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3. 4. 20 ~ 4. 21 (1박 2일)
■ 어 디 를 : 낙동정맥 10구간 (마치재 ~ 소호고개) – 사룡산, 단석산
■ 누 가 : 삼성중공업 산악회원 20명과 고집통
■ 날 씨 : 4/20 하루 종일 비, 4/21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131시간 21분 (10구간 : 17시간 50분), 접근구간 : 21분
15일차 마치재 (7:18)→숲재 (15:48) 8시간 55분
16일차 숲재 (5:56)→소호고개 (11:48) 8시간 45분
■ 정맥 산행거리 : 296.7 Km (10구간 : 46.2 Km) 15일차 : 22.4 Km, 16일차 : 23.8 Km
접근 거리 : 소호고개→태종마을: 약 1.5 Km
■ 총 산행거리 : 마치재→한무당재→관산→경부고속도로→사룡산갈림길→숲재(1박)→남양목장→땅고개→OK그린→535.1봉→소호고개→태종마을 (약 47.7 Km)
서울 여의도에 벚꽃이 만개하였다 하고 대한민국 전체가 봄 꽃 축제로 들썩이고 있습니다. 잘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4월하고도 하순으로 접어드는 이마당에 하늘은 하얀 눈을 뿌려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최근 동아시아 인근 나라에서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해 많은 사람들에게 상해를 입혔다 하니 아무래도 하늘과 땅이 뭔가를 하려는 것 같습니다. 천지개벽이라는 것을 할 모양입니다.
일기예보상 주말에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긴 했지만 운영진에서는 봄비인 관계로 그다지 양이 많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열 번째 낙동길에는 오래간만에 산중 야영을 할 것이라며 채비를 권합니다. 더구나 400m 고지에 식수가 없는 곳이 야영지라 알려옵니다. 달랑 두 사람이 먹고 숙박할 짐 들인데 챙겨놓고 보니 거의 이삿짐 수준입니다. 아직 쌀쌀한 날씨라 겨울 침낭까지 포함시키니 그 부피가 어마어마해집니다.
거제의 새벽날씨는 예보처럼 꾸리꾸리 합니다. 오늘 산행 시작점인 경주의 마치재만은 제발 비가 내리지 않기를 바라는 우리의 간절한 마음을 싣고 대경이는 거제를 출발합니다. 버스 안에는 정맥 길에서 여태껏 한번도 보지 못한 새로운 얼굴 한 사람이 보여 의아하면서도 과연 저 양반이 이번 산행을 무사히 잘 해낼지 의문스럽습니다.
마치재(7:18) 옆 잔디밭에 내려서니 우리의 염원과는 아랑곳없이 빗방울이 토닥토닥 떨어집니다. 예보상 5mm 안팎 일 꺼라 했고 비 제까짓 것이 와 본들 봄빈데 금방 그치겠지 생각하며 낙동정맥 열 번째 첫째 날을 시작합니다. 남사봉(8:00)을 지나고 얼마 가지 않아 산꼭대기에 차량바퀴자국이 선명한 넓은 잔디마당이 있어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지 궁금합니다. 임도를 따라 약간 더 진행하니 『경주시발점』이라는 이정목이 나타납니다. 이곳이 경주시의 시작점인지 아니면 자전거나 차량이 경주하는 출발점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습니다. 아마도 조금 전 그 잔디밭이 산악자전거 집합 장소이고 경주시발점은 자전거 경주 출발지점을 나타낸 것 같습니다.
