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백두대간·정맥/금북정맥[완]

[금북정맥 – 5] 매운 고추 기운이 하늘을 녹이다

산안코 2014. 2. 9. 22:07

■ 언          :  2014. 2. 08 (당일)

■ 어       금북정맥 6구간 (차동고개 ~ 학당고개) - 장학산, 국사봉, 문박산

           가공산악회 14명 그리고 고집통

           , 비 그리고 싸락눈 후 맑음

 정맥 산행시간 :  41시간 30(6구간:8시간 40)

                      5일차 차동고개(8:05)→학당고개(16:45) 8시간 40

 정맥 산행거리 :  108.8 Km(6구간:23.5 Km)

■ 총   산행거리차동고개→장학산→천종산→국사봉→운곡고개→금자봉→분골고개

                      →645지방도→문박산→학당고개 ( 23.5 Km)

 

 

지난 주 낙남에 이어 이번 주 또 금북을 찾습니다. 그다지 생산적인 일도 하지 않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주말만 되면 눈코 뜰새 없이 바쁩니다. 거제에서는 보슬비가 살살 뿌리고 있더니만 공주시 유구읍 소재 차동고개의 폐 휴게소에는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합니다.

산악회 황 부회장님의 늦잠으로 계획대비 출발시간이 30분 가량 지체되었으나 일정에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선두주자 현배 선배님의 형수께서 홍일점으로 이번 산행에 참가하셨기에 이전 진행속도보다는 늦춰질 것을 은근히 기대해 봅니다. 그렇지만 결론은 그냥 나 고집통의 희망사항이었습니다. 그 형수님께서 얼마나 빠른지 출발할 때 한번 보고 점심식사 할 때 또 한번 보고 산행 끝나고 만날 수 있었습니다내가 3차에 걸쳐 완성했던 거제 동서지맥을 하루 저녁에 해치웠다니 가히 그러고도 남을 만 합니다.

나 고집통은 지난 금북 6구간에서 엄청 고생한 이후 몸을 만들어 보겠다고 나름 노력했는데 어쩔지 약간 걱정을 안고 차동고개(8:05)를 출발해봅니다. 정맥길에 약한 눈보라가 날리지만 그다지 무리 없이 고도를 살살 올려 나갑니다. 금방 내린 눈이어서 아직까지 그다지 미끄럽지는 않습니다.

막 출발하는 정맥길에 일자형 고랑으로 땅이 움푹 패여 있고 나무에 노란색 로프를 묶어 길 안내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번에도 이런 길이 있어 무엇이 이렇게 길바닥을 만들어 놓았나 궁금했었는데 선답자의 산행기에서 오토바이가 산으로 기어 올라오는 것을 목격했다 해놓았기에 궁금증을 해결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이 하얀색으로 변해갑니다. 눈이란 것이 그렇습니다. 온갖 보기 싫은 것들을 시야에서 게눈 감추듯 감춰주기도 하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들도 눈을 보는 순간만은 뇌리에서 지워주기에 사람들을 무척 행복하도록 합니다. 겨울에 눈 산행을 한다는 것은 아주 즐거운 일이 맞습니다. 정맥길에서 처음으로 함께 산행하는 승우가 눈 산행이 첫경험인지 무척이나 즐거워합니다.

  

■ 차동고개에서의 고집통 - 금북정맥 다섯 번째 6구간 산행 들머리

 

■ 차동고개를 출발하는 일행들 - 눈발이 살살 날리기 시작함

 

■ 장학산 오르는 일행들 - 길바닥에 눈이 약간 내렸고 오토바이 바퀴 자국이 있음

 

■ 금북정맥 능선에 눈이 내리기 시작함

 

 

순식간에 장학산(9:15) 정상을 찍고 갑니다. 고도 차가 별반 없는 길이 쭉 이어집니다. 눈이 내리니 시야도 그다지 확보되지 않습니다. 단지 신발바닥에 쩍쩍 달라붙는 눈 만을 신경 쓰며 걷기만하면 됩니다. 천종산(9:49)을 지나 내리막길에서 멋진 설경을 카메라에 담아보고자 한눈 팔다 제대로 엉덩방아를 찧습니다.

서반봉(10:10)을 지나고 국사봉(11:12)을 지납니다. 우리나라에 국사봉은 도대체 몇 개나 있을까요? 국사봉이라는 산 이름에 얽힌 유래는 각기 달라도 전국의 산중에서 봉화산 다음으로 국사봉이 많다는 산림청 통계가 있습니다. 물론 거제도에도 한 곳 있습니다.

