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5. 10. 11 (당일)
■ 어 디 를 : 낙남정맥 11구간 (마재고개 ~ 소목고개) – 장등산, 천주산, 북산
■ 누 가 : 고집통 홀로
■ 날 씨 :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84시간 00분 (11구간:9시간 10분) 접근시간:18분
11일차 마재고개(7:00)→소목고개(16:10) 9시간 10분
■ 정맥 산행거리 : 188.9 Km(11구간:18.1 Km), 접근거리:소목고개→창원사격장 1.2 Km
■ 총 산행거리 : 마재고개→송정고개→장등산→천주산→천주봉→굴현고개→북산→신풍고개→부처고개→봉림산→소목고개→창원사격장 (약 19.3 Km)
마눌님과 합작하여 텃밭에 근사한 하우스를 만들었습니다. 이제 농기구 보관 걱정은 들었는데 큰 바람이 불면 어쩌나 하는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있어도 걱정 없어도 걱정. 인간은 걱정만하며 살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나름 신경을 썼으니 괜찮으리라 믿습니다.
지리산 가려고 채비를 했는데 밤새 바람이 많이 불더라는 마눌님의 걱정 어린 한 마디에 작전을 급선회하여 지난 봄 멈췄던 낙남정맥 열한 번째 산행을 이어가기로 마음을 돌려 먹었습니다. 국도 14호선을 달리며 바라보는 동트기 전 붉은 듯 검은 산 능선 실루엣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지난 차수 산행 마무리 때 확인해 놓은 마재고개(7:00)에 도착하니 목청 좋은 강아지 두 마리가 불청객의 제 영역침입을 경계합니다. 얼마 전 진안 구봉산을 다녀왔던 추억의 뒤끝인지 천주산 누리길의 구봉산정상 팻말을 따릅니다. 구봉산 산정(7:27)에는 전망 좋은 팔각정과 관리가 아주 잘 된 운동시설을 갖춘 체육관이 있습니다. 산꼭대기의 체육관이라? 구경하기 드문 케이스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침 운동하러 올라 온 사람들이 많습니다.
반질반질한 등로를 따라 한참을 가다 낌새가 이상함을 느껴 GPS에서의 위치를 확인하니 정맥길과는 아주 동떨어진 칠원의 평성리 저수지(7:53) 앞에 도착해 있습니다. 이때라도 되돌아가든지, 도로를 따라 송정고개를 찾아가면 될 것을 고집통의 고집은 소류지 계곡을 타고 가다 정맥길이 있다고 생각되는 산 능선을 향해 무작정 올라 붙는다 입니다. 운 좋게 정맥길을 찾아 242.3봉에 올라선 후 선답자들의 시그널을 따라 기분 좋게 가고 있는데 천주산누리길 이정목이 나옵니다. 이런! 내가 마재고개를 향해 역주행하고 있습니다. 겨우 0.9Km 이동하는데 무려 1시간도 더 걸리고 있었습니다. 공부 없이 시작한 섣부른 산행과 당연함을 믿은 무사안일이 생각지 않던 대형 알바로 이어지면서 빚어 낸 참사였습니다. 송정고개(8:32)에는 동물이동통로가 있으며 편의점도 있습니다.
중지고개의 제골농장(8:49)에는 양봉치는 아저씨 한 분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제골농장을 지나 약 50m 가량 넓은 길을 따라 가다 보면 좌측의 좁은 산길로 진입하게 되고 아주 가파른 등로가 시작됩니다. 장등산을 오르는 길입니다.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장등산정상(9:29)에 올라보니 별도의 정상석은 없으며 장등산이라는 이정목과 벤치가 하나 있긴 하지만 아주머니 두 분이 차지하고 있어 편히 쉴 수가 없습니다. 정맥길에 제2금강산이란는 이정목이 보입니다. 근처에 금강산에 비견될 만한 산이 있나 봅니다. 장등산에서 휴식을 가지지 못했기에 안성고개(10:01)에서 잠깐 시간을 내어봅니다. 바람은 선선하게 불어 주지만 가을 햇볕은 아주 강렬해 땀이 줄줄 흘러내립니다. 헥헥거림이 극에 달할 즈음 돌탑 2기가 먼저 나타나고 시야가 확 트이면서 바로 천주산 용지봉(10:54) 정상에 도착합니다. 마산의 푸른 바다와 일직선으로 뻥 뚫린 창원대로가 쌓였던 피로를 확 날려줍니다. 멀리 주남저수지 주변에 황금들녘이 가을로 가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맥주 맛이 꿀맛입니다.
