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3. 6. 22 (당일)
◈ 어 디 를 : 낙동정맥 12구간 (배내고개~안적고개) - 신불산, 영축산, 정족산
◈ 누 가 : 삼성중공업 산악회원 26명과 고집통
◈ 날 씨 : 안개 그리고 흐림
◈ 정맥 산행시간 : 155시간 40분 (12구간:10시간 25분), 접근구간:40분
18일차 배내고개(1:45)→안적고개(12:10)→영산대학교(12:50) 11시간 05분
◈ 정맥 산행거리 : 347.3 Km (12구간:23.8 Km)
접근 거리: 안적고개→영산대학교:약 1.8 Km
◈ 총 산행거리 : 배내고개→배내봉→간월산→간월재→신불산→영축산→취서산장→지경고개 →정족산→대성고개→안적고개→영산대학교주차장(약 25.6 Km)
영남하고도 동부지역에서 1,000m 이상 산악군들을 뭉텅거려 유럽의 알프스처럼 아름다운 산이래서 영남알프스라 칭합니다. 대표적인 산으로는 가지산, 신불산, 천황산, 운문산, 재약산, 간월산, 영축산, 고헌산등이 이름을 올려 놓았습니다. 영남알프스 산기슭에는 이름만 말해도 알만한 내로라하는 유명사찰들이 산재해 있으며 인근에는 얼음골, 배내골등 휴양명소가 곳곳에 널려있습니다.
주간의 폭염을 대비해 야간산행이 계획되어 버스가 자정에 거제를 출발한다 하니 퇴근한 후 잠깐이라도 눈꺼풀을 붙여 볼 겨를도 없이 집을 나섭니다. 야간산행의 취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경치 좋기로 소문난 영남알프스를 야심한 오밤중에 지나간다니 이번 낙동길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그렇지만 영알 능선에서 바라보는 일출광경이 아주 멋있는 장면을 연출시키니까 그나마 일말의 기대를 걸어보기로 하고 위안을 가져봅니다.
배내고개(1:45)에 약간의 비가 내렸었는지 땅바닥이 촉촉하게 젖어 있으며 안개가 자욱하게 덮여있습니다. 완만한 나무계단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헤드랜턴 불빛에 놀란 각종 나방들이 숨이 차 헐떡이며 벌어진 내 입을 향해 가미가제가 되어 내리 꼽습니다. 계단이 끝나는 헬기장에서부터 배내봉(2:26)까지 그리고 간월산(3:27)까지 암릉이 이어지고 간월산 정상에는 지난 4월에 사진을 남겼던 볼품없고 못생긴 작은 정상석 두 개는 사라지고 울산시 울주군에서 거대한 정상석을 세워놓았습니다. 최근 울주군에서 군 산하의 영남알프스 산들에 대한 정상석을 일제히 교체하였다더니 키도 크고 생김새도 멋들어진 놈들로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간월산에서 간월재까지의 등산로도 깔끔하게 정돈해 놓았습니다.
간월재대피소(3:47) 주위에 야영하는 텐트들이 즐비합니다. 아직도 야심한 밤이거늘 우리 일행들 목소리가 너무 컸었는지 잠 못 드는 산님 한 분이 텐트 밖으로 나옵니다. 최대한 목소리를 죽여가며 휴식을 취했다 생각했는데 소리가 너무 컸었나 봅니다. 미안합니다. 비닐 한 장 뒤집어 쓰고 침낭 하나 의지한 채 차가운 밤이슬에도 아랑곳없이 밤을 보내는 산님도 있습니다. 정말 부럽습니다. 모든 장비 다 갖춰놓고도 섣불리 용기가 생기지 않아 민박이나 찜질방을 찾는 내 모습에 비하면 존경스러운 분들입니다.
신불산(4:43) 정상에 올라서니 서서히 어둠이 걷힙니다. 커다란 돌 탑은 그대로인데 간월산 정상처럼 여기도 새 정상석으로 바꿔 치기 해놓았습니다. 작은 정상석들은 흔적 없이 치워버렸지만 약 10m 아래 있는 넙적한 정상석은 어째해 볼 방법이 없었는지 그대로 남겨 놓았습니다. 신불재(4:55) 주위에 펼쳐진 억새평원의 억새는 아직 키가 덜 자란 상태이며 이번 장마가 지나고 나면 키가 훌쩍 자랄 것입니다. 기차 철로처럼 단단한 나무로 만든 징금 다리가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영축산 정상 오르는 길도 지난번 고헌산이나 백운산처럼 엉망으로 훼손되었으나 등로 밖으로 펜스를 치고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여 많이 복원되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사람들의 발자국 힘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여실히 드러납니다.
