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5. 2. 28 (당일)
■ 어 디 를 : 낙남정맥 9구간 (발산재 ~ 한치재) – 여항산, 서북산
■ 누 가 : 고집통 홀로
■ 날 씨 : 흐린 후 싸락눈
■ 정맥 산행시간 : 68시간 08분 (9구간 : 9시간 21분)
9일차 발산재 (7:04) → 한치재 (16:25) 9시간 21분
■ 정맥 산행거리 : 155.0 Km (9구간 : 22.4 Km)
■ 총 산행거리 : 발산재→큰정고개→오곡재→미산령→여항산→서북산→감재고개→대부산→한치재 (약 22.4 Km)
딱히 정해놓고 가는 날짜는 아니지만 낙남길 나서려고만 하면 겨울비가 내립니다. 머지않아 봄이 오려나 봅니다. 이번 낙남길은 발산재에서 한치재까지 약 22Km의 거리이고 낙남길의 최고봉인 여항산을 지나게 됩니다. 결코 녹록하지 않은 산행이 예상됩니다.
옛 발산재(7:04) 휴게소의 낙남정맥 아홉 번째 산행 들머리에 장승 두기와 새끼 강아지 두 마리가 나를 반깁니다. 비록 말 못하는 것들이지만 뭔가가 나를 이른 아침부터 나를 반긴다니 기분이 좋습니다. 오랫동안 산행을 쉰 탓인지 그다지 높지 않은 산 능선을 오르는데도 호흡이 무척 가팔라집니다. 설 명절에 속살이 올랐지 않나 생각도 해 봅니다.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겠습니다.
봄이려니 생각하고 가벼운 복장으로 길 나섰는데 여전히 날씨가 쌀쌀한 것이 계절은 아직 겨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손과 귀가 아침공기에 몹시 시립니다.
배울 학(學)자를 적어 놓은 안전모가 등로변 나무에 걸려 있습니다. 벌목 꾼의 안전모로 추정됩니다. 느긋한 걸음으로 잠깐 걸었는가 싶었는데 발산재에서 15Km씩이나 왔다는 이정표가 나옵니다. 무상무념의 걸음걸이가 나도 모르게 그렇게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었나 봅니다. 오늘 고집통 컨디션 베리 굿입니다.
임도가 가로지르는 오곡재(10:10)를 지납니다. 산 아래 계곡에 십 수년 전 내가 한번쯤 가보았던 기억이 있는 마을이 조망됩니다. 갑재 친구의 고향마을인 것 같아 카톡을 날려봅니다. 한참 후에 아니라는 메시지가 들어옵니다. 동물이동통로와 정자 그리고 각종 안내판이 많이 설치되어 있는 미산령(11:14)에 도착됩니다. 미산령에서부터 여항산 정상 능선까지 가파르게 낙남길을 치고 오릅니다. 오래간만에 몸이 후끈 달아오릅니다.
여항산 능선에는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바위들이 많이 흩어져 있습니다. 시루떡 마냥 층층이가 생겨 있어 신기합니다. 정상 근처 능선에는 암릉으로 되어있으며 조금 지나니 돌탑 군락지(11:46)를 만납니다. 맑은 날씨였다면 여항산 정상에서 지리산 천왕봉과 멀리 남해 바다도 조망된다 하는데 아쉽게도 오늘의 날씨는 내게 그런 행운을 주지 않습니다.
여항산 헬기장(11:58)에 도착하니 마산에서 오셨다는 세 분 사모님들이 따뜻한 커피 한잔을 권합니다. 어디 커피뿐 입니까? 삶은 계란과 딸기, 곶감도 선뜻 내어줍니다. 고집통 오늘 횡재를 만나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암릉이 둥그렇게 우뚝 솟은 여항산(12:14) 정상은 나무계단을 통해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지리산 영신봉을 출발하여 김해 매리마을까지의 낙남정맥길 중에서 가장 높다는 산입니다. 키가 큰 플라스틱 빗자루로 정상의 바위 위를 정성스럽게 비질 하는 산님이 있습니다. 정말로 여항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인가 봅니다.
여항산 등산로 1코스 삼거리를 지나고 전망 좋은 마당바위를 지납니다. 지금부터는 오르내림이 심해지고 다리에 힘이 실리는 것이 제법 산을 타는 맛이 납니다. 서북산(13:39)에는 6.25 전쟁 당시 전사한 미군의 넋을 기리는 서북산 전적비와 헬기장이 있습니다. 6.25 당시 2개월 동안 격전을 벌였으며 미군들이 고전을 면치 못한 데서 『갓데미산』 이라고도 불렀다 합니다. 부부 산님이 서북산까지 왔다간 다시 여항산 방향으로 되돌아갑니다.
바람은 스산해지고 싸락눈이 흩날리기 시작합니다. 거의 뛰다시피 하여 감재고개로 내려갔다 대부산(15:26) 정상을 오르고 대부산에서 약간의 에너지를 보충한 후 이내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진행하는 맞은편의 우뚝 솟은 봉화산이 낙남길의 일부가 아니라는데 안도하고 급 우회전하여 한치재를 향해 하염없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갑니다. 그냥 내려가면 한치재일 줄 알았는데 낮지만 아주 힘들게 느껴지는 산봉우리가 하나 더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여 한치재(진고개, 16:25)휴게소에 내려섬으로써 낙남정맥 아홉 번째 산행을 마감했습니다. 진고개 휴게소는 나 고집통이 고향을 왕래할 때 가끔 쉬어가는 곳이라 친근감이 드는 곳이기도 합니다.
진고개에 막 도달하기 전에 버스가 지나가버려 택시비도 만만찮고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릴 수 없으니 히치에 도전해 봅니다. 세상 인심이 내 마음 같지 않음을 느낍니다. 10여분간을 그렇게 헛수고만 하다 결국 진동의 개인택시를 불렀습니다. 아름다운 대한민국이라 생각했는데 그냥 고집통 혼자만의 생각이었습니다.
이제 남은 낙남정맥은 여유를 가지고 산행하며 슬슬 즐길 일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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