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행/지리산 화대종주

[지리산 화대종주] 아름다운 동행

산안코 2016. 5. 12. 22:07

■ 언        : 2016. 5. 09 ~ 11 (2 3)
■ 어     : 지리산 화대종주

■ 누        : 인현과 고집통
■ 날        : 5/9 흐림, 5/10 , 5/11 흐린 후 맑음
■ 산 행 여 정 : 거제→개양→하동→구례→화엄사→노고단→연하천(1)→벽소령→세석

             →장터목(2)→천왕봉→치밭목→새재→대원사→대원사주차장→진주→거제
■ 산 행 시 간 : 26시간 58
                1
일차 화엄사(6:58) → 연하천대피소(16:58) 10시간 00
                 2
일차 연하천대피소(7:18) → 장터목대피소(14:48) 7시간 30
                 3
일차 장터목대피소(6:41) → 대원사주차장(16:09) 9시간 28
 산 행 거 리 : 48.5 Km
                 1
일차 화엄사→노고단→연하천대피소
(17.5 Km)
                 2
일차 연하천대피소→벽소령→세석→장터목대피소
(13.3 Km)
                 3
일차 장터목대피소→천왕봉→치밭목→새재→대원사주차장
(17.7 Km)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운 사람만이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법입니다
.
연기암에서 아침 불공을 드리고 내려오시던 아주머니께서 지리 화대종주를 위해 화엄사를 막 출발한 우리에게 해준 인사말입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아름답다 말하기 쉽지 않은데 정말로 심성이 고우신 분 같습니다. 이로써 지리산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인현과 고집통의 두 친구간 아름다운 동행이 시작되었습니다
.
조선과 해운업의 침체로 거제 경기는 바닥을 치고 그 한가운데 우리들이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잘못해서 벌어진 일은 아닌데 왜 그런지 보는 이들의 눈초리가 부담 되고 어쩌면 생에 가장 힘든 시절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억지로라도 내 잘못을 찾아내자면 나라와 민족을 위해 35년 동안 몸이 병들어 가고 녹아 내리는 줄을 모른 채 죽으라고 일 한 것이 죄가 된다면 그것이 내가 저지른 가장 큰 과오가 될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 최근 큰 수술을 한적이 있는데 영 무관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
밖으로 곁눈질 하지 않고 오랜 세월 동안 천직으로 여기며 한 직장에서 꾸준히 일한 포상인 근속휴가를 사용하여 인현 친구와 함께 지리산 화대종주에 동행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장거리 산행에 익숙지 않은 인현 친구가 처음으로 시도해보는 화대종주를 많이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아 계획대비 일정을 하루 더 할애하여 구례에서 숙박하고 아침 일찍 화엄사를 출발하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불운하게도 종주기간 내내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습니다
.
화엄사 앞 도로를 지날 때면 항상 불만이었던 문화재 관람료를 오늘은 지불하지 않고 화엄사 경내를 당당히 걸어 들어가니 짜릿한 쾌감을 느낍니다. 고집통이 이런 작은 일에 뿌듯해 하다니 그릇이 많이 쪼그라들었습니다. 물소리, 새소리 그리고 싱그러운 바람소리, 거기에다 아주머니의 아름답다는 소리까지 이 모든 것들이 너무 좋습니다. 코재 오르면서 온몸을 땀으로 흠뻑 적셔봅니다. 쌕쌕 거리는 친구의 숨소리조차도 듣기가 좋습니다.

  

■ 화엄사 앞에서의 고집통 - 화대종주 산행 들머리

 

■ 화엄사 대웅전 앞에서의 고집통

 

■ 참샘터 전경

 

■ 무넹기에 오른 인현친구

 

노고단대피소에서는 라면 끓이는 사이 후두둑 한바탕 소나기가 훑고 지나가고 언제 그랬냐는 듯 이내 그쳐 줍니다. 두 남자의 아름다운 동행 길에 연분홍 철쭉 꽃 봉우리를 열어놓은 채 혹시 흙먼지라도 묻을 새라 길바닥을 촉촉히 적셔놓은 지리의 배려가 고맙습니다. 고달픈 토끼봉 오름 길을 단숨에 해치우는 친구의 가벼운 발걸음이 무겁던 걱정도 홀가분하게 내려 줍니다. 그렇게 하여 연하천까지 나무랄 것 하나 없는 깔끔한 산행으로 첫 째날 산행을 마칩니다.