수리치(11:47) 가는 길은 그다지 눈이 내리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금북정맥을 종주하시는 산님들 힘힘힘 내세요!』 라는 문구를 「아름다운 강산」에서 준비해 놓았습니다. 아주 고마운 일입니다. 느낌으로 이제 금북정맥도 거의 절반 정도 걸은 것 같습니다. 아무리 빨리 달려도 출발시간 30분의 지연시간이 만회되지 않습니다. 계획지점이 아닌 415봉 헬기장(12:28)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합니다.

  

■ 장학산 정상에서의 고집통

 

■ 눈 내린 천종산 정상 전경

 

■ 서반봉 정상에도 눈이 제법 내렸음

 

■ 2014년에 원 없이 눈밭을 걸어감

 

■ 국사봉 정상에서의 고집통

 

■ 국사봉 정상 전경

 

■ 금북정맥을 종주하시는 산님들 힘내랍니다

 

■ 수리치를 지남

 

■ 일렬로 줄지어 가는 가공산악회 회원님들

 

■ 헬기장에서 라면 끓이는 일행들

 

 

일행들보다 점심식사를 일찍 끝내고 먼저 출발해보기로 합니다. 그다지 많이 쌓인 눈은 아니지만 아무도 가지 않은 눈길을 러쎌을 해나갑니다. 후미에 편안하게 따라갈 때는 잘 몰랐지만 러쎌이란 것이 이렇게 힘든지 몰랐습니다. 미끄럽기도 하고 시루떡 마냥 신발바닥에 달라붙는 눈덩이로 인해 발이 한 짐이나 되어 체력이 급속도로 고갈됩니다. 곧바로 선두서기를 포기했습니다.

멋진 아름드리 나무가 있는 운곡고개(13:39)를 지납니다. 금자봉(14:02)에서는 산행대장님께서 자기 허락 받고 사진을 찍으랍니다. 싸모님이 금자씨이기 때문이랍니다. 특별히 대장님에게 사진을 찍어달라 부탁했습니다. 바로 곁에 은자씨 남편도 있습니다. 설마 동자씨 남편은 없겠지요.

정맥길에 염소선생 세 분이 우릴 마중하고 있습니다. 정맥꾼들의 사진 모델이 얼마나 많이 되어 주었으면 카메라를 눈 앞에까지 갖다 대도 정말이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빤히 쳐다봅니다. 아주 멋진 모델입니다. 오늘 산행의 끝자락 문박산이 저 멀리 보입니다.

  

■ 계속해서 눈은 내리고 있음

 

■ 424.4봉에서의 고집통

 

■ 운곡고개의 이병수 산행대장님

 

■ 금자봉 정상에서의 고집통

 

■ 고집통 옆 모습

 

■ 금북정맥 지키는 염소선생

 

■ 645번 지방도로

 

 

645번 지방도로(15:06)를 건넙니다. 언제 예산 땅을 벗어 났는지는 몰라도 어느새 칠갑산과 땡초로 유명한 청양 땅의 한가운데에 들어와 있습니다. 청양의 특산품 매운 고추의 기운 탓인지 하늘에서는 눈이 빗방울로 바뀌었고 땅바닥의 눈은 온데간데 없고 진흙 길로 변해 있습니다. 산행 막판이 되니까 그다지 높지 않은 문박산도 힘이 듭니다. 이제는 싸락눈인지 우박인지 딱딱한 것들이 하늘에서 떨어집니다. 산불감시초소가 보이더니 이내 문박산(15:50) 정상에 올라서고 이후로는 시멘트 임도가 쭉 이어집니다. 임도변에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고 바로 옆에 무슨 설문조사 하는 함도 설치해 놓았습니다. 쓸데없는 곳에 군민들 돈을 헛되이 쓰지 말라고 적어놓고 싶었으나 워낙 바쁜 몸이라 그냥 지나칩니다.

이제는 정맥길 양쪽 옆으로 여우실 마을과 방죽 마을이 보입니다. 햇빛도 나왔습니다. 오늘 하루 동안 하늘이 차례차례 보여줄 것은 모두 다 보여줍니다. 산행 끝내면서 비 맞지 않고 깨끗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맑은 날씨 보내준 하늘이 고맙습니다. 방죽골의 29번 국도 학당고개(16:45)에는 GS주유소가 있고 장례식장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금북정맥 다섯 번째 6구간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 문박산 오르는 길에 누운 소나무

 

■ 문박산 정상 모습

 

■ 임도를 지나다 만난 운동시설들 - 왜 이런 곳에?

 

■ 이런 이정목도?

 

■ 임도를 가로지르는 일행들

 

■ 철탑 아래에서 꼭대기를 보고 한 컷

 

■ 학당고개에 내려선 고집통 - 금북정맥 다섯 번째 6구간 산행 날머리

 

 

지난번 빼 먹은 금북정맥 4구간을 메워 넣어야 할 것인데 언제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채워 넣어야 마음이 편할 것인데 조만간 계획을 잡긴 잡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