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4. 6. 21 ~ 6. 22 (1박 2일)
■ 어 디 를 : 금북정맥 10구간 (무르티고개 ~ 차도고개) - 금강산, 오석산, 백화산
■ 누 가 : 가공산악회 11명과 산타나 그리고 고집통
■ 날 씨 : 6/21 맑은 날 천둥, 6/22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97시간 57분(10구간:17시간 19분)
11일차 무르티고개(7:29)→수량재(17:01) 9시간 32분
12일차 수량재(4:42)→차도고개(12:29) 7시간 47분
■ 정맥 산행거리 : 248.6 Km(10구간:40.7 Km), 태을암→동문리 왕복:약 4 Km
■ 총 산행거리 : 무르티고개→은봉산→나분들고개→모과울고개→성왕산→윗갈치→솔개재→금강산→수량재(1박)→물래산→32번국도→붉은재→오석산→백화산 →동문리→태을암→모래기재→퇴비산→차도고개 (약 44.7 Km)
또 하나의 정맥이 완성되어가고 있습니다. 금북정맥이 충남 서산을 지나 드디어 종착지인 태안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1년이란 세월과 함께 250Km가 넘는 거리가 순식간에 지워져 갔습니다. 이럴 때면 항상 내 자신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오늘 정맥길은 약간의 거리가 있지만 고도가 300m 이내이고 고도차 역시 100m 내외라 마음을 놓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다만 월드컵 기간이라 잠이 약간 부족할 뿐입니다. 오늘은 무르티고개(7:29)에서 시작하여 32번 국도를 가운데 두고 나지막한 산길을 8자 모양으로 왔다 갔다 하는 정맥길입니다. 안산 정상을 넘고 매봉재를 건넙니다. 구은봉산 갈림길(8:07)에는 고산지맥 분기점 표지와 원효깨달음길이라는 표지목이 있습니다. 전국에는 별의별 길들이 다 있습니다. 원효대사가 이 길을 걸으면서 깨달음을 얻었다 하니 나도 이 길 지나고 나면 조금이라도 뭔가를 깨달아 지길 희망해봅니다.
은봉산 정상이 어딘지 모르고 나분들고개(8:38)에 도착합니다. 찌는듯한 무더위에 서서히 심신이 지쳐가고 간대산 갈림길(8:53)에서는 정상을 바로 눈앞에 두고서도 갔다 오기를 포기하고 그냥 발길을 돌렸습니다. 서산시에서 200m급 간대산에 시민들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해놓았습니다. 팔각정은 기본이고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정상까지 등로 주위에 가로등을 설치했으며 중간중간 체육시설도 있습니다.
『거제도에서 이곳까지 어떻게 알고 왔어유?』 서산시민 한 분이 의아해 합니다. 『그러게요』 여기가 어디라고 내가. 이곳까지 올 줄 난들 어찌 알았겠습니까? 정맥길 타다 보니 오게 되었지요. 한창 도로공사 중인 울목리사거리를 지납니다. 최근 금북길을 찾는 산님들이 별로 없었던지 모과울고개(9:03)를 지나고부터는 금북길이 완전 가시넝쿨 속에 덮여 버렸습니다. 선두에서 길을 찾지 못해 헤매는 일이 여러 번 생깁니다. 성연고개(10:44)에 내려설 때는 서산구치소 옆으로 지나야 하나 한참을 돌아서 내려오는 일도 생깁니다. 급기야는 선두에 섰던 몇몇 사람들은 성왕산 근처에서 대형 알바를 하고 맙니다. 나 고집통은 포지션이 후미여서 다행이 대형 알바는 면할 수 있었습니다.
성왕산(11:42) 정상에 있는 팔각정에서 점심식사를 하자는 대장님의 소리에 팔각정을 찾아 참 열심히 달렸습니다. 성왕산에 도착하니 팔각정은 없었고 찌는듯한 무더위에 완전 녹초가 되고 말았습니다. 지칠 대로 지쳐 식사고 뭐고 그 뭔가를 먹는다는 것 자체를 생각할 수가 없어 먹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먹는 것이 시원찮아 체력이 급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189봉(13:21)의 벤치에 잠시 앉아 생각합니다. 이런 저질체력으로 일행들을 뒤따르다가는 민폐가 될 것 같아 윗갈치에서 산행을 접어야 될 것 같습니다. 윗갈치에서 탈출하여 유량재까지 택시를 타고 버스를 찾아가겠노라고 산행대장에 이야기하고 벤치에 드러누웠습니다. 잠시 눈을 붙이고 슬슬 출발하니 조금 전에 비해 몸이 많이 가뿐해졌습니다. 어쩌면 유량재까지 달라 붙어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윗갈치의 자동차 정비공장에 들러 단번에 자판기 음료수 2통을 마시고 충분히 물을 섭취한 후 빠른 걸음으로 일행들을 쫓기 시작했습니다. 윗갈치(14:09)에서 산행 들머리를 찾지 못해 한참을 우왕좌왕하다 서산시 사격장을 향해 도로를 따라가봅니다. 어디에서 나오는지 다리에 없던 힘이 팍팍 솟습니다. 반갑게도 솔개재 못 미처 후미를 따라잡았습니다.
