을 결행 하였으리라 생각됩니다. 오늘 천왕봉에 오른 모든 이들의 소원이 만사형통하길 기원 드렸습니다.
실로 오래간만에 맞는 천왕봉 일출입니다. 감개무량하며 숨이 멎을듯한 감동이 밀려옵니다. 힘차게 솟아 오르는 태양의 기가 가슴속으로 파고 들어옵니다. 나는 지금 이순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합니다. 잠시나마 생각을 멈췄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볼때기가 떨어질 듯 매서운 바람이 얼굴을 스칩니다. 꿈은 찰나이니 장터목으로 내달렸습니다. 민생고 해결에는 삼겹살과 소주, 라면 국물이 최곱니다. 유암폭포 앞 얼음이 깨지면서 새해 액땜을 웃으면서 해결합니다. 일사천리로 2016년 새해 첫날 천왕봉 일출산행을 마무리합니다. 내 몸 주위에 좋은 기운이 맴돕니다. 2016년은 멋진 한 해가 될 것을 예상합니다.
이번에는 나 고집통도 공치사 한번 해야겠습니다. 지리산 천왕봉 일출 도전 네 번째인 경만이와 세 번째의 덕규 형님에게는 태어나서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을 받도록 했으니 개인적으로 술을 사라고 했습니다. 3대가 덕을 쌓아야만 한 번 볼똥 말똥한 천왕봉 일출을 그것도 새해 첫 날 가장 멋지고 아름답고 웅장한 태양을 알현하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었으니 이번에야말로 순전히 내 덕입니다. 두 사람에게 덕 쌓을 기회를 한 번 주어야겠습니다. 한번 기다려 볼랍니다.
'지리산 산행 > 천왕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 천왕봉] 첫 눈 (0) | 2016.11.28 |
---|---|
[지리산 천왕봉] 광복절의 지리산 천왕봉 (0) | 2016.08.16 |
[지리산 천왕봉] 지리산에서 마음을 다스리다 (0) | 2015.11.29 |
[지리산 천왕봉] 짬만 나면 지리로 간다 (0) | 2015.01.18 |
[지리산 천왕봉] 고집통이 지리에 드는 이유 (0) | 2014.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