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4. 10. 11 (당일)
□ 어 디 를 : 한남금북정맥 2구간 (말티재 ~ 대안리고개) – 탁주봉, 구봉산
□ 누 가 : 가공산악회 9명과 산타나 그리고 고집통
□ 날 씨 :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17시간 45분 (2구간 : 10시간 35분)
2일차 말티재 (7:08) → 대안리고개 (17:43) 10시간 35분
□ 정맥 산행거리 : 35.1 Km (2구간 : 21.7 Km)
□ 총 산행거리 : 말티재→백석리고개→구티재→시루산→구봉산→벼재고개→대안리고개(21.7 Km)
이번 한남금북정맥길을 가야 하나 쉬어야 하나 망설여집니다. 마눌님의 허리상태가 많이 좋지 않아 수술을 하고 퇴원시켜 집에다 모셨기 때문입니다. 약간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나중에 땜빵하면 될 것 같아 이번 차수는 쉬어야겠다고 마눌님에게 운을 떼니 내게도 힐링이 필요하다며 그냥 다녀 오랍니다. 미안하면서도 고맙기도 합니다.
계절이 좋아서인지 이런저런 사유로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이번 정맥길에는 인원이 몇 명 되지 않습니다. 11명의 정맥님들로 대형버스 타기에는 금전적으로 낭비가 크지만 장거리 이동의 피로도를 생각하여 그냥 진행하기로 합니다. 한남금북정맥 멤버님들끼리 단체 유니폼을 맞췄습니다. 오렌지색 바탕에 목 부분을 검정색 브이자 형 무늬를 넣어 촌빨이 펄펄 날려 사실 고집통 마음에는 내키지 않지만 투표로 결정한 결과라 어쩔 수 없습니다. 나는 혼자 산행할 때나 착용하지 정맥길에서는 절대로 입고 가지 않을 것입니다. 어쨌든 오렌지색은 나랑은 참 잘 어울리지 않는 색상입니다.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고 그래서 그런지 12층 아파트 창 두드리는 소리가 장난이 아닙니다. 새벽2시. 오늘따라 24시 김밥 집이 문을 열지 않아 세 곳을 거쳐서야 점심식사를 위한 김밥을 겨우 구할 수 있었습니다. 조선족 아주머니의 서투른 한국말에 비해 김밥 싸는 솜씨는 일품인데 김밥은 맛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말티재(7:08)가 노랗게 물들었습니다. 새 유니폼 영향입니다. 초가을 아침 찬바람이 몸을 움츠리게 합니다. 한남금북정맥 두 번째 길을 출발하자마자 상승 급경사가 시작되면서 체온도 덩달아 급상승합니다. 고도표상 오늘의 산행은 100m를 올랐다 내려가는 일을 셀 수 없이 많이 하게 되어 있습니다. 평소 선두에서 일행들을 이끌어 주시던 현배 형님이 다른 일정으로 함께하지 못해 종전보다는 속도가 더뎌질 것을 기대해봅니다. 그것은 순전히 순진한 나의 희망사항이었습니다. 조직의 상위 1%가 없어지면 새로운 상위 1%가 자연스럽게 나타난다는 말이 거짓은 아니었습니다. 이번에는 운식 형님이 선두에 서더니 이전보다 속도를 더 빠르게 달려 버립니다.
정맥길을 따라 철조망과 검정색 부직포로 울타리를 쳐놓고 그 속으로 무단 진입 시 법적 제재를 받는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습니다. 장뇌산삼이나 송이버섯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울타리 길이와 크기가 어마어마합니다.
나 고집통은 일행들의 가장 후미에서 따라가다 잠시 볼일을 보고 일어서는 탓에 무려 한 시간이 지나서야 일행들을 따라 잡을 수 가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속리산의 웅장하고 멋진 경치를 구경했노라 하는데 난 일행들을 따라잡느라고 아무것도 보지 못했고 땅만 쳐다 보았을 뿐입니다.
