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4. 5. 04 ~ 06 (2박 3일)
■ 어 디 를 : 지리산 화대종주
■ 누 가 : 고집통 홀로
■ 날 씨 : 맑음 / 춥고 강한 바람
■ 산 행 여 정 : 거제→화엄사주차장→화엄사→노고단대피소→반야봉→연하천→벽소령
→세석대피소→장터목→천왕봉→치밭목→유평마을→대원사→진주→거제
■ 산 행 시 간 : 22시간 38분
1일차 화엄사주차장(12:45)→노고단대피소(16:03) 3시간 18분
2일차 노고단대피소(5:15)→세석대피소(15:55) 10시간 40분
3일차 세석대피소(3:00)→대원사주차장(11:40) 8시간 40분
■ 산 행 거 리 : 약 52.3 Km
1일차 화엄사주차장→노고단대피소 (9.5 Km)
2일차 노고단대피소→반야봉→연하천→벽소령→세석대피소 (22.9 Km)
3일차 세석대피소→장터목→천왕봉→치밭목→대원사주차장 (21.9 Km)
제도를 바꾸려면 뭔가 나아져야지 비싼 돈 들여서 예전보다 못하다면 말짱 헛빵입니다. 국립공원대피소 예약 관련 이야깁니다. 매일 매일 예약시스템을 돌릴때도 국공 예약 사이트가 마비되는 실정이었는데 보름치를 한꺼번에 뚱치기로 예약 받으니 제대로 될 리가 만무합니다. 국공 아저씨들은 도대체 생각이 없는 것인지 생각을 안 하는 것인지 원…. 답답합니다. 보름치 분량을 뭉테기로 한꺼번에 해치우고 말겠다는 고객을 무시한 공무원들의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 표본입니다. 멈추었던 예약사이트가 다시 돌아오는데 10분이나 걸렸고 예약을 생각했던 장터목대피소는 이미 상황이 종료되어 아쉽지만 5/5일은 세석대피소로 잡아 놓고 5/4일을 노고단대피소에 대기석으로 접수시켰습니다. 그나마 이정도라도 감지덕지입니다.
친절한 마눌님 해향과 아들래미가 화엄사주차장까지 친히 배웅까지 해주니 거제에서 이동하는 시간을 최소한 2시간 이상 벌어 기분 좋은 화대종주 산행을 시작합니다. 화엄사 앞을 지나는 도로는 도대체 누구것인지 통행료를 줄 때면 창자가 뒤틀립니다. 아무 짓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보지 않는데 입장료 명목으로 무려 3,500원 강탈 당하니 안줄 수도 없고 주자니 정말 미칠 지경입니다. 대한민국이 법치국가라는 말은 이곳에서는 어불성설입니다. 막무가내이니 이길 수 없습니다.
행복 찾아 가는 길에 돈 몇 푼으로 기분 망쳐서야 아니 되는 일이니 돈 필요한 사람들이 돈 필요하다니까 더러워서 그냥 주고 빨리 속세(화엄사)를 벗어나 지리 속으로 들어갑니다. 연기암 지나 참샘 근처에서 아가씨의 단발 비명소리가 들립니다. 발을 삐어 넘어져 내가 보기엔 엉덩이가 엄청 아플것 같은데 엉덩이는 아랑곳 않고 이쁜 얼굴에 데미지 생겼을까 봐 「얼굴, 얼굴」만을 외칩니다.
여기에서 부산서 오신 김선생님 내외분을 만납니다. 노고단대피소와 세석대피소를 예약하셨다니 나 고집통과 스케쥴이 딱 일치합니다. 두 분과는 2박3일의 긴 시간 동안 같은 걸음으로 치밭목대피소까지 함께 동행 했습니다. 두 내외분께서는 건강에 이상이 있어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마음으로 서로 의지하며 지리를 즐겨 찾으시며 대한민국 100대 명산 완주도 거의 완성되어 가고 있다니 진정한 산 애호가이십니다. 홀로 움직이는 나로써는 배울 점이 많은 분들입니다.
