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6. 4. 16 ~ 4. 17 (1박 2일)
■ 어 디 를 : 한북정맥 4구간 (샘내고개 ~ 솔고개) – 임꺽정봉, 사패산, 도봉산
■ 누 가 : 가공산악회 9명과 산타나 그리고 고집통
■ 날 씨 : 4/16 맑은 후 비, 4/17 흐린 후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51시간 05분 (4구간:13시간 32분)
1일차 샘내고개 (9:48)→울대고개 (16:46) 6시간 58분
2일차 울대고개 (6:56)→솔고개 (13:28) 6시간 34분
■ 정맥 산행거리 : 132.4 Km (4구간:29.2 Km)
■ 총 산행거리 : 샘내고개→임꺽정봉→불곡산→오산삼거리→작고개→한강봉→챌봉→울대고개→사패산→도봉산 자운봉→우이령→암봉→상장봉→솔고개(약 34.0 Km)
9정맥 중 최고의 으뜸코스라고 말할 수 있는 서울 근교산을 걸었습니다. 불곡산, 사패산 그리고 도봉산을 잇는 도봉 주능선이 한북정맥의 한 축을 이루고 있어 너무 행복했었습니다. 중국의 장가계가 부럽지 않은 대한민국의 명산 중에 명산이었습니다. 말로만 들어왔던 도봉산이었는데 정말이지 홀딱 반할만한 그런 산이었습니다.
이번 정맥길에도 어김없이 돌풍을 동반한 비바람이 몰아칠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접합니다. 봄비라면 보슬비나 안개비처럼 보드라운 비로만 생각했었는데 시절이 하 수상하다 보니 유월의 장마철처럼 툭하면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바람이 몰아쳐대니 말이 봄비지 요즘 봄비는 봄비가 아닙니다. 일본과 에콰도르에서 강진이 발생하였다니 지금 지구는 하늘과 땅에서 마구 요동을 치고 있습니다.
샘내고개(9:48)의 하늘은 아주 청명합니다. 연분홍 진달래와 하얀 산 벚꽃이 만발하며 따사로운 햇살까지 비추니 경기 이북지역에도 완연하게 봄이 왔습니다. 바람마저 살랑살랑 불어주니 산행하기 딱 안성맞춤입니다.
임꺽정봉(11:06)에 올랐습니다. 홍길동, 장길산과 더불어 조선 3대 의적인 임꺽정이 태어나고 활동하였던 주무대 청석골이 이 곳 주위에 있는 모양입니다. 한북정맥이 서울 근교산 불곡산으로 들어갑니다. 웅장하고 멋진 형태의 바위들을 이고 업은 암릉 능선이 줄을 섰습니다. 굳이 빨리 가야 할 이유가 없기에 시간이 약간 지체되더라도 정맥길에서 약간 벗어나 앉은 불곡산 정상을 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정맥하면서 달리는 것에만 목적을 두지 않고 이런 멋들어진 경치가 나올 때는 그 속으로 빠져드는 것도 정맥하는 또 다른 목적 중의 하나입니다. 불곡산 상봉(11:47) 근처에는 곰탕곰탕 모여 앉아 먹거리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갑자기 허기가 몰려오면서 뭘 좀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약간 이른 점심식사를 합니다.
물개 등에 올라 앉아 봅니다. 임꺽정이 가지고 놀았다는 공기 돌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어봅니다. 악어 한 마리 바위에 찰싹 달라 붙었습니다. 코끼리도 정확하게 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삼단바위, 쿠션바위등등 어느 것 하나라도 그냥 스쳐지나 칠 수 없는 기암들의 전시장입니다. 내가 불곡산에 다시 올 거라는 기약이 없기에 이번 정맥길에서 불곡산 정상을 갔다 오길 정말 잘 한 것 같습니다.
백석삼거리(13:00)에서 양주대모산성(13:16)으로 올라갑니다. 산성 정 중앙 지점의 봉분이 이채롭습니다. 산성의 돌은 분명 문화유산이건만 그 돌로 봉분을 덮어 싸고 시멘트까지 발라 놓은 것으로 보아 조성한지 그리 오래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양주시의 문화유산 보호실태가 많이 아쉽습니다.
작고개(13:26)를 지나고 호명산(14:05)을 올랐습니다. 팔각정이 있는 한강봉(14:54)에 들어서기 전에는 나무로 얼키설키 엮어놓은 이중 나무문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산타나의 컨디션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내가 준비해간 단팥죽이 문제가 있나 염려스러웠는데 위장 속의 문제가 아닌 컨디션 문제랍니다. 등로는 MTB를 했는지 아니면 오토바이가 올라왔었는지 먼지가 날릴 정도로 땅바닥이 푸석푸석 거립니다. 때를 맞춰 비까지 내려 부드러운 밀가루에 물을 부은 듯이 흙 반죽이 되어 신발바닥에 쩍쩍 달라 붙습니다.
챌봉(15:33)에서는 빗방울이 점점 굵어져 산타나를 뒤에 두고 앞서가기 마음이 놓이지 않아 기다렸다가 같이 가기로 합니다. 항상 최후미에서 빌빌거렸는데 정맥하면서 누군가를 기다렸다 가는 것은 정말 오랜만입니다. 산상 조각공원(15:48)이 있습니다. 띄엄띄엄 작품들이 있긴 하나 관리 부재로 망가지고 훼손되어 흉물로 남아 차라리 없는 것 보다 못합니다. 피와 살 같은 작품을 출시했을 작가의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울대고개(16:46)에는 달콤한 농주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집통의 산행이 끝나길 기다렸다는 듯이 이슬비 수준이었던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쏟아 붓습니다. 하늘의 배려가 감사할 따름입니다.
