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4. 7. 05 ~ 7. 06 (1박 2일)
■ 어 디 를 : 금북정맥 11구간 (차도고개 ~ 안흥진) - 매봉산, 지령산
■ 누 가 : 가공산악회 12명과 산타나 그리고 고집통
■ 날 씨 : 7/05 맑음, 7/06 흐리고 보슬비
■ 정맥 산행시간 : 107시간 05분(11구간:9시간 08분)
13일차 차도고개(7:47)→장승고개(13:33) 5시간 46분
14일차 장승고개(6:18)→안흥진(9:40) 3시간 22분
■ 정맥 산행거리 : 271.3 Km (11구간:23.7 Km)
■ 총 산행거리 : 차도고개→유득재→망골도로→매봉산→후동고개→용천동도로→장승고개(1박)→죽림고개→지령산→갈음이고개→안흥진 (약 23.7 Km)
태안의 끝자락 안흥진에서 두 팔을 번쩍 들어올렸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줄기차게 찾았던 금북정맥을 오늘로써 작별하게 되었습니다. 또 한 장의 영광스런 졸업장을 받는 날입니다.
『태평하고 안락하다』라는 태안이 몇 해 전 삼중이의 크나큰 실수로 청정해역 서해안에 기름 오염이 되어 많이도 힘들어했습니다. 삼중이에서 일 한다는 이유로 죄인이 되어 기름 제거하느라 예닐곱 번씩이나 들락거렸지만 거제도와는 워낙 거리가 멀어 일부러 여행을 찾아 오기에는 어려운 곳이 태안입니다. 그 태안으로 금북정맥 졸업을 위해 밤새도록 대경이는 달리고 있고 텔레비전에는 프랑스와 독일의 월드컵 8강전이 중계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잠 못 드는 사람들이 많이 있겠습니다.
열한 번째 금북길은 금북 졸업의 의미를 부여하여 당일에서 1박2일로 조정하여 저녁시간을 1년 동안 고생한 일행들과 함께하기로 하였습니다. 차도고개를 출발하여 장승고개까지만 첫째 날 산행을 하고 연포해수욕장에서 밤을 보낸 후 나머지 안흥진 구간은 이튿날 마무리 하기로 하였으니 이번 금북길은 산행거리와 시간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차도고개(7:47)를 출발하자마자 구수산성(8:09)에 올라섭니다. 백제시대 때의 산성이라는 유래를 적은 종이 코팅지가 돌무더기에 부착되어 있습니다만 자치단체인 태안군청의 관심 밖에 있는 것으로 보아 그다지 보존 가치가 있는 유적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넓은 차고지 뒤편으로 내려선 곳은 32번 국도가 지나는 유득재(8:19)입니다. 등나무슈퍼 앞 처마끝에 금북정맥님들의 무수한 시그널들이 매달린 것으로 보아 고달픈 정맥님들의 휴식처였었던 것 같은데 정작 슈퍼는 언제 문을 걸어 잠갔는지 자물쇠는 빨갛게 녹슬어 있습니다. 심은교회 표지석에서 시목초등학교 방향으로 한참 동안 콘크리트 길을 따라 갑니다.
『빨간 닭 팝니다』『토종 닭 팝니다』 태안의 시골마을을 쩌렁쩌렁 울리는 스피커 소리가 아주 생소합니다. 트럭에 토종 닭을 싣고 다니며 팔고 있는 모습은 처음 접하는데 저렇게 해서 하루에 몇 마리의 닭을 팔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팔리지 않을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합니다. 토종 닭 백숙 하는 곳을 알아 보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맥길을 가자면 야트막한 산들을 오르내려야 하나 그냥 쉰고개까지 임도를 따르기로 합니다. 이러나 저러나 쉰고개까지 도착하기는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근처에서 사격연습을 하는지 뻥뻥거리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더니 갑자기 바로 귀 옆에서 빵 터져 깜짝 놀랬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총 쏘는 기미는 보이진 않지만 혹시 실수로 총 맞는 것 아닌가 싶어 바짝 긴장했습니다. 쉰고개 조금 못 미처 우렁각시 돌탑이 있는데 설화 속 착한 농부와 우렁각시가 태안에 살았었나 봅니다. 쉰고개(9:09)에서 장재(9:21)까지는 32번 국도를 걸어가면 됩니다. 조성중인 전원주택 부지를 통과하고 인삼 밭, 고추 밭과 논두렁, 소마굿간 옆을 앞사람 발 뒤꿈치만 보고 부지런히 달렸습니다. 알바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제대로 가는 것 같기도 한데 정작 매봉산 정상 사진이 내 카메라 속에 없는 것으로 보아 그냥 스쳐 지나친 모양입니다. 목장도 지납니다.
