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백두대간·정맥/한남정맥[완]

[한남정맥 - 7] 단단히 탈이 생기다

산안코 2015. 11. 22. 22:26

■ 언            제 :   2015. 11. 21 (당일)

■ 어    디     를 :  한남정맥 7구간 (백운공원 ~ 백석고개) – 원적산, 중구봉, 계양산

■ 누            가 :  가공산악회 6명과 산타나 그리고 고집통

■ 날            씨 :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51시간 36분 (7구간 : 8시간 00분)

                          7일차 백운공원(7:05)→백석고개 (15:05) 8시간 00분

■ 정맥 산행거리 :  139.2 Km (7구간 : 18.7 Km)

■ 총    산행거리 :  백운공원→철마산→아나지고개→철마산→장명이고개→계양산→꽃메산→굴포천 아라뱃길 목상교→백석고개 (약 18.7 Km) 

 

좋은 계절인데…. 청명하지 못한 하늘은 늘 찌푸덩하고 고집통의 일상은 의지와 상관없이 뭔가가 옴짝달싹 못하도록 옥죄고 있고 패턴 잃은 건강은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돌파구를 찾는 어떤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쉬 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스트레스가 극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올해도 예년처럼 각종 가을행사가 집중되어 산행 인원이 대폭 줄어 겨우 8명만 함께하게 되고 항상 이용했던 미니버스 경비 조차도 적은 참여인원으로 부담스러워 12인승 승합차를 빌리기로 합니다. 그렇게 되면 일행 중 한 명이 거제 인천간 왕복운전을 책임져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부평 백운공원의 낙엽 되어 떨어진 노란 은행잎이 이제 겨울의 시작임을 알려주는 듯 합니다. 노란색 빛깔에 눈길이 끌리는 것과 계절의 알림 보다 마음이 먼저 시려오는 것은 아마도 기분 탓일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오늘로써 한남정맥을 시작한지 일곱 번째입니다. 어떤 일이든지 시작이 있으면 그 끝이 오기 마련이듯 멀게만 느껴졌던 한남정맥도 엊그저께 시작한 것 같은데 2015년이 끝나는 다음달에 1박2일 산행으로써 마무리가 됩니다. 겨울, 낙엽, 끝, 마무리, 12월…. 머지않은 날에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애써 끄집어 내어봅니다.

  

■ 백운공원 앞에 선 고집통 - 한남정맥 일곱 번째 산행들머리

 

 

백운공원(7:05)을 출발함과 동시에 발 고른 일곱 명의 일행들은 쏜살같이 달려 고집통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리고 그 뒤를 홀로 따르는 신세가 됩니다. 평소 후미 조를 형성했던 몇몇 동료들이 빠져 오늘 고집통의 산행이 쉽지 않을 것을 예상은 했지만 그 결과가 이렇게 빨리 나타날 줄은 몰랐습니다.

한남정맥길은 오늘도 어김없이 철탑과 군부대의 철망을 따르게 됩니다. 철탑 사이로 태양이 솟아오릅니다. 한남길에서의 첫 일출을 맞이하지만 희뿌연 인천의 아침 하늘은 그다지 선명한 그림을 제공해 주진 않습니다.

   

■ 백운공원의 가을 은행잎들

 

■ 도로변 벽면의 벽돌 작품들

 

■ 한남정맥상의 산불감시초소와 철탑

 

■ 첫 번째 호봉산 정상에서 본 인천시내 전경

 

 

열우물비타민길, 열우물(十井) 또는 열우물(熱井)에서 유래되었다는 마을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마을 이름을 딴 비타민길을 따라 갑니다. 가끔 산책 나오신 어르신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두 번에 걸쳐 호봉산 정상을 지나는데 첫 번째는 삼각점만 있고 두 번째는 호봉산정상이라는 정상석이 있지만 아무래도 철마산(8:08)인 것 같습니다.

원적로의 동물이동통로를 지나면 아주 편했을 것을 길을 잘못 들어 새사미아파트 앞으로 내려갔다 4차선 횡단보도를 건너 원적산으로 오릅니다. 원적산정상(8:28)에는 연변 말투를 쓰시는 아주머니의 막걸리 파는 장사 수단이 아주 뛰어납니다. 시원한 막걸리 한잔 정말 맛나게 넘어갑니다. 사실 마실 때는 정말 좋았었는데 산행 끝날 때까지 나오는 트림으로 인해 곤욕을 치렀습니다.

한실그랜드힐 빌리지 아파트 단지 도로로 진입하여 작은 쪽문을 빠져나가니 경인고속도로를 건너는 육교가 나오고 이곳이 아나지고개(9:10)입니다. 아나지고개에서 빵으로 약간의 입맛을 다시고 또 다른 철마산(천마산)으로 오릅니다. 경기도에서 늘 그랬듯이 산에 오르면 군부대 철망이 있게 마련이고 철망을 만나면 왼쪽 방향으로 따라가면 되는 그런 산행이 이어집니다. 군부대 초소가 있어 초소봉(10:26)이라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중구봉(10:38)도 지납니다.

