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백두대간·정맥/금남정맥[완]

[금남정맥 – 5] 진달래 꽃 길을 걸었다

산안코 2013. 4. 29. 15:56

◈ 언            :  2013. 4. 28 (당일)

◈ 어        :  금남정맥 3구간 (오항리재~작은싸리재) – 인대산, 성재봉 태평봉수대

◈ 누            가공산악회 11명과 만수(산타나), 경만(버팔로) 그리고 고집통

◈ 날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40시간 30(3구간:9시간 20)

                          5일차 오항리재(7:50)→작은싸리재(17:10) 9시간 20

◈ 정맥 산행거리 :  74 Km (3구간:18.8Km)

   산행거리오항리재→인대산→백령고개→백암산→신선봉→성재봉→작은싸리재 (18.8Km) 

 

다섯 번째 금남길에 미니버스 빵차가 나타납니다. 따뜻한 봄날 꽃놀이랑 결혼하기 좋은 날들이니 함께하는 금남님들의 일정이 마구마구 꼬이는 모양입니다. 나 고집통도 분점 사무실 야유회로 칠천도 옥녀봉을 다녀왔으니 망정이지 하루만 삐끗했었다면 행사가 중복될 뻔 했습니다. 집안의 대사를 제외하곤 웬만해선 정맥길 이어가는 일은 포기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먹고 나니 자동빵으로 스케줄이 알아서 착착 짜집니다.

지난 겨울 금남 2구간 때 작은싸리재까지 산행을 마치고 중리마을로 눈밭을 헤치며 버스가 있는 곳을 찾아 내려오며 너무 힘든 경험을 하였기에 금남3구간을 작은싸리재에서 이어 간다는 것은 죽음이라 생각하며 후일 눈 녹고 꽃피는 봄날 서진이 아닌 동진으로 할 것을 약속했었습니다. 그래서 따뜻한 봄날이 된 오늘 진달래꽃들 만발한 금남길 오항리재를 찾았으며 약속대로 작은싸리재까지 거꾸로 진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금산의 대둔산로 변 『흑돼지와 청국장』이라는 식당에 아침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벌써 세 번째 방문합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두 분께서 밥 찾아오는 우릴 위해 새벽 일찍부터 고생이 많으십니다. 할머니께서 직접 띄우셨다는 청국장맛이 고향의 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맛있습니다.

오항리재(7:50)에서 석산 개발 현장으로 통하는 도로를 타고 가파르게 치고 올라갑니다. 임도를 건너고 한번 더 치고 오르니 인대산 정상(9:00)이 나옵니다. 세 번째 금남길에 지나갔던 대둔산의 웅장한 모습이 뒤로 보입니다. 정맥길 가다 갈림길이 나오면 힘이 약간 들어도 능선을 타고 감이 당연하거늘 사람 마음이 간사하여 조금이라도 편해 보자는 심산으로 꼭 산허리를 타고 가게 됩니다. 지난 낙동길에서도 경험이 있었는데 그와 똑 같은 우를 범하고 맙니다. 이번에도 역시 조금 편해 보자고 가지 말아야 될 길을 가다 보니 바람골산(9:52)에서 출발하는 식장지맥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초장부터 알바라는 놈을 하고 말았습니다.

  

◈ 오항리재 - 금남정맥 다섯 번째 3구간 산행 들머리

 

◈ 오항리재 석산 개발 광경 - 굴이 있는 것으로 보아 돌들이 심상찮음

 

◈ 인대산에서 본 대둔산 전경

 

◈ 인대산 정상의 고집통

 

◈ 식장지맥 분기점 - 약간의 알바를 함

 

◈ 바람골산 정상 - 식장지맥 분기점

 

 

백령고개(11:09)의 넓은 주차장에 우리가 타고 왔던 미니 대경이가 있습니다. 예상보다 날씨는 더워 백령정 옆 포장마차 가게에 들러 시원한 맥주 한 통씩을 벌컥벌컥 마셨습니다. 6.25전쟁 당시 퇴로가 막힌 빨치산이 백암산을 거점으로 하여 치열한 전투를 벌이던 곳이며 민관군 합하여 2,563명이라는 많은 희생자를 남겼다 합니다. 여기 백령고개에 전승탑을 세우고 바로 아래 충혼비와 참전 공적비를 나란히 세워 그 영혼을 달래고 있습니다. 전승탑을 돌아가면 백제말기에 축조하였다는 금산백령산성이 있으며 성루가 무너진 채 방치되어있고 가운데는 움푹 패여 있습니다.

