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행/지리산 화대종주

[지리산 화대역종주] 치밭목에서 은하수를 보다

산안코 2013. 8. 11. 17:32

□ 언        : 2013. 8. 8 ~ 10 (2 3)

□ 어      : 지리산 화대 역종주

□ 누        : 산타나, 현파 그리고 고집통

□ 날        : 맑고 무더움

□ 산행  여정 : 거제→진주→대원사→유평→치밭목대피소(1)→천왕봉→장터목→

 세석→벽소령→연하천대피소(2)→노고단→화엄사→구례→하동→진주(계양)→거제

□ 산행  시간 : 29시간 57

                    1일차 대원사주차장(10:58)→치밭목대피소(17:40) 6시간 42

                    2일차 치밭목대피소(2:45)→연하천대피소(16:30) 13시간 45

                    3일차 연하천대피소(6:20)→화엄사주차장(15:50) 9시간 30

□ 산행  거리 : 48.5 Km

                   1일차 대원사주차장→유평→치밭목대피소 (9.7Km)

                   2일차 치밭목→천왕봉→장터목→세석→벽소령→연하천 (19.0Km)

                   3일차 연하천대피소→노고단→화엄사주차장 (19.8Km)  

 

내 평생에 가장 긴 여름휴가를 맞이했습니다. 물론 공짜로 생긴 것은 아니고 연차 5, 주말 휴일 4일에 임금협상의 이삭줍기 2일을 더하니 도합 11일입니다. 전반기는 서울나들이에 이은 온천 투어로 마무리하고 후반기에는 마눌님과 강아지들은 집에서의 편안한 휴가를 만들어 주고 나 고집통은 23일간의 지리산 화대역종주로 힘든 휴가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매년 고집통 홀로만의 종주길이었는데 일곱 번째 화대종주 길에는 드디어 산친구가 생겼습니다. 오랜 산벗 산타나와 새로운 산벗 현파트입니다.

역종주길인 만큼 첫날의 치밭목대피소는 도착순 우선이니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무방하지만 둘째 날은 연하천대피소라 피 터지는 예약 전쟁이 예상됩니다. 더구나 올해부터 지리산은 착한 탐방규정을 정해 국공들의 철저한 단속으로 대피소 예약없이는 주능선 종주가 어려워져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 것 같습니다. 마우스를 누르는 내 손가락에 마법이 붙었는지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어렵다는 연하천대피소 예약도 단박에 성사가 됩니다. 내가 지리산을 좋아해서 부지런히 쫓아 다니는 만큼 지리산도 내게 그만한 혜택을 부여해줍니다.

진주에서 대원사가는 버스 구조가 약간 이상타 생각했는데 시내버스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시외버스 노선에 시내버스를 돌리는 경우는 난생 처음 봅니다. 불법 기미가 약간 보이긴 하지만 나를 대원사까지 안전하게 데려만 준다면 그 내막이 궁금해도 참기로 했습니다. 참새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치듯이 대원사 주차장에 내려서자마자 막걸리와 파전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우린 23일의 안전하고 성공적인 화대역종주를 기원하며 막걸리 잔을 비웠습니다.

대원사에서는 현파트께서 대표로 부처님께 인사를 올리고 유평에서 또 한 통의 막걸리를 비우고 불러질 대로 불러진 배를 보듬은 채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해봅니다. 마실 때야 언제나 좋지만 마시고 나면 산행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언제나 주님 앞에만 서면 약해지고 망각하여 고생을 곱빼기로 합니다. 아니나다를까 오늘도 산행 시작부터 새재삼거리까지 쌩고생을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치밭목대피소까지가 오늘의 목적지이니 그다지 마음이 바쁘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무재치기폭포에서의 완벽한 알탕과 고현 시장표 광어, 도다리 회를 섭취하고 나서는 다리에 힘이 생겨 가뿐하게 치밭목대피소에 갈 수 있었습니다. 여하튼 땀은 한 바가지를 흘렸을 겁니다.

캔맥주 한 깡통을 들고 치밭목대피소 벤치에 앉아 칠흑 같은 어두운 밤하늘에 뿌려놓은 별들을 보았습니다. 홀로서도 무한한 빛을 발하는 북극성이 있고 국자형의 북두칠성이 주위를 돌고 있으며 며칠 후면 견우직녀가 1년에 한번 만난다는 칠석날이라 그 만남을 위해 수십억 개의 별들로 은빛 은하수 다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오래간만에 은하수를 보며 동심의 세계에 흠뻑 젖어들고 있는데 자칭 공주에서 온 67년생 술 취한 아저씨가 나타나더니 한때 잘 나갔다던 류성룡판서의 후손이라며 아무나 붙잡고 오빠 타령으로 횡설수설하니 그렇게 좋았던 기분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려 대피소 안에 들어 조용히 잠을 청함으로써 지리에서의 첫날밤을 맞이했습니다.

