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20. 02. 16 (당일)
□ 어 디 를 : 월봉산 (1,281.6 m)
□ 누 가 : 큰마루산우회 9명과 앙코
□ 날 씨 : 흐린 후 눈
□ 산행 여정 : 남령재→칼날봉→월봉산→큰목재→노상마을
□ 산행 시간 : 5시간 10분
남령재(9:25)→월봉산(11:30)→노상마을(14:30)
잠결에 창문 비 때리는 소리가 토닥토닥 신경을 거슬립니다. 큰마루산우회 님들과 월봉산 가기로 했는데 말입니다. 바람막이, 우의, 우산까지 야무지게 챙긴 후 집 나서봅니다.
산청휴게소에서 운식 형님 뒤에 줄을 섰더니 앙코의 밥값은 물론 산타나 것까지 계산해줍니다. 기분 좋은 하루가 시작됩니다. 일행들을 태운 노란 빵차가 남령재에 도착하니 진눈깨비가 날리고 기온이 뚝 떨어지는 것이 곧 도로가 얼어붙을 것 같습니다. 겁먹은 빵차 쏜살같이 내려갑니다.
월봉산 산행지도를 보니 정상까지 갈림길 없는 일방이라 앙코가 선두에 서서 오르막을 쳐봅니다. 요즘 지리산 들락거린 덕분인지 힘들이지 않고 오르막 진도를 냅니다. 칼 바람이 불고 눈 꽃송이 지천으로 나뭇가지 걸려 기분 좋은 산행이 이어집니다. 칼날봉 이정표 앞에서 바위길이 미끄럽고 갈 길이 멀어 그냥 정상으로 향합니다.
경사가 심해지면서 가파르고 미끄러운 바위가 나오고 로프가 걸렸습니다. 설마 그럴 리야 없지만 빠당빠당 얼어 있는 로프가 뚝 부러져 추락하는 게 아닌가 마음이 불안불안 합니다. 꽁꽁 얼어붙은 이 겨울에 지금 이 코스는 아주 위험천만해 산행을 하지 않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뒤따르는 일행들의 부름이 있었지만 날씨가 추운 관계로 휑하니 정상으로 내달렸습니다. 바로 뒤 운식형님이 폰을 주었다고 돌려줍니다. 오랜 기간 산행하면서 폰 집에서 폰이 탈출한 적이 없었으며 요즘 세상에 폰 잃어버리면 전부를 잃는 것입니다.다시는 잃지 않으려고 각별히 조심하며 수시로 단속했습니다.월봉산 정상에서 일행들을 기다려 단체 인증을 남기고 또 앞장 섰습니다.
헬기장을 지나 노상마을 갈림길을 지나고 큰목재에 거의 다다라 또 폰이 집을 탈출해 버렸습니다. 오늘 하루 두 번씩이나 이런 일이…. 일행들을 내려 보내고 혼자 폰을 찾아 내려왔던 길을 되돌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정상까지 올라가 보았지만 10Cm 이상 쌓인 눈 속에 박혀 버렸는지 찾을 길이 없습니다. 봉래님이 헬기장까지 전화를 걸며 벨소리를 찾아 뒤따라 올라왔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큰목재를 돌아 노상마을로 하산했습니다. 노상마을에 도착하니 올 겨울 그렇게 목말랐던 눈이 오늘따라 펑펑 쏟아집니다. 평소 일어나지 않던 일이 하루에 두 번씩이나 벌어지면서 결국 앙코의 분신 엣지는 앙코 곁을 떠났습니다. 만난 지 오래되어 한번쯤 바꿔 볼 생각은 있었지만 폰이 품고 있는 각종 데이터가 너무 아쉬워 찜찜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컴퓨터로 『내 폰 찾기』를 실행하니 세상이 좋아 산속 폰의 위치가 정확하게 나타납니다. 알고 보니 폰이 없어졌다고 인식한 바로 근처라 찾지 못하고 내려온 사실이 못내 아쉽습니다. 최근 새 배터리로 갈았으니 이틀은 족히 버텨내 줄 것이기에 내일 그 자리에 가면 충분히 찾아낼 같습니다.
이튿날 아침. 산행채비를 해 놓고 산행 후 들렀던 식당으로 전화하니 밤새 눈이 내렸고 아직도 펑펑 내리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차량과 산행 접근이 무리이니 주말 눈이 녹고 나면 가기로 하고 결국 찾기를 포기했습니다. 이로써 엣지는 내게서 아주 가출해버렸습니다. 배터리가 남아 있어 백업과 동기화로 일부 데이터를 새 폰으로 건진 것을 천만다행으로 생각하고 다가오는 주말 월봉산에 다시 한번 다녀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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