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4. 11. 1 (당일)
■ 어 디 를 : 지리산 삼신봉
■ 누 가 : 기영, 정희, 원이와 고집통
■ 날 씨 : 흐림 (딱 10분 맑음)
■ 산행 여정 : 청학동탐방안내소→삼신봉→내삼신봉→상불재→삼성궁→청학동안내소
■ 산행 시간 : 7시간 20분
청학동(9:04)→삼신봉(10:45)→내삼신봉(11:58)→청학동(16:24)
■ 산행 거리 : 약 9.0 Km
지리산 단풍. 아주 끝장납니다. 의장산사랑! 누군가 그렇게 불렀기 때문에 그렇게 불러는 주지만 정말 골 때리는 사람들입니다. 가만 있으면 가자 하고, 가자 하면 살짝 빠지니 사람 기운 빼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앞으로는 절대로 내가 먼저 산 가자 하지 않을 것입니다.
삼신봉 가야 하는데 가을비 치고는 제법 많은 양이 내리고 있습니다. 비가 와도 간다고 엄포는 놓았지만 사실 염려는 됩니다. 어느 조직이든 간에 약삭빠르게 선수치는 사람이 있듯이 날짜랑 시간을 자기가 정해놓고 혼자 싹 빠져나가 버리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애초 다섯 명에서 네 명으로 줄었습니다.
오늘은 완사장날이라 장터에 들러 피순대국밥으로 배를 든든하게 채웠습니다. 지리산 자락 청학동의 하늘은 잔뜩 찌푸리긴 했으나 비는 내리지 않습니다. 어제 내린 비 영향인지 청학동의 미륵골 물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옵니다.
오~호! 청학동 탐방안내소를 막 지나 산행 들머리에 들어서니 지리산은 가을 잔치를 한창 진행하고 있습니다. 울긋불긋 형형색색 단풍들이 가을 향연의 주인공이 되어 한껏 뽐을 내고 있습니다. 입이 저절로 벌어지고 탄성이 나옵니다.
외삼신봉 삼거리에 올라서니 안개구름이 서서히 걷히면서 거림골 너머 촛대봉과 천왕봉이 언뜻언뜻 시야에 들어옵니다. 오늘 완전 횡재를 하는구나 생각하며 발걸음이 점점 빨라집니다. 지리산 천의 얼굴을 보았노라고 감동 먹은 목소리로 말씀하시며 산님 한 분께서 삼신봉 정상에서 내려갑니다.
구름바다 위로 지리산 주능선과 반야봉이 파란 물감색깔 하늘과 함께 멋진 한 폭의 그림을 펼쳐 놓았습니다. 행여 놓칠세라 삼신봉 정상에 재빠르게 올라갔는데 조금 전 보였던 천왕봉과 촛대봉은 안개구름이 삼켜버렸습니다. 정상석 뒤로 반야봉을 두고 몇 장의 사진을 찍고 있는데 순식간에 안개가 몰려오더니 반야봉도 삼켜버렸습니다. 오늘 지리산이 우리에게 준 선물은 여기까지였습니다. 혹시나 다시 하늘이 열리려나 기다려 보았지만 지리산은 평소 내가 쌓은 덕만큼만 보여주고 더 많은 덕을 쌓은 후에 다시 오라 하십니다. 이쯤에서 애석하게도 기영이 스마트폰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유리가 깨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나 고집통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움직이다 떨어뜨렸기 때문에 내 마음이 편하질 않습니다.
내삼신봉에는 안개비가 날리기 시작합니다. 지리산이 천의 얼굴은 아니지만 두 얼굴은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송정굴을 지나고 나서 뒤따라 오던 원이가 오질 않더니만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손바닥이 약간 찢어졌답니다. 사실 대나무 지팡이를 가져와서 자랑할 때 걱정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걱정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스틱의 중요성을 평소 그렇게 노래 했는데 무시하니 어쩔 수 없습니다.
청학봉에 도착하고서야 통천문과 쇠통바위를 지나쳐버린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행들은 가던 길 계속 가도록 보내고 고집통 홀로 쇠통바위를 찾아 되돌아가기로 했습니다. 후다닥! 조금 전 원이가 미끄러졌던 그곳에 통천문과 쇠통바위가 있었는데 몰랐던 것입니다. 안개 속 희미하지만 쇠통바위의 열쇠 구멍을 확인하고 다시 청학봉을 지나 쌍계사 갈림길이 잇는 상불재에 도달하니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제 맑고 좋은 날에 이곳 삼신봉을 다시 찾아 하동 독바위와 쇠통바위에 올라봐야겠습니다.
삼성궁이 있는 가는골의 단풍색깔이 이렇게 고울 줄 몰랐습니다. 그 단풍들이 너무 아름다워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습니다. 만약 비가 온다고 산행을 포기 했었다면 이렇게 아름다운 단풍을 감상할 수가 없었을 테고 행여 그랬었다면 난 큰 후회를 할 뻔 했습니다.
'지리산 산행 > 반야봉·삼신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 삼신봉] 머릿속이 복잡하다 (0) | 2016.07.04 |
---|---|
[지리산 영신봉]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0) | 2016.06.15 |
[지리산 바래봉] 눈 산행 갔다 뻘 밭을 헤매다 (0) | 2014.03.01 |
[지리산 영신봉] 설 휴가를 쪼개 지리로 (0) | 2013.02.13 |
[지리산 노고단] 노고단의 눈 칼바람 맵다 (0) | 2013.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