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4. 11. 15 (당일)
□ 어 디 를 : 한남금북정맥 3구간 (대안리고개 ~ 현암삼거리) – 선두산, 선도산
□ 누 가 : 가공산악회 11명과 산타나 그리고 고집통
□ 날 씨 :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27시간 02분 (3구간 : 9시간 47분)
3일차 대안리고개(7:13)→현암삼거리(17:00) 9시간 47분
□ 정맥 산행거리 : 58.5 Km(3구간:23.4 Km)
□ 총 산행거리 : 대안리고개→쌍암재→국사봉→추정재→선두산→선도산→현암삼거리(23.4 Km)
이른 새벽 손님을 받은 보은 내북면 소재지 동산식당 주인 할머니 홀로 많이 분주하십니다. 밥과 반찬이 모자랄까 봐 종종걸음으로 오며가며 반찬그릇 채우시기 바쁩니다. 역시 충청도 인심은 어디든 넉넉하십니다. 어쩌면 오늘 하룻동안 받아야 할 손님을 이 새벽에 다 받아 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로 옆집 이발관의 삼색등이 꼭두새벽부터 빙빙 돌고 있는 것으로 보아 시골의 새벽은 도시의 그것보다 훨씬 일찍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한남금북정맥 세 번째 길은 가공산악회 회원 9명과 두 분 사모님 그리고 산타나와 나 고집통 이렇게 하여 13명이 함께 산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고집통 오늘만은 산행에 약간 안심이 됩니다.
대안리고개(7:13)에는 강아지 세 마리가 우리 일행들이 도착하자 반갑다고 난립니다. 쌀쌀한 초겨울 아침 비록 강아지일지라도 살아 움직이는 것들이 꼬리치며 반가이 맞이해주니 기분이 좋습니다. 하는 짓이 산타나(만수)처럼 예뻐 만수 동생 만식이라고 그렇게 불렀습니다.
오늘도 언제나처럼 산행 초입은 빡 세게 시작됩니다. 꿀밤나무 낙엽이 등로를 덮어 엄청 미끄럽습니다. 490봉(7:41)에 올라서니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예비군 참호가 있습니다. 금적지맥(8:13) 분기점을 지나고 쌍암재(8:24) 내려서기 전 인삼 밭에는 하얀 서리가 뒤덮였고 작은 웅덩이에는 얼음까지 얼어 있어 2014년 겨울이 우리 가까이 성큼 왔음을 알려줍니다. 팔봉지맥(9:04) 분기점에 누군가 백두대간 단군지맥 비석을 세웠는데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돌무더기를 쌓아놓은 살티재(10:28)를 지나고 국사봉 앞 헬기장에서 점심식사를 합니다. 국사봉(12:17)을 출발하고부터는 일행들의 선두권에 고집통이 서 있습니다. 이전과는 달리 오늘은 몸 컨디션이 썩 괜찮습니다. 하지만 약간 걱정이 되는 것은 초반의 내 페이스를 오버하다 막판에 크게 지쳐버릴까 입니다.
32번 4차로 국도가 지나는 추정재(13:00)에서는 랑성오리집식당 옆을 지나 SK 주유소 쪽으로 건너갑니다. 이쯤에서 대명씨가 다리의 고통을 호소합니다. 한남금북정맥 전속 주치의이신 한의원이 대명씨와 함께 오늘 산행이 끝날 때까지 책임을 졌습니다.
나 고집통은 아침부터 계속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아주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한마디로 신이 났습니다. 스님 한 분이 맞은편에서 오면서 매일같이 이 길을 걸었어도 사람을 만나기는 오늘이 처음이라 하십니다. 물론 나도 오늘 산행에서 사람 만나기는 처음입니다. 오른쪽 멀리에는 골프장이 있고 골프장 인근 산은 나무라는 나무는 모두 벌목하여 민둥산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멀고 긴 485봉(13:52)에 올라 잠시 땀을 씻어내고 외길을 따라 길 바닥만 보면서 부지런이 가고 있는데 뒤에서 운식형이 자꾸 부릅니다. 분명 길 우측에 시그널이 있는데 왜 직진으로 가고 있느냐 합니다. 백족산 삼거리였으며 하마터면 고집통 홀로 대형 알바를 할뻔했는데 천운이 날 구했습니다. 오늘 산행이 좀 되긴 될 모양입니다.
언젠가 티브이에서 본 소나무 부엉이방구가 보입니다. 산 다니며 부엉이방구가 보이면 가져다 달라는 해향의 부탁도 있고 해서 욕심은 동하지만 나뭇가지를 자를 수가 없어 그냥 지나칩니다. 송곳처럼 쭈뼛한 선두산(15:18)은 사람의 진을 완전 빼놓습니다. 낙엽, 낙엽이 엄청납니다.
선도산 삼거리(16:04)에서 산님 몇 분을 만납니다. 정맥길을 타지 않는 것으로 보아 정맥님들이 아니고 선도산을 찾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후미 일행들이 이 지점을 통과할 때면 어두워질 것 같아 헤드랜턴 세 개를 삼거리 이정목에 얌전히 걸어놓고 출발합니다. 선도산(16:22)에는 송신탑이 있으며 작고 아담한 정상석도 심어 놓았습니다. 내일 모레면 겨울인데 어쩌려고 목련이 꽃망울을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걸 터트리면 안 되는데 걱정입니다. 배추밭에는 김장배추들이 알을 꽉 차게 밴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남금북정맥 세 번째 산행 종착지인 현암삼거리(17:00)에 도착하니 기분 좋게 다섯 손가락 안에 고집통이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나도 모르겠습니다.
현암삼거리의 현암묵집 맛있습니다. 충청의 음식도 우리 거제에 비하면 정말 맛납니다. 30여분이 지나서야 후미가 묵 집에 도착합니다. 책임감 강한 대장님은 그보다 더 뒤쳐진 일행들을 챙기시느라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깔린 후 한참을 지나서야 도착합니다.
아하~. 이제 원인을 알았습니다. 일행들 중 다리에 이상이 생긴 사람들과 오늘 처음 오신 사모님을 모시고 오느라 늦어졌으니 그래서 고집통이 선두에 설 수 있었던 겁니다. 2014년 겨울이 성큼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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