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아름다운 거제산

[거제] 아픈 전설만큼이나 아픈 산 - 옥녀봉 [554.7m]

산안코 2008. 11. 30. 23:27

- 옥녀봉 -

 
먼 옛날 하늘의 옥황상제 딸인 옥녀가 죄를 지어 인간으로 환생하여 세상에 내려왔습니다. 어느 날 현세의 아버지가 딸 옥녀에게 나쁜 마음을 품고 딸에게 달려들자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져 그 아버지는 죽고 옥녀는 하늘로 올라가 옥녀봉으로 이름 지어졌다는 아픈 전설에서 유래 되었습니다.
오늘 120명의 산악회원 속의 일원으로 파묻혀 옥녀봉을 올랐습니다. 버스가 무려 4대입니다. 장승포를 돌아 거제대학을 지나 동양주유소에서 하차하여 이진암으로 오릅니다.
요놈의 거제도 날씨라는게 가을인지 겨울인지 구분이 잘 안되지만 하늘은 더할나위 없이 청명합니다.
이진암 옆을 스칠 즈음 끝없는 우리 행렬이 계곡을 꽉 채웁니다. 오늘 옥녀봉이 몸살을 앓아 눕겠습니다. 오래전 할 일 그다지 많지 않았을 적에 이 길로 홀로 오를때 그때가 생각나고 사람이 살았음직한 흔적이 보이는 이진암 본당이 폐허로 눈 앞에 나타납니다. 

날씨가 너무 맑고 청명하니 햇볕을 받은 지세포항의 바닷물이 은빛으로 눈을 뜨지 못하게 하고 한참 저 멀리로는 대마도가 선명합니다.  

옥녀봉 정상에서는 거제도를 세계 조선1위 도시를 만들어 준 양대조선소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보입니다.  

옥녀의 허리는 임도가 잘라 놓았고 머리 위에는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이 많게 철탑들은 늘어 섰고 스틸와이어, 케이블, 플라스틱 파이프등이 온 몸을 휘감고 있으며 그것도 부족하여 거제시에서 파란 산불감시초소, 팔각정 전망대로 어깨를 짓눌러 놓아 인간들이 전설보다 더 아픈 옥녀를 만들어 버렸습니다. 

옥녀봉에서 문동계곡으로 가는 산로에는 낙엽들이 수북하고 낙엽 밟는 소리가 너무 좋아 일부러 발을 질질 끌면서 즐기기도 해 보고 탐스런 망개열매에 카메라도 한번 갖다 대어 봅니다.
아직 옷을 덜 벗은 단풍나무가 자태를 뽐내고 있기도 하고 물 없는 문동폭포는 얼굴에 대형 성형수술을 받았습니다.
소문으로만 들어왔던 그일, 바로 아래 문동 저수지 물을 펌프로 퍼 올려 폭포수를 만들겠다고 거제시에서 시멘트로 술수를 써놓았습니다.
행정하는 사람들은 자연이라는 것을 한번 훼손하고 나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어찌 모르는지 모르겠습니다. 

물 속에 떠 있는 낙엽이 좋고 새파란 하늘도 너무 좋고 맑은 공기 쐐는 내 마음도 너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