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3. 2. 23 ~ 2. 24 (1박 2일)
▩ 어 디 를 : 낙동정맥 8구간 (질고개 ~ 한티재) – 사관령, 침곡산
▩ 누 가 : 삼성중공업 산악회원 16명과 고집통
▩ 날 씨 : 2/23 ~ 2/24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99시간 19분 (8구간 : 14시간 09분)
11일차 질고개 (8:40)→가사령 (14:44) 6시간 04분
12일차 가사령 (05:10)→한티재 (13:15) 8시간 05분
▩ 정맥 산행거리 : 215.1 Km (8구간 : 32.2 Km) 11일차 : 14.5 Km, 12일차 : 17.7 Km
▩ 총 산행거리 : 질고개→간장현→통점재→가사령→사관령→배실재(낙동정맥 중간지점)→침곡산→서당골재→태화산→한티재 (약 32.2 Km)
삼중이 산악회가 야심 차게 출발한 낙동정맥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합니다. 작년 10월에 그랬듯이 올 1월에도 참여인원 미달로 산행을 포기하였고 2월 또한 같은 이유로 산행결정을 미루고 있으며 석 달 연속으로 이런 사태가 이어지면 낙동정맥 자체를 접어 버리겠다고 합니다. 전국 최대의 회원을 자랑하는 공룡 급 산악회에서 스무 명을 채우지 못해 버스를 출발시키지 못하고 있으매 남사스럽습니다. 열여덟 명 회원의 신청에도 불구하고 운영진에서 낙동정맥 완주의 의지를 보여 정상적으로 진행하겠다는 메일을 받고 그나마 한숨을 돌렸습니다. 훗날 역사가 판단했을 때 참 잘한 결정이었다 할 것입니다. 낙동정맥 덕분에 화진포 휴게소에 들러 아주 멋진 동해의 아침바다를 구경합니다. 산정상에서 떠 오르는 태양은 수태 보아왔지만 바다에서 올라오는 태양은 실로 오래간만의 조우입니다.
두 달 만에 어렵게 성사된 낙동길 여덟 번째를 열일곱 명의 정맥꾼들이 질고개(8:40)에서 시작합니다. 해가 중천에 떠 있는 9시가 다되어서 출발합니다만 차가운 바람은 어쩔 수 없이 아직은 겨울입니다. 잔설이 정맥길에 남아있어 미끄럽기도 합니다. 이번 산행은 1박2일 일정으로써 오늘은 약 15Km이며 처음의 785봉(10:42)만 올라서면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산행할 수 있는 아주 쉬운 코스 입니다. 헬기장이 있는 간장현(11:20)이라는 고개마루를 넘었습니다. 68번 국도 통점재(12:54)도 건넜습니다. 홀로 북진하는 산님 한 분이 스쳐지나 갑니다. 대간이나 정맥하시는 분들은 언제 어느 때 보아도 멋있습니다.
팔공기맥과 보현기맥 분기점(14:10)에서 우리처럼 남진하는 산님 세분을 만났습니다. 울산에서 오신 분들이며 질고개에서 가사령까지 땜빵 산행을 하신다는데 유유자적 아주 산을 즐기시는 분들입니다.
이전에 비해 일행들의 수가 적고 발걸음이 골라 속도가 확실히 빨라졌습니다. 민박집에 삼겹살과 소주가 기다린다는 대장님의 말도 있고 해서 거의 날아가는 속도입니다. 뚝딱하는 새 가사령(14:44)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아무리 동장군이 맹위를 떨친다 해도 어느새 우리 곁에 봄이 왔는지 봄의 전령사인 버들강아지가 얼굴을 빼꼼이 내밀고 있습니다.
가사령 아래 상옥리의 민박집에서는 샤워 가능하고 삼겹살에 소주가 있고 따뜻한 아랫목까지 있어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지난날 밤 가뿐하게 몸과 마음을 잘 다듬어 다시 가사령(5:10)에 섰습니다. 날씨가 더울 것을 대비해 내복을 벗었더니 아랫도리가 썰렁합니다. 오늘이 정월 대보름인데 하늘에 별은 총총합니다만 보름달은 행방불명입니다. 비학지맥 내연지맥 분기점(6:15)을 지나고 세 갈래 길을 만나 굳이 가지 말라고 나무로 막아 놓은 길을 택해 산봉우리를 가운데 두고 산허리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그 잠깐 사이 아침 일출이 끝나 있었습니다. 그냥 직진했다면 아주 편한 걸음이었을 것인데 사서 고생을 해버렸습니다.
