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4. 3. 08 (당일)
■ 어 디 를 : 금북정맥 7구간 (학당고개 ~ 스무고개) - 천마봉, 오봉산, 백월산
■ 누 가 : 가공산악회원 11명과 산타나 그리고 고집통
■ 날 씨 :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47시간 53분(7구간 : 6시간 23분)
6일차 학당고개(6:13)→스무고개(12:36) 6시간 23분
■ 정맥 산행거리 : 126.3 Km(7구간:17.5 Km)
■ 총 산행거리 : 학당고개→일산봉→여주재→천마봉→오봉산→백월산→스무고개 (약 17.5 Km)
금북정맥이 예약되어 있는데 최근 자리를 새로 이동한 파트에서 거제관내 노자산으로 워크숍을 가야 한답니다. 이런 기회를 살려 파트 내 멤버들과 얼굴을 익히고 다소 서먹한 분위기도 다잡으면 좋으니까 마음 같아서야 충분히 함께 하고 싶은데 내가 정한 평생지계를 뒤로 미룰 수가 없습니다.
산행 종료 후 서둘러 귀가해야 하는 일행이 있어 새벽2시에 거제를 출발해야 했고 날이 밝기도 전에 청양의 학당고개에 있는 기사식당에 도착합니다. 아침식사가 끝났는데도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아 버스 안에서 날이 밝기를 기다리다 마냥 하염없이 기다릴 수 없으니 그냥 출발하기로 합니다. 학당고개 GS 주유소(6:13) 옆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면 자동차 정비소 앞을 지나게 되고 길가 작은 컨테이너 옆에 매달린 시그널을 보고 오른쪽 산속 정맥길로 들어섭니다. 자칫 한눈 팔면 산행 들머리를 놓쳐 매일유업 공장으로 가게 될수도 있는 곳입니다.
2번 이름표를 매단 송전 철탑이 나오자 오늘은 철탑만 보고 진행하면 된다고 산행대장님이 말합니다. 정맥길을 따라 철망 울타리가 쳐져 있고 바로 아래 매일유업 청양공장이 있습니다. 나 고집통이 오늘은 기분 좋게 일행 중 두 번째 자리를 선점하고 선두의 뒤를 바짝 따라붙고 있습니다. 선두 현배 형님의 발걸음이 어째 오늘은 더 빨라져 보입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장거리 전문 산악카페인 거달사에서 2주 후에 진행할 거제지맥 무박종주를 위한 예행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천지도 모르고 내가 그 뒤를 따랐으니 나는 처음부터 오버 페이스가 되고 말았습니다.
4번 철탑 지날 즈음에서야 낌새를 알아챘는데 그때는 이미 체력안배에 차질이 생겨버렸고 일행들 중 가장 후미로 쳐졌습니다. 오류재(6:56)를 건너고 9번 철탑을 통과하고 일산봉(7:24)을 넘습니다.
엉겁결에 진행 속도가 빨라지다 보니 오늘 목표로 한 정맥길은 팍팍 줄어듭니다. 순식간에 SK주유소가 있는 여주재(구봉재, 8:00)에 도착하게 됩니다. 거의 시속 5Km 속도는 나왔을 것 같습니다. 이러다 잘못하면 오늘 오전 중으로 산행을 마칠지도 모르겠습니다. 천자봉 급경사 길을 힘겹게 오릅니다. 통신 안테나 철망에 천자봉(8:20) 정상이라는 팻말을 걸어 놓았습니다. 매산리 도로가 지나는 큰골재(8:42)에는 삽사리 두 마리가 철없는 우릴 한심한 눈으로 멍하니 바라보고 있습니다.
큰골재에서 정맥길을 잠시 놓쳐버려 가시넝쿨을 헤치며 무작정 산능선을 향해 치고 올라갑니다. 앞에 많은 사람들이 지나갈 때는 가만 있던 까투리란 놈이 하필이면 내 발 밑에서 푸드덕 날아갑니다. 잠시 후 『노루 잡아라』라는 고함소리가 들립니다. 길 아닌 길을 지나가다 보니 편하게 잘 쉬고 있던 까투리와 노루를 놀라게 했습니다. 좌우지간 자연의 가장 큰 천적은 나를 포함한 사람들입니다.
