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백두대간·정맥/낙동정맥[완]

[낙동정맥 – 9] 여유로움이 안타깝다

산안코 2013. 3. 17. 22:10

◎ 언            :  2013. 3. 16 ~ 3. 17 (1 2)

◎ 어         낙동정맥 9구간 (한티재 ~ 마치재) – 운주산, 어림산

◎ 누            삼성중공업 산악회원 22명과 고집통

◎ 날            :  3/16 ~ 3/17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113시간 41 (9구간 : 14시간 22)

                         13일차 한티재 (7:18)→오룡고개 (15:48) 8시간 30

                         14일차 오룡고개 (5:56)→마치재 (11:48) 5시간 52

◎ 정맥 산행거리 :  250.5 Km (9구간 : 35.4 Km) 13일차 : 20.6 Km, 14일차 : 14.8 Km

    산행거리한티재→블랫재→운주산→이리재→도덕산갈림길→오룡고개→시티재→어림산→마치재 ( 35.4 Km) 

 

오래간만에 버스에 오른 K씨의 얼굴이 무척 반갑습니다. 항상 긍정적 사고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다웠었는데 최근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신세를 졌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건강의 적신호인지 욕심을 내려서인지 알 수 없어도 약간 여유로움이 엿보입니다. 내가 모르는 어떤 문제가 있습니다.

출발시간을 제법 넘기고 나타났지만 딱 1분을 늦었노라며 아무렇지 않은 표정입니다.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낙동길도 절반을 넘겼으며 꾸준히 남진하였기에 출발지가 거제에서 아주 가까워져 있습니다.

 

◎ 한티재 - 낙동정맥 아홉 번째 첫 째날 산행 들머리

 

 

포항시 기계면 소재 한티터널(7:18)까지 버스로 채2시간도 걸리지 않습니다. 본래대로라면 한티터널 위에서 낙동정맥 아홉 번째를 시작해야 하나 그냥 임도를 따라가다 정맥길에 올라서기로 합니다. 블랫재(8:32)에 낙동정맥 트레일 지도간판이 커다랗게 준비되어있습니다. 이후 계속해서 낙동정맥 트레일이란 이정표가 곳곳에 있지만 도대체 뭘 의미하는지를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이곳이 어디라는 지명 정도만이라도 적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다지 도움되지 않는 이정표입니다. 트레일이 궁금 했는데 누군가 작은 오솔길이라 일러줍니다.

『낙동정맥을 종주하시는 산님들 힘힘힘 내세요!』「칠산원산」님의 격려문구가 걸렸고 돌탑이 있는 운주산 삼거리(9:57)에서 휴식을 취합니다. 눈 앞에 운주산 정상이 있건만 정맥에서 약간 벗어나 있다는 이유로 아무도 관심 갖지 않습니다. 5분 거리이니 혼자라도 가보기로 했습니다. 운주산(10:09) 정상에는 잘 다듬어진 헬기장과 예쁜 정상 간판이 세워져 있고 최근 제단을 올렸다는 제천단이 있습니다.

  

◎ 낙동정맥에 걸린 삼중이 산악회 시그널을 기념으로

 

◎ 블랫재의 삼중이 산악회원들 - 낙동정맥 트레일러 간판

 

◎ 운주산 삼거리에 걸린 낙동정맥 종주하는 산님들을 격려하는 문구

 

◎ 운주산 정상

 

◎ 운주산 정상의 고집통 - 혼자서 셀카로

 

◎ 운주산 정상에 있는 천제단

 

◎ 이런 삶도

 

 

포항 대구간 고속도로가 시원스럽게 뚫려있습니다. 300m 고도 차를 보이는 이리재까지 한참을 내려갑니다. 20번 고속도로는 터널을 통과하지만 921번 지방도는 이리재(11:45)를 타고 넘습니다. 영천군 도로표지판이 서있습니다.

다시 300m를 치고 오릅니다. 봉좌산 삼거리(12:20) 전망대에 올라 점심식사를 준비합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도 꽤 지났지만 뒤로 쳐진 네 사람이 도착하질 않습니다. 지난 차수에는 그렇게 골랐던 발걸음이 오래간만에 나타난 K의 영향으로 확실히 차이를 보입니다. 이곳에서 두 사람은 우릴 따라 잡았고 나머지 두 사람은 여전히 뒤쳐져 있습니다. 배티재(14:13)까지 내려갔다 다시 도덕산 삼거리(15:00)에 올라 두 사람에게 연락해본 결과 족히 두 시간은 넘을 거리에 있다 합니다. 살짝 민폐가 느껴집니다.

