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6. 6. 12 (당일)
◈ 어 디 를 : 지리산 영신봉
◈ 누 가 : 세석까지 가공산악회와 의신까지 고집통 홀로
◈ 날 씨 : 흐림
◈ 산행 여정 : 거림탐방안내소→세석대피소→영신봉→세석대피소→대성동→의신마을
◈ 산행 시간 : 6시간 50분
거림탐방안내소(5:40)→영신봉(8:06)→의신마을(12:30)
◈ 산행 거리 : 약 15.0 Km
가공에서 아홉 개의 정맥 중 마지막 하나 남은 낙남정맥을 갑니다. 이미 낙남정맥을 졸업한 고집통도 라면 한 개 챙겨 들고 따라 나섭니다. 낙남을 하기 위함은 아니고 거림 가는 버스에 무임승차를 노렸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거림골을 통해 세석을 올랐다가 유유자적 걸음으로 대성골의 의신으로 내려 갈 요령입니다. 영신봉 아래 주능선 길에서 일행들을 배웅하고 다시 세석으로 되돌아가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음양수 합수 물 맛을 보려 했으나 왼쪽편의 샘터에는 물이 나지 않습니다. 남부능선 전망바위에서 대성골을 관망하고 걸음을 재촉하던 중 약간 내리막 경사 길에서 발을 헛디뎌 사정없이 앞으로 고꾸라집니다. 바지 가랑이가 찢어지고 양 무릎에 만신창이 상처투성이가 생깁니다. 주체할 수 없는 고통에 하염없이 상처부위를 문질렀습니다. 내가 뭘 잘못해서 이런 고통을 주느냐고 지리산에게 물었습니다. 대답은 내가 생각해서 찾아야 했습니다.
의신삼거리를 통해 급경사 대성골로 내려 오면서 큰세개골 계곡물에 쓰라린 다리를 담가봅니다. 찹찹한 냉기가 발바닥을 통해 올라오면서 올랐던 열기가 약간 내려가니 조금 살 것 같습니다. 도저히 사람이 다닐 것 같아 보이지 않은 대성골을 산님들이 한두 명씩 올라와 주니 내려가는 나로써는 그리 외로운 산행은 아닙니다.
달랑 두 가구가 살고 있는 대성동 주막에 사람들로 왁자지껄 합니다. 주말을 맞아 할아버지를 찾아 온 손주들. 대성골의 멋진 계곡과 주막의 막걸리 맛을 잊지 못해 찾아 온 사람들과 고집통과 같이 지리산 산행길에 들른 산님들까지 시끌시끌 북새통입니다.
대성동에서 의신까진 빠른 걸음으로 30분이면 충분합니다. 시인과 화가 부부가 운영한다는 슈퍼를 찾아 맥주 한 깡통으로 피로를 풀어봅니다. 남부능선에서 넘어질 때 충격 받은 무릎과 손가락이 아직도 쓰라립니다. 매 시간 매스컴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점점 좁혀져 오는 직장에서의 거취 입지가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다쳐서 생긴 신체적 아픔이야 시간이 지나면 점점 나아지겠지만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된 구조조정 태풍에 다칠 마음의 상처가 어느 정도 심한 아픔이 될 지 예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오십 남자에게는 자존심이란 것이 있습니다. 최소한 자존심에 상처만 입히지 않는다면 잘 잘못에 연연치 않고 깨끗하게 돌아서겠습니다. 몸과 마음 어느 곳 하나 아프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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