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행/지리산 화대종주

[지리산 화대종주] 삼식이의 화려한 외출

산안코 2018. 8. 9. 22:37

■ 언        : 2018. 8. 06 ~ 08 (2 3)
■ 어      : 지리산 화대종주

■ 누        : 김소장님, 한상무님 그리고 앙코
■ 날        : 6일(맑음), 7일(흐림), 8일(맑음)
■ 산 행 여 정 : 거제→화엄사→노고단→연하천(1)→벽소령→세석 →장터목(2)

                  →천왕봉→치밭목→새재→대원사→거제
■ 산 행 시 간 : 28시간 57
                 1
일차 화엄사(6:40) → 연하천대피소(17:07) 10시간 27
                 2
일차 연하천대피소(6:50) → 장터목대피소(16:00) 9시간 10
                 3
일차 장터목대피소(3:45) → 대원사(14:05) 9시간 20
산 행 거 리 : 48.5 Km
                 1
일차 화엄사→노고단→연하천대피소 (17.5 Km)
                 2
일차 연하천대피소→벽소령→세석→장터목대피소 (13.3 Km)
                 3
일차 장터목대피소→천왕봉→치밭목→새재→대원사 (17.7 Km)

    

■ 화엄사 앞에서 화대종주의 성공을 위해 화이팅

 

우리 집 강아지 큰놈 이름이 삼식이 입니다. 일본 생활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지 어언 6개월이 지나가고 있어 언뜻 내 모습을 되돌아 보니 나도 삼식(三食)이가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삼식이가 둘 씩이나 살고 있습니다.

삼식이 생활이 너무 따분하고 갑갑해 일상탈출을 생각하며 오래간만에 지리산 화대종주에 나서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삼중이 근무시절 상사로 모셨던 김소장님이 화대종주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다기에 연락 드렸더니 내가 알만한 몇몇 사람들의 이름을 나열하시며 동행을 권하시며 직권으로 나 앙코를 산행대장으로 임명하시곤 단박에 3일 후 월요일을 D-Day로 못 박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입에 오르내리긴 했으나 결국은 김소장님과 한상무님 그리고 앙코 이렇게 세 사람만의 산행이 결정되었습니다. 두 분은 화대종주는 고사하고 장거리산행 자체가 처음이시라며 엄살 섞인 걱정을 말합니다.

김소장님의 승용차로 화엄사까지 이동하고 화엄사에서는 대리운전에 맡겨 대원사로 차량을 이동하기로 하였으며 연하천과 장터목에서 숙박을 하는 23일 일정의 다소 빡신 산행을 계획 하였는데 한번의 예행연습조차 없이 급하게 날짜가 결정되어 나 역시 심적 압박이 밀려옵니다.

개인준비물과 음식 관련 준비물 일부를 두 분에게 배당 해주고 취사 도구와 혹시 있을 실수로 어려움을 당하지 않기 위해 별도의 음식물을 챙기고 나니 여름산행 배낭무게 치고는 너무 무겁습니다. 두 분은 나만 믿고 따라 가신다고 하는데 중도에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내가 퍼져 버리지나 않을지 이 또한 걱정스럽습니다.

새벽 420분 경. 집 앞에 도착한 승용차의 트렁크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한상무님의 도토리 배낭을 보는 순간 말 못할 조용한 한숨이 새어 나옵니다. 지리산 화대종주 23일인데 지리산에 대한 예의에 벗어 났습니다. 장거리 산행에 경험 없는 분들과의 첫 산행을 사전 미팅 없이 쉽게 진행해 버린 나의 실수이니 모든 것을 내가 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구례 버스터미널 근처 식당에서 다슬기탕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니 때를 맞춰 대리기사님이 우리 앞에 나타납니다. 아침 시간이라 화엄사 입구에서 징수하는 문화재관람료 부담을 들어 괜히 기분이 좋습니다. 곧바로 화엄사 앞 주차장에 도착하여 대리기사님께 화대종주 출발을 기념하는 단체 사진 한 컷 부탁한 후 화대종주 길에 발을 올림으로써 삼식이의 화려한 외출이 시작되었습니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삼식이들의 화려한 외출입니다.

