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4. 4. 05 ~ 4. 06 (1박 2일)
■ 어 디 를 : 금북정맥 8구간 (스무고개 ~ 나본들고개) - 오서산, 백월산, 덕숭산
■ 누 가 : 가공산악회 7명과 산타나 그리고 고집통
■ 날 씨 : 4/5 맑은 후 눈 그리고 흐림, 4/6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62시간 48분 (8구간 : 14시간 55분)
7일차 스무고개 (9:12) → 아홉골고개 (16:12) 7시간 00분
8일차 아홉골고개 (6:20) → 나본들고개 (14:15) 7시간 55분
■ 정맥 산행거리 : 167.0 Km (8구간 : 40.7 Km), 금자봉 → 오서산 왕복 3.8 Km
■ 총 산행거리 : 스무고개→물편고개→우수고개→금자봉→오서산→금자봉→신풍고개
→생미고개→아홉골고개(1박)→갈마고개→꽃조개고개→하고개→백월산→까치고개
→홍동산→수덕고개(육괴정)→덕숭산→나본들고개 (약 44.5 Km)
때는 바야흐로 만물이 생동하는 봄날입니다. 전국이 봄소식으로 떠들썩합니다. 오래간만에 정맥길 1박2일 나선다는데 한식과 꽃놀이 행사들이 겹쳐 정맥 식구가 눈에 띄게 많이 줄었습니다. 더군다나 백만 단위를 넘어서는 버스 삯 무게의 압박까지 받고 있습니다.
하늘과 땅이 자리를 바꾸지 않는 한 금북길 발걸음을 멈추지는 않을 겁니다. 조촐한 아홉 명의 식구만이 스무고개를 향합니다. 이번 구간은 1박2일에 걸쳐 충남 홍성군의 남쪽 끝에서 시작하여 북쪽 끝까지 군 전체를 가로지르게 되며 금북정맥에서 으뜸 높이인 오서산을 오르게 됩니다.
오늘은 봄 밭갈이와 논 물 가두기를 한다는 청명입니다. 금북정맥 여덟 번째 산행 들머리인 스무고개(9:12)에서 밭 흙을 일구시는 할머니가 있어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니 『워디서 왔어유?~~』 하고 궁금해합니다. 『거제도에서요』 『아이구! 먼데서 오셨구만유~~』 할머니 말씀속도에 충청도의 여유가 듬뿍 묻어납니다.
산 복사꽃이 제일 먼저 봄 인사를 올립니다. 산복숭, 개복숭, 돌복숭이라고도 하는데 고집통 어릴 적엔 시골 산 중에 천지로 깔렸어도 거들떠 보지 않았던 열매였었는데 최근 효소를 만들어 먹으면 기관지나 류마티스에 좋다는 민간요법이 세상에 알려져 돈을 주고 구하려 해도 구하기가 어려운 보석이 되었습니다.
물편이재(9:59)를 지납니다. 그냥 고만고만한 그런 능선들을 따라 정맥길이 이어지니 발걸음이 편안합니다. 한식에 즈음하여 조상님들 산소를 찾는 사람들이 가끔 눈에 띕니다. 어떤 이들은 조상을 저렇게 깍듯이 모시는데 고집통은 산속을 이렇게 헤매고 있으니 세상사 조상님이 잘 돌봐 줄 리 없습니다. 그래도 후손이 좋아하는 일이니 조상님께서 이해해 줄 것으로 믿습니다. 오래간만에 할미꽃을 봅니다. 진달래꽃이 활짝 피었고 노란 애기똥풀꽃도 폈습니다. 완연한 봄 속에 내가 들어와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진행하는 방향으로 거대한 산이 보입니다. 금북정맥 최고봉 오서산입니다. 옛날에 까마귀가 많이 살아서 오서산이라 하고 또 다른 해석에 의하면 다리 셋 달린 삼족오가 살고 있고 그 삼족오는 태양을 상징하기에 그만큼 신성한 산이라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합니다. 오서산은 금북정맥에서 약 2Km 밖에 벗어나 있지만 금북정맥을 하면서 정상에 오르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오서산 삼거리(금자봉, 11:36)에 배낭을 내려놓고 오서산정상을 향해 부리나케 달려가봅니다. 숨이 꼴딱 넘어갈 즈음에야 오서산(12:40)정상에 올라설 수 있었고 때를 맞춰서 맑았던 하늘에 구름이 몰리더니 4월에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마치 삼족오가 멀리서 온 귀한 손님들을 환영해주는 잔치를 열어주는 것처럼 말입니다.
