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3. 3. 9 (당일)
□ 어 디 를 : 울주 신불산, 간월산
□ 누 가 : 버팔로, 현파트 그리고 고집통
□ 날 씨 : 맑음
□ 산행 여정 : 간월산장→신불공룡→신불산→간월재→간월산→간월공룡→간월산장
□ 산행 시간 : 6시간 37분
간월산장(10:30)→신불산(14:15)→간월산(15:30)→간월산장(17:07)
□ 산행 거리 : 약 16 Km
봄이란 놈이 문턱을 막 넘어서고 있습니다. 따뜻한 기운이 돌아 콧구멍에 바람 넣기 알맞은 계절이 돌아 왔습니다만 한자리 남은 승용차 빈 자리 채우기가 어렵습니다. 나름 바쁜 일상들을 보내느라 자신을 위한 시간 투자에는 많이 인색해합니다.
서쪽으로 북으로 분주히 움직이다 오늘은 동편으로 눈길을 돌려 영남알프스에 오르기로 했습니다. 1,000m급 고봉들이 즐비하여 산세가 아름답기로 유명해 대한민국의 알프스로 불리고 있는 영남 알프스입니다. 그 영알에서도 단연 으뜸이라면 125만평의 신불 억새평원과 30만평의 간월재 억새 평원이 있어 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달려가고픈 신불산과 간월산 능선을 손꼽을 수 있겠습니다. 신불산의 공룡능선은 로프를 잡지 않고는 오금이 저려 도저히 오를 수 없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스릴 만점의 칼바위 능선이 있고 간월산 역시 웅장함이 신불 공룡만은 약간 못 미쳐도 거의 상응하는 간월 공룡능선도 있습니다. 오늘 두 마리의 공룡 등줄기를 타고 올라 하늘이 내린 억새밭에서 한바탕 놀다 와야겠습니다.
등억온천지구 간월산장 앞에 주차하니 파전 굽는 냄새가 발길을 붙잡습니다. 술 좋아하는 세 사람이 그냥 지나 갈리 만무합니다. 막걸리 세 통이 금새 속을 비우고 자빠집니다.
날씨가 얼마나 따뜻했으면 홑꺼풀 티 한 장으로도 추위를 느낄 수가 없습니다. 아직 3월도 한참인데 어느새 봄이런가 합니다. 홍류폭포의 쏟아지는 물줄기도 봄기운을 받아 힘이 바짝 들어있습니다. 막걸리의 영향인지 내 다리에 힘은 좀처럼 붇지 않습니다. 신불공룡의 험준한 바위 능선에 로프가 걸려있고 긴장하지 않으면 큰일 날수 있는 스릴 만점인 코스의 연속입니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 의 강풍이 불어옵니다.
지난 가을 은빛축제의 주인공이었던 신불 억새평원은 황금빛 평원으로 탈바꿈해있습니다. 계절이 또 한번 바뀌면 그 억새는 새로운 주인공을 위해 자리를 비켜 줄 것입니다.
신불재 대피소 앞 나무데크에서 반주를 곁들인 식사 끝에 배 부르니까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초기 계획대로라면 영축산까지 오를 생각이었으나 너무 멀게 느껴집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올해 가 다 가기 전에 영축산을 다시 찾기로 하고 신불산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신불산에는 돌탑 이 있고 정상석이 무려 세 개나 서 있습니다. 예전에 난립해있던 포장마차가 깨끗이 정리되고 전망 데크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태풍 급 바람이 불어옵니다. 그것은 춘삼월의 바람이 아닌 따뜻한 온기를 품은 태풍입니다.
간월재 역시 그렇게 많았던 포장마차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깔끔한 휴게소와 대피소가 지어졌고 넓은 공간의 나무 데크와 패러글라이더 활공장등 주위 정리정돈이 잘 되어있습니다. 간월재 정상은 회오리성 바람이 모래가루를 동반하여 사정없이 얼굴을 후려칩니다. 바람세기가 너무 강해 정상에서 사진 한 장 남기기가 장난이 아닙니다. 산행을 마치고 뉴스를 보니 울산의 기온이 21.9도로써 3월 봄 날씨 치고는 107년 만에 이례적으로 가장 따뜻한 날이었다 합니다. 그러니까 그런 강풍에도 전혀 춥지 않게 산행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간월공룡 줄타기도 위험하긴 신불과 매한가지라 안전한 산행을 위해 조심하는 일 외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등억온천지구에서 간월재 오르는 꼬부랑 임도 길이 그림에나 있을법한 아름다운 풍경이 나옵니다만 자연훼손이 심각해 아쉽습니다. 하산 길 내내 위험한 바위길이지만 일행들 아무 탈없이 간월산장 앞에 도착함으로써 거제도에서 멀리 영알을 찾아 두 마리의 공룡 등에 올라타고 하루 종일 잘도 놀아먹었습니다.
등억온천 물이 아주 좋습니다. 산행한다고 땀 흘리고 때 빼고 광냈으니 이제 먹어야지요. 언양 기와집 대기판에 이름 줄 세워놓고 30분을 기다리다 먹는 소 불고기의 맛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식당 대기 판에 이름 쓰고 밥 먹으려고 기다려보기는 난생 처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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