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8. 10. 29 (당일)
◈ 어 디 를 : 지리산 천왕봉 (1,915.4m)
◈ 누 가 : 칠선계곡 탐방예약자 37명과 안내원 3명 그리고 김소장님, 위상무님과 앙코
◈ 날 씨 : 흐리고 비바람 그리고 싸락눈
◈ 산행여정 : 추성리 주차장→비선담→천왕봉→장터목대피소→백무동 탐방안내소
◈ 산행시간 : 10시간 40분
추성리 주차장(7:00)→천왕봉(13:40)→장터목대피소(14:20)→백무동 탐방안내소(17:40)
앙코가 추락했습니다. 2018년 칠선계곡에서 천왕봉을 오를 수 있는 마지막 월요일에 김소장님과 앙코가 지리산 국립공원 탐방예약을 완료했습니다. 이후 운 좋게 위상무님께서도 예약에 성공해 29일 이른 아침 세 사람이 추성리를 찾았습니다.
거제 하늘에 별들이 총총했으며 이동 중 고속도로에 안개가 자욱하여 날씨가 무척 더울 것을 예상했는데 추성리의 하늘은 생각과는 달리 구름을 잔뜩 머금고 있습니다.탐방안내원으로부터 산행 중 안전산행에 필요한 주의사항을 당부 받고 간단하게 긴장된 몸풀기를 한 후 7시 정각 추성마을을 출발하여 칠선계곡으로 향했습니다.
탐방예약자 40명과 탐방안내원 3명입니다.선두 안내원이 바쁜 걸음으로 추성마을을 벗어나 고개마루로 쳐 올립니다. 시작부터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고 숨결이 거칠어집니다. 다행이 선두권을 유지하는 우리는 후미가 도착할 때까지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 초반 산행에 별다른 무리는 없습니다.칠선계곡의 가을 단풍은 앙코를 매료시키기에 1%가 아쉬웠으나 두지동에 도착하고서야 그 1%를 마저 채웠습니다. 두지동에서 안내원으로부터 두지동의 유래와 안전산행에 대해 다시 간단하게 설명을 듣고 본격적인 칠선계곡산행을 시작했습니다.
김소장님과 위상무님의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출발 전 안내원께서 60대 탐방객이 몇 분 계신다며 체력 걱정을 하셨는데 기우인 것 같습니다. 두지동 출발과 동시에 낙엽 덮인 돌멩이를 잘못 밟으면서 앙코의 오른쪽 발목이 강하게 접질려집니다. 약간의 통증은 있지만 별 무리가 없는 것 같아 표시내지 않고 조용히 일행들 뒤를 따랐습니다.
칠선계곡을 따라 두지교와 출렁다리를 건넙니다. 선녀탕과 옥녀탕을 지나고 지정탐방구역 마지막 지점인 비선담까지 편안한 산행이 이어집니다. 비선담부터는 휴식년제 비지정탐방구간으로써 매년 5,6월과 9,10월에 월요일은 오르기, 토요일은 돌아가기로 탐방 안내원의 안내를 받아 산행이 가능하며 오늘이 2018년 마지막 오르기 날입니다. 가끔 계곡을 가로질러 가기도 하고 미끄러운 바위를 로프에 의지하며 올라가기도 합니다. 연 이틀 동안 내린 비로 계곡의 돌들과 가을 낙엽이 덮인 등로가 많이 미끄럽고 산행 시작과 동시에 접지른 발목이 약간 신경이 써입니다. 고도가 놓아지면서 이제는 가을이 아닌 겨울 속으로 들어가는듯 합니다. 거대한 바위 아래 넓은 구멍의 공터가 있는 청춘홀은 예전 숯을 굽기 위해 칠선계곡으로 들어왔던 사람들이 청춘을 이 곳에서 다 보내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다 하는데 홀(Hole)이라는 영어식 이름이 붙여진 것을 보아 최근에 누군가 지은 것 같습니다. 칠선폭포, 대륙폭포 그리고 삼천폭포까지 무리 없이 올라갑니다. 약간의 산행이 더 있은 후 점심식사 시간을 갖습니다.
위상무님의 맛난 떡이 있고, 김소장님의 과일과 앙코의 족발이 있어 점심 요기에는 충분합니다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산행 전부터 하늘이 꾸물꾸물 하더니 하필이면 밥상을 펼치니 빗방울이 내리기 시작해 살살 걱정이 됩니다. 준비 안된 우중 산행으로 비를 맞고 나니 으슬으슬 몸이 추워지기 시작해 한곳에 머물 수 없어 별로 쉬지도 못하고 곧바로 산행으로 이어집니다.