산능선에 올라서니 임도가 나오고 그 주위로 엄청 많은 정원수를 키우고 있습니다. 야산을 이용한 돈벌이 아이디어가 멋집니다. 규모로 보나 정원수 품질로 보나 큰 돈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삼각형으로 그려놓은 특이한 헬기장을 지나고 나니 오봉산(9:34)에 올라서게 됩니다. 지도상에는 오봉산이건만 정상 나무팻말에는 구봉산이라고 적어 놓았습니다. 내겐 오봉이든 구봉이든 별로 중요한 건 아니지만 어떻게든 정리는 되어야 할 것 같고 잠시 후에 나타난 넘어진 산불감시 초소도 꼭 정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 점심식사는 행동식으로써 김밥입니다. 예정된 산행거리가 짧고 빨리 귀가해야 할 이유가 있어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불필요하게 소모한 시간이 없어 엄청 빠르게 진행이 됩니다. 공덕재(10:20)에는 오늘의 최고 난코스 백월산이 3Km 거리에 있다는 이정목이 있습니다.
백월산은 인근에서 제법 유명세를 타는지 300m 거리를 두고 계속해서 이정목이 세워져 있고 중간중간에 벤치도 설치해 놓았습니다. 초반 무리한 산행속도로 인해 체력 고갈현상이 급속도로 나타나면서 언제나 그랬듯이 오늘도 일행들의 가장 후미에서 나 고집통은 죽기살기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매번 정맥길 걸으면서 느끼는 일인데 내게는 한번도 호락호락한 정맥길이 없다는 것입니다. 백월산 정상 근처에서 여태껏 한번도 보지 못했던 특이한 바위가 널려 있습니다. 시멘트에 자갈을 버무려 놓은 레미콘 콘크리트 덩어리 같은 생김새의 바위들입니다. 분명 시멘트 덩어리는 아니고 돌 덩어리인 것으로 보아 옛날에 이곳이 바다였었는데 천지가 개벽하면서 용암이 자갈을 품고 솟구쳐 올라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서남쪽으로 진행되던 금북정맥이 가장 남쪽에 위치한 백월산(11:35) 정상을 찍고 잠시 후 나타나는 금강기맥 분기점에서 태안반도를 향해 북서방향으로 다시 올라가게 됩니다. 금강기맥 팻말이 있는 분기점에서 급우틀 하면서 급경사길로 내려서게 되는데 그냥 내려 꼽는다는 표현이 옳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편하지 않은 잠발란으로 발가락이 아파 죽을 지경인데 이런 내리막길은 나에겐 최악입니다.
근처에 펜션(12:18) 몇 동이 보이고 한 마리의 시베리아허스키란 놈이 뒤쫓아 오고 있어 바짝 긴장이 됩니다. 펜션 찾아오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훈련을 많이 받은 듯 앞서거니 뒤서기니 하면서 잘도 길을 안내합니다. 그렇게 길을 안내하다 우리가 자기네 펜션 손님이 아닌것을 알았는지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우거진 대나무밭을 관통하고 소나무를 잘라내고 임도를 만들고 있는 벌거숭이 지대를 지나고 나니 오늘 산행 날머리 스무고개(12:36)에 내려서게 됩니다.
스무고개는 보령시 청라면과 청양군 화성면을 연결하는 36번 국도가 지나며 옛날에 고개가 워낙 험해 도적과 산적이 우글거려 산을 넘을 때는 스무 명의 장정들이 몰려 함께 넘었다 하여 그렇게 불렸다 합니다. 옛날에는 그랬는지 몰라도 지금 상황으로 보아서는 그다지 험한 고개 같지는 않습니다. 오늘 이 스무고개에서 산행을 멈추고 보니 시간이 너무 일러도 이릅니다. 빠른 속도로 걸었기에 힘이 들고 고생한 산행이었지만 멀건 대낮에 목표한 산행을 종료해놓고 보니 기분은 아주 좋습니다.
다음 차수는 모처럼 1박2일 산행을 한다 합니다. 매번 힘든 산행이지만 다음달이 나를 설레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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