노고단대피소에서는 코고는 소리와 밤새 속삭이는 소리로 인해 잠을 들 수가 없습니다. 코고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함께 코고는 친구가 있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머리만 바닥에 닿으면 코를 골며 새벽이면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잠에서 깨어 저들끼리 소곤거립니다. 미칠 노릇이지만 도리 없으니 이어폰으로 귓구멍을 틀어 막고 버티다 새벽녘에서야 간신히 잠깐 눈을 붙였습니다.
반야봉 일출을 생각했으나 비가 내리고 있고 바깥 기온이 너무 차가우며 새벽 무서운 바람소리에 놀라 그냥 포기했습니다. 언제 날씨가 그랬냐는 듯 돼지령 근처 지날 때 일출이 시작됩니다. 지리산 주능선에서 보는 일출은 어느 곳에서든 감동을 먹습니다. 반야봉에 올라서니 밤새 눈이 내려 있습니다. 지리의 주능선과 반야봉에 진달래가 막 꽃 봉우리를 틔우고 있는데 5월의 얄궂은 날씨는 그 꼴을 못보겠다는 듯 가만두지 않습니다. 꽃봉우리가 빠당빠당 얼어버렸습니다.
날씨가 도와서인지 아님 내 체력이 좋아져서일까는 몰라도 종전 같아서면 턱도 없었던 길고도 지루한 토끼봉 오름길을 단숨에 해치웁니다. 예전부터 그렇게 찾고 싶었던 총각샘도 운 좋게 찾아냈습니다. 연하천대피소에서는 아직 12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간인데 세석대피소까지 갈 사람들은 빨리 연하천대피소를 출발하라는 방송을 합니다. 이제 하절기도 되고 했는데 제한시간에 여유를 좀 주었으면 좋으련만 국공에서 너무 빡시게 몰아세웁니다.
매년 화대종주를 해오고 있지만 이번처럼 여유로운 산행은 처음입니다. 가는 곳마다 부산 김선생님 내외분과 만나게 되고 그때마다 좋은 말벗이 되어주시니 나로서는 아주 고마울 따름입니다. 홀로 지리 주능선을 종주하는 용인의 대학 4년생 총각 산님도 부지런히 잘도 따라오고 있습니다. 세석대피소에서는 네 사람이 함께 저녁식사를 즐겼습니다.
코골이 소리는 세석대피소라고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새벽 3시에 천왕일출을 만나기 위해 세석대피소를 출발합니다. 매일 보는 태양이라도 천왕봉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2시간 반의 빡신 걸음 끝에 천왕봉에 도착하니 장엄한 일출 쑈가 막 시작됩니다. 한마디로 감동 그 자체입니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만 볼 수 있다는 천왕일출을 나 고집통은 올 때마다 이렇게 잘도 만나는데 내가 아는 몇몇 사람들은 그것이 잘 되지 않아 애를 태우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평소 착하게 살며 덕을 베풀면 될 것을…. 천왕봉에는 상고대까지 피었으니 아직 봄은 저만치 있나 봅니다.
치밭목대피소쯤 울산에서 오신 두 분 산님을 만납니다. 어제 새벽 3시에 화엄사를 출발하여 반야봉까지 들러가며 장터목대피소까지 달렸다 하니 엄청난 준족들이십니다. 그렇게 바쁜 일정을 달렸는데도 무릎에 약간의 불편만이 있을뿐 아직까지 그런대로 걸을만 하다고 합니다. 부처님 오신 날이니 대원사에 가면 시간과 관계없이 식사 보시를 베풀 것이라 생각하고 곧바로 대원사 식당으로 직행했습니다. 대원사에서 은혜를 입었으니 자비로우신 부처님께 고마움을 표시해야겠습니다. 대원사 대웅전 마당에 작은 연등 하나 걸었습니다. 같은 부처님을 모시는 사찰인데 화엄사는 속세고 대원사는 속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화대종주 하면서 늘 느끼는 것은 지리에 들 때는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날 때는 언제나 행복한 마음으로 바뀌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 행복이 오래오래 내게 머물러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이지 나 같이 어리석은 사람도 지리산에 들기만 하면 지혜로운 사람으로 변해지는 모양입니다. 지리는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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