사관령(7:20)에서 호흡을 고릅니다. 일대 최고봉이라서 그런지 시야가 확 트였으며 남진할 낙동정맥 줄기가 한눈에 쏙 들어옵니다. 멀리 눈을 하얗게 뒤집어 쓴 산이 팔공산일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국내 최대의 망원경을 보유한 천문대가 있는 보현산이랍니다. 사관령 오른쪽 사면이 완전이 훌러덩 벗어 보기에 아주 민망스럽습니다. 아름드리 참나무가 모두 잘려나가고 그 밑동만 남아 최근 이산에 나무가 있었음을 알려 줄 뿐 산림훼손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백숙 가마솥에 들어가기 직전 털을 몽땅 뽑혀버린 닭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가 없는 형상입니다.
거의 평지와 다름없는 정맥길을 뛰다시피 갑니다. 배실재(8:36)에 도착하니 낙동정맥의 절반지점이 라는 플랜카드가 붙어 있습니다. 태백의 삼수령을 출발하고 몇 번 움직인 것 같지도 않은데 벌써 절반이라니 사람 걸음걸이가 무섭긴 무섭습니다. 평소 사진이라면 별 관심 없던 일행들이 낙동정맥 절반이라는 상징성을 생각해서인지 너도 나도 사진 찍기에 열중인지라 한참을 기다려서야 나 고집통도 사진 한 장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침곡산(10:45) 정상 표지판에 온통 낙서투성이입니다. 뻑대산이나 시묘산인데 뭔 침곡산이냐며 한 마디로 국가 기본도가 엉터리이니 탱자탱자 하지 말라는 소리입니다. 천지도 모르는 나는 그래도 침곡산으로 받아 들여야겠습니다. 정상에서 먹는 점심식사는 민박집에서 챙겨온 밥과 반찬들만으로도 진수성찬인데 이웃집의 오리 주물럭과 떡국으로 뱃속이 점점 부풀어 오릅니다. 땀 흘리고 먹는 음식들이 뭔들 맛이 없겠습니까만 오늘은 유난히 더 맛있습니다.
대간이나 정맥하면서 산불 감시초소에 산불아저씨 계시는 곳을 처음 봤습니다. 돌탑이 있는 태화산(11:45) 정상이며 전망이 좋아 팔공산으로 착각한 그 산 보현산이 훤히 보이는 곳입니다. 북진하는 네 부부 산님을 만났습니다. 대구에서 오신 분들인데 한 분께서 조카가 작년 가을 삼중이에 입사 했다며 아주 자랑스럽게 말씀하시며 우릴 무척 반가워하십니다. 『아저씨, 내가 다니고 있으니까 하는 말인데요 삼중이 좋은 회사 맞습니다.』
급경사 내리막길이 이어집니다. 조금 전 올라오신 분들 고생깨나 하였겠다 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남쪽으로 많이 내려온 이유도 있겠지만 어제, 오늘 봄 날씨가 이어지더니 정맥길의 눈은 다 녹고 없습니다. 옛 한티재(12:44)를 지나고 삼각봉도 넘었습니다. 파란색 대경이란 놈이 한티재 터널을 두고 엉뚱하게 반대편에 대기하고 있어 내려가는 길에 약간 혼선을 겪었지만 무사히 한티재(13:15)에 내려섰습니다.
포항 죽도시장에 들러 대게를 먹자고 의견 일치를 봅니다. 돈이 조금 깨어질 뿐 나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낙동정맥도 절반을 넘어섰으니 기념을 하고 인원부족으로 운영자체가 위태위태한 실정이니 좋은 자리 마련하여 서로에게 격려하고 파이팅을 해보자는 차원으로 받아들이면 되겠습니다. 이래저래 여유롭고 화기애애한 분위기하에서 낙동정맥 여덟 번째 산행을 잘 마무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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