오서산을 내려가던 중 봉수지맥 분기점(13:40)을 통과합니다. 나지막한 언덕배기로 정맥길은 이어지고 올 봄 부쩍 자란 목초지를 통과하게 됩니다. 신풍고개(14:20), 꽃밭굴고개, 생미고개등 야트막한 고갯길을 자주 건너게 됩니다. 꽃밭굴고개가 있어서인지 정맥길 주위에 온갖 봄 꽃들이 만발했습니다. 오늘 제대로 된 봄을 만끽합니다.
신동마을 표지석이 있는 생미고개(15:14)를 지나고부터 돼지사육농가를 시작으로 오늘 산행 종료하는 아홉골재까지 셀 수도 없이 많은 축산 농장들을 스쳐 지납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옵니다. 축산농장에서 야릇한 냄새가 콧속으로 스물 스물 밀려 들어옵니다. 약 두어 시간을 꼼짝없이 소똥 냄새 속에 갇혀 버렸습니다.
도로변에 『함께하고 서로 나눈 사람들 「은퇴농장 사람들」』이라는 안내판이 있습니다. 열심히 일만하고 살다 현역을 은퇴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는데 작은 투자로 큰 기쁨을 누리며 여생을 즐길 수 있는 그런 곳이랍니다. 인터넷상에 은퇴농장 사람들에 대해 많은 글들이 올라있으므로 은퇴를 준비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아홉골재 원천리 중원마을(16:13)에서 금북정맥 일곱 번째 첫째 날 산행을 끝내고 광천읍 체육공원에서 비박하는 일행들을 남겨두고 산타나와 나 고집통은 광천역 주위의 모텔에 여정을 풀었습니다.
광천읍은 장항선이 지나는 교통의 요충지이며 고려시대 때 고깃배들이 새우를 잡아 옹암포구에 들어오면서 새우젓이 유명해졌으며 이후 토굴저장법이 개발되어 광천토굴새우젓이 광천의 명물이 되었다 합니다. 조선김도 더불어 특산물로 유명하다 합니다. 그래서인지 광천시장에 온통 새우젓 가게만 보입니다.
환갑이 다된 버스기사님은 카스토리에 푹 빠졌습니다. 우리모텔에 무임승차하신 기사님의 스마트폰에서 밤새도록 삐리릭 거리는 소리에 한숨도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본인은 좋아서 하는 일이라도 타인에겐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하는데 여~엉 아닙니다. 둘째 날 산행시작 지점인 아홉골재를 찾아 버스는 광천읍을 출발하고 금방 도착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제 그 아홉골재는 시간이 한참을 지나도 도무지 나타나지를 않습니다. 아이고야~. 버스가 알바를 해버렸고 아침의 황금 시간을 무려 30분씩이나 까먹어버렸습니다. 알고 보니 기사님 길치였습니다.
아홉골재(6:20) 산행 들머리의 중원마을 축사 앞을 지나자니 정말 순하디 순하게 생긴 소가 카메라를 따라다니며 모델에 응해줍니다. 눈이 너무 커서 걱정스럽습니다. 정맥길은 농로와 밭고랑을 지나게 되는 착한 길이 이어집니다. 주위에 인삼 밭이 있고 정원수 농장도 있습니다. 갈마고개(6:38)를 지나고 장항선 철로 위를 지나는 육교(7:22)도 건넙니다. 꽃조개고개(7:48)에서는 교통신호등의 지시를 따릅니다. 남산 산림욕장 올라가는 길목에 만해 한용운선생 동상이 있습니다. 충남홍성은 충절의 고향으로써 만해선생을 비롯하여 김좌진 장군, 최영장군, 성삼문선생 등 역사 속 인물들이 많이 배출된 고장이기도 합니다.
숨을 헐떡이며 남산정상(8:06)의 팔각정에 오르니 멀리 홍성읍이 잘 조망됩니다. 『워디서 왔어유?』 노신사 한 분이 말을 붙여옵니다. 『거제도에서 왔습니다』『거제도 배 만드는 회사에서 왔나유?』『예』『조카가 거제도에 있는데 조ОО 알아유?』 내가 아는 사람 이름입니다. 이야기를 좀 나누고 싶었으나 가야 할 길이 바빠 안부를 전해주겠다는 인사말을 남기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나 고집통은 거제에 돌아와서 확실히 안부를 전해 주었습니다.