  

■ 화엄사 앞 앙코 - 화대종주 산행 들머리

 

■ 화대종주 시작하는 김소장님과 한상무님

 

■ 무넹기에 올라서는 한상무님

 

■ 노고단 고개에서의 김소장님. 한상무님 그리고 앙코

 

■ 한상무님과 앙코

 

■ 노루목 이정목과 앙코의 고생 보따리

 

■ 삼도봉에서의 김소장님

 

■ 삼도봉에서 화개재 내려가는 계단

 

■ 화개재 전경

 

■ 연하천대피소 전경 - 1박

 

배낭 무게가 양쪽 어깨를 짓누릅니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삼복더위가 절점을 찍고 있고 각종 매스컴들은 기상관측 이래 최고 기온을 기록한다는 뉴스를 연일 올리고 있을만큼 폭염이 기승을 부려 출발하자마자 숨이 컥컥 막힙니다. 이런 와중에 무넹기까지 외길인데도 불구하고 앞서가다 길을 잘 못 들어 덤으로 고생을 한 한상무님을 보니 내 마음이 아픕니다.

노고댠대피소에서 간단하게 라면으로 이른 점심식사를 해결했습니다. 국공에서 12시까지 노고단고개 출입문을 통과하지 않으면 통행이 제한된다 하니 노고단 오르기를 포기하고 서둘러 지리의 주능선길을 따라 출발합니다. 본인들의 애초 걱정과는 달리 두 분의 발걸음이 가벼워 일사천리로 달립니다. 임걸령과 노루목삼거리 그리고 삼도봉을 지났습니다. 삼도봉에서 화개재를 내려서는 계단에서 한상무님이 무릎의 고통을 호소합니다. 한상무님은 여기서부터 산행을 끝낼때까지 내리막길 계단에서 많이 힘들어 했습니다. 나 앙코가 오늘 산행 중 가장 힘들것이라며 겁을 주었던 토끼봉 오르막길을 두 분은 무리 없이 잘도 쳐냅니다만 막상 앙코의 다리에 기력이 급속도로 떨어지며 산행이 힘겨워 집니다. 두 분을 앞서 보내고 내 페이스에 맞춰 쉬엄쉬엄 그 뒤를 따르기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배낭무게의 영향이 큰 것으로 판단되어 조금이라도 무게를 줄여 보겠다는 심산으로 맥주 한 캔을 마셨습니다. 맥주 한캔이지만 느낌이 그래서인지 일단은 두 다리에 힘이 살살 올라 붙습니다.

계획 대비 연하천대피소 도착시간이 그리 늦지는 않았지만 먼저 도착해 기다리게 한 두 분에게 약간 미안스럽습니다. 국립공원에서의 음주 관련 협박이 부담스러워 공단직원이 볼 새라 살짝살짝 표나지 않게 마시는 소맥과 삼겹살구이가 있어 두 분과 나에게 평생 잊혀질 수 않는 연하천에서의 산상파티를 열었습니다. 김소장님과 한상무님은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준 내게 연신 고맙다는 인사말을 합니다만 내가 들을 인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 감사라면 이곳까지 올 수 있도록 평소 건강 관리를 잘 해왔고 나이를 잊은 열정을 품고 있는 두 분 본인들의 몫으로 돌렸습니다. 시원한 연하천의 밤바람을 맞으며 내일 있을 종주길과 산 이야기를 오랜 시간동안 도란도란 나누었습니다.

  

■ 연하천 대피소에서 화대종주 2일차 출발전인 앙코

 

■ 안개속의 형제봉

 

■ 수리중인 벽소령 대피소

 

■ 선비샘 물은 찔끔찔끔

 

■ 영신봉에서 세석대피소를 내려보는 김소장님

 

■ 촛대봉 오르는 한상무님과 김소장님

 

■ 지리산 1

 

■ 지리산 2

 

■ 지리산 3

 

■ 지리산 4

 

■ 연하선경 속의 앙코

 

■ 지리산 5

 

■ 장터목대피소에서의 석양

 

