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백두대간·정맥/금남정맥[완]

[금남정맥 – 4] 꿈속 일이 현실 되다

산안코 2013. 3. 25. 22:40

◈ 언              : 2013. 3. 24 (당일)

◈ 어         : 금남정맥 5구간 (물한이재~양정고개) – 함박봉, 천호산

◈ 누              : 가공산악회 13명과 만수(산타나), 경만(버팔로) 그리고 고집통

◈ 날              :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31시간 10(5구간 : 7시간 05)

                         4일차 물한이재(8:13)→양정고개(15:18) 7시간 05

◈ 정맥 산행거리 : 55.2 Km (5구간:17.9 Km)

    산행거리 : 물한이재→덕목재→함박봉→황령재→천호산→천마산→양정고개(17.9 Km) 

 

무대는 나 고집통의 고향 합천인 시골마을입니다. 소심한 내가 어디에서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비닐 봉지에 큰 말벌 집을 통째로 집어넣고 빙빙 돌리며 가지고 놀다 강가에 팽개칩니다. 화가 난 말벌들이 시골집 안방까지 뒤쫓아 와 모기장 속에 숨어있는 나를 위협합니다. 말벌이 내게 말합니다. 팔뚝의 피를 뽑아 냄새로 범인임을 확인하고 응징하겠답니다. 끈질긴 한 마리 말벌이 모기장 속을 침투하여 내 팔뚝에 침을 박아놓고 장렬하게 죽습니다. 꽂힌 침을 뽑아내니 피가 펑펑 솟구쳐 오릅니다. 피 냄새를 맡은 벌떼들이 모기장 주위를 에워싸고 또 한 마리의 말벌이 내게 슬슬 접근합니다. 가만히 있다간 아무래도 죽을 것 같아 얼른 눈을 떠 버렸습니다. 꿈입니다.

새벽 네시면 금남정맥 출발인데 그 놈의 얄궂은 꿈 때문에 아직 자정도 지나지 않은 시간인데 잠은 오지 않고 눈은 점점 말똥말똥해져 갑니다. 잠이 오지 않아 TV 틀어놓고 심야영화 한 프로를 땡겼습니다. 거의 비몽사몽입니다. 45인승 버스에 기사 포함하여 17명이 거제를 출발합니다.

  

◈ 물한이재 터널 - 금남정맥 네 번째 5구간 산행 들머리

 

 

지난 차수 내려온 물한이재(8:13) 터널의 반대편에서 산행은 시작됩니다. 물한산(8:30) 정상에 먼저 올라온 산타나가 사진을 찍고 잠시 방심하는 사이 나무뿌리에 발이 걸려 심하게 넘어집니다. 최근 이빨을 다쳐 생자배기 5백만 원을 치과에 밀어놓고 있는 마당에 자칫 큰일날 뻔 했습니다. 내 꿈 탓인가 봅니다. 얼마 뒤 내가 왼쪽 발목을 접질럽니다. 아이고 어제저녁 꿈자리가 사납더니 일진이 안 좋을 모양이니 조심해야겠습니다.

차량 달리는 굉음 소리가 들립니다. 논산시를 관통하는 호남고속도로입니다. 호남정맥 가며 곡성과 순천 근처에서 호남고속도를 두 번씩이나 지났었는데 금남정맥에서 또 한 번 지납니다. 정맥길 다니면서 경부, 남해, 88 등 고속도로 그거 참 많이도 관통합니다.

 

◈ 물한산 정상 전경

 

◈ 물한산 지나 바위길

 

◈ 잠깐 쉬고 앉은 고집통

 

 

덕목재(9:44) 내려가는 길목에 노란 꽃을 피운 나무들을 많이 심어 놓았습니다. 생강나무라는 사람도 있고 산수유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생강나무를 일부러 심어 놓았을 리 없을 테니 나는 산수유에 한 표 던졌습니다. 호남고속도로 밑을 통과하는 수로에는 많은 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비가 오지 않아 다행이지 만약 비가 내린다면 도저히 지날 수 없는 그런 수로입니다. 고속도로와 나란하게 진행하는 68번 국도를 따르다 정맥길 진입로가 개인 사유지이면서 공사 중이라 지날 수가 없어 덕목리 마을로 들어와 정자 앞에서 휴식을 취합니다. 잠시 후 선두는 낚시터 옆으로 출발하고 그 뒤를 따르는 우리에게 동네 아저씨 한 분이 무량사(10:00) 경내를 통과하여 저수지를 따라 올라가면 된다고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덕분에 옛날 나무꾼들 다니던 능선 길을 죽을 힘을 다해 올라가야만 했고 깃대봉은 놓쳐버렸습니다.

  

◈ 덕목재 내려가는 일행들

 

◈ 덕목재의 산수유나무? 생강나무?

 

◈ 쑥밭

 

◈ 호남 고속도로와 68번 국도

 

◈ 호남 고속도로 아래 수로 - 수량이 너무 많음

 

◈ 덕목리 마을 앞 국도

 

◈ 씨 감자 고르는 덕목리 할머니

 

 

오늘의 하이라이트 함박봉(11:00)은 정말 전망이 좋습니다. 멀리 어렴풋이 탑정호가 보이고 삼국시대 때 백제나라 계백장군이 오천 결사대를 이끌고 라당 연합군에 맞서 치열한 전투를 하다 장렬하게 전사했다는 역사 속의 땅 황산벌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함박봉에서 황령재 내려가는 길은 그다지 선명하지 않습니다. 강아지 짖는 소리가 요란하더니 선화 감리교회 삼천리연수원 건물이 나오고 20번 국도 황령재(11:18)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계획했으나 시간도 이르고 밥상 차리기에는 여건이 좋지 않아 조금 더 진행해보기로 합니다. 정맥 길 옆에 땅을 고르고 텐트 한 동을 쳐놓았습니다. 주위에 나무까지 심어 놓은 것으로 보아 아주 이 곳에서 살기로 작정한 것 같은데 조만간 자연인 한 분 탄생하겠습니다.

