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5. 10. 03 (당일)
■ 어 디 를 : 한남정맥 6구간 (방죽재 ~ 백운공원) – 양지산, 철마산, 만월산
■ 누 가 : 가공산악회 10명과 산타나 그리고 고집통
■ 날 씨 :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43시간 36분 (6구간 : 7시간 55분)
6일차 방죽재(8:03)→백운공원 (15:58) 7시간 55분
■ 정맥 산행거리 : 120.5 Km (6구간 : 18.9 Km)
■ 총 산행거리 : 방죽재→양지산→여우고개→성주산→철마산→만월산→백운공원(약18.9 Km)
오늘은 개천절. 예년 같았으면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겠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새벽2시 한남정맥 여섯 번째 산행을 위해 경기도 시흥으로 정운이는 달리고 있고 베스트 드라이버 윤기사는 새벽 졸음을 쫓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방죽재(8:03)를 출발한 한남길의 상태는 썩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가시넝쿨이 얼키설키 엮어져 있고 넘어진 나무들이 정맥길을 가로막아 낮은 포복을 하고서도 배가 땅에 닿아야만 지나갈 정도입니다. 오늘 정맥길 거리가 만만찮은 데 이런 길이 계속 이어진다면 큰일입니다.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군부대 철조망이 앞을 가로막아 좌측방향으로 방향을 틉니다.
397번 지방도(8:17)에 내려서 5분 정도 도로를 따라 진행하다 다시 만난 군부대 담벼락에서 좌로 진입하여 철조망과 함께 산 중으로 들어갔다가 위험천만 하게도 이번에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8:36) 갓길로 내려섭니다. 88고속도로 이후 처음으로 고속도로 정맥길을 걷습니다. 보초서는 군인들도 겁나고 쌩쌩 달리는 차들도 무섭습니다. 아래 위로 둥글게 말아놓은 가시철책으로 인해 등산복과 오른쪽 다리에 흠집이 많이 생깁니다. 여러 개의 초소를 지나다 보니 봉제산을 지나게 되고 양지산 팔각정(9:14)에도 오르게 됩니다. 군부대 옆 등산로라 등산객이 별로 없을 것 같은데 생각보다는 등로가 좋습니다. 아침 산행 시작할 때보다 상황이 훨씬 좋아졌습니다.
제2경인고속도로(9:37) 굴다리를 지납니다. 굴다리 근처 텃밭에 하나의 굵은 줄기를 타고 탁구공 크기의 양배추 생김새 채소가 방울처럼 매달려 있습니다. 미니 양배추 또는 방울 양배추라고 합니다. 언젠가 마눌님이 건강에 좋은 것이라고 마트에서 구입해온 적이 있는 채소입니다. 다음에 텃밭에다 심어봐야겠습니다.
1,200m의 야트막한 야산이지만 어김없이 정상에는 군부대 시설물이 차지하고 있고 철조망이 쳐져 있습니다. 비룡사 표지석을 지나고 삼십고개를 넘어가는 283번 지방도를 건너 성바오로 피정의 집(10:51) 앞을 지납니다. 그리고 잠시 뒤 밤나무 과수원으로 진입하여 민들레농원(10:54) 앞으로 빠져나가게 됩니다. 이후 약간의 혼선으로 4차선 소사로를 따라가다 소사대공원으로 진입하여 정맥길로 올라서게 되고 동물이동토로가 있는 여우고개(11:21)를 지납니다. 구름다리가 있는 하우고개(12:04) 그리고 성주산 정상을 지나고 군부대정문이 있는 와우고개(마리고개, 12:25)를 지납니다.
군부대 또 군부대 끊임없이 나타납니다. 거마산이란 표지판이 있지만 거마산(12:34) 정상 또한 군부대 차지입니다. 이번에는 등산로가 군부대 전술 훈련장과 겸용입니다. 「목표확보 후 행동」, 「목표상 전투」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고 유격훈련장과 화생방훈련 가스실 옆도 지납니다. 각종 유격훈련시설을 보며 변사또집(13:03)이라는 식당간판 앞으로 내려서니 또 다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길을 막습니다. 워낙 많은 굴다리와 다리교각 밑을 지나다 보니 이제는 고속도로가 생소하지도 않습니다. 그나마 골목길을 통과하지 않는 것에 다행으로 생각이 듭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굴다리를 지나면서부터 인천광역시에 들어섰는지 인천대공원 입간판이 보입니다. 굴다리 속 자전거 대여소가 있고 왁자지껄 사람들이 모여있는 버드나무집 앞을 지납니다. 조금 전 성주산에서 막걸리를 마시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가지는 않았을 겁니다.
