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백두대간·정맥/금남정맥[완]

[금남정맥 – 3] 이름은 있고 이름표는 없다

산안코 2013. 2. 17. 09:41

◈ 언              :  2013. 2. 16 (당일)

◈ 어          금남정맥 4구간 (오항리고개~물한이재) – 대둔산 마천루, 월성봉

◈ 누              :  가공산악회 19명과 산타나회 4명 그리고 나(고집통)

◈ 날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24시간 05 (4구간:8시간 05)

                         3일차 오항리고개 (7:55)→물한이재 (16:00) 8시간 05

◈ 정맥 산행거리 :  37.3Km (4구간:15.7Km)

    산행거리오항리고개→배티재→대둔산 마천루→깔딱재→월성봉→바랑산→물한이재 (15.7Km) 

 

낙동은 제자리 걸음이고 금남은 착착 잘도 걸어갑니다. 공룡조직과 개미조직의 차이입니다. 두 번의 금남 정맥길에 작은 미니버스가 너무 불편했습니다. 가공산악회 운영진에서 제법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거제 공설운동장 앞에 착하게도 대형버스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이번 정맥길에는 그만큼 참여 인원 이 많아졌다는 이야깁니다. 오늘만은 우리 멤버도 고집통(), 산타나(만수), 감자바우(후종), 비트(경천), 버팔로(경만) 이렇게 다섯 명이 되었습니다.

지난 차수 폭설로 인해 작은싸리재로의 접근이 너무 힘들었던 경험이 있어 3구간을 눈이 녹는 따뜻한 봄날로 미루고 차량접근이 용이한 4구간 오항리고개에서 물한이재까지를 먼저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오항리고개(7:58)는 팔각정이 있고 산벚꽃마을 표지석이 있지만 실제 마을은 보이지 않습니다. 최근 날씨 가 많이 풀려 아이젠 없이 살살 올라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지도상에 볼 수 없었던 국기봉 이름을 빌린 이정표가 있고 과일 껍질 되가져 가라는 애교 섞인 안내판이 나무에 걸려 있기도 합니다. 일행들과 보조를 맞추다 잠시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사이 일행들은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숨 돌릴새 없이 달려 515(8:45)에 가서야 일행들을 겨우 따라 잡을 수 있었고 눈 앞에는 앞으로 진행해야 할 충청의 명산 대둔산이 우뚝 솟아있습니다. 어차피 지나야 하고 가려면 당연히 힘이 들겠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뛰는 그런 산입니다.

  

◈ 오항리고개 산벚꽃마을 - 금남정맥 세 번째 4구간 산행 들머리

 

◈ 국기봉 가는 길의 이정목

 

◈ 참나무 병충해 예방 중

 

◈ 과일껍질 되가져 가라는 애교성 안내판

 

◈ 515봉에서 바라본 대둔산

 

◈ 515봉에서 바랑산을 배경으로 선 고집통

 

 

배티재(9:23)라고도 하는 이치는 임진왜란 당시 권율장군과 황진장군이 왜군을 크게 물리쳐 곡창지대 호남을 지켜내는 대 과업을 이루었다는 이치 전적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배티재 휴게소 공터에서 잠시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있는데 대둔산 등산을 목표로 하는 관광버스들이 속속 도착하고 형형색색의 아줌마, 아저씨들이 엄청 쏟아져 나옵니다. 저들 틈에 끼였다가는 오늘 정맥산행에 큰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재빨리 대둔산 등산로 관문을 통과하여 출발했습니다.

배티재부터 오대산 갈림길(10:00)까지 가파른 계단 오름 길입니다. 호남정맥 이후 두어 달 넘게 산행을 쉰 감자바우가 아주 힘들어합니다. 최근 낚시에 재미 붙여 갯바위에 붙어 살면서 감성돔 40짜리를 심심찮게 올렸다고 자랑하더니 그래 봤자 뭐 하겠습니까? 다리에 힘 떨어지면 헛방인 것을 말입니다. 앞으로 딴짓하지 말고 그냥 나랑 같이 산에나 다녔으면 좋겠습니다.

  

◈ 배티재 - 본격적으로 대둔산 구간 진입

 

◈ 웅장한 대둔산 등산로 석문

 

◈ 640봉에서 땀을 씻는 버팔로

 

◈ 640봉 전망대에 선 고집통

 

 

진짜로 본격적인 대둔산 영역에 들어섰습니다. 전북과 충남의 도립공원 대둔산은 큰 덩이 산이라는 한듬산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형적인 바위산이며 특별히 가을 경치가 빼어나고 케이블카로도 해발 600m까지 올라갈 수 있어 많은 산님과 행락객들이 찾는 산입니다. 특히 암릉의 험난한 구간에 삼선계단과 금강구름다리가 있어 그 곳을 지나려면 오줌을 찔끔찔끔 흘릴 정도로 스릴이 넘쳐나는 산이기도 합니다.