알게 모르게 김소장님이 우리들의 훌륭한 세프가 되어 있습니다. 뚝딱 뚝딱 만들어 낸 아침 김치찌개 맛이 일품이라 감탄합니다. 밤 사이 빗님이 내리셨는지 종주길은 안개 자욱하고 풀잎이 물방울을 머금고 있습니다. 고맙게도 김소장님이 내 배낭의 짐을 일부 들어주셔서 걸음걸이가 어제보다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한상무님은 내리막길에서의 무릎 고통을 호소하지만 딱히 도와줄 방법이 없어 마음으로야 미안하지만 그래도 가지 않으면 안되기에 못들은 척 그냥 진행합니다. 벽소령대피소는 대대적으로 수리 중이고 사상 유례없는 가뭄에 선비샘 물은 거의 말라가고 있습니다. 아주 말라버린 건 아니지만 갓난 아기 오줌줄기보다 더 물줄기가 약해 물 받기를 포기했습니다. 다행이 오늘은 안개와 구름의 도움으로 햇빛을 가려 그나마 불볕더위에서의 고통은 덜어 줍니다. 야속하게도 바람은 한 점도 주지 않습니다.

세석대피소에서 짜장면으로 점심식사를 해결합니다. 이젠 세프님의 손길만 스쳐도 맛이 납니다.

지금부터는 급할 것이 없어 졌습니다. 촛대봉 오르막길에서 진을 빼버렸고 바쁘지 않아 긴장을 풀어서인지 일행들의 걸음걸이가 무뎌집니다. 나 앙코는 연하선경과 함께이니 마음이 즐겁습니다.

장터목대피소에는 어제와 달리 세 사람이 동시에 입성합니다. 소고기 전골과 함께 하는 저녁 만찬 또한 환상입니다. 단지 맛난 소주가 없고 기대했던 반야봉으로의 낙조가 없어 약간 아쉬웠을 뿐입니다. 지리산의 자정 하늘은 무수한 별들로 반짝입니다. 잠시 후 만날 천왕봉 일출을 생각하며 가슴 설렌 앙코는 쉬 잠못 이루고 있습니다.

  

■ 장터목 대피소를 출발하는 김소장님과 한상무 - 3일차 화대종주 시작

 

■ 지리산 천왕봉에서의 김소장님, 앙코 그리고 한상무님
■ 천왕봉 일출 전 여명과 조각달

 

■ 천왕봉 일출 1

 

■ 천왕봉 일출 2

 

■ 천왕봉 일출과 앙코

 

■ 중봉의 천상화원 1

 

■ 중봉의 천상화원 2

 

■ 중봉의 천상화원 3

 

■ 천왕봉과 한상무님

 

■ 천왕봉과 김소장님

 

■ 천왕봉과 앙코

 

■ 써리봉에서 천왕봉을 뒤로 하고 선 김소장님

 

■ 치밭목의 샘터

 

■ 치밭목대피소에서의 김소장님

 

■ 깔끔하게 새로 단장된 치밭목대피소

 

■ 말라버린 무재치기폭포

 

■ 하늘 아래 첫 동네 새재마을 도착하기 전 다리

 

■ 하늘아래 첫동네 새재마을 조개골산장에서의 막걸리와 도토리묵
■ 머나먼 유평마을 내려 가면서 볼록거울 앞에 선 앙코

 

■ 대원사 앞에서 화대종주를 완성하고 있는 김소장님

 

■ 대원사 앞에서 화대종주를 완성하고 있는 한상무님

 

■ 대원사 전경 - 화대종주 산행 날머리

 

김소장님은 지리산 종주가 버킷 중 한가지였었다며 이번 산행에 대만족이시고 한상무님도 엉겁결에 지리에 발을 올려 평생에 경험해 보지 못할 어마어마한 일을 해낸대 대해 무척 흡족해 하십니다. 나 앙코도 개인적으로 침체했던 일상을 털고

