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백두대간·정맥/낙남정맥[완]

[낙남정맥 – 12] 착하게 살아야 할 이유

산안코 2016. 3. 7. 20:58

■ 언            제 :  2016. 3. 06 (당일)

■ 어    디     를 :  낙남정맥 12구간 (소목고개 ~ 냉정고개) – 정병산, 대암산, 용지봉

■ 누            가 :  고집통 홀로

■ 날            씨 :  비 후 흐림

■ 정맥 산행시간 :  90시간 55분(12구간:6시간 55분) 접근:창원사격장→소목고개 1.2 Km

                         12일차 소목고개(8:17)→냉정고개(15:12) 6시간 55분

■ 정맥 산행거리 :  205.9 Km (12구간:17.0 Km), 접근시간: 20분

■ 총    산행거리 :  창원사격장→소목고개→정병산→수리봉→비음산→남산재→대암산→용지봉냉정고개 (약 18.2 Km)

 

 

안개 자욱한 내정병산 정상에서 노신사를 만나 사진 한 컷을 부탁하고 같이 앞뒤로 동행합니다. 작달막한 키에 날렵한 발걸음으로 비음산을 향해 한 발 앞서 진행합니다. 홀로 무료하던 차에 말동무가 생겼습니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손에서 일을 놓지 않고 있으며 주말이면 틈틈이 산행으로 건강을 지켜가고 있으시다 합니다. 황혼의 나이에 일을 하신다니 일 이야기를 하다 보니 고등학교 시절 가장 친하게 지냈던 친구 유택과 한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합천 초계가 고향이라며 어릴 적 뒷동산에서 뛰어 놀았기에 자연스럽게 체력이 단련되었다는데 듣고 보니 동향의 선배님이십니다.

정병산 바로 아래 용추계곡의 길상사 이야기가 나오면서는 더 놀랄 일이 있습니다. 길상사 신도이신 형수님의 뜻을 받아들여 부친 49제를 올린 곳이라 하니 노신사께서 사찰 전반에 모르는 것이 없으시며 놀랍게도 고집통의 친형님과 형수님 이름을 단방에 유추해내고는 자기 부인과 형수님은 아주 친한 관계라 하십니다. 그다지 많지 않은 나의 지인들을 줄줄 궤고 있는 그런 분을 창원의 낙남정맥길에서 만나다니 정말 세상은 좁고 아이러니 합니다. 정말이지 죄 짓지 말고 착하게 살아야겠다 생각했습니다.

   

■ 창원사격장 앞 전경 - 낙남정맥 열두 번째 산행 접근 지

 

■ 창원사격장 약수터

 

 

더디게 오는 봄을 재촉이라도 하듯이 천둥번개를 동원한 비가 밤새도록 내립니다. 배낭뫼GO가 추진하던 장복산 산행이 무산되어 졸지에 시간이 생겼으며 아침이면 비도 그칠 것이라는 예보가 떴습니다. 배낭 채비는 미리 해 놓았지만 새벽까지 내리는 소낙성 비를 보면서 일어났다가 누웠다 많이 망설여집니다. 어차피 홀로 가는 낙남길이고 날씨에 연연한적 없었으니 오늘도 보슬비를 맞으며 지난번 하산한 창원 사격장(7:57)으로 향해봅니다. 내리는 비도 문제지만 접근거리 소목고개까지의 질척이는 흙 길이 발길을 붙잡습니다. 지난번 지친 몸으로 하산할 때는 정말 멀다는 느낌이었는데 다리에 힘이 들어있는 아침 발걸음에는 소목고개(8:17)까지가 그렇게 멀지는 않습니다.

정병산 오름길 정말 만만찬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단숨에 오를 것 같았으나 여러 차례 호흡을 조절해야만 했습니다. 산 아래는 비가 내려도 시계는 있었는데 정병산(8:54) 정상은 구름 속에 갇혀 완전 제로 상태입니다. 그러고 보니 하루 종일 창원의 명산 줄기들을 걸었건만 커다란 바위 덩어리를 제외하고는 오늘은 아무것도 본 것이 없습니다. 낙남정맥은 땡 여름의 무더위가 아니면 빗 속 산행으로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제 혼자 노는데 익숙해지다 보니 셀카의 달인이 되어갑니다. 카메라를 땅바닥에 대충 놓고 찍어도 구도가 착착 잡힙니다. 커다란 바위산인 수리봉(9:18)을 지납니다. 날씨가 좋았다면 전망이 아주 좋았을 텐데 눈이 아닌 가슴으로 경치를 감상합니다. 전단산으로도 알려진 정병산은 수리에서 이름을 땄다고 하고 옛날에는 봉림산으로 불리기도 하였답니다.

  

■ 소목고개 - 낙남정맥 열두 번째 산행들머리

 

■ 정병산 정상 오르기 전의 계단과 소나무

 

■ 정병산 정상 사각 정자

 

■ 정병산 정상에서의 고집통

 

■ 구름 속의 정병산 주능선 모습

 

■ 수리봉 삼거리 전경

 

■ 수리봉 정상에서의 고집통

 

■ 용추계곡 길상사 내려가는 길목

 

 

내정병산(9:46)에 도착하면서 뜻밖의 노신사를 만나 세상의 좁음과 도저히 믿기지 못 할 그런 인연을 확인하면서 여러 번 놀랬습니다. 날다람쥐의 걸음걸이로 앞서가는 노신사를 따르며 지루하지 않은 시간으로 순식간에 비음산 갈림길(10:50)에 도착합니다. 400m 거리에 비음산이 있으나 어차피 가 본들 시야가 없을 것이니 왕복 800m를 더 걸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곳 삼거리에서 노신사와 하직인사를 올리고 멀고도 길었던 창원시의 경계선을 벗어나서 이제 김해시로 발을 올려 놓게 됩니다.

