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행/반야봉·삼신봉

[지리산 바래봉] 눈 산행 갔다 뻘 밭을 헤매다

산안코 2014. 3. 1. 10:39

◆ 언        : 2014. 3. 01 (당일)

    : 지리산 바래봉

        : 인연, 진호와 고집통

날        : 오락가락 봄비

산행 여정 : 용산재 허브주차장→바래봉→팔랑치→부운치→세동치→전북학생교육원

산행 시간 : 6시간 26

        용산재 허브주차장(8:34)→바래봉(10:27)→세동치(13:19)→전북학생교육원(15:00)

산행 거리 : 12.1 Km

 

◆ 지리산 바래봉 지도: 용산재 허브주차장-바래봉-팔랑치-부운치-세동치-전북학생교육원

 

진호 친구가 이 겨울이 다 가기 전에 눈 산행 한번 데려가 달랍니다. 마다할 고집통이 아닙니다. 사람 좋은 인연이 친구를 합류시킨 후 31일로 약속 잡고 지근에 아직 눈이 남았을 만한 곳을 더듬어보았으나 딱히 눈이 있을만한 곳이 떠 오르지 않습니다. 지리산이라면 아무래도 잔설이 남아 있을 것 같아 바래봉을 선택했습니다. 3년 전 31일에 재수 좋게 눈을 흠뻑 맞아가며 바래봉에 올랐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도 혹시나 하고 말입니다.

거제에 비가 옵니다. 남원의 운봉에도 비가 옵니다. 운봉의 기사식당은 아침백반에 무슨 반찬이 그리 많이 나오는지 전라도 밥상을 받아보면 거제도 식당이 생각나서 볼 때마다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용산재 허브농원 주차장에서 산행은 시작됩니다. 운지사를 통해 올라갈까도 생각했지만 빗물로 바지가 다 젖을 것을 걱정하여 그냥 임도를 따르기로 했습니다. 슬슬 아주 슬슬. 천하의 한량 걸음으로 올라갑니다. 입춘 지나고 우수 지나니 어쩔 수 없이 지리산에도 봄은 오는지 길가에 버들강아지가 활짝 피었습니다. 버들강아지를 사진에 담아 서울 사는 딸래미에게 보냈더니 난생 처음 보는 모양인지 너무 징그럽다고 난립니다. 얼마나 이쁘고 앙증맞은데 요즘 애들은 자연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자라는 것 같습니다.

  

◆ 용산재 허브주차장 - 지리산 바래봉 산행 들머리

 

◆ 운지사 삼거리 지나 바래봉 오르는 인연, 진호 친구

 

◆ 바래봉 오르는 임도길

 

◆ 길가에 핀 버들강아지 - 지리산에도 봄이...

 

◆ 바래봉 오르다 본 운봉의 구름바다

 

◆ 바래봉 샘터

 

◆ 산돼지가 파헤친 땅바닥

 

운봉마을 덮은 구름이 걷히면서 살짝 하늘이 열리고 멀리 백두대간 고남산 정상이 조망됩니다. 이를 시작으로 내리던 비가 그치고 날씨도 맑게 개기를 희망해봅니다만 만고의 내 희망사항입니다. 아직 잔설이 남았을 거라는 나의 예측과는 달리 바래봉 샘터 근처 서북능선 삼거리에는 빗물과 눈 녹은 물이 온통 범벅이 되어있고 더불어 산돼지가 온 산을 매고 다녀 완전 뻘 밭이 되어 있습니다. 쩍쩍 달라붙는 진흙으로 신발과 바짓가랑이는 뻘 칠갑을 하고 맙니다.

