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4. 12. 26 ~ 28 (2박 3일)
■ 어 디 를 : 지리산 화대종주
■ 누 가 : 재너머형님과 기성s (중산리 하산) 그리고 고집통
■ 날 씨 : 맑음
■ 산 행 여 정 : 거제→진주→하동→화엄사주차장→화엄사→노고단대피소→연하천→
벽소령→세석→장터목대피소→천왕봉→치밭목→유평마을→대원사→진주→거제
■ 산 행 시 간 : 24시간 41분
1일차 화엄사주차장(12:15) → 노고단대피소(16:38) 4시간 23분
2일차 노고단대피소(4:02) → 장터목대피소(15:54) 11시간 52분
3일차 장터목대피소(6:10) → 대원사주차장(14:36) 8시간 26분
■ 산 행 거 리 : 약 54.3 Km
1일차 화엄사주차장→노고단대피소 (9.5 Km)
2일차 노고단대피소→연하천→벽소령→세석→장터목대피소 (25.8 Km)
3일차 장터목대피소→천왕봉→치밭목→대원사→대원사주차장 (19.0 Km)
피 터지는 손가락 경쟁에 앞서 그린포인트로 장터목대피소 한 자리를 예약하고나니 화대종주 일정 계획이 다소 느긋해 졌습니다. 기성s와 재너머 형님도 동행에 기꺼이 콜을 하지만 장터목대피소 예약은 불발되고 세석대피소로 예약을 겁니다. 첫째 날은 노고단대피소에서 함께하고 둘째 날은 서로 헤어져 고집통은 대원사로 두 사람은 중산리로 하산하기로 했습니다.
화엄사행 버스 갈아 탈 시간은 빠듯한데 재너며 형님은 대한민국 최고의 맛 집이라며 굳이 하동시장의 재첩국 집으로 가잡니다. 입맛 따라 약간은 차이가 있겠지만 어차피 중국산 아닌 바에야 그 재첩이 그 재첩 같은데 말입니다. 미식가다운 고집입니다.
우리보다 조금 앞서 세 명의 여성이 화엄사 입구를 지나 노고단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산행 출발시간으로 보나 배낭 크기로 보아 화대종주에 나선 것이 확실합니다. 충분히 따라 잡을 것 같았으나 걸음걸이가 얼마나 빠른지 노고단대피소 도착할 때까지 뒤 꽁무니조차 구경할 수가 없었습니다.
국수등 즈음 등로에 잔설이 약간 깔려 있으나 아이젠을 착용이 번거로워 그냥 진행하다 코재에서는 몇 번이나 앞으로 꼬꾸라졌습니다. 무넹기고개에는 온통 새하얗게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습니다.
노고단대피소에는 조금 전 세 분 여성과 한 분 남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청주에서 오셨으며 백두대간을 거의 완성 시켰고 빙벽 등반을 즐기며 등산 강사 일을 한다니 조금 전 화엄사에서 따라잡겠다고 생각한 것이 애초에 무리였음을 알았습니다. 장터목을 거쳐 대원사로 내려가는 화대종주에 나섰다니 나 고집통과 일정이 같아 이후 2박3일 동안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노고단의 해넘이 광경은 정말 멋있습니다. 지리산 어디서든 해넘이를 볼 때면 항상 뭔가 생각해야 될 일이 많습니다. 대피소 내부는 깔끔하게 리모델링 하였고 사용료가 1만원으로 올랐습니다. 바로 옆 기성s의 코고는 소리에 밤 새 잠을 설쳤습니다.
대피소 취사실이 지리종주를 위한 산님들로 북적입니다. 누룽지로 간단하게 아침요기를 준비하고 있는데 국공직원이 주능선의 눈 상황을 설명하며 단단히 주의를 줍니다. 어제 공단직원이 삼도봉에서 연하천까지 이동하는데 10시간이 걸렸노라며 빨리 서둘러 줄 것을 부탁합니다. 겨울 지리산의 새벽이 바람 한 점 없이 이렇게 잠잠하기는 처음입니다. 얼어 죽을까 봐 내의랑 핫팩등 방한용품을 배낭 가득 챙겨왔는데 결국 짐이 되고 말았습니다.
국공직원의 주의도 있고 장터목대피소까지 거리가 염려되어 재너머 형님과 기성s를 뒤에 두고 노고단고개에서 고집통 홀로 먼저 출발하기로 합니다. 주능선 바위 너덜길이 눈으로 잘 다져져 평길로 변해 속도내기에는 아주 그만입니다. 오래간만에 홀로 가보는 지리능선의 야간 산행입니다.
