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8. 12. 02 (당일)
◈ 어 디 를 : 영암 월출산
◈ 누 가 : 김소장님, 위상무님과 덕규형님 그리고 앙코
◈ 날 씨 : 바람 많으면서 맑음
◈ 산행여정 : 천황사 주차장→구름다리→천황봉→구정봉→미왕재→도갑사 주차장
◈ 산행시간 : 6시간 45분
천황사 주차장(8:20)→천황봉(10:50)→구정봉(12:35)→도갑사 주차장(15:05)
애초 앙코는 월출산 산행 종료 후 거제로 돌아올 예정이었는데 이틀에 걸쳐 월출산과 두륜산 산행을 할 것이며 뒤풀이가 회춘탕이라는 위상무님의 계획서를 보고 회춘탕 유혹에 이끌려 1박 2일로 바꾸었습니다.
고마우신 소장님께서 오늘도 차량을 책임져 주시고 보성IC 근처에서 덕규 형님이 핸들을 잡는데 젊은 앙코는 편하게 얹혀만 갑니다. 고향 장흥에 하루 일찍 오셨다 월출산 산행 하산지점인 도갑사 주차장에서 기다리시던 위상무님과 함께 천황사 주차장으로 이동합니다.
5년 전 겨울 월출산에 대한 아주 좋은 기억이 있는 앙코로써는 오래간만의 월출산 산행이고 평소 존경하는 세분 형님들과 함께이니 장소와 멤버의 조합이 꿈 속에서나 있을만한 조합이라 즐겁습니다.
천황사 주차장에서 산행이 시작됩니다. 산행 코스는 천황사를 들른 후 구름다리를 건너기로 합니다. 구름다리 올라가는 까꼬막에서 앙코의 숨결이 거칠어집니다. 전에도 그랬듯 60대는 펄펄 날고 50대는 삘삘 거립니다. 구름다리에서 바람골 계곡으로 내려가 바람폭포를 지나 천황산 정상으로 오르려고 했는데 김소장님의 눈치를 보아 「뭘 내려갔다 올라가나? 곧바로 매봉으로 올라가지」 인 것 같습니다. 앙코의 생각에도 내려갔다 올라가는 일은 장난이 아닐 것 같습니다.
매봉 오르는 철 계단 경사가 엄청납니다. 숨이 꼴딱꼴딱 넘어갈 지경입니다. 사자봉을 삥 돌아 경포대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하고 통천문을 지나고 또 500개 이상의 계단을 올라가니 월출산 정상 천황봉에 올라섭니다.
천황봉에서 둘러 보는 월출산은 천의 형상을 가진 기암들의 군락을 품고 있고 남도의 소금강이라 불리는데 한치의 모자람이 없는 산세를 이뤄 산을 찾는 산님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한 웅장함과 멋짐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피로하지 않고 즐겁습니다.
천황봉의 바람이 세찹니다. 구정봉 방향으로 내리막길을 빠른 발걸음을 옮기던 중 김소장님께서 앙코의 발 뒤에서 미끄러져 넘어집니다. 심하게 다치신 것은 아니지만 많이 아플 것 같습니다. 소장님은 몸이 아프고 앙코는 마음이 아픕니다. 지리산 남부능선에서 앞쪽으로 엎어져 촛대뼈가 까져 아파도 너무 아파 혼자서 대성통곡하며 엉엉 울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돼지바위, 남근바위등 기암 박물관을 지납니다. 근엄한 표정을 지닌 큰바위얼굴을 뒤로 하고 기념을 남기기도 해봅니다.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 베틀굴(음굴)에 들어섭니다. 모양세가 영락없는 여근바위 굴 속에서 네 사람의 중년은 즐겁기가 한량이 없습니다. 베틀굴을 벗어나면서 다리가 풀리고 몸이 휘청거려 넘어질 뻔 했습니다.
구정봉을 오르기 위해서는 작은 바위굴을 통과해야 합니다. 구정봉 정상의 넓은 바위 위에 작은 아홉 개의 웅덩이가 패어져 있고 빗물이 고여 있습니다. 물맛 간을 보니 밋밋한 민물이었습니다.
본격적인 하산입니다. 억새밭이 있는 미왕재에서 배낭 속 양식을 모두 비우고 도갑사 방향으로 하산하면서 계곡의 시린 찬물에 발을 담가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안전하게 무사산행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도갑사 부처님께 올렸습니다.
왕인박사 유적지에 들러 백제시대 우리 선조의 우수했던 모습을 듣고 보았습니다. 앙코의 발목을 1박2일로 붙들었던 회춘탕을 강진 거목촌에서 맛보았습니다. 베틀굴에서 잃었던 기(氣)를 회춘탕(回春湯)으로 보충시켰습니다. 추억의 고스톱도 해봤습니다.
꿈 속 시간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그런 하루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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