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3. 5. 12 (당일)
◈ 어 디 를 : 금남정맥 6구간 (양정고개~중장리고개) – 천황봉, 관음봉
◈ 누 가 : 가공산악회 11명과 만수(산타나), 경만(버팔로) 그리고 고집통
◈ 날 씨 :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49시간 30분 (6구간:9시간 00분)
6일차 양정고개(7:15)→중장리고개(16:15) 9시간 00분
◈ 정맥 산행거리 : 91.9Km (6구간:17.9Km)
◈ 총 산행거리 : 양정고개→엄사초등학교→멘재→천황봉→관음봉→삼불봉삼거리→금잔디고개→수정봉→만학골재→중장리고개 (약 17.9Km)
지난번 양정고개에 내려설 때까지만 해도 몰랐습니다. 차량들이 쌩쌩 달리고 있는 저 1번 국도만 건너면 금남길이 쭈욱 연결되는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양정고개(7:15)에 도착하고 보니 이어갈 금남길이 사라지고 없습니다. 계룡시에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나지막한 금남길 산 능선을 완전히 초토화시켜 버리고 아파트 숲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녹음 우거진 소나무 숲이 있어야 할 자리가 아파트 숲으로 바뀌었지만 그래도 금남정맥이 없어진 것은 아니니까 도심 속 금남길을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배낭을 짊어지고 스틱까지 빼어 들고 도시의 차로를 걷는 모습이 약간 어색하지만 어쩔 수가 없습니다. 엄사초등학교를 찾아 굴다리를 통과하고 철로 위 다리도 지나고 30층 아파트 숲 속도 지납니다. 지나는 사람들이 힐끗힐끗 이상한 눈초리로 우리 일행들을 쳐다봅니다. 약 1Km를 그렇게 도시 속을 헤맨 끝에 엄사초등학교(7:30) 후문 쪽 향적산 국사봉을 오르는 산행 들머리(7:36)를 찾아 냈습니다. 산업화의 가속으로 인류문명이 금남길을 지워버렸고 이제 와서 그것을 다시 복원시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기에 예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민족의 한 줄기인 금남길이 이곳을 관통했다는 표식이라도 남을 수 있도록 거리 한 곳을 선택하여 금남로라 지정해준다면 금남의 명맥이 계속 이어질 것이고 이후 이곳을 찾는 많은 금남님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엄사초등학교 후문을 돌아 근처 국사봉 오르는 산 언덕배기에 어떤 산님께서『양정고개에서 끊어진 금남정맥이 이곳에서 연결되는 곳』이라는 작은 팻말 하나를 매달아 놓았습니다. 거의 산책로 형 길은 이어지고 지도상에 없는 국사봉 이정목이 계속 보입니다. 그리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일요일 아침 건강을 챙기기 위해 산행하시는 분들이 가끔 보이기도 합니다. 진행하는 맞은편 산봉우리에 햇빛을 받아 번쩍이는 철제탑이 있는 곳이 향적산으로 생각되지만 우리 가는 금남길에서는 약간 벗어나 있습니다.
향적산 삼거리를 지나 국사봉일 것이라 생각되는 전망암(8:43)에 도착하여 잠깐의 휴식을 취해봅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 산행하기에는 좋긴 하나 송화 가루 탓인지 뿌연 하늘로 인해 시계가 형편없습니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나로써는 콧구멍이 간질거리고 장기간 내 안에 머무는 감기 탓으로 콧물이 줄줄 흘러내리니 산행이 썩 편하질 못합니다.
오늘 충청의 명산 계룡산을 지나가기에 멋진 조망을 기대했으나 그 놈의 송화 가루로 인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우측 산 아래 침침하게 보이는 팔작지붕 건물은 미국 국방부 펜타곤하우스 모습을 한 계룡대인가 싶습니다. 멘재 능선부터 천황봉까지 계룡산 국리공원에서 10년간 출입을 통제한다는 경고문구판이 있으나 등로는 뻥 뚫려있고 길바닥은 반질반질합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다녔다는 이야깁니다. 누군가 가로막고 두 팔 벌려 제재하지 않는 한 나는 가야만 합니다. 멀리 거제에서 이곳 충청도까지 올라와 경고문구판 글귀에 따라 돌아설 것 같았으면 애초에 출발하지도 않았을 것이기에 오늘도 당연한 것처럼 무시하고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그다지 힘들지 않은 무난한 길을 한참 이어가다 눈앞에 우뚝 솟은 멋진 산봉우리와 마주치게 됩니다.