삼도봉에서 그리고 토끼봉에서 또 연하천에서 청주 산님들을 만났다 헤어지기를 여러 번 합니다. 화개재 계단에 눈이 수북하게 쌓였지만 우려한 바와 같이 상황이 썩 나쁘진 않습니다. 토끼봉 오르는 길은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밭을 구불구불 러셀해 놓은 것으로 보아 국공직원들의 고생한 흔적이 보입니다. 어렵사리 연하천에 도착해보니 국공이 말한 10시간 까지는 아니고 약 4시간이 걸렸습니다. 국공의 공갈성 주의로 바짝 긴장하고 산행에 임한 탓에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어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연하천대피소에서는 새벽 누룽지의 끈기가 다했는지 허기에 지쳐 도저히 더 갈수가 없어 떡라면으로 배를 채웠습니다.
나 고집통이 가장 좋아한 지리산 주능선의 상징인 형제봉 소나무가 사라졌습니다. 세월과 바람의 풍파를 모질게도 잘 이겨냈던 소나무가 무슨 연유인지 산산조각이 나 바닥에 뒹굴고 있습니다. 올해는 큰 바람도 없었는데 아마도 번개를 맞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연하봉 고사목에 이어 지리 주능선의 명물 하나가 또 사라졌습니다.
벽소령대피소를 스쳐 지나고 선비샘에서 약간의 입가심을 하고 마음이 바쁜 관계로 세석대피소 또한 그냥 스쳐 지납니다. 배낭무게는 천근만근이고 촛대봉 오르는 길은 천리만리길입니다. 심신이 지치니 아름다운 겨울 연하선경도 눈에 잘 들어오지를 않습니다. 장터목대피소에서는 또 청주 산님들과 자리를 같이하게 되고 배낭 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먹거리가 어찌나 풍부하던지 잘 나가는 고관대작의 밥상도 부럽지 않습니다.
천왕봉 일출 영접은 이번에도 쉽지 않았습니다. 지리산의 하늘은 새파랗게 열렸으나 멀리 동쪽 하늘의 구름이 멋진 일출은 호락호락 허락하지 않습니다. 중봉 가는 길에서 뒤돌아 본 천왕봉에 걸쳐진 해와 소나무에 쌓인 눈의 절묘한 조화가 한 폭의 그림이 되어 새벽 시원스럽게 내 주지 않았던 일출을 대신해 지리산은 뒤늦은 선물을 줍니다.
중봉에서 2박3일간 함께 해주신 고마운 청주 산님들과 사진 한 장을 남겼습니다. 중봉의 급경사 길에 엄청난 눈이 쌓여 있습니다. 까딱 잘못하면 눈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습니다. 써리봉 근처에서 외국인 남성 두 명과 아가씨 한 명이 죽을 둥 살 둥 올라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지리산의 정보를 잘못 입수하고 도전한 것으로 판단되나 워낙 힘이 좋은 사람들이라 성큼성큼 잘도 올라갑니다.
치밭목대피소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주식인 라면으로 또 한끼를 해결하고 청주 산님들과는 아주 이별을 고하고 하산을 서둘렀습니다. 무재치기폭포에서는 혼자서 한참을 놀았습니다. 대원사 대웅전에 들르기도 했습니다.
세석대피소에서 자고 천왕봉에 올랐다 중산리로 하산한 기성s와 재너머형님은 벌써 진주에서 거제 가는 버스에 올랐다고 연락이 옵니다.
대원사 탐방안내소에서 그린포인트 500g 적립하고 나오니 진주 행 버스가 막 출발하고 있습니다. 고래고래 고함쳐도 버스는 절대로 멈추질 않습니다. 그 놈의 쓰레기 500g 때문에 무려 1시간 10분을 기다렸습니다. 진주에서 거제 가는 5시 버스는 하필이면 내 앞에서 자리가 만석이라 직통이라 입석이 되지 않는답니다. 또 1시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희한하게도 1분을 놓치니 1시간이 그냥 날아갑니다.
오늘은 천왕봉 일출에서부터 계속해서 쭈욱 1%씩 부족합니다. 지리산이 내게 인내하는 법을 가리켜주고 싶은 모양입니다. 나도 정말 그러고 싶습니다만 도를 트기는 아직 멀었습니다.
겨울 지리산 화대종주. 힘은 들지만 그 속에 행복이 녹아 있습니다. 돌아서니 또 그 지리에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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