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백두대간·정맥/금남정맥[완]

[금남정맥 – 2] 자강불식(自彊不息)

산안코 2013. 1. 17. 18:41

◈  언            :  2013. 1. 06 (당일)

◈  어    디      :  금남정맥 2구간 (만항재 ~ 작은싸리재) – 운장산 서봉, 장군봉

◈  누            :  가공산악회 14명과 만수(산타나)그리고 나(고집통)

◈  날            :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16시간 00 (2구간 : 8시간 10)

                          2일차 만항재 (7:27)→작은싸리재(15:37) 8시간 10

◈  정맥 산행거리 :  21.6  Km (2구간: 11.2Km)

                          접근거리 군항리→만항재 1.5Km, 작은싸리재→장등마을 2Km

     산행거리 : 군항리→운장산 서봉→피암목재→장군봉→큰싸리재→작은싸리재→장등마을 ( 14.7Km)

 

만인이 좋아하는 장미꽃은 아름답지만 가시가 있고 고집통이 좋아하는 졸복 매운탕은 해장 속 풀이에 그만이지만 맹독이 숨어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것을 취하고 싶으면 감추어져 있는 그 무엇인가를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금남의 빼어난 경관을 즐기자면 험난한 암릉의 로프에 매달려야 하는 위험과 무릎까지 빠지는 눈밭을 헤쳐야 하는 고통을 감수하는 자만에게 주어지는 특권입니다. 그래서 세상은 공평하다 말할 수 있다 하겠습니다.

금남정맥 두 번째 출정을 앞두고 부지런하면서 도전 정신이 투철한 열여섯 산 꾼들이 진안 부귀의 동몽원이라는 식당에서 새벽 청국장에 심취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자기 스스로 힘들여 노력하며 멈추지 않는다는 뜻의 『자강불식(自彊不息)』하는 사람들입니다.

공교롭게도 고집통의 2013년 첫 산행지가 무려 눈이 30Cm 가 넘게 쌓인 금남정맥길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난번 만항재에서 너덜계곡을 따라 검태마을로 탈출하면서 진탕 고생을 하였기에 이번에는 반대편 궁항리(6:24)에서 출발하여 만항재에 접근하기로 했습니다. 일찌감치 서둘렀다 생각했는데 궁항리에 도착하니 무진장의 시골 버스도 같은 시각에 도착하고 버스 안은 텅텅 비어 있습니다.

마을 어귀를 따라 진행하니 세 갈래길이 나타납니다. 양방향 모두 눈 위에 사람 발자국이 선명하지만 왼 편의 울타리엔 사유지란 경고판이 있어 우린 오른쪽 길을 택했고 몇 번의 계곡을 건너고 산죽 밭을 헤쳐 올라갑니다. 숨이 턱 끝까지 올라오고 생각 이상으로 만항재가 멀다는 느낌이 들더니 지난번 하산한 만항재 그 자리가 아닌 약간 오른쪽으로 치우친 만항재(7:27) 능선에 도착 합니다.

  

◈ 군항리에 도착 - 금남정맥 두 번째 출발지 만항재로 접근

 

◈ 만항재의 피곤한 고집통 - 금남정맥 두 번째 산행 들머리

 

◈ 운장산 서봉을 향해 로프 타고 올라 가는 일행들

 

◈ 운장산 서봉(칠성대) 오르다 본 검태마을 계곡

  

 

급속도로 경사진 길을 치고 오르다 로프가 매달린 암반을 타고 올라갑니다. 정상은 칠성대(8:06) 정상석이 있는 운장산 서봉입니다. 정상에 올랐을 때는 이미 아침태양이 운장산 동봉 정상의 하늘 위로 고개를 내밀었기에 따사로운 햇살을 받을 수 있었고 진안 땅의 멋진 산하와 멀리 지리산 천왕봉까지 조망됩니다.

그다지 머지 않은 곳에 있는 운장산 정상을 밟아보고 싶지만 가야 할 길이 너무 멀어 서봉 삼거리에서 피암목재로 아쉬운 발길을 돌립니다. 젊은 부부가 운장산 일출을 계획하고 집을 나섰나 본데 한 발자국 늦었습니다. 내려가는 내게 운장산 일출을 보았느냐는 약간 아쉬움 섞인 듯한 음성으로 물어옵니다. 사모님! 나도 보지 못했습니다.

지난 달. 피암목재까지 금남정맥 첫 구간 목적지로 정하고 도전 했었으나 폭설로 인해 목표 달성을 이루지 못하고 만항재에서 탈출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닌게아니라 만항재에서 피암목재까지의 거리가 결코 가깝지가 않았습니다. 피암목재(9:10)에는 부지런한 사장님 부부 아침 일찍 컨테이너 매점의 문을 열어 놓았으나 도로 사정이 여의치 않아 물품 배달이 순조롭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막걸리를 찾으니까 유통기한 지나버린 막걸리 달랑 두 병만 남았답니다.