금북정맥이 얼마 남지 않았는지 오른쪽은 태안의 안흥염전이 보이고 왼쪽은 서해의 넓은 바다가 조망됩니다. 후동고개(11:20)에서 잠깐 쉴라 치니 좁은 임도에 무슨 차들이 그리도 많이 다니는지 길을 비켜준다고 쉬는 게 쉬는 것이 아닙니다.
왁자지껄! 근흥중학교(12:19)에 근흥면민 화합체육대회가 열렸고 행운권 추첨시간으로 면민 여러분들께서는 많이도 즐거워 보입니다. 정맥길은 근흥중학교 뒤편으로 접근하여 정문을 지나 신대삼거리에서 용신2리 방향으로 발길을 돌려 또 지루한 차도를 따릅니다. 오늘의 정맥길은 산행이라기보다 거의 도로 걷기로 보면 되겠습니다. 채석포, 연포 삼거리 갈림길 조금 못 미쳐 용신2리 방앗간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차도를 버리고 채석포교회(12:38) 방향 산 속으로 금북정맥은 이어지고 나지막한 산 하나를 넘고 나니 오늘의 목적지 장승고개(13:33)에 내려서게 되고 잘 생긴 장승 두 분이 우릴 기다리고 있습니다.
장승고개에서 약 1Km 거리에 연포해수욕장이 있습니다. 계절 상 아직 때가 이른 해수욕장에는 샤워시설이며 화장실 시설은 형편 없으나 받을 것은 야무지게 꼬빡꼬빡 잘도 챙깁니다. 해가 중천에 머물지만 일행들은 금북정맥 졸업을 자축하는 잔치판이 벌어졌습니다. 나 고집통은 건강상의 이유로 주님을 멀리하지만 우리 일행들이 그렇게 많은 주님을 사랑할 줄 몰랐습니다. 대단하십니다.
텐트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토닥토닥 들립니다. 채비를 서둘러 금북정맥 졸업을 위해 장승고개(6:18)로 다시 향합니다. 새벽 보슬비가 옷깃을 적십니다. 어제의 길과는 달리 울창한 대나무 밭을 지나고 가시넝쿨 우거진 밀림 숲도 지납니다. 여우가 재주를 부렸는지 여우재(6:50) 근처에서 잠깐 길을 잃었다 정맥길로 되돌아 오는 일이 생깁니다.
죽림고개(7:25)에서 잠깐 숨을 고르고 오늘도 도로를 따릅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있는 지령산 정상까지는 2Km가 넘을 것 같습니다. 연구소 정문(8:00)에서 정맥길이 끊어져버려 정문 좌측 희미한 숲길을 헤쳐보니 철책을 따라 정맥길이 있습니다. 일요일 아침 군인들 비상소집을 시키지 않나 염려했으나 CCTV 카메라에 맡겨놓은 것인지 아니면 그냥 방치한 건지 걱정했던 그런 일은 벌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지령산 정상에서 철책을 따라 미끄러져 내려갑니다. 부대 철책을 버리고부터 선두권에서 자리를 잡고 걸어 보았습니다. 거미줄과 빗물이 얼굴에 범벅이 되어 진행이 너무 어려워 선두권은 내 자리가 아니란 걸 얼른 깨닫고 갈음이고개(8:32)에서 후미의 내 자리로 되돌아왔습니다.
노적봉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노적봉 시그널을 매달아 놓은 143봉(8:55)정상에 지질 검사용 샘플 같은 둥근 막대형 돌들이 나무박스에 차곡차곡 재여 있습니다. 궁금하지만 먼저간 일행들과의 거리가 있어 그냥 무시합니다. 누가 산에다 모래를 퍼다 날랐나? 의아해 하고 있는데 갈음이해수욕장(9:05)이 발 앞에 나타납니다. 본래대로라면 해수욕장으로 내려오면 되지 않고 약간 돌아서 내려왔어야 했으나 해수욕장으로 내려와도 문제는 되지 않습니다. 이제 진짜로 금북정맥에는 산봉우리가 하나 남았습니다. 127봉(9:21)에서 금북정맥 완주를 축하한다는 안내판 앞에서 기념사진을 한 장 남겼는데 몰골이 보기 싫어 지워버렸습니다. 안흥진 바닷가에 팔각정이 있고 그 바로 아래로 금북정맥이 서해로 빠져 들어갑니다. 칠장산을 출발하여 쉼 없이 달려 기어이 안흥진(9:40)에 도착하였습니다. 가슴이 뭉클하면서 감개가 무량합니다.
1년여 동안 금북정맥 완주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해준 가공산악회원님들과 병수 대장님, 온갖 어려움을 마다하지 않고 훌륭하게 가이드를 해주신 현배 형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고집통의 영원한 벗 산타나는 앞으로도 계속 잘 받들어 모셔야겠습니다. 이 모든 분들이 이어지는 한남금북 정맥도 함께 할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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