바래봉 정상에는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나무데크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민둥산이 되어버린 정상 언덕배기의 각종 풀과 나무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으로 설치한 모양입니다. 고집통 생각에는 나무데크를 설치한 일도 참 잘한 일이 맞지만 정상에 지리산 바래봉이라는 정상석도 하나 세워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인 서북능선 끝자락에 바래봉이 있으며 지리산이 이곳까지 뻗쳐있음을 표시해줌도 한층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남원시에서 할 일인지 지리산 국립공원에서 해야 할 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바래봉 정상에 올라서고 나서 운무가 살짝 걷히더니 지리의 주능선과 서북능선을 감질나게 힐끔 보여주고 이후로는 한번도 그 아름다운 속살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봄을 재촉하는 봄비를 맞아가며 5월이면 바래봉 철쭉으로 유명한 팔랑치로 발길을 옮깁니다. 눈 구경 시켜주려고 바래봉으로 데리고 왔는데 뻘 밭을 헤매게 해서 진호, 인연 두 친구에게 미안합니다. 그렇지만 어쩔 수가 없습니다. 나도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요. 3월 달에 눈 구경하겠다는 진호 친구 저가 잘 못된 거지 데리고 온 내가 잘못인가요?

  

◆ 지리산 바래봉 정상에 이런 나무 데크를

 

◆ 지리산 바래봉 정상에 오른 고집통

 

◆ 지리산 바래봉 정상 표지목

 

◆ 하늘이 잠깐 열린 틈을 타 지리산 주능선을 조망함

 

◆ 지리산 바래봉 정상에서 한 컷 더

 

◆ 지리산 바래봉에서 바라 본 지리산 주능선 - 노고단이 조망됨

 

팔랑치를 넘어서고부터는 등로에 약간의 눈이 남아 그나마 위로가 됩니다. 눈이라기 보다는 등산객의 발에 밟혀 다져진 얼음이라고 생각하면 되겠고 엄청 미끄럽습니다. 부운치를 지나고 세동치로 계속 발걸음을 이동합니다. 세동치에서 라면을 끓이기로 했는데 세동치 0.2Km가 남았다는 이정목이 너무 야속합니다. 하마 나올란가? 금방 나오겠지? 사람 속을 있는 대로 다 태우고 나서야 세동치가 삼거리가 나옵니다.

세동치 바로 위 헬기장에서 자리를 잡고 라면을 끓이기로 했습니다. 인근에 샘터가 있으니까 라면 물을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3년 전에 그 샘터 옆에서 하룻밤을 묵은 적이 있고 혹시나 또 다음을 생각하여 그 샘터에 꼭 한번 가 보고 싶었습니다. 샘터 가는 길은 올 겨울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별로 없었는지 흔적이 희미합니다. 수량은 예전과 다름없이 아주 풍부합니다.

  

◆ 팔랑치에 도착한 고집통

 

◆ 팔랑치 철쭉 군락지의 데크에 선 고집통

 

◆ 팔랑치 철쭉 군락지 모습

 

◆ 부운치 이정표

 

◆ 봄 색깔을 간직한 노각나무

 

◆ 세동치 가는 길 옆 비상하는 모습의 바위

 

◆ 세동치에 도착한 고집통

 

◆ 세동치 헬기장 아래 샘터 - 3 년 전 샘터 근처에서 비박함

 

전북학생교육원으로 하산합니다. 남원에서 오신 두분 산님이 교육원에서 먼저 내려와 운봉택시를 불러보다 여의치 않은지 운봉에 살고 있는 후배님을 부릅니다. 고맙게도 덕분에 용산재 허브 주차장까지 동승하여 무료로 편안하게 이동이 됩니다.

비록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 하루 종일 보슬비를 맞으며 뻘 밭을 헤매는 산행을 하였지만 오래간만에 30년 친구와 함께 한 지리산 산행이어서 무척 기분이 좋았고 격 없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다음에 또 좋은 날을 기약해 두었습니다.

 

◆ 부러지고 넘어진 지리의 나무들

 

◆ 전북학생교육원으로 내려가다 만난 임도길

 

◆ 전북학생교육원 위에 한창 공사중인 건물 - 지리산 바래봉 산행 날머리

 

◆ 전북학생교육원에 도착한 세 친구 - 인연 , 고집통 , 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