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백두대간·정맥/금북정맥[완]

[금북정맥 – 3] 불청객이 왔다

산안코 2013. 11. 24. 21:19

■ 언          :  2013. 10. 19 (당일)

■ 어       금북정맥 3구간 (유량리고개 ~ 성요셉요양원) - 취암산, 고려산

           가공산악회 13명 그리고 고집통

           맑음

 정맥 산행시간 :  22시간 40 (3구간:7시간 20)

                      3일차 유량리고개(7:50)→성요셉요양원(15:10) 7시간 20

 정맥 산행거리 :  62.3 Km (3구간:19.1 Km)

■ 총    산행거리유량리고개→취암산→21번국도→돌고개→고려산→전의산연수원THEEMERSON→덕고개→성요셉요양원 (19.1 Km)

 

 

불청객이 찾아왔습니다. 안 왔으면 좋으련만 오는 손님을 어찌 막겠습니까? 최대한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다시는 찾아오지 않도록 잘 타일러야겠습니다. 생활습관을 바꿔야 함이 불가피해졌지만 사는데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니 하던 짓인 정맥길 이어가기는 계속해야겠습니다.

산타나 없는 정맥길은 참 오랜만입니다. 나중에 땜빵 하기도 힘들 것인데 본인이 장가가는 것도 아니고 결혼식장에 눈도장 찍으러 갈 양이면 그냥 금북으로 발길을 돌렸으면 좋았을 것을 개인적으로 아쉽습니다.

유량리고개(7:50)를 출발하여 서서히 고도를 올려봅니다. 올 겨울 첫눈 치고는 제법 많이 내린 눈이 군데군데 쌓여있습니다. 대체적으로 정맥길 상태는 양호한 편입니다. 321봉에서 취암산 가는 길에 약간의 헷갈림이 있었지만 무난하게 산행은 진행됩니다. 중국 발 미세먼지로 시계가 약간 흐려도 하늘아래 가장 편안한 땅이라는 천안(天安)시를 조망하는데 큰 무리는 없고 기온 역시 산행하기에 딱 안성맞춤입니다.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을 밟으며 늦가을 정취 안으로 빠져들어갑니다. 자가락 자가락, 사그락 사그락, 사각사각 듣기 좋은 낙엽 밟는 소리가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모르게 뇌리에는 갑상선, 갑상선으로 바뀌어져 맴돌고 있습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큰일입니다. 빨리 잊혀져야 할 단어인데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매김될까 걱정입니다.

  

■ 유량리고개 동물이동 통로를 향해 출발 - 금북정맥 세 번째 산행 들머리

 

■ 315봉의 취암산 이정목

 

■ 283봉 전망바위에서 천안시를 배경으로 선 고집통

 

 

암봉인 취암산(경암산, 9:03)정상에 올랐지만 정상이란 어떤 표시는 없고 휴식할 수 있는 나무의자와 약간의 운동기구만이 있습니다. 마을 뒷동산으로 정맥길이 이어지면서 동우아파트 뒤를 지나고 21번 국도변(9:27)에 내려섭니다. 21번 국도와 경부고속도로가 나란히 있어 무단횡단은 불가능하기에 부득이 도로를 따라 우측으로 한참을 내려가 지하차도를 통과하게 되니 무려 왕복 2Km의 거리를 돌게 됩니다.

동원(9:44)의 모회사 정문 밖으로 담배 피우러 나온 몇몇 사원들과 정면으로 눈이 마주칩니다. 건강에 안 좋다고 그토록 홍보를 하고 이렇게 추운 겨울날 회사 밖까지 나와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싹둑 끊지 못하는 이유와 나 고집통이 술 못 끊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겁니다. 나 고집통은 술 양을 약간 줄이도록 해야겠습니다.

  

■ 취암산에서 뒤돌아 본 태조봉

 

■ 취암산에서 본 동우아파트와 고려산

 

■ 동우아파트 뒤로 접근되는 금북정맥

 

■ 21번 국도변의 고집통

 

■ 21번국도와 경부고속국도 지하통로를 통과

 

■ 회사 밖에서 담배 태우는 아저씨들 - 어딜 가나 그 놈의 담배가 문제지...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는 왕자산(10:03)이라는 표식의 종이가 길바닥에 나뒹굴고 있습니다. 진행방향의 왼쪽으로 어마어마하게 큰 돼지사육장이 있어 똥 구린내가 천지를 진동합니다. 가늠컨대 돼지 백만 마리는 더 키우고도 남을 규모의 건물이 보입니다. 나중에 내가 은퇴한 후에 고향으로 귀향하지 않으려는 이유가 합천 땅 시골마을 인근에 돈사가 있어 돼지 똥 냄새가 사람이 살수 없도록 괴롭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돼지고기 먹는 것은 좋아합니다.