옛날 한신을 모시는 무당이 살았다 하여 한무당재(8:45)라 일컫는다 하는데 할마당재라는 또 다른 이름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경북의 이화령은 백두대간이 훼손되어 민족의 정기가 잘렸다 하여 다시 복원사업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건만 같은 경북 땅인데 이곳 한무당재는 낙동길을 인정사정 없이 댕강 자르고 있는 중입니다. 최소한 인간적으로 동물 이동통로 정도는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금방 멎겠지 생각한 비는 그칠 줄을 모릅니다. 관산(10:20)을 지나고 비에 젖어 질척질척한 임도길을 따라가다 양계장(11:16) 지붕 밑으로도 통과하게 됩니다. 길 옆 과수원에는 연분홍 빛 복사꽃이 만개하여 정맥꾼들의 발걸음을 즐겁게 해줍니다. 부처님 진신사리탑과 부처님 불상을 모셔놓은 만불산(11:30) 정상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하고 자리를 깔았으나 빗물은 인정사정 없이 밥상위로 뚝뚝 떨어집니다.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매번 준비하던 불 피우기 음식을 준비하지 않고 산타나가 새벽 일찍 시장에 들러 장만한 약밥으로 끼니를 때우기로 했습니다. 일행들은 삼삼오오 모여 따뜻한 국물로 몸을 데우고 있으나 나 고집통을 포함하여 몇 안 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비를 맞고 있을 수 없고 비에 젖은 몸이 너무 추워 먼저 자리를 뜨기로 했습니다. 아화고개(12:15)의 4번 국도 굴다리에서 약간 비를 피하고 중앙선 철로를 건너 아화마을(12:30) 농기구 창고 건물 처마 아래서 일행들을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아화고개 일대가 완전 복숭아 과수원들로써 천지가 복사꽃 세상이라 그 아름다움에 넋을 놓습니다. 이번에는 경부고속도(13:36)로 굴다리를 통과하고 잠시 후에는 909번 지방도도 건넙니다. 오늘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 철로, 임도, 고갯길 등 길이라는 길은 죄다 지나갑니다. 얼마 후 끝없이 펼쳐진 목초지대(13:50)를 만납니다. 비 오는 날의 수채화를 생으로 보는듯합니다. 절대 사진으로는 표현이 되지 않는 그런 멋진 풍경입니다.
사룡산 올라가는 길은 고도가 살살 높아지면서 기온이 점점 차가워지고 길바닥에 눈가루가 흩뿌려져 있습니다. 길가에 진달래와 노란 야생화가 만발하였건만 4월의 눈이라니 세상이 많이 변해가고 있습니다. 사룡산은 낙동길에서 약간 벗어나 사룡산 삼거리(15:52)에서 아라 생식마을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안개 자욱한 산능성이에서 이상한 콘크리트 조형물과 거무티티 한 건물이 침침하게 나타나고 자물쇠로 굳게 닫힌 철문을 여럿 지나면서 산 중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야릇한 방송 음에 주눅이 들어 빠른 발걸음으로 생식마을(16:04)을 벗어났습니다. 만약 고집통 혼자 낙동길을 진행했다면 과연 이곳을 지날 수 있을까 의문이 듭니다. 생식마을 진입로 시멘트 길을 따라 내려가니 오늘의 목적지이면서 야영지인 숲재(16:20)에 도착하게 됩니다.
숲재에는 차량을 돌릴 수 있는 넓은 장소가 있어 일행들이 야영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무엇보다 10명이 넘게 비를 피할 수 있는 버스 승강 대기소가 있어 참 좋습니다. 각자 준비된 팀들끼리 자리를 찾아가고 자연스럽게 남은 지졸들은 한곳에 모이게 됩니다. 오늘 낙동길에 처음 얼굴을 내민 새 얼굴도 우리랑 같이 어울리게 되고 기분 탓인지 제법 마시는 양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러다 내일 산행 때 큰일 날것이라며 걱정해 주었지만 정작 본인은 걱정 붙들어 매라며 의기양양 자신만만입니다. 어디 잘하나 못하나 내일 한번 봐야겠습니다.
왼 종일 비를 맞고 산행하고 또 비 맞으면서 텐트 속에서 밤을 보내기가 마음에 내키지 않아 일찌감치 야영을 포기하고 버스 속에서 눈을 붙이기로 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밤새 찬 바람과 함께 제법 많은 비가 내렸기에 현명한 판단이었습니다.
새로운 날 숲재의 아침은 구름이 서서히 걷혀가고 있습니다. 일행 중 두 명은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산행하기를 포기한 채 버스와 함께 떠나버리고 19명이 숲재(6:18)를 뒤로하고 둘 째날 산행을 시작합니다.
