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백두대간·정맥/한북정맥[완]

[한북정맥 – 5] 도심 속 공원을 달리다

산안코 2016. 5. 30. 20:53

■ 언            제 :  2016. 5. 28 ~ 5. 29 (1박 2일)
■ 어    디     를 :  한북정맥 5구간 (솔고개 ~ 문봉동재) – 노고산, 장명산
■ 누            가 :  가공산악회 10명과 산타나 그리고 고집통
■ 날            씨 :  5/28 맑음, 5/29 흐림
■ 정맥 산행시간 :  62시간 53분 (5구간:11시간 48분)
                         1일차 솔고개 (9:25)→문봉동재 (16:45) 7시간 20분
                         2일차 문봉동재 (6:32)→곡릉천 (11:00) 4시간 28분
■ 정맥 산행거리 : 168.0 Km (5구간:35.6  Km)
■ 총    산행거리 : 솔고개→노고산→숫돌고개→서삼릉입구→39번국도→현달산
→문봉동재→고봉산→중산고개→목동삼거리→핑고개→장명산→곡릉천 (약 35.6 Km)
 

1대간 9정맥의 종점을 찍으러 솔고개로 향합니다. 사실 처음에 백두대간을 시작할 때는 9정맥이라는 것은 있는 줄도 몰랐고 이런걸 할 것이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습니다. 세상 모른 채 시작해 놓고 세월이 흐르니까 내게 이런 일이 꿈이 아닌 현실이 되어 있습니다. 가슴 벌렁거리는 일을 내가 하고 있습니다.

내일이면 나 고집통은 9정맥까지 모두 졸업을 하지만 가공산악회 일행들은 한북정맥 졸업을 하게 되고 낙남정맥만을 남겨 두게 됩니다. 거제에서 가장 거리가 멀고 차량 이동이 힘든 한북정맥 졸업을 위해 출발하는 일행들의 분위기가 아주 좋아 보입니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그다지 높은 산이 없습니다. 그러나 약간 염려스러운 것은 도심 속을 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솔고개(9:25)에서 한북정맥 마지막 날 최고봉인 노고산을 오릅니다. 생각보다 먼 거리이면서 고도가 가파릅니다. 애써 노고산(10:32) 정상에 올랐으나 군부대가 점령하고 있습니다. 정상 바로 아래 헬기장에서 휴식을 취하는 중 일행이 내게 낙남정맥 진행 상황을 물어옵니다. 끝나기 전까지는 말하지 않으려 했었는데 대답하지 않을 수가 없어 일행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이번 산행이 9정맥의 마지막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특히 호남정맥부터 꾸준히 같이 산행을 한 산타나에게는 미안한 감이 많아 산행 후 소주 한잔하면서 이야기하려 했는데 말입니다.

  

■ 솔고개에서의 고집통 - 한북정맥 다섯 번째 첫째 날 산행들머리

 

■ 노고산 오름 길의 철조망과 일행들

 

■ 노고산 정상 아래로 난 정맥길

 

■ 노고산 정상 아래 헬기장에서 북한산을 배경으로 선 고집통

 

 미세먼지로 인해 시계가 약간 나쁘긴 해도 북한산의 백운봉과 인수봉의 멋진 뒤태를 감상할 수 있어 좋습니다. 고양의 한북누리길 안내도가 정맥길에 보이고 북한산이 잘 조망되는 여석정이 있고 공사중인 숫돌고개(12:45)가 나옵니다. 정맥이 끝날 때쯤 되어가니 이제는 느낌이 제대로 오는지 앞서가는 일행들이 잘 못 가고 있는 길을 감으로 먼저 알아채고 발걸음을 되돌리기도 합니다.

독립문부대 정문을 지나서 삼송마을(12:56) 골목길을 구비구비 돌아갑니다. 천일약수터에서 시원한 약수 물을 한잔 들이킵니다. 그런데 이곳은 옳은 정맥길이 아닌 듯 합니다. 서삼릉 입구 가는 길이 보이지 않고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던 보리밥집이 자꾸 멀어져 갑니다. 아무래도 주위의 서울한양CC로 인해 정맥길이 꼬여 가는 것 같습니다.