  

■ 내정병산 정상에서의 고집통

 

■ 진례산성 동문 전경

 

■ 비음산 삼거리 전경 - 낙남정맥은 창원에서 김해로 벗어남

 

 

다시 혼자가 되어 남산재까지 내려갔다가 내대암봉(11:30)을 오르고 대암산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합니다. 대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에는 이름에 걸맞은 거대한 바위 덩어리들이 많이 널려있습니다. 구름 속 산행이라 볼 거리가 없어 딴 짓 할 일이 없으니 마음은 엄청 편안합니다. 무조건 앞으로만 진행입니다. 대암산(12:00) 정상에는 봉수대 형식의 단을 만들고 그 위에 정상석을 올려 놓았습니다. 숨 가쁘게 오른 신정산(한아름산, 12:40) 근처에서는 헥헥 거리는 내게 한 무리의 산님들이 숨 돌릴 여유도 주지 않고 사진을 찍어 달라 합니다. 신정산 등로의 10여기 이상의 돌탑들이 있습니다. 내가 산행하면서 본 돌탑들 중에서 신정산의 돌탑이 가장 정교하고 작품성이 뛰어난 것 같습니다. 용에게 제사를 지냈다는 용제봉은 오늘 산행 중 가장 높은 산입니다. 잘 지어진 팔각정이 있고 제단 또한 깔끔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용제봉(13:15) 정상에서는 낙남길을 헷갈릴 수가 있어 조심을 요합니다. 많은 산악단체에서 매단 시그널들은 대청계곡 방향을 보고 있기 때문에 생각 없이 갔다가는 큰 어려움을 당하겠습니다.

  

■ 비음산에서 대암산 방향으로 내려가는 계단

 

■ 암릉에서 자라는 소나무

 

■ 내대암봉의 이정목

 

■ 남산치의 이정목

 

■ 낙남정맥의 위험구간

 

■ 608.1 봉 전경

 

■ 대암산의 장군바위?

 

■ 대암산 전경

 

■ 대암산 정상에서의 고집통

 

■ 대암산 정상의 소나무

 

■ 삼정산 정상 가는 길

 

■ 삼정산 정상의 돌탑들

 

■ 삼정산 정상의 이정목

 

■ 용지봉 가는 길의 바위

 

■ 용지봉 능선의 봄소식

 

 

팔각정 옆 길을 따라 하염없이 아래로 내려갑니다. 산 중간 정도의 임도를 건너 계속 아래로 진행하다 보면 전경부대 이정목이 나옵니다. 정맥 하면서 전국에 쫙 깔린 육군부대와 공군부대, 해병부대 앞을 지났었는데 오늘은 전경부대도 만납니다. 대한민국의 명산에는 명 사찰이 있듯이 명 부대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내가 모르고 있는 사이 언제 봄이 왔었는지 냉정고개 근처 과수원에는 수줍은 배꽃이 피었습니다.

냉정고개(15:06)에 도착해서는 아직 다리에 힘이 남아 있어 멈추지 않고 1042번 국도의 지하차도와 남해고속도로 굴다리를 지나서 다음에 진행할 산행 들머리를 찾아 놓기로 했습니다. 국악원 앞으로 진행하는 들머리 길을 확인해 놓고 다시 냉정고개로 돌아오면서 고집통의 홀로 가는 낙남정맥 열두 번째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 용지봉(용제봉) 정상에서의 고집통

 

■ 용제봉 정상의 팔각정 - 팔각정 방향으로 하산

 

■ 전경부대 방향으로 진행

 

■ 소나무 숲길로 진행

 

■ 임도를 가로 질러 전경부대 방향으로 진행

 

■ 임도 건너서 고집통 셀카

 

■ 멋진 소나무 옆으로 진행

 

■ 473.2봉을 통과

 

■ 전경부대가 있는 냉정고개 방향으로 급좌 진행

 

■ 낙남정맥의 봄소식 - 배꽃이 핌

 

■ 다음 진행구간인 황새봉 이정목

 

■ 과수원 옆 길가에 주인 잃은 새집

 

■ 냉정고개 도착 전 전경부대 앞

 

■ 냉정고개에 도착한 고집통 - 낙남정맥 열두 번째 산행 날머리

 

 

온종일 구름과 안개 속을 헤치며 오리무중 같은 산행을 했었는데 김해시 진례면의 냉정고개에는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고 있습니다. 조금 전 머물다 내려 온 용지봉을 올려다 보니 맑은 하늘과 용지봉 정상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낙남정맥 중 창원의 명산들인 여항산과 무학산 그리고 오늘 지나 온 정병산, 비음산을 그렇게 빗속에서 보냈습니다. 좋은 날 좋은 시에 다시 찾아와서 즐기고 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겠습니다.

이번 열두 번째 낙남정맥 산행에서 사람이 왜 착하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우짜든 둥 착하고 정직하게 살겠습니다.

  

■ 고집통 구경하는 한우들

 

■ 남해고속도로를 지나가는 굴다리 - 낙남정맥 열세 번째는 국악연수원 방향으로 가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