3시 반, 천왕봉 일출을 만나러 장터목대피소를 출발합니다. 천왕봉까지 그리 머지 않은 거리이건만 김소장님의 발걸음이 약간 처집니다. 반면에 내리막이 아니니 한상무님은 잘도 오릅니다. 천왕봉 정상에 올라 정상석 보듬고 기념사진 남기고 천왕봉 일출을 기다리며 하염없이 동쪽하늘을 주시합니다.일출 예상시간 보다 약간 늦은 시간에 천왕봉 일출 쇼가 진행됩니다. 평소 덕 쌓기에 시간을 아끼지 않으시더니만 두 분은 단박에 멋진 천왕봉 일출을 맞이합니다. 덕분에 나도 오래간만에 천왕봉에서의 일출을 즐겼습니다.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마음속으로 삼식이 문제 해결을 기원해 보았습니다.

일출 쇼는 그리 길지 않았고 마냥 그 자리에 머무를수 없어 다른 산님들보다 먼저 천왕봉을 뒤로 하고 중봉으로 향했습니다. 중봉의 천상화원은 올해도 예외 아니게 나 앙코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아 기분을 좋게 합니다. 중봉에서는 천왕봉을 비롯하여 23일간 걸어왔던 지리 주능선을 뒤돌아 보는 시간도 가져 보았습니다. 까마득히 보이는 반야봉과 노고단을 보며 우리 세 사람이 엄청나게 큰일을 해낸 것에 대해 감탄했습니다. 중봉의 급 내리막길에서 한상무님이 엄청 힘들어 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소장님도 같은 증세를 호소합니다. 무릎 안쪽과 바깥쪽 차이지만 두 분 모두 아주 힘들어 하는 눈치입니다. 반면에 나 앙코는 배낭 무게가 가벼워진 탓인지 가면 갈수록 쌩쌩해집니다.

새롭게 단장한 치밭목 대피소에서 아점으로 누룽지와 떡국을 혼합하여 지리산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했습니다..평소 그렇게 웅장했던 무재치기폭포에 물이 없어 폭포라 하기에 너무 왜소하고 초라해졌습니다. 올 여름은 가물어도 너무 가문 여름입니다. 두 분의 걸음걸이가 불편해졌고 제대로 된 화대종주를 하려면 거리는 약간 멀지만 유평마을 보다는 새재마을로 가는 것이 좋을듯 해 새재마을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새재마을에는 내가 좋아하는 젓(막걸리)과 꿀(맥주)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방앗간을 그냥 지나친다는 것은 참새가 할 일이 아닙니다.

새재마을 조개골산장에 들러 시원한 맥주, 막걸리 그리고 도토리묵으로 힘겨웠던 지리에서의 피로를 한방에 날렸습니다.새재마을이 화대종주의 끝이 아닙니다. 약간의 취기를 업고 화대종주의 종착지인 대원사로 아스팔트 길을 따라 내려갑니다. 햇볕에 한껏 달구어진 아스팔트의 열기가 온몸을 휘감으며 솟구쳐 오릅니다. 계곡에 들러 흐르는 물에 발을 담가보지만 그 열기는 쉬 식어지질 않습니다.어렵사리 대원사 앞에 도착하면서 2018년의 무더운 한여름 화대종주를 완성했습니다. 대리운전에 부탁했던 김소장님의 승용차는 대원사 앞 주차장에서 우릴 고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 앙코는 대원사 대웅전을 찾아 화대종주의 무사종주를 배려해주신 부처님께 감사의 인사를 올렸습니다.

 

앙코는 올 여름에 꼭 하고 싶었던 화대종주를 해내 무척 기분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존경하는 분들과 함께 안전하게 지리산 화대종주 산행을 마무리 한데 대해 기쁘기도 합니다. 두 분 2박 3일의 긴 여졍을 불편한 몸인데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화대종주를 이룩하신데 대해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지리에서의 추억 오랜시간 간직하셔서 생에 큰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우리 세 사람이 함께 했었던 이번 지리산 화대종주 동안의 시간, 시간과 걸음, 걸음이 나 앙코에겐 모두가 기쁨이고 행복이었습니다.

 

삼식이의 화려한 외출은 이렇게 끝이났고 지금 나 앙코는 다시 삼식이가 되어 있습니다. 난 익숙하지 않은 삼식이 생활이 너무 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