  

◈ 산벚꽃과 쭉쭉 빵빵 낙엽송

 

◈ 바위 위의 멋진 소나무

 

◈ 백령고개 전경 - 막걸리, 맥주, 라면 등을 판매함

 

◈ 육백고지 전승탑

 

◈ 금산 백령성 모습

 

◈ 무너져 내린 금산 백령성

 

 

멋진 소나무 한 그루와 돌탑 두 기가 있는 독수리봉(12:00)이 나옵니다. 정상의 바위가 멀리서 바라보면 흡사 독수리 머리 모습을 하고 있다 하여 독수리봉이며 여기서부터 육백고지라 일컫는 백암산(12:58)까지 암릉 능선이 이어지고 후로는 진달래꽃 터널을 통과하게 됩니다. 아니 진달래꽃 밭이라 해야겠습니다. 내가 사는 거제에는 한 달도 더 전에 진달래축제를 끝내고 이미 온 산이 녹음으로 우거졌거늘 이곳 금산 땅에는 이제서야 아름다운 연분홍 꽃을 피워 정맥하는 산님들의 바쁜 걸음을 붙잡습니다. 이후로도 금남길은 한참을 올랐다 내렸다 고도가 춤을 춥니다. 게목재(14:24)에서 신선봉(14:32)을 오를 때 갑자기 헛구역질이 올라옵니다. 지난밤 감기몸살로 인해 잠을 제대로 못 잔 이유도 있겠고 봄 날씨 치고는 너무 무더워 탈진 증세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 멀리서 본 독수리봉

 

◈ 독수리봉 정상의 모습

 

◈ 백암산 정상

 

◈ 진달래 꽃 길

 

◈ 금남정맥 바위 위의 소나무들

 

◈ 게목재에 무릉원이 ...

 

◈ 신선봉 정상의 고집통

 

 

무릉교사거리(15:56)까지 300m 고도를 내려쳤다가 다시 치고 오릅니다. 거의 탈진상태가 되고 나서야 오늘 산행의 최고봉 성재봉 태평봉수대(16:45)에 오르게 됩니다. 저 아래 작은싸리재로 우리가 타고 왔던 미니버스가 꼬부랑 비포장길을 타고 올라오고 있습니다. 작은싸리재에서 한 시간을 넘게 걸어 내려갈걸 걱정했는데 일단 한시름 놓게 만듭니다.

태평봉수대는 우리나라에서 최고 높은 위치의 봉수대이며 석축연대는 잘 알 수 없으나 백제시대라는 구전이 있다 하는데 검정된 사실은 아니라 하고 유실되었던 봉수대를 최근에 복원하여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지만 예전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다 합니다. 잠시 봉수대에 올라 가쁜 호흡을 진정시키고 급경사 길을 타고 작은싸리재(17:10)에 내려섬으로써 오늘 아름다운 진달래 꽃밭을 즐거운 마음으로 고달픈 몸을 이끌고 금남정맥 다섯 번째 3구간을 무사히 완성했습니다.

  

◈ 금남정맥 마루금 - 운장산이 있음

 

◈ 작은싸리재 오르는 길

 

◈ 성재봉 정상의 태평봉수대

 

◈ 태평봉수대 위에서의 고집통

 

◈ 작은싸리재에 내려선 고집통 - 금남정맥 다섯 번째 3구간 산행 날머리

 

 

아무리 봐도 버스가 올라올 그런 길은 아닌데 위험을 무릅쓰고 작은싸리재까지 올라온 버스 기사양반이 갑자기 존경스러워질라 합니다. 덕분에 엄청 편해졌습니다. 이럴 때 팁이라는 것을 적용하는 법인데 내 마음 같았으면 듬뿍 주고 싶은데 운영진에서 좀 찔러 주었는지 모르겠습니다잘 알아서 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