낙동길 걸어가는 도중 영알이 우리에게 최고의 선물을 안겨줍니다. 그토록 찌푸리고 있던 하늘께서 고집통이 영축산(5:31) 정상에 올라서는 순간 갑자기 안개가 걷히면서 동쪽하늘에 햇빛을 비추고 신불산 능선을 훤하게 조망 시켜줍니다. 그리고 서쪽의 시살등 산 능선을 타고 구름폭포가 흘러내립니다. 일행들은 환호성과 함께 혹시 기회를 놓칠 새라 사진으로 남기기 여념이 없습니다. 영축산은 어떤 연유에서인지 몰라도 영취산이라고 하고 취서산이라기도 하면서 또 다른 몇 개의 이름들을 더 가지고 있습니다. 영축산 정상에서 크게 좌틀하여 미끄럽고 가파른 산길로 내려갑니다. 오늘 아침 라면과 동동주를 공급받을 취서산장(6:07)에 도착합니다. 취서산장은 해발 800m가 넘는 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으며 영축산을 찾는 산님들이나 낙동길을 걷는 정맥님들이 쉬어갈 수 있는 멋진 곳입니다.
취서산장 사장님 내외분과는 산악회에서 이미 연락이 닿아있었는지 우리가 도착도 하기 전에 벌써 라면 물이 펄펄 끓고 있습니다. 근처에 임도가 있긴 하지만 자동차는 보이지 않고 내외분의 행색으로 봐서는 걸어서 올라온 것 같아 보이지는 않은데 어떻게 이 시간에 이곳까지 올라왔는지 궁금합니다. 나 고집통만큼이나 머리가 새하얀 사장님께서는 평일은 이곳으로 출퇴근을 하시고 토요일이면 산장에서 주무신다니 내가 꼭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계십니다. 나중에 프리미엄 약간 붙여가지고 내게 넘겨주었으면 고맙겠습니다. 부득이하게 취서산장에서 머물러야 될 일이 생겼을 때 언제든지 연락만 주면 대피소를 개방해 주시겠다는 사장님 말씀을 듣고 보니 산과 산사람을 사랑하시는 마음이 신선처럼 하해와 같이 넓습니다.
취서산장에서는 아주 미끄러운 흙 길의 연속이라 많은 사람들이 자빠링을 합니다. 꼬부랑 임도길이 낙동길을 기준으로 S자형으로 왔다 갔다 하지만 임도길을 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차량바퀴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산장 사장님이 이곳으로 올라오지는 않았습니다. 이른 아침이거늘 골드그린 컨트리클럽에는 잔디밭마다 골프를 즐기는 팔자 좋은 사장님들로 분주합니다. 우리같이 밤새 산을 헤매고 다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르게 잘 자란 잔디밭 구멍에 공 집어 넣고 좋아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여튼 인간들 노는 방법은 가지가집니다. 삼남목장 진입로를 통해 내려가다 지내마을(7:26) 어귀에 도착하여 잠깐 휴식을 취하려니 빗방울이 토닥토닥 떨어집니다. 아무래도 나 고집통은 쉴 팔자가 못되나 봅니다. 마을골목길을 따라 전통 촌 두부집 옆을 지나고 멈춰있는 통도 환타지아(7:45)의 거대한 놀이기구들 바라보며 논과 밭 사이 농로를 지나갑니다. 보행자 신호를 받고 35번 국도를 지나고 경부고속도로 위를 건너는 토점육교를 지나서 지경고개(8:03) 도착합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지경고개에서 통도파인이스트 컨트리클럽 정문을 통과하여 골프장을 관통해야 하나 괜한 실랑이를 피하기 위해 크게 우회하기로 합니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남의 동네 공동묘지 가운데에 길을 만들게 되고 낙동길에서 건너지 말아야 할 개천 다리도 건너게 되었으며 랭이골 개들의 심기를 건드린 꼴이 되어 산골짜기에는 온통 개들의 합창 장이 되어버렸습니다.