재너머사래긴밭 가는 숲길이라는 안내표지가 많이 보입니다. 재너머사래긴밭이 어디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남구만 선생의 시조에서 살짝 도용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29번 국도가 지나는 하고개에서는 4차선도로를 무단통행하고 싶은 마음은 아주 간절했지만 약 1Km 거리에 있는 굴다리를 돌아서 통과합니다.
아침식사를 일찍 했기 때문에 백월산 정상을 올라서면 점심식사를 할 것이라는 희망에 한껏 힘을 내봅니다. 백월산 정상에 올라보니 금북정맥의 끝자락인 서해바다가 드디어 조망되기 시작합니다. 칠장산을 출발하여 꼭 7개월 만에 바라보는 바다입니다. 아직 세 구간이 남았지만 금북정맥이 금방이라도 끝날 것 같은 느낌입니다. 백월산(9:55) 정상 능선에는 강아지 머리 모양 등 여러 형태의 거대한 바위박물관입니다. 약한 바위들은 풍화작용에 의해 마사토로 변해 흘러 내리고 강한 바위는 여러 모양의 형태로 남은 것 같습니다. 정상 끄트머리에 있는 홍가신사당(10:01)을 둘러보고 점심식사를 하는구나 생각했는데 선두권이 시야에서 보이지 않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선두권은 멈추지 않는 폭주기관차처럼 그냥 까치고개(10:26)까지 내달리고 있었습니다.
날씨도 더우면서 배까지 고파지니 열이 살살 오를라 하는데 선두가 점심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광천읍 24시 김밥집 김밥이 목구멍에 덜컥덜컥 걸립니다. 어쩌겠습니까? 나본들고개까지 가려면 억지로라도 먹어야지요.
홍동산(11:40)은 오래 전에 산불이 났었나 봅니다. 시커멓게 타서 변해버린 산이지만 새로운 생명이 싹트고 있습니다. 진달래꽃이 피었습니다.
수덕고개(12:22) 옥괴정 앞 주차장에 이중삼중 주차된 차량들로 차산차해입니다. 인근에 수덕사가 있다더니 옥괴정 주변 식당에 밥 먹으러 온 손님들의 차량들입니다. 식당 앞 선전용 플랜카드의 먹음직스런 음식사진을 바라보니 참말로 먹고 싶은 충동을 받습니다. 조금 전 말라 비틀어진 김밥 한 줄로 점심식사를 때웠으니 군침이 돌 수 밖에 없습니다.
덕숭산 오르는 길은 철망으로 막혀 삥 돌아서 올라갑니다. 이마를 타고 흘린 땀방울이 눈 속으로 스며들어 눈이 따끔거립니다. 아무래도 내일이면 빨간 토끼 눈이 될 것 같습니다. 가다 쉬기를 여러 번 천신만고 끝에 덕숭산(13:21) 정상까지 올라 단체사진에 고집통 얼굴을 올렸습니다.
덕숭산 정상에서 과한 휴식을 했었나 봅니다. 이제 나본들고개로 내려가기만 하면 되기에 선두가 출발하고도 한참을 여유를 부리다 천천히 내려갑니다. 무엇에 홀린 듯 반질반질한 하산길이 갑자기 의심스럽습니다. 산타나에게 다른 길이 있는지 둘러 보라 하니 아니나 다를까 다른 길이 있답니다. 아직 정상에서 쉬고 있는 일부 일행들에게 우리 뒤를 따를 것을 주문하고 내려가는데 하산길이 선명하질 않습니다. 뭔가 잘못되었음을 알았을 때는 후미 일행도 이미 합류가 되었고 되돌아 서기에는 너무 많이 내려와 버렸습니다. 어차피 내려만 가면 되니까 그냥 길 없는 길을 개척하면서 내려가기로 합니다. 낙엽에 미끄러지고 가시에 팔다리를 찔려가며 막판에 안 해도 될 고생을 진탕합니다. 정맥하면서 이런 일이 없어야 하는데 약간의 부주의가 준 선물을 아낌없이 받습니다.
결국에는 나본들고개에서 13번 국도를 따라 한참 벗어난 지점인 대치리(14:14)에서 하산을 완료하고 버스를 불렀습니다. 오늘은 시작할 때 버스가 알바하고 마지막에는 나 고집통을 포함한 일부 일행들이 알바를 하는 진기록을 세우고 말았습니다. 세월 지나면 이 또한 추억으로 남을 것입니다.
이번 금북정맥길에서는 봄 구경 한번 잘하고 돌아왔습니다. 정맥길에 또 봄이 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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