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4. 5. 17 (당일)
□ 어 디 를 : 금북정맥 9구간 (나본들고개 ~ 무르티고개) - 가야산, 석문봉
□ 누 가 : 가공산악회 9명과 산타나 그리고 고집통
□ 날 씨 :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80시간 38분(9구간:8시간 24분)
10일차 나본들고개(7:42)→곡두고개(16:06) 8시간 24분
□ 정맥 산행거리 : 210.3 Km (9구간 : 21.1 Km)
□ 총 산행 거리 : 나본들고개→뒷산→한티고개→가야산→석문봉→일락산→용현마을 임도→상왕봉→가루고개→모래고개→동암산→무르티고개 (약 21.1 Km)
금북정맥 아홉 번째 길은 서산으로 접어듭니다. 서산갯마을이란 노래가 있는 것으로 보아 바다와 인접해 있음을 알 수 있고 금북길도 머지않아 끝난다는 것을 암시해줍니다.
지난번 약간의 착오로 인해 나본들고개가 아닌 그 인근으로 내려서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으나 버스가 그곳을 지나쳐 달리는 것은 느낌으로 알 수가 있습니다. 지난번에도 그랬듯이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길치 기사님은 목적지는 염두에 두지 않고 그냥 무심히 달리고만 있습니다.
새 바지 입었는데 나본들고개(8:42)에서 시작되는 산행 초입부터 가시넝쿨이 가로막습니다. 금북길 옆 엄나무 밭 주인이 농약을 쳐놓았으니 책임 못 진다는 글귀로 엄포를 놓은 것으로 보아 오죽 애가 타면 저렇게 해놓았을까 이해가 갑니다. 이전 같았으면 아침에 쳐내는 오르막길은 별 것 아니었는데 오늘은 유난히 힘듭니다. 아무래도 아침에 먹은 인삼장아찌가 체기를 불러 온 것 같습니다. 약간 경사가 있다고 생각되는 능선을 오르는데 얼굴을 타고 내리는 땀은 비가 쏟아지듯 흘러내리고 눈앞은 노래졌습니다. 그렇게 힘들여 정상에 올라섰는데 허무하게도 뒷산(9:13)이라는 정상 표지판이 있어 지도를 확인하니 지도 역시 뒷산이라 되어 있습니다. 뒷산 정상은 갈산지맥 분기점이기도 합니다.
한티재(9:26)에 도착하니 팔각정과 서산 아라메길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바다의 옛말인 「아라」와 산의 옛말인 「메」를 따 연결한 길을 서산시에서 아라메길이라 한답니다. 가야산 오르는 길은 언젠가 불이 났었는지 온통 상수리나무 천지입니다. 공교롭게도 나무 키가 딱 사람 키 높이만큼 자라 나뭇잎은 얼굴을 긁고 가지는 스틱을 잡아당겨 진행에 애로사항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한서대학이 이곳에 있는 줄 처음 알았습니다. 내 고향 합천에 가야산이 있는데 같은 이름을 가진 가야산(10:59)이 안타깝게도 거대한 통신 탑들을 머리에 이고는 사람의 발길을 불허합니다. 이 또한 언젠가는 서산시민들이 돌려 받아야 할 서산의 유산입니다.
가야산 정상에서 석문봉까지 암릉길이 이어집니다. 로프를 잡아야만 될 아찔한 길도 나옵니다. 약간의 스릴을 즐길 수 있는 그런 길이며 가끔씩 나타나는 전망바위에서는 멀리 서해안도 어렴풋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찢어진 태극기가 휘날리는 석문봉(11:34)이 오리지널 가야산 역할을 합니다. 일락사 방향에서 많은 산님들이 석문봉을 찾아 올라옵니다.급하게 고도를 낮춰 임도가 있는 사잇고개(11:53)에 도착하니 한 떼의 MTB 무리가 더위에 지쳐 쉼터에 드러누워있습니다. 날씨가 장난 아닌데 걸어 다니는 나도 죽을 지경인데 자전거를 타고 산을 올라왔으니 오죽하겠습니까?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다들 좋아서 하는 일이라지만 한심한 존재들입니다.
일락산(12:37) 정상에는 사각정과 널따란 평상 두 개가 있어 단출한 우리식구들이 점심식사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억지로라도 입에 뭔가를 넣어보고 싶지만 몸과 마음이 고달파서인지 먹는 것이 서글픕니다. 임도에 바리케이트가 있고 접근금지 용 전기 줄이 쳐져 있습니다.
넓은 목초지가 나오고 엄청 많은 소떼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습니다. 외국 그림이나 달력에서 한번쯤 봄직한 광활한 목장이 눈앞에 펼쳐져 있고 금북길이 그 사이 목장 길을 따릅니다. 삼화목장(13:24)입니다. 60년대 후반 김종필씨가 목초지를 개발하기 위해 삼왕산 나무를 베어내고 풀 씨를 뿌려 우리나라 최대의 목장을 조성하였으며 80년 격정 기에 목장주인이 바뀌어 지금은 농협중앙회 한우개량사업소가 되었다 합니다. 목초지 같이 편편한 길이 이어져 눈 깜짝할새 5Km 가 넘는 거리에 있는 상왕산(14:24) 정상에 도착됩니다.
목장 속의 한우 사육장 앞을 지나는 일행들을 향해 한 말씀 하시는 관리인에게 잘못했다 얼른 인사하고 잽싸게 빠져 나갑니다. 소중1리 표지석이 있는 가루고개(15:02)를 지나고 서해안고속도로가 통과하는 모래고개(15:28) 굴다리도 지납니다. 마지막으로 190m 급 동암산(15:45)을 넘고 나니 오늘 산행종료 지점인 무르티고개(16:06)의 서산휴게소에 도착합니다. 휴게소에는 예식장 건물이 있으나 거의 폐가 수준으로 변해있고 오래된 주유소는 간간이 들어오는 화물차를 상대로 간신히 운영되는 것 같습니다. 경찰아저씨 2명이 뺑소니 운전자를 잡았는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내가 화장실에서 씻고 나올 때까지 젊은 운전자를 몰아세우고 있습니다. 보고 있는 사람도 많은데 그냥 콱 잡아가던지 아님 그냥 봐주던지 해야지 주눅든 젊은이가 너무 불쌍해 보입니다. 사실 뺑소니 그거 나쁜 것은 맞지만 나중에 젊은 인생 아주 힘들게 만들 것인데 그 젊은이가 걱정이고 앞으로 나도 운전 조심 해야겠습니다.
이번 금북길은 종전과는 달리 전반전은 약간 힘들었으나 후반전은 거의 밋밋한 길을 달려 예상보다 쉬운 산행을 하였습니다. 이제 금북정맥도 앞으로 두 번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한발한발 최선을 다해 안전하게 금북길 발걸음을 줄여 나가도록 해야겠습니다.
'백두산·백두대간·정맥 > 금북정맥[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북정맥 – 11] 안흥진에서 금북과 작별하다 (0) | 2014.07.08 |
---|---|
[금북정맥 – 10] 찌는구나 굽는구나 (0) | 2014.06.23 |
[금북정맥 – 8] 힘들다 땜빵 (0) | 2014.04.27 |
[금북정맥 – 7] 정맥길 또 봄이다 (0) | 2014.04.07 |
[금북정맥 – 6] 금북정맥 매번 힘들다 (0) | 2014.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