  

□ 지리산 화대 역종주를 위해 거제에서 진주 행 버스에 오른 고집통

 

□ 대원사 주차장 근처 탐방안내소에 들러 착한 탐방을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 대원사 일주문을 지나고

 

□ 대원사 앞에서 화대역종주를 한다는 인증을 남기는 고집통

 

□ 유평삼거리에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며

 

□ 찌는듯한 더위에 숨이 넘어가는 고통을 이겨내며 도착한 새재삼거리

 

□ 무재치기 폭포를 그냥 지나치면 화대종주의 맛이 없어서

 

새벽2시가 되기도 전에 산타나의 폰에서 모닝콜이 울립니다. 천왕봉 일출을 맞으려면 빨리 누룽지 데워먹고 출발해야 된답니다. 아직 별빛은 영롱한데 약간의 바람이 일고 있어 천왕봉 일출을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써리봉을 지나 중봉 오르는 비탈길에서는 현파트께서 약간 힘들어하나 그렇다고 문제가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중봉에 올라서니 동녘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 있고 천왕봉 쪽에는 운무가 춤을 춥니다. 천왕봉으로 이동하는 사이 일기가 약간 좋아질 줄 알았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를 않습니다. 천왕봉 일출은 3대가 덕을 쌓아야만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일행들 중 누군가가 그 덕을 쌓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일단 나는 아니고 두 사람 중 한 사람인데 대충 누군지 답은 나오고 본인도 크게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일출 맞이는 포기하고 장터목에 내려서니 도대체 무얼 하는지는 몰라도 완전 공사판이 벌어졌습니다. 북새통의 취사실에서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을 같이하는 진광석님을 만납니다. 참말로 즐겁게 사시는 분입니다. 지리산은 신통하게도 내가 지리산에 오를 때마다 지인을 한두 명 정도 꼭 만나게 하는 행운을 주기도 합니다.

새벽에 중봉 오르면서 워낙 진을 빼버렸기에 주능선은 살방살방 걸어가기로 합니다. 야생화 만발한 연하봉과 삼신봉을 지나고 촛대봉에 도착하니 여기도 공사판이 한창입니다. 흙 주머니가 널부러진 것으로 보아 흙을 뿌려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만 나같이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무슨 공사를 한다는 표시를 좀 남겼으면 좋겠습니다. 갈 길이 아무리 바빠도 보통은 세석대피소에 들러는 것이 기본이었으나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고 조금 전 촛대봉에서 약간의 휴식을 취했기에 이번에는 그냥 지나쳐버리기로 합니다.

산타나가 장거리 및 오르막 오를 때 필요한 새로운 보법을 전수해줍니다. 일명 『휴식걸음법(Rest Step)과 호랑이 걸음법』입니다. 한 쪽 다리에 힘이 주어질 때 다른 한쪽 다리에 휴식을 주도록 느릿느릿 걷는 걸음과 호랑이 걸음처럼 다리를 팔자로 꼬면서 걷는 걸음인데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습니다. 향후 장거리 산행 시에 적용해보도록 해야겠습니다.

최근 장기 가뭄에 비하면 선비샘 수량은 아주 풍부합니다. 지리산 종주는 경치도 좋지만 중간중간 샘터가 있어 언제든 식수를 보충할 수 있어 아주 좋습니다. 그늘 없는 땡볕 탓인지 아니면 배가 고파서인지 벽소령 임도길이 엄청 멀게 느껴집니다. 벽소령대피소 주위 열기가 너무 강해 라면 한 그릇 끓여 먹기가 만만찮아 먹는 둥 마는 둥 연하천을 향해 이동합니다.

워낙 깐깐한 국공의 단속에 힘입어서인지 둘째 날 숙박지인 연하천대피소가 예년에 비해 훨씬 한산해졌습니다. 대피소에서의 삼겹살은 소주만 있으면 어느 대피소든 맛나고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어제 저녁 치밭목에서의 유혹을 뿌리치며 아끼고 아낀 소주가 오늘 기분을 제대로 업 시켜 줍니다. 연하천의 물은 너무 차가워 손을 담근 채 3초를 견딜 수가 없으며 숙소 내부에서도 이불을 덮지 않고는 도저히 추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연하천은 분명 신천지라 해야겠습니다.

  

□ 치밭목대피소에서 화대종주 둘째 날을 단도리 하는 현파트

 

□ 화대종주 둘째 날 2시 45분의 치밭목대피소

 

□ 화대종주 둘째 날 산행준비가 끝난 산타나

 

□ 중봉정상에 올라 선 고집통

 

□ 천왕봉 정상에 올라선 고집통

 

□ 천왕봉 정상에 올라선 현파트

 

□ 천왕봉 정상에 올라선 산타나

 

□ 천왕봉 정상에 오른 산타나, 현파트 그리고 고집통 - 누군가 삼대 덕을 못 쌓아 일출 없었음

 

□ 천왕봉에서 제석봉 가는 길에 만난 천상화원

 

□ 천왕봉에서 제석봉 가는 길에 만난 절경

 

□ 제석봉의 멋진 경치

 

□ 공사중인 장터목대피소 마당

 

