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2. 12. 15 ~ 12. 16 (1박 2일
■ 어 디 를 : 낙동정맥 7구간 (황장재 ~ 질고개) – 대둔산, 왕거암
■ 누 가 : 삼성중공업 산악회원 25명과 고집통
■ 날 씨 : 12/15 흐림, 12/16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85시간 10분 (7구간 : 14시간 30분) 접근구간 : 50분
9일차 질고개 (12:35)→주산재 (18:05) 5시간 30분
10일차 황장재 (05:30)→주산재 (14:30) 9시간 00분
■ 정맥 산행거리 : 182.9 Km (7구간 : 31.3 Km) 9일차 : 11.4 Km, 10일차 : 19.9 Km
접근거리 : 9/10일차 주산재→설티재: 4 Km
■ 총 산행거리 : 질고개→611.6봉→피나무재→별바위봉 →주산재→설티재(약13.4 Km)→황장재→대둔산→먹구등→왕거암→대관령→주산재→설티재 (약 21.9 Km)
계획은 계획이기에 무엇이든 좀 잘 하려면 일이 꼬이기 다반사이고 오락가락하기 일쑤입니다. 거제 출발시간이 새벽 3시에서 1시로 다시 아침 7시로 조정이 되고 산행 진행 방향도 남진에서 북진으로 확정하였습니다.
청송 가는 길 버스 속에서 산행 대장님이 자칫 실수가 있어도 잘 봐달라는 애교 섞인 멘트와 함께 달콤한 담금주 한 잔씩을 돌립니다. 낙동정맥 일곱 번째 첫째 날의 출발지점 질고개에는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으나 안개 자욱하고 날씨는 잔뜩 찌푸리고 있습니다. 어제 저녁 내린 따뜻한 비로 정맥 길의 눈이 녹아 눈에 대한 걱정은 사라졌습니다만 혹시 빗물이 바짓가랑이를 타고 내려 신발 속으로 물이 스며들까 염려스러워 스패츠를 단단히 묶었습니다.
질고개(12:35)를 출발하고 순식간에 평두산(13:28) 정상에 올라섭니다. 표피가 하얀 나무 군락지를 관통해 지납니다만 도대체 무슨 나문지 이름을 아무도 알지는 못합니다. 그냥 자작나무일 것이리라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지도에 나오지 않는 임도(14:02)가 나오고 어찌된 영문인지 고도표에 없는 엄청 가파른 길을 치고 올라갑니다.
정말 죽을 힘을 다해 올라갔는데 어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까? 낙동정맥 상에서 벗어나 있어야 하는 무포산(14:31) 정상이란 표시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잘못 올라 왔습니다. 그러니까 등로가 너무 선명하게 남아있어 그 길을 따르다 보니 우리의 명 안내자이신 『서래야 박건석님』도 속고 우리 삼중이 회원님 전부도 속고 말았던 겁니다. 당연이 피나무재로 내려가는 길도 헷갈릴 수 밖에 없습니다. 급 비탈길을 따라 내려가니 잘 관리된 묘지가 있어 또 머뭇거리다 시그널이 많은 좌측 방향으로 내려가니 계곡을 따르는 콘크리트 임도길에 내려서고 오래된 폐가(15:04)가 나옵니다. 지척에서 들리는 자동차 소리를 쫓아가니 914번 지방도와 접속 되긴 하나 너무 아래까지 내려가고 말았습니다. 결과적으로 피나무재를 찾아 능선 길을 따랐어야 했으나 바닥을 쳐 버렸기에 피나무재를 찾아 한참 동안 도로를 걸어 올라가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피나무재(15:32)에서부터 주왕산 국립공원 지역으로써 비 탐방구간입니다. 통행을 제한한다는 경고 판이 있고 적발 시 범칙금이 부과된다는 협박도 해놓았습니다. 그렇지만 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피나무재 정도에서 한번쯤 쉬어 주어야 하지만 국공에 적발될까 두려워 560봉까지 숨도 쉬지 않고 내달렸습니다. 560봉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고 선두는 직진하고 으레이 그랬듯이 우리도 그 뒤를 따릅니다. 한참 비탈길을 내려가다 이상한 낌새를 느꼈을 때에는 우린 또 이미 제법 긴 시간 동안 알바를 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560봉으로 돌아와 보니 낙엽이 완전히 정맥길을 가려 웬만해선 그 길을 찾을 수가 없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오늘 산행 대장께서 제법 많이 헤매고 있습니다. 올라오는 버스 속에서 술잔을 돌릴만한 이유가 충분합니다. 걱정이 현실이 되어 있었습니다.