다시 산속으로 파고드니 어김없이 군부대 철책을 만나게 되고 이어서 군사도로와 유격훈련장을 지나고 어마어마하게 넓은 인천시립공설묘지(14:25) 앞 도로를 만납니다. 철마산 정상을 스쳐 지났기에 뛰다시피 하여 정상으로 올라가 보았지만 정상에 대한 어떤 표시도 없습니다.
주위에 굿판이 벌어졌나 봅니다. 꽹과리 소리가 들리더니 조금 후엔 스님의 불경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집니다. 만월~만수산 연결다리(14:41)를 건너고 제법 가파른 계단 길을 오릅니다. 산이란 높으면 높은 데로 낮으면 낮은 데로 그 값을 합니다. 말이 200m이지 1,000m만큼 힘듭니다. 만월정(15:06)이라는 팔각정에 올라서니 멀리 인천공항으로 연결되는 인천대교가 조망됩니다. 만월정에는 가슴에 큰달을 품고 신선을 닮아 꿈의 도시를 이루자는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만월산(15:11)은 187.1m의 나지막한 산으로써 흙과 돌이 모두 붉은색을 띠고 산의 형국이 기러기가 나는 것 같다 하여 원래 주안산(朱雁山)이라고 불렸는데 「주안」이라는 지명은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지금의 주안동(朱安洞)으로 옮겨 가게 되었다 하고 만월산은 이 외에도 원통산, 선유산(仙遊山) 등으로 불렸다고 합니다. 현재의 명칭은 1920년대에 보월 한성안 스님이 산 정상에 올라 『산은 그리 높지 않지만 동서남북이 한눈에 다 보이고, 특히 산세가 인천 도심 쪽을 향해 좌우로 팔을 벌려 모든 만물을 감싸 안을 듯한 형태를 하고 있어 동방만월세계약사유리광불(東方滿月世界藥師琉璃光佛)이 계시다』고 한 것에서 유래되었다 합니다.
서울과 인천을 잇는 46번 경인국도의 횡단보도를 건너 동암산으로 오릅니다. 동암산(15:16)의 넓은 정상에는 산불감시초소와 각종 운동기구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동암산 아래 전철1호선 경인선의 백운역 철길 위 다리를 지나는데 생각지도 않던 파란색 정운이 버스가 눈 앞에 보입니다. 아직 산 하나를 더 넘어야만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라 생각하며 무상무념으로 걷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이곳이 오늘의 목적지인 백운공원(15:58) 이라니 눈이 번쩍 뜨이면서 그 소리가 정말 반가웠습니다.
산행 후 뒤풀이 식당 찾기가 힘들다 했는데 결국 야식 배달전문 집으로 들어갑니다. 갑작스런 단체손님 방문에 당황한 식당 사장님 가스버너 사고 맥주 사오고 땀을 뻘뻘 흘려댑니다..
배달 집의 엄청나게 많은 메뉴들 중에서 선택한 음식이 하필이면 부대찌개입니다. 왼 종일 부대를 돌고 돌았었는데 마무리도 깔끔하게 부대찌개로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부대에서 시작하여 부대로 마무리했습니다.
'백두산·백두대간·정맥 > 한남정맥[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남정맥 – 8] 북한 땅을 바라보다 (0) | 2015.12.15 |
---|---|
[한남정맥 - 7] 단단히 탈이 생기다 (0) | 2015.11.22 |
[한남정맥 – 5] 굴다리 찾아가기 (0) | 2015.09.13 |
[한남정맥 – 4] 도심의 정맥길을 버리다 (0) | 2015.08.16 |
[한남정맥 – 3] 골목길 정맥길을 가다 (0) | 2015.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