 

■ 노고단 대피소 전경

 

■ 노고단고개에서의 고집통

 

■ 노고단고개 - 지리산 주능선 시작점

 

■ 돼지령의 철쭉 1

 

■ 돼지령의 철쭉 2

 

■ 노루목에서의 인현

 

■ 노루목에서 노고단을 뒤로 하고 선 고집통

 

■ 지리산 주능선의 야생화

 

■ 삼도봉에서의 고집통과 인현

 

■ 삼도봉에서 화개재로 내려가는 551계단

 

■ 화개재의 철쭉 1

 

■ 화개재의 철쭉 2

 

소나기가 쏟아집니다. 예보가 틀렸으면 좋으련만 하늘의 뜻을 두고 왈가왈부 할 수는 없습니다. 대성골과 지리 남부능선의 멋진 경관을 조망할 수가 없습니다. 벽소령 도착할 때까지 빗줄기는 식을 줄 모릅니다. 연하천에서 먹은 죽이 끈기가 다했는지 으스스 추위가 몰려옵니다. 쫄딱 젖어버린 옷으로 인해 저 체온이 염려되어 라면을 끓여 따뜻한 국물을 섭취하고 인현의 제안으로 어제 땀으로 절은 옷일지라도 위에 덧입기로 했습니다. 이번 산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주로 60대 후반에서 80대 사이의 어르신들입니다. 대단한 어르신들처럼 나 고집통도 저 나이가 되도록 지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려면 부단한 노력으로 건강과 체력을 잘 관리하도록 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지리에 들기 전 노심초사 하던 인현의 걱정은 확실이 기우였으며 어제와 마찬가지로 체력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세석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곧바로 장터목으로 향합니다. 하루 종일 우중 산행이었기에 지리 주능선을 부지런히 걷는 일 외는 딱히 할 일이 없었으니까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장터목대피소를 들어갑니다. 충분한 휴식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습니다.

 

■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한 고집통

 

■ 연하천대피소 안에서의 인현

 

■ 연하천 대피소 출발 - 화대종주 2일차 산행 시작

 

■ 형제봉의 부러진 나무

 

■ 세석대피소에서의 고집통

 

■ 연하봉 근처의 멋진 구상나무 - 지리 주능선에서 고집통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

 

■ 연하봉에서의 고집통

 

■ 장터목대피소를 출발하는 고집통 - 화대종주 3일차 시작

 

장터목대피소에 안개비가 내립니다. 덕 쌓는 일에 충실하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딱히 나쁜 짓을 한적이 없다는 인현의 말에 천왕봉 일출의 욕심을 살짝 부렸습니다만 오늘도 지리는 내가 한 것만큼만 내어 줍니다. 두 사람 모두 덕 쌓는 일에 노력을 많이 기울여야겠습니다. 천왕봉이 텅텅 비었습니다. 덕분에 정상석을 배경으로 마음 놓고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써리봉에 도달하니 드디어 하늘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선명하게 드러나는 동부능선의 매력에 쏙 빠져 들어갑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겠는데 가을 때쯤이면 치밭목대피소를 리모델링하여 국공에서 운영한답니다. 이곳에 차 밭이 있어서 치밭목으로 이름 지어졌다 했더니 이를 듣던 산장지기가 차 밭이 아니고 취나물 밭이라며 험한 말을 섞어가며 개망신을 줍니다. 저나 나나 환갑 갑장인데 언제 봤다고 함부로 씨불거리는지 지리산에 오래 머물렀어도 아직 수양이 많이 덜 되었습니다. 무재치기폭포 상단과 하단을 두루 둘러본 인현은 그 절경에 감탄을 합니다. 하늘아래 첫 동네의 새재마을 막걸리 짜릿합니다. 인현은 부처님을 만나기 위해 대웅전에 들어간 곳이 오늘 대원사가 처음이랍니다. 아마도 무사히 화대종주를 마치게 되어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부처님을 알현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대원사 주차장에 도착하면서 인현과 고집통 두 친구간의 지리산 화대종주길의 아름다운 동행을 즐거운 마음으로 마쳤습니다.

 

■ 제석봉 전경

 

■ 칠선계곡에서 천왕봉 오르는 길목의 진달래

 

■ 천왕봉 정상석 - 전면

 

■ 천왕봉 정상석 - 후면

 

■ 천왕봉 정상에서의 고집통과 인현
■ 천왕봉 정상에서의 고집통

 

■ 중봉 정상에서의 고집통

 

■ 중봉에서의 인현

 

■ 중봉에서 써리봉 가는 길목의 멋진 나무와 인현

 

■ 써리봉의 전경

 

■ 써리봉에서 동부능선 방향으로 선 고집통

 

■ 치밭목대피소 도착하기 전 인현

 

■ 치밭목대피소 도착하기전 진입로

 

■ 무재치기 폭포 상단에서 내려다 본 계곡

 

■ 무재치기 폭포에서의 고집통
■ 새재마을의 조개골 출렁다리

 

■ 유평마을에서의 고집통

 

■ 대원사 전경

 

■ 방장산 대원사 일주문 앞의 고집통

 

인현친구는 태어나서 아주 중요한 세가지를 얻었습니다. 첫째 고집통과 함께 둘째 화대종주를 하고 셋째 부처님을 만난 일입니다. 반면에 고집통은 세가지를 얻은 친구와 함께 넷째 아름다운 동행까지 얻었으니 더 많은 것을 수확했습니다. 함께 해 준 친구의 시간들에 감사하고 오랫동안 우정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지리산에서 한번 더 보자 친구야.

 

■ 대원사 주차장에 도착한 고집통 - 화대종주 산행 날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