부동봉(16:49)을 지나고 나서는 날이 어두워졌습니다. 하루 종일 안개가 걷히지 않더니 급속도로 어둠은 찾아오고 통천문 부근에서는 헤드랜턴을 켜지 않고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어 버렸습니다. 거의 70도의 경사를 육박하는 미끄러운 바위 길을 타고 올라서니 별바위봉(17:35) 정상임을 알리는 표지가 있습니다. 이제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내리막길이 시작됩니다. 아차 하는 순간이면 어찌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살금살금 아무리 조심해도 두 발은 미끄러져 흘러 내리고 결국에 엉덩방아를 한 번 찢긴 했지만 그나마 안전지대여서 천만다행이었습니다. 오늘의 목적지인 주산재를 지나쳤으나 사실 주산재(18:05)인지도 모르고 앞 사람만 불 빛만 쫓아 내려왔습니다. 그냥 걷다 보니 차량 불빛이 나오고 설티재(18:30)에 내려섰습니다.
주왕산 국립공원 상가 식당으로 이동하여 낙동정맥 님들의 2012년 송년행사와 함께 달콤한 휴식에 들어갔습니다. 심야전기가 들어오면 뜨거워서 잠 못 들것이라는 주인장 소리에 일부러 식당 홀 창가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 놈의 심야전기는 우리가 밥 먹고 출발할 때가 지난 새벽 여섯 시가 넘어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밤새 개 떨듯이 떨었습니다.
어제 주산재에서 설티재 내려오는 길이 장난 아니게 멀었기에 다시 주산재까지 치고 오른다는 것이 부담스러워 둘째 날은 융통성을 발휘하여 황장재에서 남진을 하기로 했습니다. 지난번 황장재로 하산할 때는 보이지 않던 풍차가 날개에 불빛을 환히 밝힌 채 돌고 있습니다. 황장재(5:17) 또한 주왕산 국립공원으로써 비 탐방구간이므로 출입을 통제한다는 경고 판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제법 넓은 임도길을 따라 새벽 어둠을 뚫고 낙동정맥 일곱 번째 둘째 날 산행을 시작합니다. 비탈길을 오르다 평 길을 가다 또 올라가는 길이 연속으로 이어집니다. 가끔 뒤가 마려워 몸이 무거운 것을 제외하고는 별일 없이 잘 걸었습니다. 대둔산 조금 못 미쳐서 급경사 길을 오르다 오른쪽 다리 착취 점이 균형을 잃으면서 발끝이 뒤로 미끄러집니다. 『악』. 하는 순간 지난 호남정맥 졸업 때 경험한 것과 동일한 장딴지 고통이 밀려옵니다. 찌릿한 아주 기분 나쁜 경련이면서 그 고통이 너무 심해 제대로 걸음걸이가 되질 않습니다. 딱히 그래야만 될 이유가 없는데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산행 중 벌써 두 번째 같은 부위에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니 심도 있게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고통은 밀려 오지만 감수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고 지금 상황에서 아프지만 어쩔 수가 없기에 스프레이 파스로 응급조치를 취하고 장딴지에 테이프를 칭칭 감고 그냥 절뚝거리며 따라갑니다. 아직 동이 트기 전이라 어둠이 남아 작은 돌멩이나 나뭇가지를 밟는 일이 허다하고 그때마다 통증은 더 심해집니다. 대둔산 갈림길(7:40)에 올라서니 동쪽 하늘에 태양이 솟아오릅니다. 여태까지 어둠 속에 묻혀 보이지 않던 아름다운 운해가 발 밑에 쫙 깔린 경치가 사람의 넋을 쏙 빼 놓습니다. 그 순간만은 그렇게도 아프던 다리의 통증도 잊게 만듭니다.
(9:11), 명동재(9:49), 느즈매기(10:07)를 지나고 왕거암도 지났습니다. 삼단 석탑모형 바위가 아마도 제단바위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경치가 한마디로 끝내주는 갓바위 전망대(12:15)에 도착합니다. 이후로는 그다지 특색 없는 밋밋한 정맥길이 이어지고 이맘때쯤에서는 다리의 통증은 많이 가셨습니다. 통증이 가셨다고 아주 간 것은 아니고 걷는데 큰 무리가 없을 뿐이지 절뚝거림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청운봉(12:47)에서는 어제 저녁 가슴 조아리며 내려왔던 별바위봉이 멀리 조망되고 주산재가 어디쯤인지 대충 가늠도 됩니다.
결국 주산재(14:30)까지 도착하고 뛰다시피 하여 설티재(14:55)로 내려옴으로써 힘겨웠던 하루를 무사히 보냈기에 다행입니다. 세월이 가면 점점 나아질 것이리라 믿고 열심히 산행하고 최선을 다했지만 기계나 사람이나 할 것 없이 많이 사용하면 고장 나기 마련인가 봅니다. 그렇다고 가던 길을 멈출 것은 아니기에 소중한 내 재산 살살 아껴가며 오래오래 사용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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