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6. 2. 20 ~ 2. 21 (1박 2일)
■ 어 디 를 : 한북정맥 2구간 (국망봉 헬기장~명덕 삼거리)–견치봉, 청계산, 운악산
■ 누 가 : 가공산악회 13명과 산타나 그리고 고집통
■ 날 씨 : 2/20 ~ 21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26시간 03분 (2구간 : 13시간 13분), 접근시간 1시간 25분
1일차 국망봉 헬기장 (9:00)→노채고개 (15:53) 6시간 53분
2일차 노채고개 (6:00)→명덕 삼거리 (12:20) 6시간 20분
■ 정맥 산행거리 : 69.2 Km(2구간:32.2 Km), 접근:용소폭포→국망봉 헬기장 약2.7 Km
■ 총 산행거리 : 용소폭포→국망봉 헬기장→견치봉(개이빨산)→민둥산→도성고개→강씨봉→오뚜기령→청계산→길마봉→노채고개→원통산→운악산→화현재→명덕 삼거리 (약 34.9 Km)
두 가지 걱정거리가 있습니다. 천리 왕복 길을 조그마한 빵차에 몸을 맡겨야 한다는 것과 지난번 국망봉에서 용소폭포로 내려온 길을 다시 치고 올라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진행하는 사람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숨쉬기 조차 부담스러운 콩 만한 버스가 몸서리 나도록 싫어 대형버스를 몇 번 이야기 하다 추한 모습 보일까 봐 함구했습니다. 돈이 굳은 대신 몸은 아주 굳어 버렸습니다. 앞으로 3번 밖에 남지 않았으니 그래서「참자」에 앞으로 3번 밖에 남지 않았으니 그러니까「바꾸자」가 항복을 했습니다.
가평천 상류 도마천의 용소폭포(7:33) 앞에서 한북정맥을 찾아 국망봉으로 오릅니다. 꽝꽝 얼어 붙은 무주채폭포 옆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갑니다. 옛 무관들이 폭포 앞에서 산나물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시며 춤을 추고 놀았다 하여 무주채폭포라고 이름 지어졌다 합니다. 이런 첩첩 산중에서 술과 춤이라니 옛날에도 지금처럼 힘있고 팔자 좋은 사람들이 많이 살았었나 봅니다.
국망봉 헬기장(9:00)까지의 접근 거리는 공갈을 약간 섞어 까꼬막 80도 정도는 되겠습니다. 지난번 내려올 때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 그런대로 오를만 합니다. 아침부터 땀을 한 바가지나 쏟아 냈습니다. 정맥길 산행 시작지점 헬기장 근처에서 잠시 볼일 보는 사이 어느새 일행들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정맥길 타면서 큰 거든 작은 거든 볼일을 봤다 하면 그날은 선두권 일행 얼굴보기는 포기해야 합니다. 아무리 뛰고 달려도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 무지막지한 우리 일행들 발걸음입니다.
아침에 힘들여서 한북길 주능선에 올랐으니 이젠 평지길 아니면 내리막길의 연속입니다. 진행방향으로 오른쪽은 막걸리와 갈비가 유명한 포천의 이동면이고 왼쪽은 잣과 청평유원지로 이름난 가평땅입니다. 견치봉(개이빨산, 9:22)에 도착됩니다. 개이빨산(犬齒峰)은 멀리서 바라보면 산형세가 개 이빨 같이 생겼다고 이름 지어졌으며 전라북도 고창 선운산 근처에도 하나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음은 민둥산(민두름산, 9:55)에 도착됩니다. 산 정상에 나무가 없이 민두름해 민두름산 또는 민둥산으로 불리며 강원도 정선에도 같은 이름의 민둥산이 있습니다.
국망봉에서 부터 시작하여 한북정맥을 따라 골짜기마다 후삼국시대의 태봉국 역사가 깃들어 있습니다. 궁예의 부인 강씨가 궁예의 폭정을 피해 숨어 살아 이곳 근처 지명들은 강씨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도성고개(10:45)를 지나고 강씨봉(11:12)과 강씨마을 터로 알려진 오뚜기고개(12:07)도 지납니다. 청계산(13:56)에서 길마고개로 내려가는 길은 엄청나게 가파른 암릉 내리막길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세상과 하직할 수 있으니 밧줄을 잡고 사정 사정하며 내려갑니다.
질마봉(길마봉) 올라가는 길은 더 위험합니다. 돌출된 암릉 위에 "ㄷ"자형 작은 발 받침대만 보폭 넓이만큼 심어져 있습니다. 하필 이맘때쯤에서 허벅지가 뻣뻣해져 옵니다. 접근길인 국사봉 오름길과 일행들을 따라잡기 위해 페이스를 오버하며 무리하게 달린 영향인 듯 합니다. 이런 위험한 길에서 혹시나 쥐가 나지 않을까 마음이 간당간당 합니다. 스릴 만점의 산행이긴 합니다만 발 받침대 설치 비용에 조금만 더 보태었다면 안전한 계단 설치도 가능했을 것인데 지방 자치단체의 무관심에 약간 아쉬움이 있습니다.
