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백두대간·정맥/한남정맥[완]

[한남정맥 – 8] 북한 땅을 바라보다

산안코 2015. 12. 15. 23:03

■ 언            제 :  2015. 12. 12 ~ 12. 13 (1박 2일)

■ 어    디     를 :  한남정맥 8구간(백석고개~보구곶리 마을회관)–원적산,중구봉,문수산

■ 누            가 :  가공산악회 9명과 산타나 그리고 고집통

■ 날            씨 :  12/12 맑음, 12/13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64시간 00분 (8구간 : 12시간 24분)

                          8일차 백석고개(10:24)→장승고개 (16:40) 6시간 16분

                          9일차 장승고개(7:10)→보구곶리 마을회관(13:18) 6시간 08분

■ 정맥 산행거리 : 171.9 Km (8구간 : 32.7 Km)

■ 총    산행거리 :  백석고개→할매산→문고개→가현산→수안산→장승고개(1박)→것고개→56번지방도문수산→보구곶리 마을회관 (약 32.7 Km)

 

 

한남정맥 끝자락 문수산 정상에 올라서니 자연스레 북쪽으로 눈길이 향합니다.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 서해로 빠져 들어가는 큰 물줄기 그 너머로 보이는 땅이 휴전선 이북의 북한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 두고서도 지구 안 유일하게 갈 수 없는 땅이기에 그 땅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 자체 만으로라도 내가 뭔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백두대간 속리산을 출발한 한남금북정맥이 경기도 안성의 칠장산에서 금북정맥을 남으로 보내고 경기도 심장을 관통하며 서북방향으로 줄기차게 달리고 달려 강화 땅 보구곶리에서 한강 이남 산줄기인 한남정맥의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이로써 7번째로 정맥을 졸업했습니다.

삼중이 산악회의 백두대간 남진 일정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월 2회에 걸쳐 경기도와 강원도를 번갈아 가며 왔다 갔다 하는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 남아있는 한남과 한북정맥 일정이 1박2일로 서둘러 진행한다는 계획이 나옵니다. 그렇지 않아도 뭔가 의미 있는 한남정맥 졸업산행을 생각했었는데 이번 산행부터 1박2일이 되면서 함께 고생한 정맥님들과 지난 여름날들의 힘들었고 좋았던 시간들을 회상하며 추억에 남을 졸업파티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산행대장님께서 1박2일의 부담을 들기 위해 적절한 가격과 안락한 이동수단을 찾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합니다. 이번에도 또 다른 미니버스가 발 앞에 섭니다. 새벽4시에 출발한 버스는 쉼 없이 달리고 달려 9시 반이 되고서야 인천의 백석고개(10:24)에 도착합니다. 산행시간과 거의 맞먹는 버스 이동시간이 걸립니다.

  

■ 백석고개에서의 산행대장님 - 한남정맥 여덟 번째 첫째 날 산행들머리

 

■ 백석고개의 개들

 

털모자와 아이젠. 어마어마하게 추울 것이라 생각하며 동계산행 준비를 했는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갑니다. 간단하게 티 한 장만으로도 땀이 흘러내릴 정도의 날씨입니다. 그런대로 시계도 좋습니다. 할매산(10:57)을 넘습니다. 대한민국이 여성 상위 국가는 확실히 맞는 것 같습니다. 아직 할배산은 보지 못했습니다. 한남길 일대 산이란 산에는 거의 군부대가 장악해 있고 그렇지 않으면 전시대비 군 참호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검단사거리(11:05)에서는 쭉 도심 길을 헤치고 지나갑니다. 롯데마트도 앞을 지나고 신호등을 기다리며 횡단보도를 건너기도 하고 뻥튀기 차량 옆도 지납니다. 그러다 현무정이라는 국궁장에서 다시 산길로 접어듭니다. 나무계단 개수가 제법 많은 세자봉(1:58)을 넘고 가현산 가는 길에 참새방앗간을 들릅니다. 이렇게 등산하면서 막걸리를 마실 수 있는 대한민국은 정말 살기 좋은 나라라고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

  

■ 한남정맥 골막산 정상의 폐 초소

 

■ 종알고개에 내려선 고집통

 

■ 군부대 훈련용 종

 

■ 할메산 정상의 전경

 

■ 한남정맥 상의 군 벙커

 

