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4. 3. 16 (당일)
◈ 어 디 를 : 고흥 팔영산
◈ 누 가 : 거제산악회와 고집통
◈ 날 씨 : 맑음
◈ 산행 시간 : 5시간 40분
능가사주차장(8:40)→1봉→4봉→8봉→깃대봉(11:53)→능가사주차장(14:20)
◈ 산행 거리 : 약 8.1 Km
뭐가 못마땅한지 주춤거리며 더디게 오는 봄을 마중 가야겠습니다. 전라남도 고흥 땅의 팔영산이라면 봄 마중하기에 아주 적격이라 생각했습니다. 벼룩시장을 훑어보니 거제산악회에서 그곳으로 간다니 아주 안성맞춤이고 고집통을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 조용한 하루를 보내고 올 수 있겠습니다.
거제산악회 산행 총대장님이 버스에 오릅니다. 우람한 풍채에 풍성한 구레나룻을 길렀으며 머리에는 헝겊모자를 눌러쓰고 선글라스를 올린 채 가늘고 긴 안테나 무전기를 어깨에 걸고 한껏 멋을 과시한 폼이 동네 시골산악회의 산행대장 치고는 약간 과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 그런데 내가 생각하고 있던 볼품 없는 그런 동네 산악회가 아닌 모양입니다. 회장님은 백발에 무게 감이 잡혀 있고 총대장님은 일요일 아침 방영하는 KBS의 『산』이란 프로그램에서 2주간 연속으로 거제도 산들을 안내산행 하신 분입니다. 좋게 보려고 보니 전문 산악인으로써의 포스가 물씬 풍깁니다.
팔영산은 중국 위왕의 세숫물에 8개의 봉우리가 비쳐 그 산세를 중국에까지 떨쳤다는 전설이 있으며 여덟 개의 암봉과 육산인 깃대봉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다도해상국립공원 속에 포함되어있습니다.
능가사 주차장에서 총대장님 구령에 따라 간단하게 몸을 풀고 능가사 옆을 지나면서 산행은 시작됩니다. 봄 마중을 멀리 팔영산까지 찾아 왔건만 이곳도 아직 봄은 오지 않았습니다. 진달래꽃 몇 송이가 봄소식이라 속삭이지만 아직은 봄 마중하기에는 때가 이릅니다. 흔들바위가 있는 정자에서 잠깐 휴식하고 단숨에 팔영산 1봉(유영봉)까지 오릅니다. 아쉽게도 중국산 미세먼지가 아름다운 다도해상 경치를 가렸습니다.
팔영산 정말 매력적입니다. 다소 위험한 암봉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지만 철 계단, 쇠사슬, 쇠고리, 로프 등으로 바위 길을 잘 만들어 놓았기에 조심만 한다면 산행에 큰 무리가 따르지는 않습니다. 1봉(유영봉)을 시작으로 2봉(성주봉), 3봉(생황봉), 4봉(사자봉), 5봉(오로봉), 6봉(두류봉), 7봉(칠성봉), 8봉(적취봉) 그리고 팔영산(깃대봉)을 차례로 지나게 됩니다. 거산회원님들이 점심식사를 하는 동안 깃대봉 바위에 홀로 앉아 멀리 다도해의 작은 섬들을 바라보며 멍 때림을 해봅니다. 가족과 함께 온 산님 한 분이 멍 때림 그마저도 부러운지 내게 말을 붙여옵니다. 자기도 그러고 싶답니다. 멀리 소록도와 거금도를 연결하는 다리가 희미하게 조망됩니다.
8봉 바로 아래 삼거리에서 능가사 방향으로 하산 코스를 잡았습니다. 편백나무 숲을 지나고 봄 소리 들리는 계곡을 따라 내려가니 산행 시작점 오토캠핑 장이 나오면서 원점회귀 산행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능가사 대웅전의 부처님께 감사하다 했습니다. 이런 일, 저런 일 그리고 매사를.
국립공원 그린포인트 등록을 하려니 간이 사무실에는 저울만 올려져 있고 공단직원도 접수철도 보이질 않습니다. 공단 사무실을 찾아서 쓰레기 115g을 악착같이 접수시켰습니다. 공단의 높으신 양반이 약간 못마땅한 눈치를 보입니다만 나 고집통 같은 선량한 백성이 원하는데 저들이 어쩌겠습니까? 그냥 해야지요.
거제산악회와 함께 먼 남도의 팔영산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며 봄 마중을 갔다 오고 나니 나도 모르게 어느새 내 마음속에 봄이 들어와 있습니다. 마음이 포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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