길마봉(14:55) 정상에서부터 노채고개 까지는 완전 얼굴을 달리하여 육산으로 변해 있습니다. 산행을 마치고 일동으로 이동하여 그 유명한 이동갈비로 뒤풀이를 하겠다니 마음이 바쁩니다. 힘들지만 즐거운 발걸음이 노채고개(15:53)까지 이어집니다.
일동의 유황온천모텔에는 모텔비를 지불하면 온천이 공짜입니다. 온천이라 차가운 냉수가 없어 발목의 피로를 풀어 줄 수 없어 아쉽지만 착한 가격에는 만족합니다. 일동에서 미국산 소고기로 만든 포천 이동갈비를 먹었습니다. 이렇게 맛 없는 갈비라면 전국 어디서나 맛볼 수 있는 수준인데 왜 포천갈비, 포천갈비 하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내 돈 주고 포천갈비 사 먹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겁니다. 바로 옆에 누운 운식 형님 도대체 꿈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몸부림에 잠꼬대까지 난리가 났습니다. 귀마개를 했지만 밤새도록 한숨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노채고개(6:00)의 새벽은 어제보다는 다소 날씨가 차갑지만 춥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원통산(6:28)까지 쉽게 접근이 되고 아직 날이 밝지 않았기에 뒤돌아 볼 필요 없이 앞으로 앞으로만 나아갑니다. 너무 더워 겉옷을 벗어 배낭에 집어넣고 한참을 가고 있다가 어째 기분이 허전하다 싶었는데 양손에 스틱이 없습니다. 앞으로 가도 시원찮을 판에 뒤로 뛰었습니다. 덕분에 일행들과는 거리가 더 멀어져 버렸습니다. 한북정맥에서의 첫 번째 일출을 이렇게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맞이합니다. 일출은 언제 어디서든 기분이 좋습니다.
경기5악의 하나인 운악산이 눈앞에 떡 허니 버티고 있습니다. 금방 다다를 것 같았으나 가도가도 눈 앞에만 있은 뿐 접근이 쉬 되지 않습니다. 세상에 나쁜 산(惡)이 어디 있겠습니까? 크고 웅장(岳)해서 이름 지어졌을 겁니다. 정말이지 만만찮은 한북정맥길입니다. 어제에 이어 또 한번 암릉길에서 고집통이 바들바들 떨고 있습니다. 암릉에 눈과 얼음 그리고 낙엽이 어우러졌으니 난이도 최상입니다. 거의 기다시피 해서 운악산 서봉(9:03)에 올라서고 다음 동봉에 도착합니다. 동봉(9:24)에는 2개의 정상석이 있는데 하나는 운악(雲岳)이고 또 하나는 이런 운악(雲嶽)이라 되어 있습니다. 둘 다 큰 산이라는 의미는 맞지만 왜 이렇게 쓸데없이 불필요한데 돈을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경기도의 명산 운악산이 엄청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인간들의 욕심이 산을 만신창이로 만들고 있습니다. 채석으로 인해 한쪽 귀퉁이가 뚝 잘려나가 버렸고 이러다 언젠가 운악산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질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운악산의 한북길은 산님들이 그다지 찾지 않는 길이여서인지 내림길 역시 오름 길처럼 험난한 길입니다.
안산과 김화를 연결하는 47번 국도(11:00)에 내려서면서 고생스런 험난한 길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깁니다. 굴다리를 찾아 한참을 돌아야 하는 부담 때문에 왕복 4차선을 가로질러 무단횡단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차량 통행량이나 속도로 보아 도저히 무리입니다. 이제 오늘 목적지인 명덕삼거리까지 5Km 입니다. 대장님은 1시간이면 박 난다고 합니다. 산길 5Km 를 한 시간에 주파하겠다는 사람이나 그걸 그렇게 주파 해버리는 사람이나 정말 무서운 사람들입니다.
군부대의 철책을 따라 완만한 산길을 무지막지하게 내달렸습니다. 명덕삼거리(12:18)까지 선두 권과는 1시간 거리에 10분의 차이가 났습니다. 고집통이 무작스럽게 무서운 저런 사람들 틈에 끼여 한북길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앞으로 3번 남았다 하니까 인내하고 또 인내하여 목적한 바를 기어이 달성해야겠습니다.
가평이라면 우리나라에서 잘 살기로 손꼽는 아름다운 고장이라 생각했습니다. 내가 태어나서 찾은 목욕탕 중에서 가장 작고 오래되고 향수 짙은 목욕탕이 조종면에 있었습니다. 세 명이면 폭포수처럼 물이 넘쳐나는 탕과 졸졸 흘러 내리는 수도 꼭지하며 요즘 시대에 구경하기 어려운 전형적인 시골마을의 목욕탕입니다. 정맥길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다 보니 황당하기도 하고 재미있는 꺼리를 자주 만납니다. 인간적으로 목욕비 너무 비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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