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백두대간·정맥/낙남정맥[완]

[낙남정맥 – 13] 죽은 자와 산 자의 영역

산안코 2016. 4. 10. 21:24

■ 언             제 :  2016. 4. 10 (당일)

■ 어     디     를 :  낙남정맥 13구간 (냉정고개 ~ 영운리고개) – 황새봉, 수로봉

■ 누            가 :  고집통 홀로

■ 날            씨 :  맑으나 미세먼지 심각

■ 정맥 산행시간 :  99시간 55분 (13구간 : 9시간 00분)

                          13일차 냉정고개 (7:04) → 영운리고개 (16:04) 9시간 00분

■ 정맥 산행거리 :   227.2 Km (13구간 : 21.3 Km)

■ 총    산행거리 :  냉정고개→불티재→황새봉→금융산→낙원공원묘지→망천고개→나밭고개→영운리고개 (약 18.2 Km) 

 

죽은 자와 산 자의 영역을 지났습니다. 죽은 자는 한 평의 땅에서도 불청객을 불만하지 않았지만 백 만평의 땅에서 희희낙락 놀고 있는 사람들은 꼭 한마디 말을 하였습니다. 쥔 자와 놓은 자의 차이입니다. 그것들이 내 것 아님에 욕심 부렸음을 머지않아 알게 될 것입니다.낙남길 찾아 가는 길이 거가대교를 지나야 하는 것으로 보아 동쪽으로 많이 치우쳤습니다. 최근 개통한 녹산~김해간 도로에 올라서니 네비 아가씨가 정신 줄을 놓아버려 불모산 터널을 통해 창원시내로 들어갔다 창원터널을 통해 김해 장유로 빠져 나옵니다. 불모산휴게소 순두부국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맛이 없는 순두부 국으로써 이래저래 돈과 시간만 날려버렸습니다.냉정마을(7:04) 앞 굴다리에 삼철이를 두고 열세 번째 낙남정맥을 시작합니다. 지난번 보아 두었던 남해고속도로 굴다리 아래를 통과하여 국악연수원(무속전수관) 앞을 지나면서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가게 되고 이른 봄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몇 발자국 걷지 않았는데 온 몸은 땀으로 흠뻑 젖습니다. 낙남정맥 산행시작 한 이래 산행하기에 가장 좋은 날씨이나 오늘은 중국 발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어 버렸다 합니다. 임도와 산길을 넘나드는 낙남길이 이어지고 등로 변에는 산 벚과 산 복숭아 꽃이 기분 좋은 발걸음을 걷게 만듭니다. 봄 내음의 대명사인 두릅순은 무참히 꺾여 사라지고 없습니다. 불티재를 지나고 황새봉(8:37)에서 바쁜 발길을 잠시 멈춰봅니다.

  

■ 냉정고개 - 낙남정맥 열세 번째 산행들머리

 

■ 냉정고개에서 낙남정맥 시작하며 바라 본 남해고속도로 굴다리

 

■ 남해고속도로 굴다리 통과

 

■ 국악연수원 정문 앞을 통과

 

■ 만개한 산벚꽃

 

■ 낙남정맥 열세 번째 산행에서의 고집통

 

■ 또 고집통

 

■ 황새봉 정상에서의 고집통

 

■ 나무에 그릇이?

 

■ 이번엔 나무에 컵이?

 

 

누룽내미재라는 작은 표지판이 있는 덕양추모의 공원(9:18)으로 접어듭니다. 추모공원을 가로질렀으면 편했을 것을 최대한 공원의 가장자리로 돌고 돌아서 올라갑니다. 빽빽이 들어선 묘지들과 인근의 넓은 골프장을 바라보며 과연 사람들이 필요한 땅 넓이는 몇 평이면 될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해봅니다. 죽은 자와 산 자들에 의해 훼손되는 자연이 너무 넓어 안타깝습니다. 쇠금산(금음산, 9:40)을 지났습니다.

낙원공원묘지(10:36)를 지나며 죽음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몇 일 전 13년을 함께 살았던 삼손이가 우리 가족에게 많은 사랑을 남기고 하늘로 갔습니다. 꼭 천사가 되라고 말했습니다. 채 3Kg이 되지 않은 덩치로 집안을 활보하던 삼손이가 보이지 않으니 집안이 썰렁합니다. 여기 천사가 된 많은 사람들이 낙남길 가는 나를 응원합니다.