발걸음 가벼운 두 분을 뒤따르려니 앙코의 체력이 슬슬 고갈되어 가고 있습니다. 마폭포부터 천왕봉까지 약 1.2Km 는 급 오르막길이라 힘들기가 장난이 아닙니다. 설상가상 등로에 눈까지 내려 미끄럽기까지 합니다. 이런 악조건 상황에서도 등로변 이정목을 설치하기 위해 무거운 짐을 지고 내려오시는 작업인부를 만났습니다.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오르고 쉬기를 여러 차례 숨이 깔딱깔딱 넘어 갈 즈음 천왕봉으로 올라서는 마지막 코스인 철 계단에 도달합니다. 두 분은 이미 계단을 다 오른 후 나 앙코에게 힘을 실어주는 파이팅을 하며 기다리고 계십니다.
마지막 안간힘을 다해 계단을 오르던 중 공교롭게도 계단 일곱 개를 남겨놓고 양다리 허벅지에 경련이 생기면서 제자리에 딱 멈추어 서고 맙니다. 약 2분을 그 자리에서 꼼짝달싹 못하고 기다려 보았지만 경련이 쉬 풀리지 않아 계단에 주저 않으니 거짓말같이 허벅지 경련이 싸악 가십니다.천왕봉 정상으로 오르려니 또 경련은 찾아오고 정상에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세찬 비바람이 몰아칩니다. 위상무님과 김소장님이 천왕봉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큰소리로 앙코를 찾고 계시지만 민망스럽게도 두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아 정상으로 올라갈 수가 없습니다. 다리를 잘 추슬러 어렵사리 천왕봉 정상에 올라 단체사진 찍는 것까지는 성공하고 황급히 하산을 서둘렀습니다.
이제 내려가기만 하면 되기에 걱정하지 않았는데 어찌된 일인지 내리막길임에도 불구하고 경련이 또 찾아 옵니다. 대간과 정맥을 하고 지리산 종주를 수 차례 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어쩔 수 없이 돌계단에 걸터앉아 다리를 주무르고 있으니 지나가던 산님께서 걱정스럽게 다가와 아스피린 두 알을 주십니다. 굳은 앙코의 표정을 보고 산님께서는 도와주겠다는데 왜 자기를 향해 화를 내느냐 하시길래 화를 내는 것이 아니고 심각한 표정이 그렇게 보였으니 미안하다 할 정도로 앙코로써는 상황이 심각하긴 심각했습니다.아스피린은 물과 함께 먹는 것이 아니고 그냥 씹어 넘기는 것이랍니다. 신기하게도 아스피린이 목구멍에 넘어가기도 전에 경련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이후로 하산하는데 끄떡 없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오늘 앙코는 저질 체력으로 인해 두분 60대 어르신들 앞에서 한없이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산행 전 위상무님이 앙코의 블로그를 보시고는 나 앙코를 산신령이라 지칭했었는데 산신령 다리에 쥐 낫다는 이야기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싸라기 눈이 얼굴을 때립니다. 많은 눈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올들어 처음으로 지리에서 눈길을 걷고 있습니다. 빠른 걸음으로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하여 약간의 음료를 곁들여 훈제오리구이로 체력을 보충하였습니다. 배가 고프지 않다 하시면서도 맛나게 드셔 주시는 두분을 보니 나 앙코는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야간 산행을 하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합니다. 백무동 하산길은 아주 편안합니다. 칠선계곡에서 오를 때 즐기지 못했던 단풍을 백무동에서 만끽합니다. 역시 10월의 계절은 가을입니다.백무동 탐방안내소 앞에 도착하면서 칠선계곡을 출발하여 천왕봉을 찍고 백무동으로 하산하는 길고 힘들었던 지리산 산행을 종료했습니다. 그리고 장터목펜션 앞에 도달하니 마치 예약이라도 한 듯 펜션사장님 택시가 우리 앞에 딱 멈춥니다. 추성리까지 14,000원입니다.평소 탄탄한 체력을 유지하고 계신 두 분께서는 칠선계곡 탐방예약 후 거제에서 두 번이나 미리 예행연습을 하셨다는데 삼식이 생활의 앙코 일상은 알 수 없는 체력 자만으로 너무 안일하지 않았나 하는 뒤늦은 후회를 해봅니다.
오늘 여러 번 추락했습니다. 언제 두분과 같이 다시 지리산을 찾아 이번 추락을 만회할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힘들었지만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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