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6. 3. 12 ~ 3. 13 (1박 2일)
■ 어 디 를 : 한북정맥 3구간 (명덕 삼거리 ~ 샘내고개) – 수원산, 국사봉, 노고산
■ 누 가 : 가공산악회 11명과 산타나 그리고 고집통
■ 날 씨 : 3/12 ~ 13 흐리고 싸락눈, 비
■ 정맥 산행시간 : 37시간 37분 (3구간:11시간 34분)
1일차 명덕 삼거리 (9:36)→비득재 (15:14) 5시간 38분
2일차 비득재 (5:40)→샘내고개 (11:34) 5시간 56분
■ 정맥 산행거리 : 103.2 Km (3구간 : 34.0 Km)
■ 총 산행거리 : 명덕 삼거리→수원산→국사봉→큰넓고개→작은넓고개→죽엽산→비득재→노고산→축석령→백석이고개→오리동→덕고개→테미산→샘내고개(약 34.0 Km)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습니다. 세 번의 한북정맥과 두 번의 낙남정맥이 남았고 오늘 한북정맥 3차를 하게 되니 1대간 9정맥 졸업이 가시권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어쩌면 다가오는 5월이면 대장정의 막을 내릴 것 같습니다.정맥 구간거리가 짧고 난이도 또한 하급이라 거제 출발시간을 4시로 조정하였고 이동 중 도로가의 식당을 이용하려니 9시가 넘어서야 아침식사를 하게 됩니다. 이번 한북정맥길은 여유로운 산행이 예상됩니다.
단체사진을 준비하는 일행들을 두고 고집통 홀로 명덕삼거리(9:36)를 먼저 출발했습니다만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일행들에게 추월 당하고 맙니다. 그렇게 긴 세월 동안 정맥길을 쫓아 다녔는데도 몸무게가 줄지 않는 것은 건강해서인지 아니면 관리부족인지 모르겠습니다. 건강하니 산을 다닐 수 있는 것은 분명 맞지만 어쨌든 무거운 몸무게가 부담스럽긴 합니다.
일행 중 몇 명은 수원산 갈림길에서 수원산(10:17) 정상까지 갔다가 되돌아 올 것을 예상하며 갈림길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수원산 정상의 군부대를 돌아 우회해버린 우릴 보고 깜짝 놀라 부랴부랴 뒤쫓아 옵니다. 시작할 때는 수원산, 끝날 때는 죽엽산 오늘은 이렇게 두 번의 오르막만 쳐내면 산행이 끝납니다. 한북정맥이 지난 차수에 고생을 시켰으니 이번 차수에서는 보상 차원으로 여유로운 길을 내어 줍니다.
포천 땅에도 봄이 오고 있는지 고로쇠 수액 채취 현장이 눈에 띕니다. 사람이 저 좋자고 말 없는 나무의 피를 빨아 먹는 몹쓸 짓을 하고 있습니다. 낙엽 속에 묻어 놓은 비닐의 끝 단에는 고로쇠 물이 흘러내려 주먹만한 얼음 덩어리가 들어 있습니다. 산행 시작하고 약 7Km를 달리고서야 국사봉(11:47)에서 첫 번째로 휴식이란 것을 해 보고 또 마구 달립니다. 우리 일행들 아침 식사로 미국산 왕갈비탕을 시켜 먹더니만 다리에 힘이 바짝 오른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정맥님들 미국 사랑에 푹 빠졌습니다. 전에는 미국산 포천갈비, 오늘은 미국산 왕갈비탕......또 그 전에는 미군 부대찌개. 고기 좋아하는 산타나의 영향이 큽니다.
큰넓고개(12:28)에는 육사생도들의 625참전 기념비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어려웠던 시절에 나라를 위해 기꺼이 헌신하신 선배님들이 있어 지금 내가 있습니다. 큰넓고개에서 87번 국도를 건너 이어지는 한북길을 찾기가 어려워 약간의 혼선이 있었고 작은넓고개에서는 단팥죽으로 점심식사를 해결합니다. 저녁 늦게 비 또는 눈이 올 것이라 예보 했는데 한북길에 싸락눈이 내립니다. 날씨가 포근해서 눈은 금방 녹아 없어집니다.
죽엽산 가는 등로변에 칼로 감자 자르듯이 깔끔하게 두 동강 난 바위를 봅니다. 낙동정맥 지날 때 김유신장군이 칼로 바위를 두 동강으로 잘라 단석산이라 칭한다는 산을 지난 기억이 있습니다. 사진을 확인해 보니 이 곳 바위가 더 크고 더 깔끔하게 잘려 있는데 문제는 위치가 어정쩡해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크기의 멀쩡한 바위(14:07)가 또 하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자르기 전에 내가 얼른 가서 잘라야겠습니다.