  

◈ 운장산 서봉(칠성대)에 오른 고집통

 

◈ 운장산 서봉과 그 앞 눈 덮인 묘지

 

◈ 피암목재 - 컨테이너 매점이 있음

 

 

여태까지는 운장산 등산로라 산님들의 발자국을 따라 산행할 수 있었으나 지금부터는 사람의 통행이 전혀 없는 정맥길이라 러쎌이 필요한 구간입니다. 역시나 눈밭을 헤치고 나가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 왱이봉(9:40)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왜? 전기 없는 마을 밤목리 이정표를 이런 산중에 세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짜로 전기가 없는 마을인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전기가 들어오고 있다는 소문도 간혹 들리고 있다 합니다.

성제봉(10:50) 헬기장이 너무 따뜻해 점심식사를 하자는 의견이 분분하나 아직 시간이 이른 관계로 장군봉까지 가서 해결하기로 합니다. 장군봉(12:40) 정상은 거의 암릉으로 형성되어 있어 오르기는 괴롭지만 막상 오르고 나니 겨울 경치의 진수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줍니다. 식사와 함께 멋진 경관을 즐긴 것까진 좋았으나 내려가는 길을 찾다 기겁을 했습니다. 깎아지른 암벽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로프와 쇠사슬하며 바위에 얼어 붙은 눈으로 인해 까딱 잘못하다가는 큰 일이 나겠습니다. 완주군에서 약 1m 간격으로 손바닥만한 철판때기를 바위에 설치해 놓은 것이 전부였으나 그나마도 위안이 됩니다. 지난 백두대간 시절 대야산 직벽에 이은 또 하나의 유격훈련장입니다. 그 와중에도 전주에서 오신 산님 한 분은 날다람쥐 모양으로 바위를 잘도 타고 내려갑니다.

  

◈ 피암목재의 솟대

 

◈ 왱이봉? 정상

 

◈ 전기 없는 마을 밤목리 이정표

 

◈ 성제봉 헬기장 정상

 

◈ 장군봉 가는 길

 

◈ 장군봉 정상에서 식사하는 고집통

 

◈ 장군봉 정상에서 진안의 멋진 산하를 뒤로하고 선 고집통

 

◈ 장군봉 정상의 고집통

 

◈ 저 멀리 지리산 천왕봉까지 보이고

 

◈ 찍고 또 찍는 고집통

 

 

큰싸리재(14:49)를 지나고 금만봉을 오릅니다. 금만봉 삼거리(15:08)에는 금강과 만경강이 갈라지는 분수지역이라는 이정표가 있으며 바로 위 금만봉(15:15) 정상에는 어떤 유식한 분이 「오로지 자기 스스로 힘들여 노력하며 멈추지 않는다」라는 역경(易經)에 나오는 『자강불식(自彊不息)』플랜 카드를 걸어 놓았습니다. 대간, 정맥종주의 목표를 두고 열심히 달리고 있는 나를 두고 한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나나 되니까 이런걸 이해하지 아무나 알 수 있는 문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오늘 목적지 작은싸리재를 향해 쫙쫙 미끄러져 내려갑니다. 이럴 때는 옛날 어릴 적 타고 놀았던 비료포대라도 하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작은싸리재(15:36) 임도에 내려서면서 금남 정맥 두 번째 산행을 마무리하게 되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포근합니다. 그러나 작은싸리재까지 버스 가 올라올 수 없기에 장등마을까지 걸어내려 가야 합니다. 아무도 지나지 않은 임도길을 따라 새하얀 눈을 걷어차며 걸어가는 일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새삼 실감합니다. 다리에 힘이 다 풀릴 즈음 장등마을(16:23)과 우릴 태워갈 버스가 눈 앞에 있습니다. 너무너무 반갑습니다.

  

◈ 자강불식 - 명언 하나 익혔네!

 

◈ 금만봉 삼거리 - 금강과 만경강이 갈라지는 곳

 

◈ 작은싸리재 내려가는 길에서의 산타나

 

◈ 작은싸리재에 내려 선 고집통 - 금남정맥 두 번째 산행 날머리

 

◈ 작은싸리재 모습 - 눈이 많아도 너무 많아

 

◈ 작은싸리재에서 장등마을까지 무려 1시간 동안 이런 길을 걸어 내려감

 

◈ 과수원과 민가가 있지만 폭설로 인해 사람이 살 수가 없음

 

◈ 장등마을 - 금남정맥 두 번째 마무리

 

 

오늘 새로운 문자 하나 머리에 새겼습니다. 『자강불식(自彊不息). 그렇게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