골프란 놀이가 정말 재미가 있는 놀이인 모양입니다. 노상고개 주위의 컨트리클럽에서 이른 아침부터 사장님 나이샷 소리가 들려 옵니다. 요즘 우리나라 국민들이 조금 먹고 살만하니 골프가 대중 레저스포츠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정치인, 군인, 공무원, 기업인 등이 골프로 인해 낭패를 당한다는 뉴스가 매일같이 도배 칠을 해도 아랑곳없이 그 수요는 과히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나 고집통은 산에 돌아다닌다고 아직 골프 맛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삼덕공원묘지(9:38) 앞에 도착하여 그 규모에 깜짝 놀랐습니다. 무려 800m 급 정족산 오르는 경사면을 완전히 깎아내고 조성한 공원묘지 땅이 몇 만평이 될는지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분명 자연은 미래에 살아가야 될 후손들의 몫이거늘 조상님들이 이렇게 넓은 땅을 가져가버린 것에 참 많이 안타깝습니다. 근처 도랑에 주인 잃은 비석이 쪼개진 채 나뒹굴고 있는 것으로 보아 후손들이 발길을 끊어버렸나 봅니다. 이처럼 15년이 지나고 나서 후손들이 찾아주지 않으면 없어질 분묘들인데 이렇게 까지 해야 되는지를 모르겠습니다. 매장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아 정부차원에서 획기적인 장묘 문화를 개발하고 바꿔 나가야겠습니다.
자동차로도 올라가기도 힘든 비탈진 공원묘지의 한 가운데 콘크리트 길을 가로질러 걸어가니 느낌이 야릇합니다. 정족산(10:56)에는 태극문양 정상표지판이 박힌 정상 바위와 정상석이 선 정상 바위 두 개가 마주보고 있습니다. 정족산 정상에서 바위 암릉을 타고 조금만 내려가면 신기하게도 얼굴이 정확하게 돌고래를 닮은 바위가 우릴 보고 있습니다. 선답자들이 해 본 것과 같이 스틱을 입에 물려주고 기념사진을 찍은 후 스틱을 돌려 달라하니 돌고래가 입을 콱 다물고 놓아주질 않습니다. 약 5분간을 산타나랑 함께 실랑이를 벌여 겨우 돌려 받았습니다.
한참을 생각 없이 걸어가다 보니 천성산 등산 안내도가 설치되어 있는 안적고개(12:10, 주남고개)에 도착하게 되고 이로써 낙동정맥 열두 번째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천성산이라면 지율스님의 도룡뇽 이야기가 있는 그 산입니다. 스토리가 있는 다음 길이 기대가 됩니다. 안적고개에서 산행이 끝난 것이 아니고 시멘트 임도길을 따라 접근거리 1.8Km 를 더 걸어 영산대학교(12:53) 주차장까지 내려가야 했습니다. 주차장 한 켠에 시원한 물이 콸콸 쏟아지는 수도 호스가 하나 있습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찬물을 뒤집어 쓰고 나니 간이 슬슬 녹아 내립니다.
영산대학교 바로 아래 보경슈퍼에서 뷔페식당을 운영합니다. 나는 슈퍼에서 식당 하는 것을 처음 보았고 그런 곳에서 식사를 해보기도 처음입니다. 인근 마을 공사장에서 일하는 인부들의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서 슈퍼에서 식당까지 운영하고 있다는데 그 슈퍼의 김치찌개 맛이 상상을 초월하도록 맛납니다.
'백두산·백두대간·정맥 > 낙동정맥[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동정맥 – 14] 낙동길 끝자락 부산에 들다 (0) | 2013.07.28 |
---|---|
[낙동정맥 – 13] 한 박자 쉬어 가야겠다 (0) | 2013.07.21 |
[낙동정맥 – 11] 더위 먹고 아들래미 기(氣) 받다 (0) | 2013.05.26 |
[낙동정맥 – 10] 4월에 꽃피고 눈이 내렸다 (0) | 2013.04.21 |
[낙동정맥 – 9] 여유로움이 안타깝다 (0) | 2013.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