   

■ 열우물비타민길 안내판

 

■ 한남정맥에서 만난 일출

 

■ 특이한 비타민둘레길 이정표

 

■ 철마산(호봉산)정상 전경

 

■ 호봉산 정상의 산열매

 

■ 원적로 동물이동 통로 - 동물이동 통로 위로 지나갔어야 했으나 바닥을 침

 

■ 원적산 정상의 막걸리 주점

 

■ 원적산 정상에서의 고집통

 

■ 석남동 갈림길의 돌탑

 

■ 닻으로 표시한 인천둘레길

 

■ 아파트단지 내부로 통과함

 

■ 경인고속도로 위 육교를 건너는 고집통

 

■ 육교 위에서 본 경인고속도로

 

■ 아나지고개 아나지골의 식당 모습

 

■ 철마산 정상에서 본 인천시내

 

■ 앞으로 지나야 할 한남정맥

 

■ 초소봉 전경

 

■ 중구봉 정상에서의 고집통

 

 

징맹이고개(10:52)로 내려섰다 계양산 오르는 길에서 드디어 탈이 생겼습니다. 일행들을 앞에 보내고 홀로 컨디션을 조절하며 계양산정상을 오르는데 이전부터 살짝살짝 증세를 보였던 장딴지 경련이 결국 폭발하면서 그 자리에 푹 고꾸라지게 만듭니다. 일행들이 바로 위 계양산 헬기장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하니 나도 눌러앉은 김에 휴식을 취하면서 야채 죽으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합니다.

계양산정상(11:50)에서 일행들을 만나 다시 발걸음을 재촉해봅니다. 꽃메산 가는 길에서는 두 번에 걸쳐 심한 구토를 하게 되고 양다리 경련은 쉬 풀리지를 않아 걸음걸이가 자꾸 뒤쳐집니다. 결국 산행 중에 먹었던 막걸리와 야채죽은 모두 자연으로 반납하게 되고 경인운하 아라마루휴게소에 가면 이번 산행을 접겠노라고 산행대장에게 마음을 전했습니다. 언제부턴가 전속 주치의가 되어버린 명의 한춘용의원이 가던 발길을 멈추고 기다리고 있다 섬세한 손놀림으로 수지침을 이용해 체한 속과 뭉쳐진 다리 근육을 풀어줍니다. 언제 그랬느냐 듯 씻은듯이 몸 상태가 나아졌습니다.

  

■ 징맹이고개 터널 위의 중심성 터

 

■ 계양산 오르다 만난 초소

 

■ 계양산 정상에서의 고집통

 

■ 계양산 정상의 송신탑

 

■ 헬기정에서 본 계양산

 

■ 경인운하 앞에서 다리경련과 쳇기 치료를 받고 있는 고집통 - 주치의 한춘용 의원

 

 

경인운하(13:32)가 나왔습니다.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와 공항철로도 같은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낙남정맥의 가화천에 이은 한남정맥 굴포천이 산자분수령이라는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고 정맥을 끊어 물줄기의 방향을 바꾸어 놓은 또 다른 장소입니다. 낮은 지형 탓에 홍수 때면 상습적으로 침수되는 지역의 제수를 위한 강이 굴포천이고 이 굴포천을 이용하여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한강과 인천을 연결하는 운하을 만들려 했으나 한남정맥의 암반석산으로 인해 실현하지 못하였으나 2011년 삽질의 고수께서 집권하시더니 결국 경인운하를 뚫고 아라뱃길을 개통시키고 말았습니다.

정맥상에서 낙남정맥 유수교에 이어 한남정맥 목상교(13:44) 위를 지나게 됩니다. 돈을 많이 들였으니 당연히 그 규모가 웅장한데 문제는 뱃길에 배가 없다는 것입니다. 유람선 한 척과 요트 한 척, 딱 두 척 지나가는 것을 목격했을 뿐입니다.

  

■ 경인운하 옆 인천공항고속도로와 공항철도

 

■ 경인운하 아라뱃길과 폭포 - 한남정맥 끊어짐

 

■ 경인운하 목상교 위에서의 고집통

 

■ 아라폭포 앞 일행들

 

■ 아라마루 전망대에서 본 아라마루 휴게소

 

■ 아라마루 전망대에서의 고집통

 

■ 아라뱃길을 지나는 유람선

 

■ 아라마루 휴게소에서의 고집통

 

 

아라뱃길휴게소(14:04)에서 휴식을 취하며 불편했던 다리 근육과 더부룩 했던 뱃속을 안정시킨 후 얼마 남지 않은 거리의 한남정맥 7구간 완성을 위해 다시 발길을 재촉합니다. 나지막한 정맥길에 산악자전거를 즐기는 학생들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군부대 정문 앞도 가로질러 갑니다. 이후 1시간여 동안을 열심히 걷다 보니 오늘의 목적지인 백석고개(15:05)에 도착이 되면서 힘들었던 한남정맥 일곱 번째 산행을 끝냅니다.

  

■ 한남정맥길 이어가며 뒤돌아 본 아라마루휴게소

 

■ 한남정맥에서 MTB를 즐기는 학생들

 

■ 군부대 정문 도로를 가로질러 건넘

 

■ 백석고개에 도착한 일행들

 

나 고집통은 가을 타는 성격이 아닌데 안팎으로 밀려드는 스트레스로 인해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추남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말이 살 찐다는 계절에 생각지 않게 몸무게가 불어난 것 같기도 하고 주위 환경의 어수선함으로 생활패턴이 흐트러져 안정도 되질 않습니다. 2015년 가을 고집통은 단단히 탈이 생겨 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마음과 몸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망가지는 이유는 내 탓 일거고 이 아픔을 잘 추슬러서 치유해야 하는 일도 내 할 바입니다. 12월 한남정맥 졸업산행 때는 가뿐한 몸과 정신으로 임해야겠습니다.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