  

■ 북한산 전망대에서 본 북한산

 

■ 무슨 꽃?

 

■ 고양 한북누리길 표지판

 

■ 숫돌고개의 여석정

 

■ 도로공사 중인 숫돌고개

 

■ 독립문부대 앞을 지나감

 

■ 삼송동 마을 골목길을 지남

 

■ 서삼릉누리길의 거북바위

 

■ 천일약수터에서 물 한모금

 

 우여곡절 끝에 서삼릉 입구(14:00)를 지나고 점심밥을 먹기로 한 보리밥집에 도착합니다. 마지막 정맥길이라 생각하니 마음들이 약간 자유스러워져 보리밥에 동동주가 곁들여집니다. 음주 정맥이 시작되었는지 39번 국도(15:18) 중앙분리대를 과감하게 뛰어 넘고 전철 철로도 횡단합니다. 예전에 아들래미 군대 생활할 때 면회 갔던 그 길과 너무나 흡사한 도로를 따라 걷기에 그 부대인 줄 알았습니다만 아닙니다. 군부대 정문에 면회 온 가족들을 보니 그때 그 시절이 생각납니다. 문봉동재를 잘 못 알고 찾아온 버스가 도로 변에 대기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시원한 물 한잔을 받아 마시고 현달산(16:37)으로 오릅니다. 버스가 도착하기도 전에 우리가 먼저 문봉동재(16:45)에 도착하면서 한북정맥 마지막 구간 첫 째날 산행을 끝냅니다. 버스보다 빠르게 달리는 우리 일행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 서삼릉 입구 너른마당 가든을 지남

 

■ 서삼능 보리밥집에서 막걸리와 보리밥

 

■ 39번국도 무단 횡단하는 일행들

 

■ 전철 철로 길을 건너는 고집통

 

■ 군부대로 가는 도로에서 휴식

 

■ 정맥하는 일행들과 군부대 면회오신 분들

 

■ 양봉 벌통

 

■ 문봉동재 도착 전 고개 - 잘못 찾아온 버스

 

■ 견달산(현달산) 정상에서의 고집통

 

■ 문봉동재에 도착한 고집통 - 한북정맥 다섯 번째 첫째 날 산행날머리

 

 파주 모텔단지에는 방은 많으나 우리 같은 산꾼들이 들어갈 방 구하기는 무척 힘듭니다. 정맥하는 사람들은 삼겹살을 먹어줘야 힘을 쓴다는 산타나의 주장이 먹혀 들어 기분 좋은 포식을 합니다.

한북정맥 마지막 산행을 위해 다시 문봉동재(6:32)에 도착하니 백마가 그려진 군부대가 있습니다. 그러면 내가 어릴 때부터 들어 왔던 백전백승 백마부대인가요? 한북정맥을 마지막으로 장식하는 날이라서 그런지 일행들은 약간 들떠 있는 듯하고 선두권의 발걸음은 날아가는 듯 무척 빠릅니다. 어제 저녁에 약간 무리를 했는지 아랫배가 살살 꿈틀거립니다. 산길이 나와야 어떻게 해보는데 계속해서 도로만 나옵니다. 급한 김에 도로변 언덕배기에 볼일을 해결하고 나오니 처지가 비슷한 산행대장님만 남고 일행들의 뒷모습은 보이질 않습니다. 어찌나 일행들의 발걸음이 빠르든지 이후로 일행들 따라잡기 까지는 두어 시간 남짓 걸린 것 같습니다. 만경사 입구를 찾아 큰 도로를 따라 한참을 돌아가는데 배 속에서 다시 연락이 와 엉겁결에 산속으로 뛰어들어가 볼일을 해결하고 나오는데 똥개 한 마리가 으르릉 거립니다. 자세히 보니 자기 아지트에다 내가 일을 벌여놓고 나왔습니다. 개새끼에게 쏘리입니다.