  

◈ 함박봉에서 바라 본 탑정호

 

◈ 함박봉의 일행들

 

◈ 함박봉에 있는 용도 불명의 건물

 

◈ 황령재의 삼천리 교육원

 

◈ 황령재

 

◈ 황령재에서 천호산 가는 길목의 텐트 - 자연인이 사는가?

 

 

332봉 팔각정(11:37) 쉼터가 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점심 식사량이 좀 많아 보입니다. 누가 뺏어 먹을 것도 아닌데 떡라면과 충무김밥 등을 허겁지겁 밀어 넣기에 바쁩니다. 산행 중에는 이때가 가장 즐겁고 기다려지는 시간입니다.

이 일대에서는 가장 유명산이 천호산(13:19)인데 300m급으로써 그 다음 천마산까지 고만고만한 산들로 이어집니다. 폐가가 있는 능소리 삼거리(14:00)를 지나고 천마산 오르는 길 옆 벤치에서 연세 꽤나 드신 노신사 한 분이 양손 합장을 하고 편안한 얼굴로 만면에 미소를 띄운 채 기 수업을 하고 계십니다. 『얼굴이 너무 편안하고 좋아 보입니다』 힐끗 쳐다보고는 무반응입니다. 천마산(14:35) 정상에는 돌무덤이 있고 먼저 올라온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산타나가 찰떡 먹기를 권합니다. 두 개를 먹었고 그것이 오늘 내가 먹은 마지막 음식이었습니다. 이제부터 계룡시 시민들의 산책코스로 접어듭니다. 우리처럼 스틱 들고 에베레스트 등정하는 사람들은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달랑 물병 하나 꿰차고 어린 초딩을 동반하여 바람 쐬러 나온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 332봉의 팔각정 - 점심식사 한 곳

 

◈ 353봉 감마로는 무슨 뜻인지?

 

◈ 천호산 정상의 고집통

 

◈ 폐 건물이 있는 고개마루

 

◈ 천마산 가는 길목에서 기도하는 아저씨

 

◈ 천마산 정상의 고집통

 

 

팔각정(14:53)에 금 바위가 있다 했는데 보진 못했고 아무래도 계룡시 금암지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찍는다고 머문 곳이 금 바위로 추정됩니다. 만약 이곳을 야간 산행을 하면서 지나간다면 아주 그럴듯한 경치가 나올 것 같습니다. 잠깐 한눈 파는 사이 일행들은 모두 내려가버리고 없습니다.

오늘의 최종 종착지 양정고개(15:19)에 도착하니 1번 국도변 계룡지구대 파출소 앞마당입니다. 여태까지 백두대간, 여러 정맥을 하고 있지만 오늘처럼 도심 한가운데에 내려서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넓은 국도가 가로막혀 더 진행할 수도 없고 어디로 가야 될지 몰라 여기서 발걸음을 멈추기로 합니다. 다음 차수는 아무래도 도로 건너편에서 시작해야겠습니다.

  

◈ 팔각정 전망대

 

◈ 계룡시 금암지구를 배경으로 앉은 고집통

 

◈ 계룡시를 배경으로 선 고집통

 

◈ 양정고개 - 금남정맥 네 번째 5구간 산행 날머리

 

◈ 계룡시 계룡지구 파출소에서 양정고개 방향으로 선 고집통

 

 

산행 뒤풀이로는 쏘가리매운탕을 찾아 버스가 탑정호를 찾아갑니다. 갑자기 아무렇지도 않던 속이 매스꺼워지면서 머리가 어지러워집니다. 버스가 큰길로 달렸으면 좋으련만 자꾸만 꼬부랑 들판 길로 왔다갔다합니다. 탑정호 변산수정가든 앞에 버스가 도착하자마자 그냥 화장실로 달렸습니다. 이후로는 물 한 모금조차도 마실 수가 없었고 마셨다면 그대로 직행하고 뭐든 입에 넣었다 하면 곧바로 직행이었습니다.

쏘가리매운탕은 그림의 떡이 되고 말았고 일행들은 『위하여』를 외치며 즐거운 시간을 가지고 있어도 난 그 근처에도 못 가봤습니다. 애석하게도 산타나도 나랑 똑 같은 신세가 되어 식당 주위를 맴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철인 버팔로는 체력만큼이나 속이 튼튼한 모양입니다. 끄떡 없습니다. 아무래도 급체를 했거나 아니면 산타나랑 나눠먹은 찰떡에 문제가 있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산악회 회장님께서 한의원만 차리지 않았지 거의 한의사 수준급이랍니다. 수지침으로 양손에서 시뻘건 피를 짜냅니다. 어제 밤 꿈속에서 벌침에 찔려 피를 보더니 현실에서는 수지침에 찔려 피를 봅니다. 나는 꿈에서라도 나쁜 짓 하면 현실에서 벌을 받는 모양입니다. 꿈과 현실을 구분 않고 무조건 착하게 살아야 될 팔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