송추 가마골은 식당이라기 보다 기업이라 해야 옳을 것 같습니다. 맛과 친절 그리고 가격 면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워줘도 과하지 않겠습니다. 밤새 무서울 정도로 돌풍을 동반한 소나기가 내립니다. 새벽 5시 출발을 예정했는데 일단 1시간만 늦춰 봅니다. 언제 그랬느냐며 비가 뚝 그칩니다. 우리 일행들이 선하게 살았는지 날씨의 도움은 기가 차게 받습니다.
공사중인 울대고개(6:56)를 뒤로하고 천하 명산이 있는 북한산국립공원으로 진입합니다. 사패산 오르는 길은 빗물을 머금은 바위길이라 많이 미끄럽고 위험합니다. 사패산(7:50) 정상에는 500명은 족히 앉아 쉴 수 있을 정도의 넓고 편편한 바위 봉우리이며 밤새 내린 비의 뒤끝이 남아 아직은 하늘이 잔뜩 찌푸렸고 몸을 가누기 조차 힘들 정도의 강풍이 불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왜 도봉산, 도봉산 하는지를 이제야 알겠습니다. 서울 근교에는 불수사도북이라 통하는 5대 명산이 있습니다. 어제 지나온 불곡산, 그리고 조금 전 지나온 사패산과 지금 지나가야 할 도봉산, 눈 앞에 펼쳐진 웅장한 북한산과 정맥길에서 약간 벗어난 수락산입니다. 운 좋게도 한북정맥하먼셔 이틀에 걸쳐 3개의 명산을 지나가게 됩니다.
도봉산 자운봉을 향해 높고 낮은 암봉을 오르내립니다. 한발자국 한 발자국 옮길 때마다 감동의 연속입니다. 하늘이 좀 맑았다면 하는 바램은 있지만 비가 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입니다. 금년 3월에 발생한 산불로 인해 도봉산의 명물 소나무들이 새까맣게 그을린 모습들이 안타깝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진달래는 꽃을 피웠습니다. 사람들로 인해 상처 입은 몸으로 오히려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연분홍 꽃을 피운 진달래가 경이로울 따름입니다.
자운봉을 우회해 버렸는지 포대능선의 신선대가 나타납니다. 신선대(9:17)에 올라서니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 정도로 거센 바람이 불어댑니다. 안전난간과 로프가 준비되어 있긴 해도 너무 위험하기에 살살 기다시피 하여 되돌아 내려와 숨을 돌립니다. 산행 시작한지 아무것도 입에 넣은 것이 없어 잠깐 휴식을 취하며 일행들의 소식을 알아보니 내가 선두에서 가고 있습니다.
도봉산 포대능선과 도봉주능선(10:11) 정말 멋진 곳입니다. 사방 어느 곳으로 눈길을 돌려도 명소가 아닌 곳이 없습니다. 언젠가 TV 방영을 보며 경이롭다 생각한 도봉산 오봉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다섯 개의 암봉이 제각각 다른 모양의 큰 바위를 머리에 이고 있으며 때를 맞춰 구름 사이를 헤집고 내리쬐는 햇살로 하얗게 백석으로 변한 거대한 바위산 오봉이 우리에게 멋진 선물을 선사합니다.
소의 귀를 닮았다 하여 이름 지어진 우이암(10:40)으로 오릅니다. 황홀한 경치에 취해 우리가 가야 할 정맥길을 망각한 채 계속 앞으로 가고 있습니다. 어~ 하는 순간은 정맥에서 제법 많은 거리를 벗어나 있어 왔던 길을 되돌아 갑니다.
지금부터는 북한산국립공원 비지정코스인 우이령 구간을 지나게 됩니다. 몇 해 전부터 북한산 둘레길을 탐방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국립공원 예약 사이트를 통해 사전예약을 한 후 우이령을 지나갈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정맥님들은 우이령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우이령 고개를 가로질러 가야 하기 때문에 예약은 고사하고 근본적으로 지나갈 수 없는 불법산행을 하게 됩니다. 우이령길 근처에 도달하니 조잘조잘 탐방객들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만약 저 탐방객들 눈에 띄게 된다면 분명 공단에 신고할 것 같습니다. 숨소리와 발자국소리를 죽여가며 순식간에 후다닥 우이령(11:24) 길 건너편 산능선에 올라 붙습니다. 사람이 하지 말라는 것을 하면 이렇게 가슴이 오그라드니 죄 짓지 말아야겠습니다.
이어지는 상장봉능선(12:01)에도 거대한 암봉들이 있습니다. 암봉을 피해 돌다 보니 우회길이 되고 또 암봉을 피하다 보니 또 우회길이 됩니다. 우회하고 우회하다 보니 지나가야 할 상장봉이 뒤로 점점 멀어져 가고 있습니다. 우회를 좋아하다 보니 상장봉마저 우회해 버렸고 조금 전 우이령고개에 이어 또 생각지도 못한 알바를 하고 있습니다. 상장봉까지 되돌아 가기엔 너무 많이 내려왔기에 능선중간쯤의 정맥길을 찾아 솔고개(13:28)로 내려오니 북한산 둘레길과 또 만납니다. 오늘 산행 시작할 때와 우이령고개를 지날 때와 솔고개에서 둘레길을 만나는 것으로 보아 오늘 북한산국립공원을 완전 관통한 것이 됩니다.
버스에 올라타고 얼마 이동하지 않았는데 아침식사를 했던 식당 근처에 도달하고 눈에 익은 바위산이 조망됩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하루 종일 송추계곡을 가운데 두고 "C"자 모양으로 삥 돌아가는 산행을 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눈이 즐거웠던 명품산행 한북정맥 네 번째 산행을 마감하면서 정맥길 카운트다운 3도 즐거운 마음으로 완성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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