 

■ 문봉동재 백마부대 표시 앞에 선 고집통 - 한북정맥 다섯 번째 둘째 날 산행들머리

 

■ 도로를 따라가는 한북정맥 길

 

고봉산 만경사(7:25) 앞을 지납니다. 고봉산 정상에 거대한 안테나가 있고 출입이 통제되고 있습니다. 장사바위(7:37)를 지나 직진으로 내려가다 길을 잘못 들었음을 알고 다시 되돌아서 중산고개(8:03)로 향합니다. 황룡산 금정굴에 대한 아픈 근대사가 있는 듯 아직도 발굴작업과 사료를 채집하고 있습니다. 황룡산에서 내려서면서부터 현대아파트(8:32) 단지를 통과하고 이제부터는 도심 속 도로를 따라 걷습니다. 신호등을 받기도 하고 거대한 교회 앞 마당도 지나고 그리고 한빛공원(9:04) 안으로 진입합니다. 한빛공원을 시작으로 공원 이름을 전부 알 수는 없지만 다섯 개 이상의 공원을 이어 가는 것 같습니다. 축구장 트랙 위도 지나고 또 공원으로 그리고 산책길도 지나면서 핑고개(10:17)까지 도착합니다. 오늘은 거의 공원 트래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고봉산 만경사 전경

 

■ 고봉산 정상 근처의 바위

 

■ 고봉산의 장사바위

 

■ 중산고개의 금정굴 표시

 

■ 금정굴 발굴 현장

 

■ 현대아파트 숲속으로 진입함

 

■ 경의중앙선을 달리는 전철

 

■ 도심 속 도로를 따라 진행함

 

■ 한빛공원으로 진입하는 일행들

 

■ 한빛공원에서의 고집통

 

■ 계속해서 이어지는 공원길

 

■ 축구장을 지나감

 

■ 다시 숲속길로 진입함

 

■ 56번국도 동물이동 통로를 지남

 

■ 고인돌 공원

 

■ 핑고개 지나 장명산 오르기 전 오디사냥

 

■ 장명산의 폐기물처리장

 

■ 폐기물처리장에서 곡릉천을 뒤로 하고 선 고집통

 

■ 폐기물 산더미를 타고 내려오는 일행들

 

■ 장명산 정상에 오른 고집통 - 한북정맥 마지막 산봉우리

 

계속해서 평길만 걷다 보니 핑고개에서의 낮은 언덕배기 올라서는데도 다리가 벌어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습니다. 역시 산 꾼은 산길을 다녀야 하나 봅니다. 장명산 바로 앞 정맥길은 산업폐기물이 산더미 같이 쌓여 길이 막혔습니다. 급경사로 된 산업폐기물 산을 아슬아슬하게 미끄럼 타듯이 내려갔다가 그다지 높지 않은 한북정맥의 마지막 산인 장명산(10:37)에 올라 함께 고생한 일행들과 한북정맥 졸업을 마음껏 기념합니다. 장명산 바로 아래의 곡릉천(11:00)이 한북정맥 마지막 종점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곡릉천에 첨벙 뛰어들고 싶었지만 강물이 그다지 깨끗하지 않아 그냥 손만 한번 적셔보면서 마지막 하나 남아 있던 한북정맥을 졸업합니다.

  

■ 곡릉천에 도착한 고집통 - 한북정맥 다섯 번째 둘째 날 산행날머리

 

■ 한북정맥 곡릉천에 도착한 산타나와 고집통

 

■ 한북정맥 곡릉천에 도착한 일행들

 

■ 한북정맥 곡릉천에 도착한 고집통

 

■ 곡릉천에 손을 담근 고집통 - 한북정맥 졸업으로 1대간 9정맥 완성

 

한북정맥 졸업과 함께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평생에 한번은 해보고 싶은 1대간 9정맥 완주라는 위대한 업적을 내가 해냈습니다. 이런 엄청난 일을 했으니까 감동을 먹어야 하는데 어째 마음이 덤덤합니다. 내가 부질없는 짓을 했는가 싶기도 합니다. 지난주에 시작하기로 한 백두대간 남진이 인원미달로 취소되어 이젠 뭘 할까 고민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