코가 땅에 닿을 정도의 경사도가 무려 500m 간 이어지면서 숨이 꼴까닥 넘어 갈려는 찰나 천황봉삼거리(10:54)에 올라섭니다. 천황봉 정상에는 거대한 송신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으며 그기까지 굳이 올라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천황봉을 배경으로 사진만 몇 장 남기고 멋들어진 계룡산 바위능선을 타고 갑니다. 코끼리 코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바위굴을 지나고 쌀개봉 능선에 올라서 암릉을 통과하게 되고 금남길에서 또 한번 가슴 졸이도록 하는 로프구간(11:22)을 만납니다. 로프구간은 언제나 긴장됩니다.
쌀개봉 바위 아래 쪼그리고 앉아 버팔로의 쇠고기 주꾸미 전골과 산타나가 준비한 곰치 이파리 쌈으로 맛난 점심식사를 끝내고 금남길을 이어가다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통행제한 구역이라 막아 놓은 나무펜스 안쪽에서 나타나는 우리들을 관음봉 바로 아래 사거리(12:39)에서 엄청나게 많은 눈들이 보고 있습니다. 동학사 방면에서 힘들게 산행하다 잠깐 휴식을 위해 앉아 있는 그 사람들 앞으로 비 탐방코스에서 우리가 불쑥 나타났으니 죄 짓는 고집통 참 많이도 미안합니다.
관음봉 오르는 나무계단과 데크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먹거리를 펼쳐놓고 즐기는 모습들이 시골장터를 산꼭대기에 옮겨 놓은 듯 합니다. 관음봉(12:47) 정상에는 발 디딜 틈 조차 없을 정도의 많은 인파가 모였으며 삼불봉 방향 바위능선은 개미떼를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산님들이 줄지어 가고 있습니다. 소싯적 이곳 충남의 계룡산에 한번 오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아름답고 멋진 산인 줄 예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 내 사는 거제도의 계룡산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웅장하면서 멋진 산이기에 입에서 탄성이 저절로 나옵니다. 오늘 고집통은 오리지널 계룡산에 들었습니다.
조선초기 태조 이성계가 지금의 계룡시인 신도안에 도읍을 정하려고 들렀을 때 동행한 무학대사가 『금계포란』형, 즉 금 닭이 알을 품은 형국과 『비룡승천』형, 용이 날아 하늘로 올라가는 형국이라 하여 두 주체인 닭과 용을 따서 계룡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지고 닭 벼슬을 쓴 용을 닮았다 하여 계룡산이라 한다는데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아서는 어느 쪽인들 거짓 아닌 진실입니다.
너무 많은 산님들로 인해 계단과 암릉길이 막혀 원활한 진행이 되지 않습니다. 잠깐의 길 여유가 있을라치면 뛰다시피 하여 추월을 해야만 합니다. 인파 속에 파묻혀 따라가다가는 하자 세월입니다. 결국 삼불봉 삼거리(13:33)에서 아쉽지만 삼불봉 가기를 포기하고 금잔디고개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금잔디고개(13:40)에는 금잔디는 없지만 갑사에서 올라오는 산님들의 휴식처로 안성맞춤인 넓은 안부가 있습니다. 술 취한 한 떼거리의 행락객들이 고성방가와 함께 난리굿판이 벌어졌습니다. 국립공원에서 하면 안 되는 행동들을 서슴지 않고 자행하고 있어 한 소릴 하고 싶어나 이곳 금잔디고개에서 수정봉을 향해 또 한번 비 지정탐방로의 울타리를 넘어야 하는 입장이라 겨 묻은 개 나무랄 형편이 못됩니다.
수정봉을 넘고부터는 끝 없는 내리막길이 이어집니다. 선두 권에서는 가끔 나타나는 세 갈래 길로 혼선을 빚어 작은 알바를 하곤 하지만 뒤따르는 고집통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만학골재(15:16)에 도달하게 됩니다. 산행이 마무리되어가는 시간이 되어가니 약간의 오르막도 힘이 듭니다. 작은 봉우리 두 개를 힘겹게 넘고 나니 파란색 대경이가 우거진 나무 숲 사이로 힐끔 보입니다. 오늘 목적지 중장리고개(16:15)입니다.
작년 12월에 시작한 금남정맥도 여섯 번에 걸쳐 열심히 달려온 결과 이제 딱 한번 남았습니다. 만사가 그렇듯이 도전할 때는 끝이 없을 것 같았으나 막상 일을 벌여놓고 나면 금방 결론이 눈앞에 와 있습니다. 세상 일이란 것이 다 그런가 봅니다. 금남길을 주도해 온 가공산악회 임원진들께서 금남정맥 마지막 행차는 1박2일 일정으로 함께했던 일행들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그 동안의 노고를 나누겠다고 합니다. 그 때 새로운 길을 약속 받도록 해야겠습니다. 금북정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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