■ 겨울잠을 자고 있는 벌집들

 

■ 검단사거리의 롯데마트

 

■ 도심 속 한남길의 술빵 차량

 

■ 활 쏘는 곳 현무정

 

■ 막걸리 제조중인 근석대장

 

■ 묘각사 삼거리 전경

 

 

묘각사 입구 삼거리(12:16)에서 묘각사 방향이 아닌 가현산 샘터 방향을 선택했다 거리도 약간 멀어지고 세자봉처럼 나무계단이 많아 가쁜 숨을 몰아 쉬어야만 했습니다. 가현산(12:33) 정상에는 갓머리를 인 정상석이 있고 제단까지 준비되어 있습니다. 정상 근처 진달래 나무가 지천으로 널린 것으로 보아 아마도 진달래꽃 흐드러지게 피는 봄날이면 진달래 축제가 벌어지면서 천기를 부르는 제사를 모시는 그런 곳인 모양입니다.

한창 동물이동터널을 만들고 있는 스무네미고개(13:13)를 지나고 학당슈퍼가 있는 함베고개(14:31)에 도착합니다만 그 다음 진입로를 찾지 못해 한참을 우왕좌왕 하다 성진테크 건물을 찾아 안쪽으로 진입하니 가정집 담벼락 너머에서 할머니 한 분이 머리를 내미시곤 넓은 길을 두고 왜 이리 좁은 길로 들어가느냐고 하십니다.

멋들어지게 잘 쌓아 올린 돌탑 2기가 있는 수안산성(15:00)에서 잠깐 호흡조절을 합니다. 영종대교와 강화 마니산이 조망됩니다. 대단위 아울렛 매장 마당을 지나게 됩니다. 계절 탓인지 아니면 대한민국 아줌씨들의 식어가는 아웃도어 열풍 탓인지 매장은 썰렁합니다. 이곳이 대곶재(15:30) 같아 보입니다.

   

■ 말라버린 가현산 샘터

 

■ 가현산의 안테나탑

 

■ 가현산 정상의 고집통

 

 

대곶초등학교 정문에서 좌틀하여 학교 담벼락을 따라가다 나지막한 산속 정맥길로 진입하고 공장의 아슬아슬한 절개지를 통과하여 다시 도로가로 나와 한참 동안 그 길을 따릅니다. 나무뿌리를 뒤집어서 세운 장승(16:31)을 만나 여기가 장승고갠가 생각했는데 아니랍니다. 또 한참 동안 도로를 걷다 보니 새로운 장승이 나오면서 한남정맥 여덟 번째 첫 째날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금북정맥 졸업산행 때도 태안의 장승고개에서 첫째 날을 마쳤었는데 공교롭게도 한남정맥 졸업산행 첫날도 장승고개(16:40)에서 마칩니다. 금북정맥 그 날의 즐거웠던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 수안산 정상에서의 고집통

 

■ 꽃봉우리를 맺은 목련과 그 뒤 개님

 

■ 수수깡 길을 지남

 

■ 아울렛 단지 마당을 지남

 

■ 대곶초등학교 정문에서 좌측방향으로 진입

 

■ 월곶, 석정리 도로에서의 고집통

 

■ 돼진가? 갠가?

 

■ 첫 번째 장승고개

 

■ 오리지널 장승고개에서의 고집통

 

■ 장승고개 - 한남정맥 여덟 번째 첫째 날 산행날머리

 

 

거제에서는 맛 볼 수 없는 경기도의 후한 음식 인심 덕분에 아주 만족한 하룻밤을 보내고 어두운 새벽 다시 한번 장승고개(7:09)에서 한남정맥 마지막 날 졸업산행을 하기 위해 섰습니다. 도로공사를 위함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정맥길 나무를 베어내고 난도질을 하고 있습니다. 후일 후손들의 정맥길은 전부 도로 위를 달리게 되지 않을까 싶어 심히 걱정입니다.