  

■ 누룽내미재 - 덕원공원묘지 앞 도로

 

■ 쇠금산 가는 길의 멋진 나무

 

■ 쇠금산 가는 길의 이정목

 

■ 낙남정맥의 산 복숭아꽃

 

■ 쇠금산 정상

 

■ 쇠금산 휴식처에서의 고집통

 

■ 낙원공원 묘지의 조형물

 

 

성원ENT(10:36)라는 폐기물처리회사가 낙남길을 가로막습니다. 14번 4차선국도가 지나는 망천고개(11:20)를 지나 이번에는 김해공원묘지(12:16)를 통과합니다. 경상도 일원에서 한 세상을 풍미했던 사람들이 이 지역으로 다 모인 것 같습니다. 지금도 땅이 부족한지 포크레인이 일대 산을 초토화시키고 있습니다.

나밭고개(13:40)를 영운리고개로 착각하고 오늘 산행이 끝난 줄 알고 여유를 부리다 목적지가 아님을 알고 깜짝 놀랍니다. 아무리 봐도 골프장은 아닌데 산행이 힘이 들어 이제 그만 끝내고 싶은 마음이 앞선 탓인지 넓은 채석장을 복원하면서 잔디 심고 식목해 놓은 공터를 골프장으로 착각했습니다. 참말로 웃기는 일입니다.

  

■ 낙남길을 막아버린 성원 ENT

 

■ 신일화공 정문으로 진입

 

■ 망천고개 - 14번 국도

 

■ 김해공원 묘지 조성 중인 낙남정맥

 

■ 산돼지 목욕탕

 

■ 뭣 하는 경기장인지?

 

 

천리교 한국교단 마당 옆으로 산행은 다시 시작됩니다. 마음을 풀었다가 다시 시작하는 산행이라 이전의 몇 곱절은 힘이 듭니다. 능선상의 편편한 바위에 퍼지러 앉아 약간 졸고 나니 피로가 많이 가십니다. 입산금지라는 경고석(15:04)이 산 능선상에 있습니다. 이미 산꼭대기인데 입산을 금한다니 정말 할 일 없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수로봉(15:11)을 지나고 전망 좋은 바위 위에서 홀로 산을 벗삼고 세상을 즐기는 트랭글 멤버이신 광빠님을 만납니다. 지친 심신이었는데 머루주와 막걸리는 내게 한줄기 햇살이었습니다.

친절한 광빠님의 덕분으로 산행이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전환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야컨트리클럽 퍼블릭 코스 골프장(15:50) 안으로 낙남길이 들어갑니다. 캐디 아가씨가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을 가만히 둘 리 만무합니다. 위험하니 다른 길로 돌아가라 합니다만 낙남길은 골프장을 가로질러 지 않고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애초에 낙남길은 골프장을 만들기 이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고 나 고집통이 알기로는 선답자들도 모두 이 길을 통해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골프장을 탈출 할 방도가 달리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골프장을 가로질러 21번 국도를 사이에 두고 골프장과 골프장을 연결하는 다리 위를 건너 가야컨트리클럽 골프장 정문(16:04)으로 빠져 나오면서 낙남정맥 열세 번째 산행을 마무리 합니다. 오늘은 알게 모르게 정말 많은 사람들 곁을 스쳐 지나 왔습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었고 산 자는 말 하였습니다. 산행 내내 생각이 많았습니다.

  

■ 나밭고개 전경

 

■ 402.9봉

 

■ 휴식중인 고집통

 

■ 산꼭대기에 가져다 놓은 입산금지 경고석

 

■ 수로봉에서의 고집통

 

■ 가야컨트리클럽으로 진입함

 

■ 가야컨트리클럽 내부를 연결하는 다리 위를 지나면서 바라 본 21번 국도

 

■ 가야컨트리클럽 모습

 

■ 영운리고개에서의 고집통 - 낙남정맥 열세 번째 날머리

 

 

누군가 똥 밭을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했습니다. 살아 있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이승에서 할 수 있듯이 저승에서도 그런 세상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직 아무도 경험하지 못해 정확히 알 수는 없어도 우리가 상상해 왔던 것처럼 분명 다른 세상이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머물 동안은 가치 있는 삶에 비중을 두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