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3. 10. 19 (당일)
■ 어 디 를 : 금북정맥 2구간 (배티재 ~ 유량리고개) - 서운산, 성거산
■ 누 가 : 가공산악회 9명과 산타나 그리고 고집통
■ 날 씨 :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15시간 20분 (2구간:8시간 10분)
2일차 배티재 (7:30)→유량리고개(15:40) 8시간 10분
■ 정맥 산행거리 : 46.1 Km (2구간:27.0 Km)
■ 총 산행거리 : 배티재→서운산→엽돈재→부소산→부수문이고개→성거산
→유왕골고개→태조산→아홉싸리고개→유량리고개 (27.0 Km)
금남정맥 끝자락 부여의 낙화암이 부소산에 있고 오늘 금북정맥 지나가는 천안에도 같은 이름의 부소산이 있습니다. 백제시조 온조왕이 첫 도읍지를 정한 곳과 마지막 의자왕이 머물던 도읍지가 같은 이름의 부소산이라니 오십 평생 처음으로 들어보는 역사 이야기입니다. 천 년도 더 전에 벌어진 역사 이야기가 미심쩍긴 하지만 부소산은 엄연히 두 곳에 있긴 있습니다.
거리가 멀어서일까 가을행사가 많아서일까 금북정맥 인원수가 대폭 줄었습니다. 고집통 역시 응당 최사장님 아들래미 결혼식을 찾아가야 했음에도 마음은 부산예식장으로 몸은 금북을 향하고 있습니다. 대경이 대타로 나온 동부의 승차감이 좋아 향후로 동부로 갈아 타자는 데로 의견이 모아집니다. 상도덕 상 약간 미안한 감이 있지만 장거리 이동과 산행을 감안한다면 동부 쪽으로 당연한 한 표를 던졌습니다.
배티재(7:30)에서 서운산 오르는 길은 경사도와 위험도 대비 등산로가 너무 잘 가꾸어져 있습니다. 근처에 배티성지가 있다 들었는데 성지 순례 객들을 위한 배려인 것 같습니다. 서운산(8:19) 정상은 빗자루 질을 한 것처럼 깨끗한 상태였으며 잘 정돈된 벤치가 있어 산님들의 휴식처가 되어주었고 확 트인 시야로 성거들판을 조망할 수 있어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대한민국 중부내륙에서 서해안으로 달려가는 금북정맥은 이전의 호남정맥과는 달리 산등선의 기복이 없어 산행에는 아주 그만입니다. 날씨까지 도와주니 초고속으로 스피드가 나옵니다. 어느덧 경기도 안성 땅을 벗어나고 충북 진천과 충남 천안을 연결하는 엽돈재(9:35)에 내려섭니다. 만뢰지맥 분기점(9:52)에서 서울시청 정맥팀과 스칩니다. 한번의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지만 정맥하시는 분들을 만나면 왠지 반갑고 존경스럽습니다. 우리와 진행 방향이 반대인 것으로 보아 다음달이면 금북정맥 졸업이 되겠습니다.
590.4봉(9:52)이 부소산일 줄은 몰랐습니다. 숲이 우거졌고 우회로에 시그널이 있어 정상을 확인하지 않았더니 불과 5m 앞에 정상석을 두고 스쳐 지나고 말았습니다. 잘 믿기지는 않지만 백제시조 온조왕이 첫 도읍을 정한 곳이라는 설이 있으나 지형상으로 보아 사실 그럴만한 곳은 못됩니다.
부소문이고개(부소령, 10:24)에 내려섰다 위례산으로 오릅니다. 위례산 역시 백제의 첫 도읍지란 설명이 있는 것이 아마도 이 일대를 통틀어서 도읍지로 정했었나 봅니다. 위례산(11:06) 정상에는 위례산성 표지석과 천안시에서 삐딱하게 세운 정상석이 있습니다. 아침식사 한지 얼마 되지 않아 그다지 배가 고프지는 않으나 점심식사를 위례산 정상에서 하잡니다. 산타나가 사는 아파트 인근의 한 식당에서 구입해 왔다며 산타나의 추어탕 예찬론을 줄줄 쏟아 놓습니다. 그래 봤자 고집통의 입에는 그냥 먹을만할 정도입니다.
시멘트 임도가 있고 자동차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틀림없이 우물목고개(12:30) 같습니다. 성거산 성지순례를 하기 위해 대형버스가 올라가고 스틱을 든 산님들이 내려옵니다. 군부대 진입도를 따라 성거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 아래 신유박해와 병인박해 당시 천주교 교인들이 박해를 피해 산속으로 이주하여 집성촌을 이뤄 살았던 성거산성지가 보입니다. 성거산 정상은 군부대와 엄청 큰 통신 탑들이 점령하여 군부대 정문에서 좌측으로 우회(13:07)해야 하고 그로 인해 제자리를 잡지 못한 정상석이 근처의 엉뚱한 봉우리(13:20)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급 내리막길을 내려가고 이후로는 그냥 달려가는 길입니다. 일행들 뒤꽁무니라도 따라잡아 보려고 아무리 빠른 걸음으로 걸어도 보이질 않습니다. 이제 천안 근처까지 접근되었는지 산님들의 모습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고 유왕골 사거리(14:24)의 사각정자에는 먹거리 잔치판이 벌어졌습니다. 성불사 삼거리부터 태조산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몰렸습니다. 앞서간 일행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발걸음 가벼워 보이는 아주머니 한 분을 타깃으로 따라잡기로 마음먹고 부지런히 발 놀림을 해봅니다. 그것 참! 나 고집통도 걷는다면 좀 걸어본 사람인데 아주머니는 도대체 뭘 먹고 사시는지 거리가 가까워지기는커녕 점점 거리가 멀어집니다.
태조산(14:54) 정상의 2층 팔각정에 올라 배낭 속의 짐을 깨끗이 비웁니다. 국민은행 연수원에서 세운 것으로 추정되는 등로의 POST 1/2/3 이라는 이정목은 시민들의 공간에 자 어울리지 않으니 도라지고개, 아홉싸리고개(15:30)등의 이름으로 바꿔야 함이 옳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태조산이 사유지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천안시청에서 정리해줌이 마땅합니다. 태조산 등로 좌측의 철제울타리는 또 왜 필요한지도 몹시 궁금합니다.
밋밋한 내리막길을 빠른 걸음으로 달려 유량리고개(15:40)의 동물 이동통로에서 금북정맥을 마무리하고 좌측 편 약 10m 아래로 내려서서 금북정맥 둘 째날 구간을 마무리합니다.
이번 구간은 충북 진천을 벗어나 충남 천안시 중심부까지 접근하는 구간이면서 부소산, 위례산, 태조산과 왕자산등 백제와 고려에 얽힌 고대사가 깃들어 있고 배티성지와 성거산성지가 있어 근대 천주교 탄압사가 산언저리 곳곳에 서려 있어 금북길 걸어가면서 여러 가지 역사공부도 해봅니다. 어쨌든 이 모든 것이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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