비룡산과 금강산(16:10)의 높이는 불과 300m 이내지만 지친 내게는 1,000m급 이상의 고산보다 더 힘이 듭니다. 차라리 고산이라면 처음부터 그러려니 인정을 하고 가겠지만 이런 나지막한 산들은 우습게 보고 시작했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곤욕을 치르게 됩니다. 그리 흔치 않은 금강산이란 이름을 가진 산봉우리를 넘습니다. 산능선에 작은 바위들이 흩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이걸 두고 금강산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생각됩니다. 장군봉을 지나고 팔봉지맥 분기점(16:44)을 지나고 약간 급경사 길을 내려가니 수량재(17:01)의 파란색 대경이의 모습이 보입니다. 오늘 자칫 생각을 잘못하여 또 이빨을 하나 빼놓을 뻔 했습니다. 천만다행으로 늦게나마 정신을 차리고 뒷심을 발휘하여 따라 붙었기에 망정이지 크게 후회할 뻔 했습니다.
팔봉산 주차장에 텐트를 쳤습니다. 금북님들과는 오래간만에 하는 야영이라 감회가 새롭습니다. 7월의 금북정맥 졸업산행을 1박2일로 하는 대신 내일 이어질 산행구간의 거리를 줄여 쉰고개에서 차도고개까지로 수정했습니다. 내심 내일 있을 산행을 걱정했었는데 대장님의 현명한 판단이 나 고집통을 살렸습니다.
새벽 동이 트기 전 수량재(4:42)에서 둘 째날 산행이 시작됩니다. 선답자들의 시그널이 가정집 마당입구에 붙어 있어 아주 죄송스럽게도 남새밭 울타리를 넘고 밭고랑을 밟고 지나갑니다. 아무래도 들머리를 잘못 잡았는지 형편없는 가시밭길을 헤치고 가다가 요행이 금북길에 발을 올립니다. 어슴푸레한 새벽이거늘 일행들은 잘도 산딸기를 따먹으며 가고 있습니다. 나 고집통도 한 알 따다 입 속에 넣어봅니다. 시큼한 맛에 이내 뱉고 맙니다.
누군가 몰래산은 우리처럼 이른 새벽 몰래 살짝 왔다가는 산이라 말했는데 알고 보니 물래산(5:07)이었습니다. 태안으로 가는 32번 국도 지하차도를 지나고 팔봉중학교(5:42) 정문으로 진입하여 운동장을 가로질러 후문으로 빠져나갑니다. 금남정맥에 부여여고가 정맥길을 가로막아 둘러간 적은 있지만 학교를 정통으로 통과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들판에서 일출을 보는 것 또한 이번이 처음입니다. 굴포운하 안내판(6:04)을 지납니다. 굴포운하는 수에즈나 파나마운하보다 무려 400년이나 앞선 고려 인종12년에서 조선 세조7년까지 327년 동안 공사를 하였으나 총 연장 6.8Km 중에서 2.8Km 구간에 수심이 얕고 암초가 많아 중단되었으며 만약 이 운하가 개통되었다면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인 태안도가 생겨 내 사는 거제도가 3등이 될 뻔 했습니다.
도내리의 한 마을 팔각정에서 잠시 휴식을 갖고 계속해서 들판 정맥길을 걸어갑니다. 시골마을의 사거리 슈퍼(6:42)는 아직까지 한밤중입니다. 주인장의 잠을 깨워 막걸리와 음료수를 구입했습니다. 붉은재(6:51)에서부터 오래간만에 산속 정맥길로 들어섭니다. 오석산 오르는 길은 가시넝쿨과 넘어진 아름드리 나무들이 등로를 온통 가로막아 거의 유격훈련에 맞먹는 수준의 산행이 이어지고 온몸에 땀이 비 오듯 쏟아집니다. 겨우 200m급 산이지만 지리산 천왕봉 오르는 느낌입니다. 오석산(7:25)과 옥녀봉(7:38)을 지나 백화산을 오릅니다.
어제의 날씨가 찌는 날씨였다면 오늘은 굽는다는 표현이 알맞을 것 같습니다. 강렬한 햇빛이 사람을 새까맣게 구워버릴 기세입니다. 태화산(9:20) 정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올라와 있고 태안읍과 서해바다가 시원스럽게 조망됩니다. 이제 금북길 끝 안흥진이 머지 않았습니다.
태을암(9:30)에 마애삼존불상을 누각으로 모셔놓았습니다. 『太乙洞天』무슨 뜻일까요? 「하눌님과 소통한다」라고 누군가 해석했습니다.
금북길이 계곡을 타고 내려가고 있고 그 많던 시그널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 얼른 되돌아와야 하거늘 선두는 동문리(10:09)까지 내려가버렸습니다. 대형 알바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날씨가 더워 못살겠는데 알바까지 곁들이니 최악입니다. 능선의 백화산 등산로에 달라 붙어 태을암 입구까지 되돌아갑니다.
태안여자고등학교가 있는 모래기재(11:13)를 지나고 엄청난 규모의 인삼 밭 옆을 지납니다. 예비군교육장 옆으로 퇴비산(12:10)을 향합니다. 왠 퇴비? 산 이름 한번 요상합니다.
정말이지 차도고개(12:29) 이곳까지 오늘의 목적지로 조정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날씨도 그렇고 알바도 그렇고. 아휴~ 다행입니다.
이제 금북길이 딱 한번 남았고 2주 후 졸업입니다. 다시 태안을 찾을 때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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