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5. 5. 30 (당일)
■ 어 디 를 : 낙남정맥 10구간 (한치재 ~ 마재고개) – 광려산, 대산, 무학산
■ 누 가 : 고집통 홀로
■ 날 씨 : 산행할 때만 비
■ 정맥 산행시간 : 74시간 50분 (10구간 : 6시간 42분)
10일차 한치재 (7:43) → 마재고개 (14:25) 6시간 42분
■ 정맥 산행거리 : 170.8 Km (10구간 : 15.8 Km)
■ 총 산행거리 : 한치재→광려산→대산→쌀재고개→대곡산→안개약수터→무학산→시루봉갈림길→마재고개 (약 15.8 Km)
날씨가 좋다면야 당연히 텃밭에 돌 골라내는 일에 매달려야겠지만 비가 온다니 편안한 마음으로 미루어 놓았던 낙남길이나 한번 갔다 와야겠습니다. 한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대중교통 이동을 위해 사곡삼거리 간이 정류소에서 20여분을 기다리니 마산 행 첫차가 옵니다. 세워달라 손을 흔들었건만 버스는 10m를 스쳐 지난 뒤에야 멈춰 서 줍니다. 기사 양반은 버스비가 8천원이라 해놓고 거스름돈 2천원을 돌려 줄 생각이 전혀 없어 세워 준 것만이라도 너무 고마워 그냥 따까마시 해라 했습니다.
공돈 만원을 챙겨 기분이 한층 고조된 기사양반은 통영 출발 6시 25분을 47분으로 잘못 알고 여유를 부리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고 부랴부랴 통영을 출발합니다.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 아침식사나 하고 올까 생각하며 터미널 식당으로 갔었는데 위생이 마음에 들지 않아 김밥 한 줄만 사서 되돌아 오길 천만다행이었습니다. 까딱 잘못했다간 큰일 날 뻔 했습니다. 맨 앞 자리에 앉아 속도무시, 신호무시, 경적소리 등 별의별 경우를 다 봐가며 진동에 발을 딛고서야 졸이던 마음 한시름을 놓을 수 있었습니다.
한치재(진고개, 7:43)의 보리밥집 앞에 택시를 내리니 빗방울이 토닥토닥 떨어집니다. 비가 내릴 줄이야 알고는 나왔지만 하루 종일 비를 맞을걸 생각하니 약간 서글퍼집니다. 이 구간은 낙남정맥 최고의 경치를 자랑하는 곳이라 진달래 한창 피는 5월 초순에 지나려고 했었는데 좋은 날 다 보내고 생뚱맞게도 구름 속 빗방울을 가르며 거닐게 되었습니다.
고향 갔다 오며 한치재에서 광려산을 볼 때면 해향에게 언젠가는 저 산을 지나갈 것이라 이야기 했었는데 오늘 올라갑니다. 출발과 동시에 바지는 빗물에 흠뻑 젖고 차가운 냉기가 허벅지를 타고 들어옵니다. 가파른 경삿길을 한참 동안 오르니 광려산 삿갓봉(8:47)에 도달합니다. 선명치는 않지만 진동골짜기 마을들이 안개 속에 조망됩니다. 오후에는 비가 멈춘다고 했으니 용마산정상에 도달할 쯤이면 날이 개어 멋진 조망이 있을 것이라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광려산(9:07) 정상에 도착합니다. 선답자의 산행기에 광려산에서 세 사람이 사고를 당했다 하여 바짝 긴장했는데 내가 보아서는 그다지 위험한 구간은 없어 보입니다.
대산(10:04)정상에서는 카메라에 습기가 끼어 작동이 되지 않습니다. 번거롭지만 스마트 폰 카메라를 사용할 시간이 된 것 갔습니다. 뒤론 광려산, 앞으로는 무학산이 구름 속에 묻혔다 나타났다 연속입니다. 빗속 경치라도 나름 멋있습니다. 광산먼등(10:10)이란 곳을 지나고 윗바람재봉(10:39)을 지납니다. 바람재(11:00) 육각정에서 사람을 만납니다. 건강이 좋지 않아 자주 이곳을 찾으신다는 노신사분이십니다. 스마트폰을 처음 사용해 보시는 듯 약간 서툴렀지만 내게 사진을 찍어주시고 자리를 떠나셨는데 한참 후에 보니 정자 바닥에 안경이 떨어져 있습니다. 안경 가져 가시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 보았지만 이미 멀리 떠나버리신 것 같습니다. 쌀재고개(11:32)까지는 임도길이 있습니다만 산길을 걸어 가기로 했습니다. 150m 아래 무학산 가는 길이 있으니 쌀재농원 안으로 들어오지 말라는 경고판을 따라가니 과연 길은 있습니다. 대곡산(11:54) 전망대에서는 희미하나마 마산 앞바다 인공섬과 돝섬이 보입니다. 날이 맑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아주 넓고 완만한 무학산 능선길을 따라갑니다. 그냥 밋밋하게 정상까지 가는 것 보다 안개샘터를 들러보기로 했습니다. 멈췄던 빗방울이 토다토닥 떨어집니다. 이름 그대로 안개샘터(12:39)는 오늘 안개 속에 잠겼습니다. 샘터 옆 정자에서는 세분 산님들의 잔치판이 벌어졌습니다. 우중임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음식들을 준비해 가지고 무학산 정상에 올랐다는데 대해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덕분에 시원한 맥주와 오리훈제고기 맛나게 먹었습니다.
비바람 치고 태극기 펄럭이는 무학산(13:10) 정상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내서, 중리 표지목을 따라 내려갑니다. 나 고집통이 마산에서 3년을 살았건만 내서와 중리가 잘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내려가긴 내려가도 이 길이 긴가 민가 의심스럽습니다. 마침 비가 내리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무학산을 찾아오시는 여성 산님이 있어 마재고개 길을 물어보니 중리역 가는 길로 가면 된다 하십니다. 가는 길은 맞지만 중리역과 마재고개는 한창 거리가 있습니다. 시루봉(13:31)을 지나 내서 원계 갈림길과 중리역 갈림길을 만나 우측 방향으로만 내려가니 중리와 마산을 연결하는 1004번 도로(14:16)가로 하산하게 됩니다. 마재고개 삼거리를 지나 남해고속도로 지선 위를 건너는 두척육교를 지나 다음 낙남길을 이어 갈 마재고개 표지석이 있는 마재고개(14:25)에 도착하면서 낙남정맥 열 번째인 우중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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