천주산 등로를 따라 노랗게 가을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꽃으로 가장 먼저 봄을 알려 준 벚나무가 이번에는 단풍으로 가을을 가장 먼저 알려줍니다. 천주산 능선길에서의 조금 이른 가을을 느끼며 여유를 가져봅니다. 그리고 만남의 광장(11:28)을 지나 천주봉(11:48)에서 굴현고개로 급 경삿길을 내려갑니다. 맑은 날이기에 망정이지 눈이나 비가 오면 아주 곤란을 겪을 그런 길입니다.
굴현고개(12:10)에서 선답자들의 리본을 따라 올라보니 감나무 과수원으로 진입됩니다. 정맥길은 바로 옆인데 탱자나무 울타리로 인해 접근할 수가 없습니다. 되돌아 내려오니 대나무 밭 사이로 희미하게 발자국 흔적이 있어 그 사이로 진입해 보니 대나무 밭도 통과가 불가능합니다. 다시 되돌아 나와 우측으로 돌아 가니 정맥 접근길이 나옵니다. 이번에도 족히 20분은 넘게 허비했습니다.
굴현고개에서 북산(검산, 13:06))을 거쳐 신풍고개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천주산누리길 이정목을 따라 정신 없이 걷다 보니 엉뚱하게도 구룡산 가는 길목에 내가 있습니다. 다행이 지나가는 산님의 안내를 받으며 신풍고개까지 함께 해 이번에는 대형 알바를 면했습니다. 오늘은 구봉산과 구룡산이 나를 힘들게 만듭니다. 남해고속도로 굴다리(13:19)는 약간 특이하게 생겼습니다. 굴다리 내부가 절반은 평길이고 절반은 45도 경삿길이며 높이 2.2m 표지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차량이 통행을 했었나 본데 도무지 차가 다닐 수 있는 그런 굴다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고속도로 옆 임도를 약간만 따라가면 옛 국도 14호선이 지나는 신풍고개(13:24)가 나옵니다. 옛날 나 고집통이 고등 다닐 때 나무 총 메고 행진하였던 기억이 있는 길입니다.
이어서 진행되는 정맥길은 그다지 높지 않은 산능선 신작로 수준으로써 속도 내기가 참 좋습니다. 새로 난 국도14호선 교각 밑을 지나고 나니 절개지가 가로막혀 있어 어떤 선답자들은 그 절개지를 타고 올랐다는 산행기를 보았는데 도저히 올라갈 길은 아닌 것 같아 우측편의 산마루카페 진입로를 따라 올라가봅니다. 아니나다를까 산마루카페 거의 입구에서 좌측으로 정맥길이 열려 있습니다.
176.2봉(14:42) 나무에는 거울 하나가 매달려 있습니다. 무슨 깊은 뜻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당연히 이곳을 온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거울을 볼 것입니다. 앞으로 가야 할 길 우측으로 창원CC이 있습니다. 좌측 편은 남해고속도로의 차량 달리는 소리가 윙윙거리고 있습니다.
시작부터 치른 대형 알바로 인해 몸이 많이 지쳐가고 있습니다. 애초 오늘의 목적지를 정병산 넘어 까지 가려고 하였으나 정병산 바로 앞 소목고개로 수정했습니다. 다리에 힘이 빠져나가니 갑자기 마음이 바빠지면서 산행 종료시간이 늦어 질것을 대비해 최대한 빨리 달려 봅니다. 마지막 봉우리인 봉림산(16:03)에 오를 때는 아직까지 한번도 경험이 없었던 허벅지 뒤쪽 경련이 일기 시작합니다. 종아리나 허벅지 앞쪽 경련은 살살 걸어가며 풀어줄 수 있었지만 허벅지 뒤쪽 경련은 도저히 걸을 수가 없습니다. 그 자리에 주저앉아 쉬어주니 상태가 약간 괜찮아집니다. 영양결핍현상이 아닌가 추정됩니다. 그러고 보니 산행 시작 전 국밥 한 그릇 먹고 천주산에서 맥주 1캔과 굴현고개에서 호박죽 한 통, 산행 중 베지밀 2개로 8시간 이상 산행을 했으니 영양섭취에 문제가 약간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산행 후 다리 증세를 조회해보니 탄수화물 섭취가 부족하면 근육 내 단백질이 고갈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탄수화물 섭취가 반드시 필요하다 합니다.
늦은 오후인데도 창원사격장에서 울리는 총성이 온 산을 울려 퍼집니다. 소목고개(16:09)에서 낙남정맥 열한 번째 산행을 마무리하고 창원사격장 샘터 방향으로 급하게 하산을 서두릅니다. 창원종합사격장(16:28)까지는 약 1.2Km 거리로써 하산하는 시간이 제법 많이 소요됩니다. 다음 차수에 이 길을 다시 올라와야 하니 진입로를 잘 기억해 두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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