□ 이름 그대로 연하선경

 

□ 연하봉에서 연하선경을 따라

 

□ 촛대봉에서 세석평전을 따라

 

□ 칠선봉의 한 봉우리

 

□ 선비샘 물맛은 언제나 꿀맛이고

 

□ 벽소령대피소 가는 임도는 너무 멀고 힘들어

 

□ 벽소령대피소에서의 산타나, 현파트와 고집통

 

□ 언제 보아도 멋진 형제바위와 소나무

 

□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한 고집통

 

지리산 종주 셋째 날의 해가 연하천대피소 나뭇가지 사이로 붉게 떠 오릅니다. 어제 천왕봉 일출을 놓친 일행들이 많이 아쉬워합니다. 어제도 오늘만큼만 되었더라면 멋진 천왕봉 일출을 감상할 수 있었을 텐데 우리들 복이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애초 반야봉 산행 욕심이 있었으나 토끼봉, 삼도봉을 지나면서 날씨도 덥고 다리가 아파 반야봉은 포기하고 나중에 노고단 정상을 다녀오기로 약속했습니다. 지리산 최고의 물맛을 자랑하는 임걸령에도 그야말로 물이 콸콸 쏟아집니다.

노고단 정상 가는 길은 매시 정각에 개방하며 인터넷이나 현장 예약이 가능한데 지금 시간으로 보아서는 약 20분을 기다려야 노고단 탐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기다리기 보다는 포기하기가 훨씬 나을 것 같습니다. 노고단대피소에서 라면으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고 무넹기고개에서 화엄사 계곡으로 내려갑니다. 수 일전에 비가 많이 내렸다니 계곡에 수량이 아주 풍부합니다. 국수등 근처의 계곡으로 살며시 파고 들어가 지리산 화대역종주를 정리하는 알탕을 했습니다. 23일간 쌓였던 묵은 땀 내음과 피로가 한방에 깔끔하게 씻겨 나갑니다.

긴 시간의 산행으로 심신이 지친 일행들은 화엄사 탐방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여 굳이 들러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도로를 따라 화엄사주차장까지 단방에 내려갑니다. 탐방안내소에 들러 그린포인트 적립을 하고 주차장 근처 식당에서 산행 중 애타도록 갈구했던 맥주를 원 없이 마시고 놀았습니다. 국립공원 그린포인트란 산행 중 생긴 쓰레기 되가져가기 운동의 일환으로 탐방지원센터에서 쓰레기 무게를 측정하여 그린포인트로 적립하고 무게를 측정하여 Kg 1,000 포인트로 환산해 사용할 수 있으며 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시설물 및 비품, 대피소등의 예약에 우선권을 부여해준다고 합니다. 오늘 2,000 포인트 적립을 해놓았습니다.

  

□ 연하천대피소 일출은 끝내주는데 - 일행들의 덕은 딱 여기까지

 

□ 화대역종주 세 번째 날 출발 준비가 된 고집통

 

□ 화대역종주 세 번째 날 출발하기 전 현파트, 고집통과 산타나

 

□ 토끼봉 정상에서 땀에 절은 고집통

 

□ 지리주능선의 야생화 - 하나

 

□ 지리주능선의 야생화 - 둘

 

□ 지리주능선의 야생화 - 셋

 

□ 지리주능선의 야생화 - 넷

 

□ 화개재에서 삼도봉 올라가는 551계단

 

□ 삼도봉 정상의 고집통

 

□ 노루목에서 노고단 정상을 뒤로하고 앉은 고집통

 

□ 임걸령샘에서 물맛 보는 고집통 - 아주 쥑여줌

 

□ 지리주능선의 야생화 - 다섯

 

□ 지리주능선의 야생화 - 여섯

 

□ 가짜 노고단 돌탑 - 진짜 노고단은 국공의 탐방제한으로 포기

 

□ 세석대피소 전경 - 라면으로 셋째 날 점심 해결

 

□ 국수등 근처에서 휴식중인 현파트, 산타나 그리고 고집통

 

□ 연기암 바로 아래 계곡에 세워놓은 돌들 - 도인이 도를 닦았는지

 

□ 화엄사 앞 도착한 고집통

 

□ 화엄사 일주문 - 화대역종주 완료

 

□ 화엄사 주차장에 선 고집통

 

□ 화엄사주차장 식당에서 성공적인 화대역종주를 축하하는 고집통 , 산타나 그리고 현파트

 

 

화엄사 식당에서 성공적인 화대종주 기분에 흠뻑 젖어 너무 시간을 지체해 버렸습니다. 버스시간을 생각하지 않고 놀아버려 오늘 중으로 거제에 들어갈지 의심스러워졌습니다. 바쁜 걸음 하여 구례, 하동으로 진주(계양) 그리고 거제(고현)에 도착하고 보니 그냥 집으로 들어가기에 여운이 너무 많이 남아 고현의 연탄 닭 발 구이 집으로 직행했습니다. 집에 들어갔을 때는 밤 12시가 훌쩍 지난 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