죽엽산(14:31)정상에는 손가락 크기의 작은 나무로 정상임을 표시해 놓았습니다. 지난번 운암산에는 정상석을 2개씩이나 세워 놓았더니만 죽엽 산처럼 높이가 조금 낮은 산에도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좋았겠는데 정상이 초라합니다. 죽엽산에서 내려오던 길에 바위가 어떻게 잘리는지 현상을 목격하고 그 원리를 대충 알게 되었습니다. 작은 바위 틈새에 씨앗이 떨어지고 그 씨앗이 발아하여 세월이 흘러 뿌리와 줄기가 점점 굵어지면서 바위틈새를 넓혀 나가다가 최종적으로는 바위가 쩍 갈라지는 것 같습니다.
홀로 뒤쳐져 오다가 일행들 뒷모습을 놓쳐 결국에는 방향을 잘못 잡아 약간의 알바를 합니다만 비득재(15:14)에 거의 도착해서였기에 천만다행입니다. 그렇게 한북정맥 세 번째 1일차 산행을 종료하고 거제에서 공수해 온 밀치회 맛은 정말 끝내주도록 맛있었습니다.
비득재(5:40)의 새벽 공기가 알코올 향기로 가득 찼습니다. 어제 저녁 밀치회가 너무 맛있었는지 일행들의 행동들이 약간 부자연스러워 보입니다. 노고단처럼 늙은 할미에서 왔을까요? 아니면 오르기에 노고해서 노고산일까요? 노고산(6:07)은 약간 노고스럽긴 해도 아침 체력에는 그다지 힘이 들지는 않습니다. 이곡재를 지나고 공동묘지 사이를 통과하여 군부대 철책을 따라 다름재(7:04)에 도착합니다. GPS 상 한북정맥을 많이 돌아 가는 것으로 보아 군부대가 한북길을 삼키고 있고 축성령까지 이어진 길이 너무 난해합니다. 뒤쳐져 있는 후미의 근석과 용정이와는 간격 차이가 너무 많이 나며 두 사람이 지도만 가지고 찾아오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 같아 후미를 기다리겠다는 산행대장과 산타나를 축성령(7:47)에 남겨 두고 고집통은 홀로 천보산을 향해 갑니다.
축성령의 도로표지판으로 보아 인근에 광릉과 광릉수목원이 있나 봅니다. 주엽산 자락에 있는 세조와 정희왕후의 묘지가 광릉입니다. 어제 주엽산을 지나 왔지만 그 사실을 알지 못했기에 못내 아쉽습니다. 알고 있었더라면 뭔가는 고집통만의 마음 속 의식행사를 했었을 겁니다.
천보산3보루(8:18)를 지나고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야만 할 것 같은데 능선을 따라 계속 직진으로 나아갑니다. 능선아래로는 끝없이 펼쳐진 골프장이 있고 등로변에 골프장 방향으로 진입하지 말라는 경고판과 함께 동글동글한 철망으로 막아 놓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레이크우드골프장에서 한북정맥길을 틀어 막아놓고 철망을 둘러쳐 정맥님들의 발걸음을 약 5Km 이상을 돌아가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MTB 가 산정상을 달립니다. 본인들이야 재미있어 하지만 보는 나로써는 아주 위험해 보이고 뭣 하러 저렇게 사서 고생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천보산6보루서 뒤따라오는 일행을 만납니다. 그리고 탑고개를 지나 오리동고개(9:40)에 도착합니다. 천보산을 지날 때는 눈보라였었는데 오리동에 내려서니 제법 많은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포천을 벗어나 양주 땅을 걷습니다. 골프장으로 인해 한북길을 많이 벗어나 있어 30여분 넘게 360번 국도를 따라 가게 되는데 다시 정맥길에 올라서기까지는 지도정치가 필요했습니다. 만약 천보산에서 일행들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길 찾기에 무지 고생을 했을 것 같습니다.
어렵사리 한북길에 다시 올라서게 되고 테미산(10:58) 보루를 지납니다. 적군을 막기 위해 돌, 흙 따위로 튼튼하게 쌓은 구축물을 보루(堡壘)라 하는데 천보산과 테미산의 보루는 고구려시대에 축성된 것이라 합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마지막 보루를 지나야 한다라는 말이 같은 의미의 보루인 것 같습니다. 지난 차수에는 후고구려를 이번에는 고구려를 경험합니다. 테미산 정상에서는 샘내마을 가는 이정표가 여러 방향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만 한승미르빌아파트 단지가 있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산행 목적지인 샘내고개로 가게 됩니다. 아파트 단지 내부를 지나고 서울1호선전철 굴다리를 통과하면서 샘내고개(11:34)의 덕계삼거리에 도착해지고 카운트다운 파이브를 성공리에 마무리합니다.
가면 갈수록 일행들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집니다. 산행 중 먹는 것도 예전과는 달리 아주 간편해져 먹는 시간을 많이 줄였습니다. 무조건 앞으로만 달리는 모습들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산행이 빨리 끝나고 나니 홀가분하고 좋습니다. 다음차수에는 서울근교 산으로 진입한다고 합니다. 무척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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