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5. 8. 06 ~ 08 (2박 3일)
■ 어 디 를 : 지리산 화대종주
■ 누 가 : 덕규형님과 현파 그리고 고집통
■ 날 씨 : 맑음
■ 산 행 여 정 : 거제→진주→하동→화엄사주차장→화엄사→노고단대피소→연하천→
벽소령→세석→장터목대피소→천왕봉→치밭목→새재마을→대원사→진주→거제
■ 산 행 시 간 : 29시간 16분
1일차 화엄사주차장(12:15) → 노고단대피소(17:05) 4시간 50분
2일차 노고단대피소(4:17) → 장터목대피소(18:19) 14시간 02분
3일차 장터목대피소(4:16) → 대원사주차장(14:40) 10시간 24분
■ 산 행 거 리 : 약 52.3 Km
1일차 화엄사주차장→노고단대피소 (9.5 Km)
2일차 노고단대피소→연하천→벽소령→세석→장터목대피소 (23.8 Km)
3일차 장터목대피소→천왕봉→치밭목→대원사→대원사주차장 (19.0 Km)
한마디로 폭염 속 사투였습니다. 현파와 덕규행님이 동행하는 고집통의 열 번째 화대종주입니다. 배낭 무게가 어깨를 압박합니다. 세 사람이 짐을 나누긴 했지만 사람 수만큼 준비해야 할 것들이 불어나니 큰 배낭을 준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전의 경험을 되살려 네 번씩이나 버스를 갈아타면서도 화엄사 앞 주차장에 일사천리로 도착됩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쉬 지나칠 수 없어 막걸리 맛만 보기로 했습니다만 현실은 그렇지를 못합니다. 8월 정오의 태양은 작렬하고 얼굴은 취기로 화끈거립니다.
늘 그랬듯이 코재 오르는 길에서는 거의 초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돌아옵니다. 노고단대피소 쉼터 공간에서 오래 전 잊고 지냈던 일들을 생각나게 합니다. 5년 전 대간길 육십령 구간을 지날 때 500여명의 인파 속에 갇혀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발이 묶였던 적이 있었는데 그 단체의 리더 역할을 했던 산님을 바로 옆 자리에서 만납니다. 그때의 일들은 산을 좋아하는 산 꾼으로써 산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음을 바로 시인합니다.
둘 째날 아침은 간편식으로 전복죽을 준비했습니다. 전날 저녁 만찬에서의 무리함을 해소하는데 전복죽 만한 것이 없습니다. 아이구야~~! 큰일났습니다. 당연히 약통에 있어야 할 갑상선 호로몬제가 없습니다. 약통 정리하면서 가장 중요한 갑상선약을 챙기지 않았던 것입니다. 갑자기 온몸에 힘이 쭈욱 빠져 나가는 느낌이 듭니다.
돼지령 근처를 지날 즈음 헤드랜턴을 내릴 정도로 날이 밝았습니다. 화개재까진 무난한 속도가 나옵니다. 토끼봉 오르는 길이 만만치 않습니다. 예전에는 단방에 쳐 낼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두 번을 쉬게 됩니다. 갑상선 호르몬 부족 탓인지 장딴지가 아닌 허벅지에서 경련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젠 요령이 생긴 탓인지 경련이 일기 시작해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여러 주째 이어지고 있는 폭염으로 아침부터 기온이 너무 올라 산행 중 탈수나 체력고갈이 염려스럽습니다.
연하천대피소는 대대적인 공사 중이며 아침식사로 먹었던 전복 죽의 끈기가 다해 새로운 에너지를 얻기 위해 라면과 햇반으로 아점을 먹습니다. 벽소령대피소를 지나 군사도로를 지날 때는 머리 위를 내리쬐는 태양열로 더위의 한계점을 찍습니다. 명선봉 선비샘 가는 길에서도 숨이 멎을 것 같아 아주 괴롭습니다. 세석대피소에는 지칠 대로 지친 세 사람 발걸음 속도가 달라 각자 따로 도착하게 되고 국립공원 직원이 세 사람이 함께 오질 않고 왜 떨어져 오느냐고 합니다. 사실 내 한 몸 가누기 조차 힘들어 주위를 챙길 여유가 없었습니다.
체력의 한계극복에는 육고기 섭취가 도움이 많이 됩니다. 여태껏 힘들게 짊어졌던 LA갈비를 세석에서 먹고 나면 체력이 보강 될 것 같습니다. LA갈비 덕인지 어쩐지는 몰라도 오늘의 목적지 장터목대피소를 입실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 있었고 이후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LA갈비는 절대 준비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갈비뼈 빼고 나니 무게에 비해 먹는 양이 너무 적습니다. 지난 겨울 11시간 걸린 노고단에서 장터목까지의 거리가 이번에는 14시간 씩이나 걸렸습니다. 폭염 속 사투 영향 탓인 것 같습니다.
누구 탓이라 말은 할 수 없지만 오늘도 천왕봉 일출이 없습니다. 네 번을 올라도 천왕봉 일출을 한번도 보지 못한 현파의 얼굴을 자꾸 쳐다보게 됩니다. 내가 보기엔 괜찮은 사람인데 앞 세대에서 덕이 조금 부족했었나 봅니다.
조금 늦은 일출이지만 중봉 근처에서 만난 일출도 나름 멋은 있습니다. 치밭목대피소에서의 물 맛은 언제나 맛나고 무재치기 폭포 물 줄기는 3일 동안 쌓인 땀냄새를 말끔하게 씻어줍니다. 하늘아래 첫 동네 조개골산장에서는 시원한 맥주로, 유평리 시골식당에서는 막걸리로 목을 축입니다. 대원사계곡 도로가 아스팔트로 깨끗하게 정비되어 이전의 콘크리트보다는 걷기가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무슨 방앗간이 이리도 많습니까? 대원사 주차장에서 진주 행 버스에 오를 때 보니 세 사람 모두 알딸딸 해졌습니다. 진주버스터미널에서 버스시간을 잘못 알아 1시간을 기다리며 맥주로, 고현에서는 3일 동안 고락을 같이했던 세 사람이 헤어짐이 너무 아쉬워 장어구이로 또 ....
2015년 여름휴가에 무더위와 사투하며 지리산 화대종주를 무사히 완성했습니다. 화대종주 2번과 주능선 2번의 경험을 갖게 된 현파에게 축하해 주고 싶고 처음으로 지리산 화대종주를 성공리에 완주한 덕규행님도 축하 드립니다. 다시는 지리산 화대종주는 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아마도 언젠가는 내게 지리산 화대종주 한번 더 하자고 연락이 올 것입니다.
10번 째 지리산 화대종주, 힘들었지만 재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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