  

■ 왕자봉이 맞나?

 

 

돌고개(10:25)에 잠깐 내려섰다 공업용수 관리소인가 뭔가가 있는 새 건물 옆으로 올라갑니다. 그리고 굴머리고개(10:53), 아야목고개(11:23)를 지나고 곧바로 고려산으로 오릅니다. 오늘 선두의 현배 영감님 아주 신났습니다. 본래대로라면 굴머리고개에서 점심식사를 했어야 하나 허덕거리며 뒤따르는 우리는 무시하고 시속 5Km이상으로 마구 달립니다. 고려산정상(11:40)은 돌탑 1기와 사각정자가 있습니다. 정자근처 공터에는 무슨 행사 준비를 하는지 까꾸리로 깨끗하게 쓸어놓았으며 고려산성의 유래가 적힌 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오늘은 산타나가 없으니 점심식사를 간단하게 호박죽으로 준비했습니다만 일행들의 과잉친절로 인해 오히려 배는 더 불러졌습니다.

  

■ 어마어마하게 큰 돼지사육장 - 냄새가 천지를 진동함

 

■ 돌고개의 공업용수 관리하는 건물

 

■ 아야목고개 전경

 

■ 고려산 정상의 고집통

 

■ 고려산 정상 사각정자에서 점심식사 중

 

■ 무슨 열매?

 

 

황골도로(12:54)를 건너고 산꼭대기에 있는 커다란 건물 뒤를 돌아나오니 선답자들의 산행기에서 자주 등장되는 사나운 개가 지키고 있는 전의산연수원(13:32) 정문으로 올라섭니다. 왕왕거리다 명규 영감님이 스틱을 들고 쫓아가니 이내 조용해집니다. 허기사 묶여 있으니 겁을 줄 수 있지 풀어놓았다면 어디 가당키나 했겠습니까? 바로 아래 에머슨GC(14:00)가 나오고 고급차량들이 쫙 깔린 주차장을 통과하여 골프장 진입도로를 쭉 따라갑니다. 골프도 등산도 작대기 들고 하는 취미생활인데 어째 노는 수준차이가 많이 납니다. 사장님 나이샷입니다요.

금북정맥 세 번째 최종목적지인 덕고개(14:36)에는 691번 지방도와 경부선철로 그리고 1번 국도가 나란히 가로질러 갑니다. 경부선철로 위를 화물열차가 굉음을 내며 지나갑니다. 기차철로를 건너고 국도아래 굴다리를 통과합니다. 워낙 산행속도가 빨랐다 보니 계획대비 훨씬 빠른 시간에 우린 덕고개에 도착해버렸고 덕고개는 버스가 주차해 기다릴만한 공간이 없어 30분 거리에 있는 성요셉요양원까지 조금 더 진행하기로 합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행정도시가 어쩌고저쩌고 그렇게 말이 많았던 세종시에 우리가 들어와 있습니다. 산수유과수원의 일부 나무에는 인정스럽게도 빨간 산수유 까치 밥을 남겨놓았습니다.

성요셉요양원(15:10)에도 이제 가을이 서서히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길바닥에 떨어진 노란 은행나뭇잎이 가는 가을을 아쉽도록 합니다.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2013년의 산 달력이 오늘로써 딱 한 장 남았습니다. 지나가는 세월의 빠르기도 아쉽습니다.

  

■ 전의산 연수원 앞 모습

 

■ 전의산 연수원 입구의 단풍

 

■ 전의산 연수원 입구에서의 고집통

 

■ 에머슨 골프장 주차장과 정문 앞을 통과

 

■ 나무 개선문을 통과하는 고집통

 

■ 덕고개 내려서기 전의 일행들 모습

 

■ 덕고개 경부선 철로를 건너다 한 컷 하는 고집통
■ 전의 조경수마을 - 이곳이 세종시구만...

 

■ 까치 밥 산수유 열매

 

■ 성요셉요양원 뒤편으로 내려 선 고집통

 

■ 성요셉요양원 뒤 사각정자 - 금북정맥 세 번째 산행 날머리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티베트의 속담입니다. 오늘의 걱정이 내일의 걱정이 될 수 없고 지나간 걱정은 곧 잊혀지게 마련입니다. 불청객 갑상선은 내가 걱정해서 될 일이 아니니 수술할 의사에게 내 걱정을 넘겨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