곳곳에 군부대가 진을 치다 보니 정맥하면서 철조망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도 맞이합니다. 가끔씩 보초 서고 있는 군인과도 인사를 나누기도 합니다. 군부대 사찰인 청룡사 마당을 지나 것고개(8:19)에 도착합니다. 군부대가 많은 동네이긴 해도 하물며 이곳은 지명조차 해병대삼거리입니다. 해병대삼거리에서 오른쪽 도로를 따라 이동해야 하는데 왼쪽의 산능성이를 치고 올라 본의 아니게 군부대 철조망 내부로 진입하는 우를 범하게 되고 한참 동안 알바를 합니다. 요행이 문덕재(9:02) 가는 길을 찾아내어 한남길에 올라서고 보니 군부대 외곽으로 한참을 둘러가야만 했습니다. 이곳 김포 땅의 정맥길은 워낙 전방지대이다 보니 많은 곳이 군부대에 점령을 당하고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자주 생깁니다.

  

■ 다시 선 장승고개 - 한남정맥 여덟 번째 둘째 날 산행들머리

 

■ 한남정맥의 일출

 

■ 당겨본 일출

 

■ 철조망 사이로 떠 오르는 해

 

■ 군부대 철조망 옆으로 지나는 한남정맥

 

■ 청룡사 범종

 

■ 길을 잘못 들어 군부대 산속으로 진입했다 되돌아 나옴

 

■ 문덕재 표지석

 

■ 군부대 철망의 작은 쪽문을 통과하는 일행들

 

■ 훈련장의 적군 모형

 

■ 스틱에 꽂힌 참나무 이파리

 

평화누리길(조강철책길)이 나오고 진행 방향의 반대방향으로 애기봉을 간다는 이정목(11:15) 화살표가 보입니다. 서울 서쪽 최북단 지점인 김포의 월곶에 얼마 전 성탄 트리 철거와 설치를 놓고 북한의 위협성 경고 발언으로 말이 많았던 그곳인가 봅니다. 그러면 얼마 지나지 않아 북한땅이 보일 것 같습니다.

한남정맥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문수산(11:45) 정상 문수산성에 올라서니 사방이 한눈에 조망됩니다. 마침 날씨가 좋아 한강 너머 북한땅이 선명하게 조망됩니다. 한달음에 달려가 볼 수 있는 지척의 거리입니다. 가을거지가 끝난 들판과 산하는 남녘 땅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은 조용하고 평화스럽게 보입니다. 일부 하얀 건물들이 매스컴을 통해 종종 보아왔던 선전용 건물들로 추정됩니다. 약간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니 한강과 임진강이 합수하는 한북정맥의 끝자락 장명산이 보이고 왼쪽으로는 지붕 없는 역사박물관 강화땅이 있으며 한남정맥을 따라 쉼 없이 달려온 남쪽으로는 김포와 인천시까지 조망되니 문수산은 천혜의 명소입니다.

  

■ 평화누리길 이정목 - 크리스마스 때 불빛을 밝힌다는 애기봉 글자가 나옴

 

■ 문수산 오르기 전 평화누리길

 

■ 문수산성 앞에 선 고집통

 

■ 문수산 정상에 선 고집통

 

■ 문수산정상에서 한강 너머 북한땅을 뒤로하고 선 일행들

 

■ 임진강과 한강의 합수지점

 

■ 강화도를 건너는 다리

 

■ 서해안으로 빠져 들어가는 한강

 

■ 북한땅을 뒤로 하고 선 고집통

 

■ 꼬이고 꼬인 소나무

 

■ 월곶면 보구곶리에 내려선 한남정맥

 

■ 보구곶리 마을회관 앞에선 고집통 - 한남정맥 여덟 번째 둘째 날 산행날머리

 

 

문수산이 한남정맥의 끝이 아니기에 문수산 산자락을 따라 해안가의 보구곶리로 내려갑니다. 한남정맥의 종착지로 알려진 보구곶리 마을회관까지는 보기에는 금방 도착할 것 같으나 도로에 내려서고서도 한참을 걸어야 합니다. 마음 같아서야 한강물이 서해바다로 빠져 들어가는 해안가까지 달려 가보고 싶지만 군사지역이라 갈 수가 없어 보구곶리 마을회관(13:17) 앞에서 길었던 한남정맥 산행을 끝냅니다.

차곡 차곡 한발 한 발 걸어 7개의 정맥을 마무리했습니다. 한남정맥도 고집통의 역사 속에 한 자리를 잡았고 늘 그랬듯이 힘든 여정이었지만 즐거웠습니다. 뭔가 약간은 부족한 고집통을 당겨주고 밀어주며 함께 한 정맥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아듀~~ 한남정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