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2. 12. 09 (당일)
□ 어 디 를 : 금남정맥 1구간 (주화산 조약봉 ~ 만항재) – 연석산
□ 누 가 : 가공산악회 14명과 만수(산타나)그리고 나(고집통)
□ 날 씨 :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7시간 50분(1구간:7시간 50분), 접근 시간:2시간 10분
1일차 주화산 조약봉(9:30)→만항재(17:20) 7시간 50분
□ 정맥 산행거리 : 10.6Km (1구간:10.6Km)
접근거리: 모래재→주화산 조약봉 1.5Km, 만항재→검태마을 4.5Km
□ 총 산행거리 : 모래재→주화산 조약봉→입봉→보룡고개→연석산→만항재→검태마을 (약16.5Km)
강이 얼마나 아름다워야 비단 금(錦)을 사용하여 금강이라 하였겠습니까? 그 아름다움을 쫓아 금강의 남서쪽 산줄기 금남정맥을 따라 가고자 합니다.
금남정맥이라 함은 남한 땅 1대간 9정맥 중 하나의 정맥으로써 예의 금남호남정맥 분기점 주화산에서 시작하여 왕사봉, 대둔산, 계룡산을 거쳐 부여의 부소산 조룡대에 이르며 그 거리는 약 118Km 입니다. 동사면으로는 금강이 있는 산간지방이며 서사면은 호남평야의 젖 줄기 만경강이 흐르고 있습니다.
지난 1년 6개월여의 대장정 끝에 호남정맥을 무사히 졸업하고 숨 돌릴 여유도 없이 금남정맥 길에 또 발을 올렸습니다. 회사 내 지인들이 운영하는 산악회에서 금남정맥에 길 나선다며 합류의사를 타진해 오기에 산행 경비도 절감하고 정맥길 타는 즐거움도 계속 이어가고자 산타나와 함께 같이 동참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요즘은 어찌된 심판인지 일기예보상에서 몇 십 년 만에 또는 기상 관측이래 등 이런 단어들을 자주 등장 시킵니다. 제트기류가 어쩌고 저쩌고 56년 만에 12월 한파와 함께 최악의 폭설이 내렸노라고 야단들인데 용감한 우리들은 그 한 복판으로 금남을 찾아 작은 미니버스를 타고 거제를 출발합니다.
아슬아슬 모래재 오르는 국도길이 위험하기 짝이 없습니다. 어제 내린 눈으로 도로가 꽁꽁 얼어 아차 하면 천길 낭떠러지로 밀려날 수 있습니다만 거제도에 적을 둔 버스기사님 치고는 빙판길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모래재 휴게소에 내려서니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눈으로 완전 별천지가 벌어져 있습니다. 올해 들어 처음 밟아보는 백설이기에 다들 즐거워하지만 그 기분 결코 오래 가진 않았습니다. 모래재(8:58)를 출발하여 아무도 지나지 않은 눈밭을 러쎌해 나갑니다. 길 없는 길을 만들며 진행하는 일이 예삿일이 아닌지라 56년만의 혹한 추위는 어디로 가버리고 금새 땀 범벅으로 변합니다. 헬기장이 있는 조약봉에서 약간 호흡을 가다듬고 조약봉 삼거리(9:30)로 이동하여 본격적인 금남정맥을 시작하매 무사산행과 완주의 각오를 다진 후 기념사진을 남기고 아름다운 비단길에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앞서 눈을 헤쳐가며 러쎌하는 사람이야 힘들겠지만 뒤따르는 나는 무척 편안합니다. 물론 내려가는 눈 길 이야기로써 미끄러운 미끄럼틀 같이 죽죽 미끄러져 내려갑니다. 반면에 올라가는 일은 장난이 아닙니다. 아이젠을 착용했다고 하지만 눈 위를 밟고 올라서는 일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습니다. 앞으로 진행해야 하나 자꾸 뒤로 미끄러져 내려 다리 힘이 보통의 두 배는 더 들어갑니다.