정맥길에서 약간 벗어난 낙조대(10:53)를 한달음에 올랐습니다.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을 거라 기대 했는데 모 산악단체의 시산제로 정상 전체를 차지해버려 나 한 사람이 쉴 공간의 여유도 없습니다. 낙조대는 정상석도 그 무엇도 없이 밋밋한 봉우리지만 낙조대가 해넘이의 명소라는 것을 의심할 여지가 없는 멋진 경치가 발 아래에 있습니다. 대둔산 능선은 많이 미끄럽습니다. 그래도 많은 인파로 인해 길이 비좁습니다. 산이 높아 손으로 하늘을 만질 수 있다는 마천대(11:19) 또한 낙조대와 마찬가지로 정상석은 없으며 웅장한 스테인리스 개척탑이 우뚝 솟아있습니다. 개척탑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누가 뭘 잘했다고 하늘과 맞닿는 이런 산꼭대기 마천대에 돈을 퍼부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꼴 뵈기 싫으니까 빨리 치웠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입니다. 그러고 보니 대둔산에는 낙조대와 마천대처럼 멋진 이름이 있으나 아쉽게도 제대로 된 이름표 하나 설치되지 않았습니다.

 

◈ 낙조대 오르던 중 만난 쉼터 - 인근에 장군약수터 있음

 

◈ 멀리 바라보이는 마천루 개척탑

 

◈ 낙조대를 차지한 모 산악단체의 시산제

 

◈ 낙조대 정상에 선 고집통

 

◈ 낙조대 바로 아래 자리 잡은 낙조대산장

 

◈ 대둔산 주능의 멋진 경관

 

◈ 대둔산 마천대의 개척탑을 뒤로하고 선 고집통

 

◈ 대둔산 마천대에서의 고집통

 

◈ 대둔산 마천대 개척탑 - 스텡 이거 언제 철거할란가?

 

 

눈 앞의 산이 서각봉 같아 보이고 이어지는 능선이 정맥길 같은데 나무계단을 타고 아래로 자꾸 내려갑니다. 느낌이 수상해 아니다 아닐 것이다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선두를 따라 갔더니 우린 수락폭포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고 까딱 잘못했다가는 수락주차장까지 내려갈 뻔 했습니다. 다행이 깔딱고개로 이어지는 샛길이 있어 정맥길로 다시 합류하였으며 깔딱고개(12:00)에서 감자바우가 준비한 맛난 점심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 정맥길을 약간 벗어나 수락계곡 방향의 멋진 소나무와 함께 선 고집통

 

◈ 멋진 소나무들

 

◈ 월성봉 오르다 뒤돌아 본 대둔산

 

 

월성봉 오르는 계단은 정말 가파르고 미끄럽습니다. 월성봉 역시 힘든 만큼 기쁨을 선사해 줍니다. 멋진 조망이 눈 앞에 펼쳐있어 가슴이 뻥 뚫리는 상쾌함을 줍니다. 정상의 흔들바위는 꽁꽁 얼어 까딱도 하지 않아 아쉽습니다. 발 아래 보이는 팔작지붕 건물은 누군가 영화 세트일 것이리라 추측 하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대둔산 법계사 건물이었습니다. 언젠가 시간이 허락하면 한번 찾아 보아야겠습니다. 월성봉 정상에 산 좋아 산을 찾다 먼저 가신 산사람을 기리는 작은 비석이 하나 있습니다.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 생각하면 이런 아름다운 월성봉(14:21) 정상에서 영원히 쉴 수 있다는 것은 망자에겐 행복이고 생자들에게는 아픔일 수 있습니다.

머지 않은 곳에 바랑산(14:59)이 있습니다. 바랑산은 행정구역상 충남 논산에 적을 두고 있고 인근의 대둔산 명성에 가로막혀 잘 알려지진 않지만 월성봉과 연계하여 하루 산행하기에 안성맞춤 구간이기에 산님들이 짬짬이 찾아주는 그런 산이랍니다.

  

◈ 월성봉 오르는 가파른 나무계단

 

◈ 월성봉 오르는 계단과 멀리 대둔산

 

◈ 아래 팔작지붕은 무슨 건물인지 궁금 - 법계사?

 

◈ 월성봉 흔들바위 흔드는 고집통 - 까딱도 안 함

 

◈ 월성봉 정상의 고집통

 

◈ 월성봉에 있는 먼저 가신 산님의 추모비

 

◈ 바랑산 정상의 고집통

 

◈ 바랑산 정상에서 또 다른 간판 앞에 선 고집통

 

◈ 작은물한재에서 426봉 오르는 암릉길

 

 

물한이재(16:00)는 산을 싹둑 절개하여 터널을 만들고 그 위에 다시금 흙을 쌓아 올리는 공법으로 동물이동 통로를 조성하고 있는 중인 것 같습니다. 현재 상태로는 사람도 가기 힘들 정도의 동물 이동 통로이니 산돼지, 산토끼, 고라니들은 엄두도 못 내겠습니다. 워낙 가파른 절개지라 접근이 어려워 토사가 붕괴되지 않게 쳐놓은 마름모형 녹색 철망에 손가락 힘으로 버텨가며 물한이재에 간신히 내려섰습니다.

  

◈ 절개된 물한이재 - 위험천만

 

◈ 물한이재 터널을 통과

 

◈ 물한이재에 도착한 고집통 - 호남정맥 세 번째 4구간 산행 날머리

 

 

오늘 금남정맥길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명산 대둔산을 통과하는 멋진 코스를 기쁜 마음으로 걸었습니다. 한 가지 아쉬움은 대둔산 정상의 낙조대와 마천대가 제대로 된 이름표를 달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내 개인적인 생각에는 개척탑 그 시설물이 꼭 정상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 집단지구 쪽으로 이사를 시키고 대둔산 정상에는 여느 산들 정상처럼 그냥 아담한 정상석 하나 올려 놓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꼭 그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