  

◎ 포항 - 대구간 고속도로

 

◎ 봉좌산 삼거리

 

◎ 봉좌산 전망대 앞에서 식사후에

 

◎ 봉좌산 전망대를 뒤로하고 선 고집통

 

◎ 이리재 휴식터 - 날씨가 너무 더워요

 

◎ 도덕산 갈림길에서 잠시 휴식 - 두 사람을 기다리며

 

 

낙동정맥 아홉 번째 첫날 목적지인 오룡고개(15:48)에 도착했지만 버스는 출발할 수가 없습니다. 언제 내려올지 모르는 두 사람을 마냥 기다릴 수가 없어 배티재에서 임도를 따라 오룡고개로 탈출하면 나중에 식당 승용차를 빌려서 데려 오기로 하고 우린 경주시 안강읍에 있는 식당 겸 숙소인 느티나무식당으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토요일 안강읍의 목욕탕에는 파리만 날리다 졸지에 단체손님을 받는 횡재를 했습니다. 뜨겁게 데운 기왓장에 올려놓은 돼지불고기가 이 곳 안강의 향토음식인 모양입니다. 밤새 넘어진 소주, 맥주병이 무려 100병을 육박합니다. 건장한 산 꾼들이라 엄청난 양을 소화해냅니다.

 

◎ 오룡고개 - 낙동정맥 아홉 번째 첫 째날 산행 날머리

 

 

어제 하산한 오룡고개(5:56)에서 낙동정맥 아홉 번째 둘 째날 새벽 산행이 시작되고 곧바로 가파른 된비알을 치고 오릅니다. 아직까지 춘삼월이라 쌀쌀한 날씨이건만 워낙 경사도가 심한 길이라 호흡이 가빠지고 땀이 삐적삐적 나와 삼성산 삼거리(6:49)에서 잠시 휴식을 갖기로 합니다. 이후부터는 거의 평지와 다름없는 길을 빠른 속도로 달려가게 되고 24번 국도 시티재의 안강휴게소(7:52)에 내려섭니다. 여기서는 4차선 국도를 횡단하여 건너편 능선으로 달라 붙어야 하는데 일행들 중 한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한참을 기다려 서야 예의 그 K가 느긋하게 도착하고 뒤따라 오며 채취한 산나물을 일행들에게 배낭에서 끄집어내어 보여줍니다. 일행들의 입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나 홀로의 행동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 오룡고개 이정목 - 낙동정맥 아홉 번째 둘 째날 산행 들머리

 

◎ 삼성산 삼거리 - 삼성아저씨들 삼성산을 본채 만채 스쳐지나고

 

◎ 시티재 안강휴게소를 배경으로 고집통

 

◎ 28번 4차선 국도를 무단횡단함

 

 

멀리 하곡저수지와 안강읍을 조망할 수 있도록 나무데크 전망대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후 호국봉(8:40)을 지나고부터는 야수골(9:40)까지 약 200고지의 산들로 쭉 이어집니다. 영천에 국립 호국원이 조성되어 많은 호국영령들이 잠들어 있다 하는데 이곳의 호국봉이 그와 전혀 무관한 것 같지만은 않습니다.

햇살이 좋아 날씨도 따뜻해졌고 뒤처진 일행도 있어 산행에 여유가 생겼습니다. 나뭇가지에 움터는 새싹이 보이고 생강나무 꽃과 진달래꽃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렇게 추웠던 겨울을 잘 이겨내고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자연이 경이롭습니다.

  

◎ 호국봉 바로 앞 전망대

 

◎ 호국봉 정상 - 영천에 호국영령들이 많이 잠들어있다 하더니 그래서인가?

 

◎ 야수골을 지나는 정이사님

 

◎ 봄1 - 생강나무꽃

 

◎ 봄2 - 진달래꽃

 

◎ 봄3 - 무슨 야생화?

 

 

마지막으로 어림산(10:43) 정상에 올랐으나 언제 올지 모르는 K를 기다릴 수가 없어 홍만님만 어림산에 남겨두고 우린 한티재(11:48)로 내려왔습니다. 30분도 더 지났을 겁니다. 홍만님이 한티재에 도착하고 금방 따라 내려올 줄 알았던 K 그래도 내려오질 않습니다. 그 후로도 한참을 지난 후에 산악단체에서 매달아 놓은 정맥길 안내 시그널을 양손 가득 들고 내려옵니다. 무엇에 쓸 것이냐고 물어보니 황당하게도 본인이 그 시그널들을 수집하고 있답니다. 종전 백두대간 시절에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마음이 짠해 옵니다. 본인의 본 마음과는 관계없는 여유로움이 안타깝습니다.

  

◎ 어림산 정상의 고집통

 

◎ 낙동길에서 수입을 챙기시는 후미 대장님

 

◎ 마치재 - 낙동정맥 아홉 번째 둘 째날 산행 날머리

 

◎ 마치재의 고집통

 

 

버스가 거제에 도착했을 때 시래기가 들어있는 바구니가 눈에 띄었지만 연유를 알고 싶지 않아 고개를 얼른 돌리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