입봉(10:32)에 올라서니 누군가 Kiss 봉이라 명명해 놓았습니다. 보룡고개(11:15)는 완주군 소양면과 진안군 부귀면을 이어주는 26번 4차선 국도이며 중앙분리대가 설치되어 있고 통행하는 차량으로 인해 다소 위험은 따르지만 무조건 뛰어 넘어야 합니다. 보룡고개를 지나고부터 산타나가 선두에서 러쎌을 하고 내가 그 뒤를 이어 두 번째로 출발해 보았습니다. 눈 무게에 의해 비닐하우스가 내려 앉고 거대한 건물도 붕괴된다는 그 말들이 충분히 이해가 되고도 남습니다. 산죽이 정맥길을 가로막고 그 위에 눈이 덮여 있어 도대체 길을 가늠할 수가 없었으며 눈 무게는 얼마나 무거운지 다리가 들리지 않아 생각보다 진도가 잘 나지 않습니다.
황새목재 과수원(13:40) 옆을 지날 때는 개 짖는 소리 요란할 뿐 누구 하나 내다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과수원 집 마당의 트럭에는 눈이 소복이 쌓여있고 근처 파란 물통은 대롱대롱 고드름을 매달고 있어 전형적인 시골의 겨울 풍경답습니다. 또 다시 오르막길로 이어지면서 암벽이 길을 가로막아 거의 기다시피 하여 간신히 바위 위에 올라서니 전망바위(15:56)가 나타나고 조망되는 백색의 신천지가 펼쳐져 정말 멋들어진 풍경을 자아냅니다.
사람 발자국이 찍혀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가 진행하는 반대편에서 누군가 이곳 전망대를 지나 연석사 방향으로 하산했었나 봅니다. 다시 한번 산타나가 앞서 러쎌을 하고 그 뒤를 나 고집통이 바짝 달라붙어 보았습니다. 꽁무니에서 세월아 네월아 따라 갈 때와 다리에 걸리는 로드가 판이하게 다릅니다. 얼른 뒤쪽으로 위치를 바꿨습니다. 산타나와 나를 제외한 구성원들은 저마다 일면식이 있는 사람들이기에 모두 가공산악회원인줄 알았는데 방가방가 산악회원 일부도 포함되었다 합니다. 방가방가의 일원 중 몇 명은 처음 해보는 눈 산행으로 허리와 다리의 고통을 호소합니다.
결국 연석산(16:38) 정상에 도착하여 일행들의 안전을 위해 눈 앞에 우뚝 솟은 운장산은 다음 차수로 미루기로 하고 만항재에서 완주 신월리 검태마을로 하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연석산에서 만항재 내려가는 길은 거대한 암벽을 타고 내려가야 합니다. 바위에 눈이 쌓였고 길이 잘 구분되지 않고 미끄럽기 짝이 없어 위험천만입니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운장산을 넘고 피암목재까지 가야 하지만 오늘은 만항재(17:21)를 기점으로 금남정맥 첫 구간을 마무리하고 검태마을로 탈출을 감행하기로 한 것이 결과적으로 아주 현명한 판단을 했습니다.
어느덧 날은 어둑어둑해져 가고 헤드랜턴을 밝혀야만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본래 길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모르지만 눈 덮인 계곡에 날까지 어두워졌으니 달리 방도가 없어 가시넝쿨 헤치고 널부러진 바위를 타고 넘는 계곡 트래킹을 감행합니다. 멀리 마을에서 새어 나오는 전등 불빛이 보였고 계곡에 설치해 놓은 고로쇠 채취 호스가 있어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민가가 있을 것이리라 믿고 아래로 아래로 하염없이 걸었습니다. 언젠가는 마을이 나올 것이리라 믿긴 했지만 정말 가도가도 끝이 없는 계곡이었습니다. 드디어 요란스럽게 개 짖는 소리가 나고 펜션의 불빛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상검태마을(18:41)입니다. 긴 계곡 트래킹을 끝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건만 우리를 데리고 가야 할 미니버스는 이곳에 보이지 않습니다. 길바닥이 얼어붙어 상검태마을까지 버스가 올라 올 수 없어 2Km 아래 하검태마을(19:06)에 주차 대기 중이랍니다. 대책 없으니 또 걸었습니다.
지난주 호남정맥을 졸업하고 오늘 새로운 길 금남정맥에 또 발을 올렸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평생 이벤트로 설정해 두고 언젠가는 종주할 것이리라 염원하던 금남정맥 길을 누군가 함께 하자고 권해주니 무지하게 고마운 일이며 그 길을 갈 수 있는 주위환경과 체력이 뒷받침해주니 이 또한 고맙습니다.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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