서서히 고도를 높이니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해있습니다. 숲재에 비가 내릴 때 부산성 정상에는 눈이 내렸던 것입니다. 고랭지 채소밭에 밭갈이를 끝내고 씨 감자 담은 종이 박스를 밭두렁에 올려놓았건만 하얗게 눈이 덮여버려 감자파종은 아무래도 무리입니다. 4월하고도 하순에 눈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현실이 눈앞에 있습니다.
부산성 남문 성터(7:15) 근처까지 잘 따라오던 새 얼굴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우와 너무 빡시다』를 연발하며 일행들 뒤로 쳐지기 시작합니다. 얼마 못 가서 퍼질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어제 저녁 미리 주의를 주었건만 그렇게 기고만장 하시더니 정작 본인만 몰랐지 우린 모두 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헬기장과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청천봉(7:48)에 도착하니 진짜 개판이 벌어져 있습니다. 720봉 높이의 산꼭대기에 그렇게 많은 개가 있을 거라고는 누구도 상상을 못할 일입니다. 도대체 개가 몇 마리나 되는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산불감시초소 아래 개 한 마리가 들어갈 수 있을 크기의 땅굴을 파고 그 앞에 한 마리씩 쇠줄로 묶어놓았으며 각 굴마다 냄비 한 개씩이 놓여있습니다. 아마도 산불감시 아저씨가 출퇴근길에 사료랑 물을 가져다 주면서 키우는 모양인데 그렇게 추웠던 지난 겨울을 이런 곳에서 지냈을 개들을 생각하니 화가 나려고 합니다. 올 여름이면 어딘가로 다 팔려나가 세상에 없을 것이라 생각하니 또 화가 납니다. 뒤쳐진 새 얼굴은 30분을 기다려서야 지친 모습으로 청천봉에 나타나 도저히 함께 할 수가 없어 독고불재(8:23)를 통해 탈출하여 버스를 찾아가라 하고 그 덕분에 우린 잃어버린 30분을 찾아 정말 빡시게 걸었습니다.
땅고개 휴게소(9:49)에는 단석산을 찾아오는 산님들로 시끌벅적 합니다. 경주시 소재 단석산은 800m급의 제법 높은 산으로써 신라시대 때 화랑 김유신이 바위를 검으로 내리쳐 반으로 갈랐다 하여 이름이 유래되었다 합니다. 울산 불루산악회 회원님들이 단석산 오르는 등로에 쫙 늘어섰습니다. 오르막길 오르는 일 자체도 힘든데 그 많은 산님들 추월해야 하는 일이 더 더욱 힘이 듭니다. 단석산 또한 낙동길에서 약간 벗어나 있어 당고개 갈림길(10:40)에서 OK그린 목장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피라미드형 OK그린전망대(12:00)의 특이한 모습이 눈에 띄고 넓은 잔디밭이 나타납니다. 본래 만든 목적이 골프장인지 목장인지 구분은 잘되지 않지만 아주 넓으면서 조경이 무척 잘 되어있습니다.
거의 평 길이나 다름없는 넓은 산책로길이라 산보하는 수준으로 걸어갑니다. 소 똥 냄새 진동하는 메아리 농장(13:00)도 지납니다. 크고 작은 장승들이 부리부리한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는 산내고원 전원주택단지(13:30)도 지납니다. 700.1봉(14:52)까지 마지막으로 빡신 고지를 힘껏 쳐올립니다. 임도길 소호고개(15:03)에 도착하면서 열 번째 낙동정맥을 마무리 지었으나 차량 접근이 불가하여 전원주택 마을인 태종마을(15:24)까지 계곡을 따라 약 1.5Km 더 내려 가고서야 1박 2일간 약 50Km 거리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열 번째 낙동길의 첫 째 날은 하루 왼 종일 봄비를 맞으며 걸었고 둘 째 날은 4월의 눈을 밟으며 낙동길을 걷는 희귀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이전의 정맥길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보았으며 새로운 것들을 경험했습니다.
오늘로써 낙동길은 멀고도 멀었던 경북 땅을 끝내고 울산광역시 울주군으로 접어듭니다. 머지않아 양산을 지나 부산을 끝으로 낙동길도 끝날 것입니다. 영남알프스가 다음 순서를 기다리고 있어 벌써 기다려지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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