수철령(9:02)을 지나고 백석리(10:11)고개로 내려섭니다. 길가에는 누런 호박들이 뒹굴고 있으며 대추랑 은행도 노랗게 잘 익어가고 있습니다. 고구마 밭에서는 할머니 두 분이 통통하게 살찐 고구마를 수확하고 있습니다. 동네어귀에는 가을의 상징 국화꽃이 노랗고 빨갛게 피어 만발했습니다. 이곳 충청도 보은 땅에 본격적인 가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남금북정맥길에 꿀밤이 지천으로 널렸습니다. 그 수가 워낙 많다 보니 발자국을 옮길 때 마다 족히 다섯 개는 밟히는 것 같습니다. 작은 알밤도 천지로 떨어져있습니다. 욕심을 부려 몇 알 주워 배낭에 담아봅니다. 산의 형태가 거북모양을 했다 하여 구티재라 하기도 하고 아홉 구비가 있어 그렇게 부른다는 구티재(11:06)에서 거북모양의 조형물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다시 가파른 산길을 올라갑니다. 지도상에서는 정맥길에서 아주 조금 벗어나 있어 탁주봉을 금방 갔다 올 것이리라 예사로 생각했는데 거리와 경사도가 상상을 초월하여 정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탁주봉(11:40) 정상에는 나무 데크를 설치해 놓았으나 안전난간이 없어 아주 위험합니다. 그곳에서는 산외면의 누렇게 잘 익어가고 있는 넓은 들판과 문장대가 있는 속리산 능선이 멋지게 조망됩니다.
탁주봉 바로 아래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일행들보다 20분 먼저 고집통 홀로 출발합니다. 작은구티재(12:58)를 건너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고단한 심신에게 휴식을 주고 있는데 어느새 일행들이 나를 스쳐 지나가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고집통 체력이 많이 부실해졌습니다. 그래도 그나마 지금의 체력이라도 유지하고 있음에 감사하며 이 체력을 잃지 않고 유지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을 기울이도록 해야겠습니다.
445봉을 오를 찰나 맞은편에서 J3 리본을 한 주먹 들고 계신 두 분의 정맥님이 오시면서 여기서부터 임도를 따라가다 보면 우측 편으로 정맥길이 연결된다 하십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마치자마자 서슴없이 임도를 따랐습니다. 중치리 방향으로 다리에 이상이 생긴 일행 한 사람을 내려 보내고 시루산을 향해 죽을 고생으로 올라갑니다. 산행이 힘들다 생각하니 오전에 그렇게 잘 불던 바람마저도 멈췄습니다.
작은 돌 제단을 지나고 조금 전 시루산이라 생각하며 악착같이 올랐던 산 정상은 돌탑봉(15:33)이었습니다. 시루산(15:59)을 지나고 나서 정맥길 옆에 아찔한 낭떠러지가 나타나 다리가 후덜덜 떨립니다. 석재 채취하기 위해 산을 댕강 잘라 놓은 것입니다. 구봉산 정상 전에는 산불감시초소가 있습니다. 구봉산(16:33) 정상을 확인만하고 되돌아 나와 벼재고개로 하염없이 내려갑니다. 차량 지나가는 소리가 웅웅 들려옵니다. 이제 차도까지 내려서기만 하면 되는구나 생각에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벼재고개(17:25) 도로에 내려섰건만 있어야 할 대경이랑 일행들이 시야에 보이지 않습니다. 근처 공장에 들러 혹시 일행들을 보지 못했느냐고 물어보니 보지 못했다 합니다. 아이구야~~. 아무래도 눈 앞에 있는 산을 하나 더 넘어야 되는 모양입니다.
희망이 절망이 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없던 다리의 힘이 확 풀립니다. 그래도 가야만 하는 길이기에 마지막 고비를 혼신의 힘을 다해 넘습니다. 드디어 애타게 고대하던 대안리고개(17:43)에 내려서면서 오늘산행을 마무리 합니다. 도상거리 21Km이나 GPS거리는 27Km가 나왔습니다.
빨래판 산능선을 수없이 넘고 넘어 한남금북정맥 두 번째 구간을 정말 힘겹게 완성했습니다. 앞으로 걸어야 할 정맥 구간도 사실 오늘보다 나아질 기미는 없을 것 같고 날씨도 추워질 것으로 생각되는데 사실 내 체력이 걱정이 됩니다. 뭔가의 획기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될 것으로 사료됩니다만 사실 뾰쪽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습니다. 만약 몸무게를 10Kg만 줄이면 어쩔까를 생각해봅니다.
마눌님은 식사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걱정입니다. 강아지 세 마리는 또 어떻게 하고 있을까도 궁금합니다. 이 모두가 고집통 손이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바쁩니다.
'백두산·백두대간·정맥 > 한남금북정맥[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남금북정맥 – 6] 유엔 사무총장님을 만나다 (0) | 2015.02.08 |
---|---|
[한남금북정맥 – 5] 도대체 겨울인가 봄인가? (0) | 2015.01.11 |
[한남금북정맥 – 4] 올 겨울 눈 산행 한남금북에서 시작하다 (0) | 2014.12.07 |
[한남금북정맥 – 3] 한남금북에 첫얼음 얼다 (0) | 2014.11.16 |
[한남금북정맥 – 1] 한남금북정맥을 시작하다 (0) | 2014.09.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